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8-3.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조옥이요 순수함이 남아 있어서
8-4. 백화점은 화려함 속 허전함이 공존하는 곳인데 그걸 잘 표현해주셨네요
구덩이라는 존재 때문에 계속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생각중이에요..
그런데 모두 동네에 구덩이 하나 쯤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게, 서울뿐 아니라 제 유청년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역의 어딘가에는 항상 완성되지 않은 공사 구역이 있었고, 그곳에서 무엇을 만들고 세울지 시민으로서 자세히 공유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일들이 지나가고,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진 이무기'는 이제는 없는 백화점처럼, 그러나 백화점보다 좀 더 모호하고 신비로운 형태로 존재하는 신화적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공 성자는 백화점에서 일하며 구덩이, 조옥, 가족, 이무기 등 손에 잡히거나 잡히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죠. 쓸쓸하고 아름다운... 도깨비같은 시간이랄지. :) <북명 너머에서>와 이효석문학상 수상집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올해 마지막으로 <북명>을 정독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소설과 함께, 그리고 각자의 북명 안에서 즐거운 시간과 또 연말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9. 기수상작가 자선작 & 심사평 (3일) ■■■■ 여러분,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우리의 북클럽도 마무리를 향해 가는데요. 앞으로 3일 동안은 2022년 대상 수상작가인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 읽고 심사평까지 함께 읽어봅니다. 이제 이 작품까지 읽으면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작품을 다 읽게 되어요. 이미 진작에 완독한 분들도 계시죠? 한 달 동안 여러 스타일의 단편들을 만나며 다양한 세계를 함께 했는데요, 완독한 여러분에게 축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을 읽고나서 생각나는 키워드나 방향성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특별 질문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올해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에서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이효석 선생은 젊은 문학으로 지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서정과 현실의식을 겸비한 문학인이었다. 이효석 정신과 더불어 이 나라의 문학이 더 풍요롭고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었는데요, 이렇게 ‘서정과 현실의식’처럼 여러분만의 키워드를 적어주셔도 좋아요. 편하고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기수상작가 자선작인 김멜라 작가의 <이응이응>을 읽기 전에, 그럼 예년 수상작품들이 궁금해서 뒤적이다 보니 책의 뒷날개에 년도별(회별) 수상작품과 작가들이 나와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하나같이 소중하고 대단한 작가들이라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래서 언급하신 '이효석 정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문학이 세상에 행하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9-1. 이 단편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지점 등을 적어주세요.
9-1. 독특한 작품이었어요. ‘이응’이 의미하는 바가 여러 가지인 것 같은데, 특히 할머니가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죽음으로 흘러가는 삶,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어 가는 삶, 마지막엔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것이 죽음이라는 말. ‘이응’과 죽음을 연결 짓는 게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ㅎㅎ
미래에는 있을 법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성욕을 위해 연애하고 결혼하는 일을 벗어나게 해주는 '이응' 이란 기계의 출현.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성간의 사랑은 성욕을 위한 사랑이라 규정하고, 동성간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처럼 '이응' 을 통해 단순히 성욕을 위한 만남이 불필요해지는 사회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단순 성욕이 모티브가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할머니와 보리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성욕을 넘어 과거의 회상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느꼈습니다.
읽긴했는데 너무 어려웠어요. 이해가 잘 안되더라구요.
욕구를 기계로 해결할 수 있는 미래에도 누군가는 피부를 맞대어 서로를 안는 것을 원할 것이다.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이니까... 할머니와 강아지를 그리워하는 주인공에게 이응이 데려다주는 감정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단편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내용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레인코트'는 무슨 색을 떠올리는 닉네임일까 저 역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할머니와 보리차차, 레인코트와 우유수염, 이응과 컬러볼... 친근한 듯 낯선 말과 행동들이 혼재되어 정신없이 이야기가 굴러갑니다. 무릎을 가슴팍까지 끌어올려서 굴러가는 속도를 높일 수도 있고요. 근미래의 성의 자유를 이룬 첨단기술의 보편화를 이루어낸 '이응'이라는 묘한 장치를 앞세운 듯 하지만, 어쩌면 애틋한 할머니와 보리차차에 대한 기억에 오히려 침잠하는 모습에 어쩌면 이응은 매거핀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읽고 났는데도, 읽었다기 보다는 체험한 듯 오감이 자극되는 읽기였습니다.
9-1. 이색적이고 미래적 상상력이 결합된 신선한 소대라 sf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지만 조금은 어려웠습니다. 아니 어렵다기보다는 아직 이응으로 표현된 감각, 행동, 묘사들을 직접 맞대면하지 못한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내용을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고나 할까요.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한 게 이 소설에서 가장 큰 소득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9-1 앞선 소설들이 현실을 관통하는 작품이었다면 <이응이응>은 SF장르이면서도 '이응'이 뜻하는 중의적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할머니와 보리차차가 따뜻하게 기억에 남고 첨단기술로 성적욕구를 해결하는 설정이 신기했습니다 성욕해소에도 스토리가 첨가되는 모습에서 인간은 스토리의 영향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뭔가 오묘하면서도 여러색깔들이 보이는 신선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응 이응이 뭘까? 카톡으로 대화할 때 쓰는 'ㅇㅇ' 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예상한 것과 너무 달라서 놀랐네요. 엄마가 아닌 할머니와 손녀가 '이응'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도 특별한 설정같고, '위옹'이라는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들도 새롭네요.
9-1. <이응 이응> 인간의 성욕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이응'이라는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고, 정체가 하나씩 밝혀지면서는 현재의 서사와 함께 앞에서 할머니가 어떤 식으로 이응을 사용했는지 떠올리며 읽게 되어 머릿속에서 두 갈래의 독서가 이루어진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때는 알지 못했으나 지금 정리하면서 생각하니 그렇네요~ 다른 작품도 물론 그런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이응'은 실재하지 않은 기계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되는 것 같아요) '이응'의 조작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인간의 욕구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것인지, 얼마나 섬세하고 까다로운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강아지 보리차차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은 같은 동물인 인간의 부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절제이든 집착이든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든 간에..)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서로를 위로해주는 포옹과 섹스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묻고, 사람들이 동물이라는 정체성을 기억한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해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성욕을 대하는 태도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요. (아, 점점 오독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네요. )
내가 제대로 읽고 있나? 한번씩 돌아가서 다시 읽어야 했어요. 읽으면서 멋진 신세계 생각도 나고 마침 어제 랩걸을 읽었어서 옥수수 부분도 친밀하게 읽었습니다. 카뮈의 팬티 이야기를 최근에 여기저기서 수근수근 들었는데 이 단편을 읽고나니 이방인도 빠르게 읽어봐야할 것 같네요. 미래에 내 욕구를 기계로 만족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아마 나 역시도 새근거리는 고양이 숨소리나, 내 손을 잡아주던 내 아이의 고사리 손길을 더 원하고 그리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9-1 책을 읽는 순간순간 궁금증으로 단숨에 읽게 되었네요. 이응이라는 것을 통해 그동안 숨겨둔 성욕이 본능인 면을 넘어 유용함 점으로 인정하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듯하면서도 여전히 이게 가능할까 싶은 의심이 여전히 남네요. 그래서 더 솔짓하게 읽어 내려간것 같아요.
9-1. 이것도 SF 장르에 속하나요? ㅎㅎ 새롭고 가장 통통 튀는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응이 뭔지 모르다가 점점 '혼자 즐기는 ㅅㅅㅁㅅ'이란 걸 알고, 그걸로 인해 미약하나마 인류가 평화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며 끄덕끄덕했습니다. 슙. 호. 같은 감탄사도 귀여우면서 그것이 표현해 내고자 하는 느낌이 잘 전달 됐고요. ㅇㅣㅇ을 눈이라고 생각하는 화자도 참 귀여웠습니다. ^^ 마지막에 육체적 만족감 보다는 고전 문학이 더 좋다는 화자가 결국 이응에서 다채로운 육체적 감각 체험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것을 보며 순간적으로 느끼는 절정은 천천히 느리게 도달하는 지적체험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짜릿하기 때문에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이란 점도 다가 왔고요. 우열을 가리자는 게 아니라 어느 것 하나 버릴 건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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