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이 책을 보면서 더 글로리 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학교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길, 가해자의 죽음, 동주의 애도 방식은 상상과 진실 끝끝내 아무말도 하지 않은것이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저마다 애도의 방식은은 다양하고 다르다.
“나는 늘 소란의 중심에 있었다. 나를 놀리고 조롱하고 멸시하느라 소란해진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건 지겨운 일이었다.” <p.20> 스스로가 만든 소란은 지겹고, 타인에 의해 한껏 소란해진 상태를 좋아하는 주인공 동주. 과거에 머물러있는 승규와 과거와 현재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여자가 있습니다. 동주의 시선으로 오가는 현재와 과거는 어느 순간 쓰라린 동영상 클립처럼 재생되고 멈추기를 반복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궁금해하지만, 이젠 진실보다는 그 순간 모든 경우가 진심이었다는 것만 동주에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말할 수 없고 그래서 소란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립니다.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p.33> 악몽같던 현실을 우연히 헤쳐나와도 여전히 또다른 악몽이 도사리고 있는 삶은 어떤 것일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동주의 모습은 이해가 되지만 마음은 가늠조차 되질 않았습니다. 정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사람들은 또 상황들은 그렇게들 대수롭게들 한마디씩을 보탭니다. 위로가 되었건, 비난이 되었건 말입니다. 안보윤 작가는 그래서 한두 발자국 뒤에 서서 동주를 바라보고, 그를 둘러싼 소란을 바라보며 그저 그렇게 두는 방식으로 꾹꾹 슬픔을 눌러담으며 애도합니다. 그러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타인의 슬픔을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라 애둘러 설득합니다.
1-1 <애도의 방식>은 동주의 승규에 대한 애도의 방식이다 성동터미널에 있는 유일한 찻집, 미도파. 그곳에 찾아온 승규엄마. 제발, 제발 딱 한번만 동주야 진실을 알려줘라 몸 전체가 앙상한 스피커가 된 그 여자가 찾아왔다 피해자이지만 가해자로 오해받을까봐 자신의 상처를 부정당하는 동주가 너무 가엽다 그럼에도 그 상처를 긁어대는 곳을 오롯이 홀로 지키는 모습이 애처롭다. 독자로 바라만보아도 이렇게 아린데 우린 그냥 그에게 소란스럽기만 한 존재는 아니었나 싶다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사고로 인한 죽음은 피해자, 희생자의 먼지를 감추고 숭고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편을 읽고 나서 한번 더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를 지켜주는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최근에 읽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라는 책도 생각이 나서 지금 한국 사회는 학교폭력이 가장 핫한 주제인가 싶기도 했다.
동주가 승규와의 마지막을 수없이 복기하는 장면은 타임루프에 걸려든 시간여행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힌 승규지만,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둔 느낌입니다. 결국, 매번 소란으로 자신을 던지면서 위로받는 그가 승규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도 마지막의 소란한 장면에 자신을 가두는군요. 저는 동주가 너무 안타깝고 안스럽고 마음이 아픕니다. ㅠ
1-1. 얼마전에 고레에다 감독님의 <괴물>을 보고 한참을 울었던지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머리가 멍하고 너무 우울해졌습니다. 동주는 왜 학폭위가 열리는 것을 굳이 거부했을까요? 애써 이것은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걸까요? 게다가 동주가 떠나지 않고 머물며 멈춰 있는 삶을 사는데, 승규 어머니가 떠나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요....가슴이 먹먹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소란한 곳에 소란스럽지 않은 인간으로 멈춰 있을 때 나는 가장 안전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9p, 안보윤 외 지음
빰을 맞는 일. 그게 특별히 부끄럽진 않았다. 뺨이 아니라도 나는 어디든 늘 맞았으니까. 내가 죽도록 부끄러웠던 건 나의 관성이었다. 앞? 뒤? 이죽거리며 송규가 물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나의 대답이었다. 정답이든 오답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뺨을 맞기 위해 발설되는 나의 대답이 죽을 만치 부끄러웠다. 내가 답을 하는 순간 게임이 성립됐다. 승규와 나의 수직적 위계가 거기 있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1p, 안보윤 외 지음
사람이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뭔 대수라고.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9p, 안보윤 외 지음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33p, 안보윤 외 지음
여자가 몸을 옹그린 채 소리쳤다. 몸 전체가 앙상한 스피커가 된 것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7쪽, 안보윤 외 지음
18쪽 " 여자가 짓고 있는 표정을 나는 알고 있다. 비리고 물컹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표정이다. 아무것도 뱉지 못하는 사람의 얼굴이다."
승규는 지나던 길에 발끝에 걸린 돌멩이를 차내는 것처럼 망설임 없이 나를 후려쳤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0쪽, 안보윤 외 지음
폐점 시간이 될 때까지 여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으깬 고깃덩어리를 전시하듯 접시 위에 펼쳐놓고 다만 앉아 있다. 주방에서 나온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고는 신고해줄까, 묻는다. - 중략 - 몰라요.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8쪽, 안보윤 외 지음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9쪽, 안보윤 외 지음
1-1 동주가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읽었네요. 다행히 동주에게 잘못은 없군요. 승규의 죽음이 있기 전까지 승규를 벗어나지 못한 동주가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죽음 이후 또다른 의심의 가해는 한층 더한 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동주는 여전히 안스럽습니다. 그래도 살아남은 자이므로 이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이걸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씁씁한 기분이 듭니다.
1-2 "사람이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뭔 대수라고.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29쪽 다른 분이 먼저 쓰셨지만 제도 공감하는 부분이라 다시 한번 올려봅니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9, 안보윤 외 지음
몰라요.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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