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황빛 광택제를 바른 첼로의 울림통 안으로 들어선 기분이랄까. 결과 빛깔이 다른 목재들이 실내를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서 있는 기둥은 약간 붉은빛이 돌았고, 복도 끝에 있는 계단 목재는 사막의 모래처럼 옅은 황색이었다. 서늘한 공기에선 적당한 농도의 풀 냄새가 났다. ”
9-2.
278p “오라질, 갑시다, 똥 누러.”
288p 팬티를 갈아입는 인간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 뫼르소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자신에게 그런 판결을 내린 자들이 팬티를 갈아입는 인간이란 사실에 치를 떤다고 했다.
292p 이응을 자세히 보면 동그라미 위에 꼭지가 달려 있는데, 그게 훈민정음에 있던 ‘옛이응’이라고 했다. 지금은 사라진 그 발음을 다시 살려내서 ㅇ과 ㅎ 사이의 소리를 사람들에게 찾아준 거라고.
296p 내 몸이나 감각에 몰두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잊게 해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느리고 모호한 쾌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전문학 서가에 앉아 책을 통해 누군가의 느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306p 나는 내 욕구를 설계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세상에는 어떻게 그 많은 불행이 계획되어 있는 걸까.
독서의흔적
“ 왜 목소리에는 주름이 있을까. 내 얼굴에 닿던 할머니의 손과 그 감촉. 하도 떠올리다 보니 맛도 느껴졌다. 칼칼한 고춧가루 향, 물엿처럼 달고 끈적거리는 온기, 고사리나물처럼 쓴맛이 맴도는 할머니의 당부. 보리야,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307p,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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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그대와
9-2.
p.296 다만 나는 정해진 단계에 따라 쾌감을 체 험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이나 감각에 몰두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잊게 해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느리고 모호한 쾌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전문학 서가에 앉아 책을 통해 누군가의 느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글로 쓰고, 종이에 인쇄된 인간의 욕구가 나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을 만큼만 생생했고, 그렇기에 안전하게 나를 열 수 있었다.
p.298 할머니는 이응이 발달하는 만큼 의학 기술도 좋아져 개의 수명이 늘어날 거라고 했다. 할머니는 뭐든 다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좋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줘야 한다고.
p.306 나는 내 욕구를 설계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세상에는 어떻게 그 많은 불행이 계획되어 있는 걸까.
솔로몽북스
이름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을까. 어떤이름이든 나무 스스로 지은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75,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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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9-3.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이효석문학상 수상작들만의 관통하는 키워드, 전체적인 방향성은 어떤 것이라고 느껴지시나요?
bookulove
9-3.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전체적으로 지금까지의 수상작들이 어떤 분위기나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작품집의 작품들을 쭉 돌아봤을 때 ‘사람’과 ‘이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어요. 수상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의 인물들은 모두 어디선가 한 번쯤은 지나쳤을 것 같이 생생하게 그려졌고, 그래서 읽는 동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보듬어주고 싶어지더라고요.
또 단편들 속 인물들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작은 일탈을 감행하지만 결국에는 현실에 매여 있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현실’이라는 키워드도 추가하고 싶네요.
Adler
p.324
'우리는 사회적 현실의 흐름에 스스로를 지탱하고 저항하는 힘을 상실해가고 있다. 문학적인 반성과 그에 따른 변화의 시도마저도 어쩌면 하나의 사회적 원자로서의 작용-반작용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적인 의심도 하게 된다.'
저는 저항과 회의적 의심이 수상작들의 키워드와 방향성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회피하고 싶은 주제들, 하지만 직면해야만 하는 주제들이 현실에 있을법한 사건들과 조합되면서 사회적 문제들을 상기시키고, 저항하게끔 하는 요소들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단편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경서재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은 개별적으로 살아있었다. 살아 남은 승주, 학교를 떠난 연수, 날선 재아, 다가가는 장희, 할머니를 기억하는 나, 우유니로 떠나는 은재, 조옥을 기억하는 성자, 레인코트를 끌어안는 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나아간다. 그들의 방향에는 정답이 없다. 잃어버린 것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것에서, 그리운 것에서 머물지 않는 듯 보인다. 정지한 것 같은, 뒷걸음질 치는 것 같은 인생도 실은 다방면으로 뻗어 나아가는 것 아닌가? 한 가지 길이 아니라 다행이다.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다. 길을 선택한 것 만으로 큰 용기이며 삶의 또 다른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Henry
제가 느낀 키워드는 "회귀" 혹은 "회복"이다 싶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와서 일지도 모르겠으나, 작품들 여기저기 에서 읽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지니
9-3. 대체로 소설, 특히 단편소설이 그렇지만 소외된, 사회에서 외면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듯 합니다. 다만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그러지 않은 듯 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심사평에 언급된 '삶의 관성'의 측면에서 소설들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신이나
가까이있는 사람들의 귀기울여 듣지는 않았던 이야기를 모았다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래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감사히 느낄 수 있었어요.
오늘도
저 역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수상작 모두를 아우르는 키워드나 방향성은 잘 모르겠지만 다름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힘입어 용기내어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소설 속에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문학상마다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겠구나 생각하니 앞으로 다른 문학상 수상작을 대할 때도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나 방향성을 생각하면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서쪽으로
9-3. 이 질문을 읽고 이제까지 적어놓은 글들을 주욱 흝어보았는데 제가 찾은 키워드는 '자신과의 조우'였습니다. 그런데 모든 소설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작품 제목 중 '너머'라는 단어가 두 번 나오는데 이것 또한 키워드로 생각되었습니다. 한 세계를 넘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인물들, 그들이 현재 매몰되어 살고있는 세계에서 비로소 벗어나 그 '너머'를 바라보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도 대부분의 소설이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이번 수상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더 구체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짜
이효석 문학상의 키워드는 현재가 아닐까 싶어요. 단편들은 지금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나 관심사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도, 그것을 소설, 문학으로 잘 감싸 안은 모양새로 느껴졌습니다.
메이플레이
9-3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모든 단편을 다 읽고 떠오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 권위의식, 편견, 차별 등 악한 본성을 보여주는 가운데 선한 본능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억압된 본능을 해소할 수 있는 것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siouxsie
9-3. 관통하는 키워드는 잘 모르겠지만, 작품들의 내용과 형식이 굉장히 다양해서 읽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시작 부분에선 끊임없이 당황하며 읽었습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 과거와는 다르게 느끼고 행동하는 인문들에서 현재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 쓰다 보니 키워드가 생겼네요.
'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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