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늘 그룹의 성격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꾸는 편이에요. 조용한 그룹 사이에선 조용하게, 떠들썩한 그룹 사이에선 최대한 들뜬 모습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조용히 생각하며 타인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들뜬 모습을 유지해야할때는 피로감을 느끼는 편이에요. 어렸을때와는 달리 최대한 둥근 마음으로 모두를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B. 굳이 골라야한다면 호경이요. 마음을 꿰뚫어보는듯한 호경이 앞에 있다면 조금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이 사람이 나를 재고 따지지는 않겠구나...하고 안심하며 적당히 분위기에 맞춰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많고 많은 동물 중에 왜 하필 늑대야?" 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독서의흔적
지니
A. 나이를 먹어가며 내가 자존감이 낮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모임에 따라 자존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변하더라구요. 변화하는 자존감 크기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재아가 저와 비슷하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자존감 크기가 평균 치(?)여서 비교적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행동했을 때는 덜 그런데, 작거나 커서 그에 따라 소위 비굴하게 또는 허영적으로 행동했을 때는 둘다 집에 돌아오는 길 그랬던 자신이 싫어 뒷맛이 좋진 않았어요.
B.흠.. 없네요. 극내향의 성격이라 등장인물들 모두 만나면 너무 버거울 거 같네요;;;
이짜
오반장과 술 한잔 하고 싶네여. 수많은 인간군상과, 경험들을 술 한잔에 안주 삼아 밤새 이야기 듣고 싶은 사람이에요. 오히려 재아나 현오는 재미가 없을것 같아요. 인간 사이에 가장 중요한건 진실된 자세인데, 그들은 서로에게만 그것을 허락 하는것 같아서요. 곁을 쉽게 내주는 사람 옆에서 다정함을 느끼는 편이라 저는 오반장하고 술한잔 하고 싶습니다.
거북별85
4-3
A: 저도 밤에 이불킥을 면하고 싶어서 첨에는 분위기 보고 말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다지 대화를 능수능란하게 이끄는 편도 아니고 흑역사는 오랫동안 저를 괴롭히니까요....
일반적인 모임에서는 특히 더 주변 상황을 보는 편인데(센스없다는 핀잔을 피하고 싶어서) 그래도 독서모임에서는 원래 모습과 비슷하게 대화하는 편입니다. 일반적인 모임에서 독서모임에서 쓰는 듯한 어휘와 문장을 쓰다가는 왠지 저도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같은 느낌의 부류로 취급될까봐....
하지만 모임에 갔는데 오반장 같은 분이 계시면 왠지 전 조용히 잠수타고 사라질거 같아요.....ㅜㅜ
B: 좀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이지만 현오나 재아와 가볍게 차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뒤에서 저 험담 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미술상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으니 좀 고루하더라도 여러 지식들을 접하고 싶네요. 다른 분들도 좋지만 처음에 접하기에는 좀 낯가릴거 같아서...
스마일씨
4-3
A. 그런 경우는 대부분 있지 않을까요? 모임원들의 성격 따라 대화 주제가 달라질테고 걸맞는 태도를 보이겠죠. 저도 제가 아는 걸 떠들어대는 걸 좋아해서 말하고 나면 너무 나자신을 드러낸 것 같아 후회도 가끔 합니다.
B. 죄다들 제 취향이 아니어서 딱히 없지만 기호, 오반장 만나서 타지생활 경험담 듣고 싶어요! 차 말고 술 마시며. ㅎ
스텔라S2
A. 저는 주로 사람에게 맞추는 편이라, 사람마다 그 사람을 대하는 제 태도도 달라져요. 다 함께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장난치기 바쁘고, 누군가한테는 차분하게 얘기하고요. 하지만 개인적인 친목모임을 하는데 그곳에서의 일화를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그 곳애서의 저를 전혀 상상할 수 없다고 얘기해요. 저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편인데, 모임에서는 제가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챙기는 편이라서요.
siouxsie
4-3.
A. 그룹에 따라 행동 양상이 달라지는 게 인간의 본성 아니었나요?! ㅎㅎㅎ
직업상 사람들 앞에 서야 할 때가 많아 그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한 후에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공적인 제 모습을 보면서 가증스럽다고 치를 떱니다.
B. 모두가 흥미로운 캐릭터지만 그 누구와도 제 취향과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꼭 (재수없는) 재아 같네요. ㅎㅎ
ICE9
A. 장소나 그룹의 성격에 영향을 아주 많이 받습니다. ^^ 저는 그걸 저의 '천박함'이라고 정의합니다. ㅋ 하지만 저의 표정이나 말투가 '진지해 보인다'는 이유로 저의 말과 행동에 이중의 장막이 쳐진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주관이 부족해지기 일수입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면서도(들키지 않게), 유쾌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가벼움'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B. 저는 오 반장과 호경이 흥미롭습니다. 오 반장의 무대포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그의 서글서글해보이고 사람과 쉽게 섞이는 성격을 배우고 싶은데요. 그리고 호경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여러 가지 리액션들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술 한잔 하면서 호경의 늑대소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요가 워크샵 조명이 꺼졌을 때, 늑대 소리를 낼 때 기분이 어땠냐고, 그리고 동물이 되어 요가 원 바닥을 뒹굴 때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어보고 싶네요. ^^
매일그대와
4-3.
A. 그룹에 따라 어느 정도 말과 행동을 달리하는 것을 처세라 생각해서 꼿꼿하게 한결같이 행동했던 때도 있었습니다만 요즘엔 어느 정도의 변화는 소통을 돕는 주파수라고 생각해서 아주 변화무쌍까진 아니어도 조금씩 패를 다르게 쥐어보긴 합니다. 그러다보면 주파수가 안 맞는 난청지역이 있게 마련이고 그 난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여부는 자리와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더라고요.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보다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으로 많이 바뀐 건 나이 덕분일까, 나이 때문일까, 그냥 내가 그런 걸까. 종종, 곰곰 짚어보긴 합니다. :)
B. 오래 앉아 혹은 종종 그렇게 함께 술이나 차를 나누고 싶은 사 람은 없었어요. 다만 어쩌다 한 번쯤 누가 부른 자리에서 만나더라도 자리가 파할 때까진 함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송기호입니다. 그의 청춘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궁금해서요. 나와 꽤 닮았을 것 같다고 생각들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선택]
4-4. 강보라 작가에게 한 마디
솔로몽북스
초반에는 스토리 중심으로 가다가 후반부 짦게 재아의 작은 모험에 대해 글이 마무리 됩니다. 초반에 스토리를 길게 쓰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현제 시점에서 재아의 그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더 좋았어서 그 부분이 좀더 길게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네요. 잘보았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강보라
재아의 현재에 해당하는 후반부는 완성된 소설에 일종의 ‘태그(tag)’를 다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요가 장면에서 그대로 이야기를 끝낼 수는 없었느냐’며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독자님처럼 후반부가 좀 더 이어지길 바라는 경우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실은 무척 반갑기도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태그’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거든요. 이 짧은 후일담을 통해 주제의식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언뜻 분명해 보였던 재아의 입장을 오히려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독자들의 생각이 여러 방향으로 자유롭게 뻗어가기를 바랐다고 할까요? :)
bookulove
오 저는 요가 장면에서 끝나지 않고 후반부에서 재아와 호경이 만나는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독자마다 의견이 다양하군요 ㅎㅎ 작가님께 이 ‘태그’가 중요한 부분이었다니 꼭 필요한 장면이었네요.
bookulove
4-4.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부부 작가시라는 걸 알게 되어 신기했어요. 서로가 쓰는 글의 첫 독자가 되고 동시에 든든한 동료가 된다는 건 엄청난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 나올 작가님의 글들도 기대 됩니다 ㅎㅎ
Q. ‘아무런 맥락이 느껴지지 않는, 텅 빈, 이해 불가능한 어떤 것’을 드러내는 그림으로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을 특별히 떠올리시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강보라
앗, 인터뷰도 찾아보셨군요! 지금 막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출근했는데, 독자님에게 응원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납니다. 오늘은 반드시 목표량을 채우고 돌아가야겠어요.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을 떠올린 계기에 대해 말하려면 다소 길고 지루한 설명이 필요한데요. 최대한 짧고 지루하지 않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저서 <구별짓기>에서 출신, 계급, 학력 등에 의해 개인의 문화적 취향이 결정된다고 주장했는데요. 1979년에 출간된 이 책에는 프랑스의 국립조사기관에서 실시한 다양한 문화 취향 조사 결과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그중 ‘다음을 주제로 찍은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라는 질문이 있는데 그에 대한 여러 보기 중 하나가 바로 ‘뱀’과 ‘양배추’입니다. 이 두 가지 피사체에 대해 상류계급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민중계급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말 그대로 뱀 사진 혹은 양배추 사진이 전달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 것이지요. 반면 상류계급은 자기들이 '대상을 미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생소한 피사체에 일단 '흥미를 느끼는 척' 하는 것이고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 역시 민중계급의 반응에 마음이 기울었고,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이를 상류계급의 속물적 취향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맥락이 느껴지지 않는, 텅 빈, 이해 불가능한 어떤 것'을 대표하는 일종의 기호로서요.
bookulove
부르디외라는 학자는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런 문화 취향 조사가 있었군요 ㅎㅎ 상류계급과 민중계급의 답변이 확연하게 갈리며 가식과 솔직함이 교차되는 게 매우 흥미롭네요. 작가님 덕분에 뱀과 양배추라는 숨겨진 장치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 감사합니다 ㅎㅎ
강보라
제목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은 처음이어서 저도 기쁜 마음으로 답변했습니다. 제 머릿속에만 있던 구구절절한 뒷이야기인데, 덕분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갖게 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거북별85
저도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에서 나오다니 신기하네요. 상류사회가 자기들이 대상을 미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생소한 피사체에 일단 흥미를 느끼는 척 한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가끔 이렇게 생각지 않던 사실들이나 연구내용이 소설 속 장치로 나와도 재미있네요.
작가님의 귀한 설명 덕에 퍼즐 여러조각이 맞춰진듯 합니다.
스마일씨
작가님 답변을 들으니 확 이해가 되네요. 뱀과 양배추가 무슨 상관이람 이랬거든요.
오늘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강보라 작가님의 소설을 읽게돼 감사합니다. 호경이 건넨 그림에 '뱀'과 '양배추'가 나오는데 특별히 이 둘을 호경이 선물한 그림 속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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