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2-1. 깨진유리창을 언급하며 단정함을 강조하는 연수의 면접당시 대답이요
2-2. 감당할 수 있겠어 즉 도망감을 암시하는 현대인을 풍자한 거 같아서요
하나같이 단순 명료한 일들이었다. 무엇을 가늠해보거나 의심할 필요 없이 정해진 만큼만 일하고 정해진 만큼의 급여를 받았다. 아무것도 눈치챌 필요가 없었다. 연수는 그게 좋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51p, '너머의 세계' 안보윤 지음,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이다음에 벌어질 일들을 전부 알았다. 지난날 경험했던 일들이 순서대로 반복될 테지만 결국은 아무 일 없음으로 결론 날 것이었다. 오해로 인한 약간의 트러블로 인해 연수는 병가나 휴직 계를 낼 테고, ㅇ러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학교는 평화로워질 터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63p, '너머의 세계' 안보윤 지음, 안보윤 외 지음
피곤했다. 연수는 모든 게 다 지겹고 피로해 견딜 수가 없었다. 연수는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단순한 일상 속에 있고 싶었다. 그 당연한 일이 연수에게는 왜 그렇게 힘들었나.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64p, '너머의 세계' 안보윤 지음, 안보윤 외 지음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 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64p, '너머의 세계' 안보윤 지음, 안보윤 외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 3. 수상소감 & 작품론 & 인터뷰 ■■■■ 금요일부터 이틀 동안은 작품 관련한 글 세 편을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눕니다. 저는 수상 소감이나 인터뷰를 읽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요. 소설을 쓴 작가가 이 글을 어떻게 쓰게 됐는지, 쓰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당선되고 나서 어땠는지에 대해서 소감과 뒷 이야기를 읽으면 더 잘 알 수 있잖아요. 평론은 조금 어려울 때는 있지만, 제가 읽은 소설에 대해서 다른 이들이 정확하게 짚어내고 표현해낸 걸 읽을 때 반갑고 좋아요. 물론 저의 생각과 평론가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럴 때는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가는 게 재밌고요. 수상소감이나 인터뷰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엿볼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수상작품집에 실린 안보윤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완전한 사과’(2021년 김승옥문학상 수상)라는 작품도 읽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2일 동안, 같이 읽으면 더 좋을 안보윤 작가님의 인터뷰도 공유드려요. https://www.mk.co.kr/news/culture/10808152 이번에는 어떻게 읽으셨는지 묻는 질문 하나만 드려요. 편하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3-1.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지점 등을 적어주세요.
행복해지려고 소설을 썼다. 작품에서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집중을 하던 때가 있었다.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질문에 빨려들어간다 라는 것들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현대문학 대상받은 작품도 읽어 볼께요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 질문이 어느 날 문득,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 라는 질문으로 조금씩 틀어졌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90, 안보윤 외 지음
한글 낱자들을 연이어 붙이면 글자가 되고, 그 글자들을 소리 내 읽으면 세계가 시작됩니다. 말과 소리를 수줍게 싸서 누군가에게 건네면 관계가 시작되고, 주렁주렁 얽힌 무수한 타래를 박제시키면 역사가 됩니다. 글자를 몇 개 조합하는 것만으로 와락 일어서는 세계란 얼마나 매혹적인지요. 그러나 그 세계는 끈질기게 이어 붙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붕괴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67 | 수상소감_문장의 무게, 안보윤 외 지음
여기서 소설은 애도의 두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승규 엄마가 그랬듯, 타자의 상실을 내 안에 삼킴으로써 그를 추억하며 남은 삶을 사는 방식. 혹은 타자를 자신의 서사 안에 가두기를 두려워하며 자기 몫의 윤리적 책임을 지속하는 방식. ‘나’는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이제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사람의 얼굴, “비리고 물컹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표정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윤리적 인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름의 ‘애도의 방식’으로 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에 도달한 소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79 | 작품론_이지은, 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 안보윤 외 지음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 질문이 어느 날 문득,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 라는 질문으로 조금씩 틀어졌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90 | 인터뷰_김유태, 잘 여문 이야기의 공을 굴리는 마음, 안보윤 외 지음
3-1.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람. 둘은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라는 질문이 좀 더 와닿게 느껴지네요. 글자가 단어, 문장을 넘어 세계가 시작된다는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편의 작품으로 만난 작가님의 세계는 온전히 감당하기엔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서 매혹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작품에서 만나게 될 ‘안보윤의 세계’가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작품들 정말 잘 읽었어요~!
<애도의 방식>을 읽으면서 '비리고 물컹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표정'이라는 표현이 인상깊었습니다. 작품론을 읽으면서 비리고 물컹한 것을 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동주라는 말에 '아, 그렇구나. 작가가 하는 표현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표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작가 인터뷰를 보니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가 실려있었습니다. 동주와 승규 엄마의 마음을 그리기 위해 작가가 특별히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한거더라고요. 작품론과 작가인터뷰를 본 뒤 다시 보는 소설은 더 깊게, 더 깊은만큼 더 아프고 저리게 다가왔습니다. 작가 인터뷰에서 계속 쓰는 게 맞는 걸까 싶어 다른 일을 알아보기도 하셨다고 했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써주셔서, 그렇게 써주신 덕분에 작가님의 소설에 저에게 와닿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안보윤 작가님의 수상소감과 인터뷰는 제 나름으로는 긴장을 낮추고 편하게 술술 읽었고, 소설을 쓰게 된 계기와 계속 쓰게 된 계기 모두 특이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또 소설에 바로 붙은 작품론을 읽으니까 더욱 기억에 남는 튼실한 독서가 되었는데요. 특히 제가 읽으면서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동주의 '서늘한 면'과 평론가가 깨우쳐준 '애도'라는 단어의 복잡다단한 의미(이해도는 떨어지지만 ㅜㅜ 프로이트와 데리다를 연상케 하는)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그럼에도 죽어 누워 있는 승규 옆에서 "앞? 뒤?"라고 되뇌는 '나'의 중얼거림은 서늘한 데가 있다. 이렇게 의심의 눈으로 다시 읽어보면 "웃는 얼굴"의 주어가 감추어져 있다는 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이지은. 작품론_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 p76, 안보윤 외 지음
정신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 이때 죽은 이와의 분리는 공유했던 기억을 내면화하고, 죽은 이를 향했던 사랑의 에너지를 거두어 새로운 대상에 쏟음으로써 가능해진다. <...> 소설은 애도의 두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승규 엄마가 그랬듯, 타자의 상실을 내 안에 삼킴으로써 그를 추억하며 남은 삶을 사는 방식. 혹은 타자를 자신의 서사 안에 가두기를 두려워하며 자기 몫의 윤리적 책임을 지속하는 방식. <...> 이 윤리적 인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름의 '애도의 방식'으로 복수(復讐)와 애도, 그리고 복수(複數)의 애도에 도달한 소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이지은. 작품론_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 p76, 79, 안보윤 외 지음
결국 '나'에게 승규의 책임을 물으려는 쪽도, 그 반다로 그 책임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쪽도, 모두 승규의 죽음이 아닌 '나'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이 사건의 과정은 필요없고 오로지 결과만을 지충하는 이 사회에 대해서 다시 묻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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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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