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어요. 왜죠?
모든 것에 다 기억이 있어서요.
어떤 기억입니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숲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할머니를 버리러. 어쩌면 아빠도 버리러. 가다가 자작나무 숲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한 껍질 한 껍질 벗으면서도 맨몸이 되지 않는 나무들의 숲. 환한 나무들의 숲. 그런 숲에 이르면 나는 마침내 물을지도 모른다. 뭐가 그렇게 탔어, 뭐가 그렇게 애타게 자작자작 힘들었어, 할머니.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으므로. 그러나, 다시 궁금해진다. 죽은 사람은 과연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03-204, 안보윤 외 지음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