[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2-1 기존 학교폭력을 다룬 소설들은 학생들간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이번 단편은 선생님-학생/학부모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을 리얼하게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국민학교 세대라 지금의 학교 안에서 선생님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놀라곤 하는데 교권침해가 상상을 초월하네요. 학생의 학습권과 선생님의 교권이 나란히 존중받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밖에서만 안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이..너무 안타깝습니다.
2-1. 수상작 '애도의 방식'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비교하며 읽었습니다. 이른바 약자의 위치를 이용해 자행되는 괴롭힘은 증거 없이는 '갑(갑도 아니지만)'이 질 수밖에 없는 게임 같습니다. 위에서도 고레에다 감독의 '괴물'을 언급했지만, 약자들의 증언을 주변인들은 너무 쉽게 믿어 버립니다. 저도 예전에 제 아이가 연루되지 않은 학폭에 끼어(정확히 말씀 드리면, A와B는 저희 아이 친구이고 A와 B의 다툼으로 학폭위가 열려, 친하게 지냈던 A와 B의 엄마가 저에게 연락을 해 하소연을 하고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이게 뭔가요? ㅎㅎ) 양쪽 의견을 듣는데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자신의 입장만 부르짖는 모습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결국 어느 쪽의 편도 들기 싫었기 때문에 두 가족과는 멀어졌고요. 아이고 어른이고, 사악에 먼저 물들어 버린 미숙한 존재들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안쪽과 바깥쪽, 앞문과 뒷문, 훈육과 학대. 연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손쉽게 구분되는 것 같지만 기준점이 조금만 바뀌어도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p39
안쪽과 바깥쪽, 앞문과 뒷문, 훈육과 학대. 연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손쉽게 구분되는 것 같지만 기준점이 조금만 바뀌어도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8-39,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자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것은 재물의 형태로 어떤 것은 말의 형태로 떠올랐다. 연수를 제외한 사람들이 임의로 산정한 금액과 연수만이 동의하지 못한 말들.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지불되는 사례금 50만 원과 학부모에게 머리채를 잡힌 교사에게 지불되는 위로금 50만 원.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44, 안보윤 외 지음
상담실에서 한모 어머니에게 말을 걸 때만 해도 연수는 망설이고 있었다. 어느 쪽이 나을까. 한모가 몸을 밀어붙여 올 때의 불쾌감을 참는 것과 교실에서 추방당하는 모멸감을 참는 것 중 어느 쪽이 그나마 견딜 만할까. 연수는 진지하게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62, 안보윤 외 지음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 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64,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자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것은 재물의 형태로 어떤 것은 말의 형태로 떠올랐다. 연수를 제외한 사람들이 임의로 산정한 금액과 연수만이 동의하지 못한 말들.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지불되는 사례금 50만 원과 학부모에게 머리채를 잡힌 교사에게 지불되는 위로금 50만 원.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44, 안보윤 외 지음
피곤했다. 연수는 모든 게 다 지겹고 피로해 견딜 수가 없었다. 연수는 소란한 복도를 뒤로한 채 걸었다. 걸을수록 복도는 더 길고 어두워졌다. 계단을 내려가 중앙 현관에 있는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연수는 계속 상상하며 걸었다. 그것은 적어도 복도 창 너머 크고 단단한 돌덩이를 상상하는 일보단 나았다.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64,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연수의 생각은 걸음과 함께 줄곧 그곳에 멈춰 있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38쪽,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짭조름한 면을 빨아들이며 자신에게 충고했던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꺼번에 돋아난 얼굴들이 겹치고 눌려 터진 노른자마냥 뒤섞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41쪽,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과 조롱을 받으며 삼십대를 보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41쪽, 안보윤 외 지음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목소리들이 연수 안에 고여 있다가 아무런 맥락 없이 치솟곤 했다. 어떤 목소리를 피리 소리처럼 가늘고 집요해서 온졸일 귓바퀴를 따라 빙빙 돌았다. 커다란 주물 냄비가 떨어지는 것처럼 묵중한 탁음이 심장 근처에서 둥둥 울릴 때도 있었다. 이번 것은 날계란처럼 미끄덩하고 비린 목소리였다. 개새끼 쫓아내듯. 연수가 말을 곱씹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42쪽,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과 조롱을 받으며 삼심대를 보냈다. 오 선생, 오 선생은 다 좋은데 사람이 무던하질 못해서 탈이야. 좀 느슨하게 살면 얼마나 좋아. 복도를 걷기만 해도 그런 말들이 연수의 어깨로 발등으로 뚝뚝 떨어졌다. 도덕적 해이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유리창을 깨부순 사람의 마음이라면 연수는 알 듯도 했다. 41쪽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소란한 복도를 뒤로한 채 걸었다. 걸을수록 복도는 더 길고 어두워졌다. 계단을 내려가 중앙 현관에 있는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연수는 계속 상상하며 걸었다. 그것은 적어도 복도 창 너머 크고 단단한 돌덩이를 상상하는 일보단 나았다. 64쪽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연수가 말했다. 자신에게 당도한 모든 순간에 연수는 그렇게 답변해왔다. 난 몰라요. 난 못 봤어요. 나는 정말 그런 적 없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45쪽, 안보윤 외 지음
p.64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도덕적 해이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유리창을 깨부순 사람의 마음이라면 연수는 알 듯도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41p,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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