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처음에는 장희의 자리에 '나'를 넣어서 '나'의 이야기로 소설을 써보고자 했는데요. 잘 되지 않았습니다. 번번이 쓰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멈추게 됐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그게 미미의숲님께서 말씀해주셨듯이 '거리두기'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삼촌의 생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직접 만나러 가는 여정이 제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이더라고요. 이럴 때는 화자를 '나'로 삼되 이 여정 자체를 과거의 일로 만들어 시간적 거리를 두거나, 아니면 다른 관찰자를 화자로 내세워서 타인의 눈으로 정서적 거리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저는 후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시점은 이 소설을 쓰는 내내 고심했던 부분이었는데요. 이를 알아봐주시고 또 여쭤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병운 아, 그렇군요. 화자인 장희를 따라가며 읽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p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나'가 장희의 서사를 따라가며 느꼈을 마음도 느껴지고, 어쩌면 '나'는 독자의 입장과도 비슷한 위치일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흥미로운 독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가 최근에 읽은 <림:초 단위의 동물>이라는 책에도 김병운 작가님의 [오프닝 나이트]라는 작품이 실려있어서 반가왔네요. 아직은 제게 퀴어라는 주제는 이미지화 되는 것들이 긍정적이지 않아 찾아서 읽지는 않았을텐데... 이렇게 <이효석 수상작품집>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앗, <오프닝 나이트>도 읽어주셨군요.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5-1. 올해 민음북클럽을 하면서 김병운 작가님의 단편 「한밤에 두고 온 것」을 읽고 작가님의 다른 글이 궁금해 민음 북샵에서 작가님 사인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을 구매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거든요 ㅠㅠ 그런데 이렇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다시 작가님의 글을 만나게 되어 올해가 가기 전에 소설집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ㅎㅎ 「한밤에 두고 온 것」을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이 단편도 눈앞에서 생생히 재생되는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이해’라는 말에 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는데요. 예전에는 ‘이해’라는 말을 굉장히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나는 나일뿐, 타인이 될 수 없기에 그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해보다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의 일이 언제든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도 이해가 꼭 필요할까요. 그냥 존중하고 인정하면 안 되는 걸까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의 사랑을 함부로 폄하하고 비난하는 게 맞는 걸까요.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없을 텐데요. 불륜 같은 게 아니라면 사랑이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희가 ‘이해할 생각이 없고 이해를 거부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어쩐지 통쾌하면서도 서글프더라고요.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했던 노력의 끝에 내뱉은 말인 것 같아서요. 이영서 씨가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고,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어쩌면 병으로 인해 몸의 고통보다도 마음의 고통과 상처가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를 죽게 할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살게 할 수 있었던 게 사람이었다는 영서 씨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가고 계속 사랑해야 한다는 저의 믿음과도 연결되는 문장 같아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김병운의 첫 소설집. 3년 만에 출간하는 첫 소설집에는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을 포함해 2020년 이후 발표한 7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해를 거부하겠다고 말하기까지의 장희의 시간과 노력을 감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로 시도되는 이해를 과연 이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그 이해라는 이름에 스며 있는 폭력과 혐오의 마음은 무엇인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제게는 <한밤의 두고 온 것>과 이 단편이 닮은꼴처럼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는데, 그 작품을 언급해주시니(그리고 그 두 편을 읽어주셨다니)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감상이었습니다. 댓글에 더해주신 정성과 다정을 저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
5-2 에서 인용한점이 인상깊었는데, 에이즈에 걸린 삼촌을 엄마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는데, 정작 그를 죽게 만든것은 그 엄마의 거짓말이었다는게 너무 마음에 맴돌았다.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에서 자세히 들려주지 않은 '나'와 P, 장희 엄마와 진무 삼촌, 진무 삼촌과 카메라 주인의 이야기, 장희와 나는 언제 어떻게 알게되었을까 등등을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우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판단할 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도 생각해봤습니다. 세상은 늘 기준을 세워두려고 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그 기준이 차별과 혐오 그 자체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제가 세운 기준들을 떠올려보다 깜짝 놀랄 때가 있고요. 누군가를 이해하려다 결국 '배제'되고 '박탈' 당했다고 말한 '나'의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네요.
이번 단편은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게 쉽지 않네요. 읽은 후에 왠지 마음이 쓸쓸하고 외로워졌어요.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든 순간이 오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오죽하겠어요. 특히 내 마음을 다 주었다고 느끼는 대상에게서의 이해받지 못함은 더 아프게 다가오네요.
5-1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쉽게 말하기는 어려운 주제인듯합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무조건 숨기려고만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다른 삶의 모습 중 하나로 받아 들이긴하죠. 그래도 우리 가족, 내 주변에 가까이 있는 누군가라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장희의 어머니 마음도, 어린 시절 장희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런 마음을 알기에 삼촌이 보고 싶은 가족과 떨어져 살았겠죠. 사회의 편견이 보고 싶은 가족의 관계를 갈라놓은 점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었습니다. 장희 어머니가 장희에게 삼촌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 에이즈라는 병명까지 말하는게 안타까웠지만, 장희 어머니의 그런 행동도 이해는 갔습니다. 장희도, 삼촌도, 그리고 장희 어머니도 모두가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고,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의 길에 뜻이 있었던 모습이 보였습니다. 물론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인 시각이 메인 테마이지만, 왜 그들을 혐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는 글이였습니다.
5-1.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데 너무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고 마음아플 수 있는 주제와 내용일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왠지 모를 위로를 주네요. 이해하려 노력하는 나와 이해하길 거부했던 장희의 이야기와, 그들이 겪을 시간을 먼저 겪은 삼촌과 이영서씨와의 만남이 모두 인상깊었습니다. 분명 쉽지 않은 삶이었을텐데 소원인 노환이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삼촌의 말이 소설 마지막 필름이 되감기는 장면과 연관되며 결말까지 좋았습니다.
5-1. 지난 주에 읽고서 마음 속에 정리가 잘 되지 않아 감상이 늦어졌습니다. 제가 용어를 바르게 이해하고 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퀴어'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접하며 조금이라도 더 관련 이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여서 좋았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타인을 이 기준에 맞추거나 이를 잣대삼아 평가하는 일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어왔던 걸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잣대에 맞지 않는 수많은 개성을 가진 이들이 있을 텐데요, '퀴어'로 여겨지는 이들은 공기처럼 존재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 이들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장희의 어머니나 주변 인물들(혹은 친척들)의 말과 행동, 심지어 뒷담화까지도 이런 표준적인 잣대의 구속을 강하게 받은 상황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제게 이 이야기는 병원이라는 '성채'에 가까워지는 장희의 '짧지만 긴' 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삼촌이 머물고 있는 병원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호텔에 머물면서도 쉽게 만날 수 없던 상황이 생각납니다. 마치 장희의 망설임이나 두려움, 설레임 같은 감정들이 이런 정황에서 설정된 것만 같고요. 결국 화상통화로 상봉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억이라는 매개로 다시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15년(?)의 시간 동안 거의 잊고 있었던 삼촌과 다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로 '카메라'가 나온 것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오랜 기억을 다시 불러들이는 도구같이 느꼈습니다. 이것도 삼촌한테 받은 카메라이기도 하니까요. 특히 장희와 삼촌이 화상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어린 장희'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카드에 쓴 말 "언제든 우리 집에 또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어. 그 말이 나는 참 좋았고."(169)라는 대목이 참 좋았습니다. 의식적인 것인 것이 아니라 아이의 진심어린 마음이 담겨 있는 환대의 말을, 오랜 세월 간직하고 살았을 삼촌의 마음이 보이는 듯해서요. 주저앉게 된 사람을 다시 먼지 털고 일으키게 하는 힘은 바로 이런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장희가 고장난 카메라를 고치고나서 작동하는 것을 알게 되고, 장희는 카메라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 컷의 필름을 '나'의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리고 필름을 다 사용하여 되감기는 장면이 나와요. '나'의 어떤 모습이 찍혀있을지, 그리고 그 이전에는 어떤 기억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혹시 젊은 시절의 삼촌과 연인(?)의 모습이 남아 있을지도요. ^^
보통 귀에 쉽게 들어오는 소문은 믿기 쉽고, 그 소문의 사실을 확인하긴 어렵죠. 엄마의 말 한마디로 오해하고 산 세월도, 고장난걸로 믿고 있던 카메라도. 실상은 내가 얼마나 마음을 담고 노력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진짜가 보이기도, 보이지 않기도 하다는걸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삼촌이 마지막까지 애정을 가지고 마음속으로나마 노력하고 사랑했던 조카라서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던것 같아서 또 좋았습니다.
소설의 말미에, 코로나가 안정기여서 사회적 격리는 해제되었지만, 요양시설은 여전히 면회가 제한적이던 시절. 그래서 노인복지회관에서 빌린 노트북으로 화상면회를 하는 장면에서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그리고 알게된 장희 엄마의 이면을 알게되는 장면. 그렇게 화해를 하고 둘이 고장난 줄 알았던 카메라로 남은 사진들을 찍고 필름이 되감기는 카운트다운을 지켜보며, 마치 새해를 맞이하듯 새로운 시작으로 희망스레 마무리짓는 이야기가 뭉클했습니다. 다른 모양, 다른 마음이라고 오해하기 보다, 그 진심에 좀더 귀 기울여 살아내봐야 겠다 다짐 해봤습니다.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슬프면서도 따뜻했습니다. 오해와 편견 속에 쉽게 사회에 속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프면서도 장희와 진무 삼촌의 관계는 참 따뜻했습니다. 가끔 가족이 아니면 시큰둥해지는 사회적 관계가 되었는데 삼촌과 조카의 거리가 이처럼 가깝고 따뜻하다면 그 관계사이의 거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해와 편견이 아닌 서로에게 구원이 될 관계들이 늘어난다면 좋겠습니다.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자꾸만 울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찌르르하게 마음 한구석을 찌르다가도 이내 환하게 웃게 만드는, 감정의 폭을 자유자재로 흔들어대는 글이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실은 그런 삼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든 사람이 장희의 엄마가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더러운 병에 걸렸다"는 누군가에게도 던질 수 없는 원망의 화살은, 결국 가족인 장희에게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가족이란 그런 존재니까요. 장희에게 그렇게 상처를 남겼음에도 다른 누구보다 장희의 엄마가 계속 눈에 밟히는 건 역시 삼촌이 건넨 말들 때문인가봅니다.
아무래도 역시 카메라가 작동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누군가의 시간을 고스란히 의미하는 것 같아서,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고도하고, 추억이 되지않을만큼 익숙해진 세상이 더 이상 특별하지않아서 시간이 빨리간다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릴 적의 추억을 쥐고 살아가나봐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 추억들이 가장 선명할지도 모르겠어요.
5-1. 퀴어라든가 동성애에 대해, <오프닝 나이트>에서의 이물감같은 불편함 없이 편하게, 때로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오프닝 나이트를 이 글 읽은 후에 다시 읽을 정도였어요)) 삼촌과 장희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나에 대한 이야기와 엄마의 마음 등은 상상하며 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5-1. 장희-화자, 화자-삼촌, 삼촌-이영서의 위로의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고장난 줄 알았던 카메라가 우연찮게 켜지면서 재생되는 장면에서 환희를 느꼈습니다. 시대가 바뀌는 속도 보다 개개인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 느리다는 걸 대면할 때마다 좌절감을 맛봅니다. 세상이 변한들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일까요? 그래서 세상이 바뀌지 않아도 제 가장 가까운 사람 그대로를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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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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