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3-1. 수상소감, 작품론, 인터뷰 모두 소설과 작가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일 인상깊었던 건 작품론에서 '애도'에 대해 쓴 부분이예요. 작품을 읽고 작품론을 읽기까지 공백기가 꽤 길게 있었는데 소설 내용을 애도의 관점으로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정신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실감의 비해 속에 함몰되지 않고 남은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76p, '복수와 애도, 복수의 애도', 안보윤 외 지음
이지은 평론가의 언급을 읽고, 막연히 떠올린 '애도'란 말을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다가오는 인상이 제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방식하고 정반대였어요. 정신분석학이 아니라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애도'의 한 가지로, 식인 문화의 사례가 기억이 났거든요. 사망한 가족의 신체를 먹거나 태운 재를 마심으로써 사랑하는 존재를 내 안으로 들여오는 행위로 사랑의 한 가지 발로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대와 내가 하나 됨을 받아들이는 애도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은 평론가의 정신분석학적 '애도'가 소설에 언급된 두 가지 방식의 애도와는 조금 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상실을 자신 안으로 삼키던 승규 엄마의 '애도'방식은, 인류학자가 말한 '애도'의 방식과 더 결이 맞다고 느꼈습니다. 또 다른 애도의 방식으로 동주의 애도가 있었는데요, 제겐 돟주의 애도 방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어렵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동주와 승규의 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였던 까닭이죠. 앞서서 소설의 감상을 적을 때 생각해보면서 동주의 안부가 궁금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런 관계에서 동주의 애도가 가능할까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동주가 겪었을 법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고통을 치유할 틈도 없이 진실을 억눌러야만 했던 동주였으니까요. 더군다나 부모님을 비롯해서 주변의 어른들은 아무도 동주를 둘러싼 진실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동주가 윤리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면, 글세요. 동주에게 애도란 애초에 가능한 일일까 더욱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애초에 강제적으로 중단되어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같에가 불가능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주의 애도는 무한히 발산하는 특이점을 향하고 있는 모습 같아 보였습니다.
서로 다른 마음과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의 시선이 테이블에서 교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88p,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중에서, 안보윤 외 지음
동주가 학폭의 피해자였는데, 가해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우발적 사고가 의미심장한 사건처럼 보이는 양상을 띠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의심받는 상황. 여기에 가해자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진실을 부정해야 했을 동주의 입장이 참 기가 막히고 답답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작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게 된 셈인데 말이죠. 소설을 읽을 때 인터뷰에서 작가님이 고민하셨던 이 부분(으깬 함박스테이크가 나온 장면)이 뭔가 목에 걸린 것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동주에게 끊임없이 찾아오는 트라우마는 돈가스 집을 하던 동주네의 기억때문에 터미널 찻집이자 식당에서 돈가스를 팔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부분에 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동주 역시 상처를 갖고 있구나 싶었네요. 작가님의 고민과 설명에 좀 더 이해가 되었습니다.
"승규 엄마에게 승규의 죽음이 이별의 시작이라면, '나'에게 그것은 '나'와 승규 사이의 또 다른 관계의 시작이다." 죽음이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는 평론가님의 해석이 더해지니 작품이 지닌 무게가 더욱 와닿습니다. 매 순간 필사적으로 자기 몫의 윤리적 책임에 충실한 동주를 마음속에 오래 품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나'에게 승규 죽음의 책임을 물으려는 쪽도, 반대로 그 책임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쪽도, 모두 승규의 죽음이 아닌 '나'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 '나'의 진실이란 무엇일까. p73
3-1 시의적절하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버리거나, 퇴색해버린다는 의미도 되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면 또 다른 문제와 교묘하게 얽히고, 많은 경우 같은 문제가 더 진화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어요. p89
발뒤꿈치에서 밀려 나온 검은 때를 보고 있었다. 내게 있어 소설이란 것은 검은 때와 같았다. 한 꺼풀 벗겨놓으면 냄새나는 한 웅큼에 불과한데도 내 온몸에 끈질기게 달라붙은 검은 때 말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 안보윤 외 지음
3-1 작가님의 소설이 질문의 형태여서 소설 속에 많은 질문들을 심어놓으셨다는 말씀이 인상깊네요. 생각해보니 소설을 읽으며 제 스스로에게 왜..? 라는 질문을 많이 던져가며 읽은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눈 돌리려 하지 않는 노력에서 나온 현실에 대한 고민들이 소설에 많이 투영된 것 같습니다. 이지은 평론가님의 <애도의 방식>작품론에서 동주가 승규가 건물에서 떨어진 후,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동전을 발견하고 주운 후 말한 부분을 여러 번 읽었어요. 웃는 얼굴과 서늘함이 동시에 느껴지더라고요. 이 부분의 해석이 좋았습니다.
시의적절한 소재라는 건 좋은 말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의적절하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버리거나, 퇴색해버린다는 의미도 되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면 또 다른 문제와 교묘하게 얽히고 많은 경우 같은 문제가 더 진화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89p, 안보윤 외 지음
3-1. 동주의 심리 상태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작가분의 말에서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장르는 모르겠지만, 소설에서 인물의 감정상태를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후져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거든요. 느끼는 건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눈 돌리고 싶어하는 ‘괴로운’ 현실 소재를 깊이있고 정교하게 다루어 주시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보통 자신에게 닥치지 않으면 학폭, 사이비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가볍게 이슈화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진정성을 담아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 동안 안보윤 작가님을 몰랐던 것, 작가님이 겪으셨을 외로움, 저의 책 친구들에게 널리널리 알리겠습니다~!
3-1. 우선, <완전한 사과>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그리고 쓰고 계신 소설들이 질문의 형태이며, 가능한 한 현실에서 눈 돌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말씀이 저를 환기시켜주었습니다. 작가님의 골방에서 나올 아직 쓰여지지 않은 다른 면의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나는 작품을 읽을 때 목차를 읽지 않는다. 읽고 나서 정말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뒤에 평론 혹은 역자의 말도 잘 읽지 않는다. 내가 몇 일 짧게는 몇 시간을 공들여 읽고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정리한 세상들이 그들이 잘 정리해 놓은 논리 앞에서 그들의 생각이 내 생각인양 너무 빨리 흡수되고 교체되기 때문이다. 내가 충분히 정리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야 그런 글들을 읽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믐북클럽을 통해 읽고 있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있다. 구성도 작품이 이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중간에 수상소감과 작품론, 인터뷰가 있다. 짧은 수상소감과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조금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아- 그런 마음으로 이런 문장을 썼구나.' 작가의 마음을 읽는 것이 나에게는 책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한 것 같다. 그래서 좋았다.
제 안의 골방의 감각은... 제가 누군가의 뒤통수를 계속 보고 있는 느낌이예요. 하나의 한정된 공간이라기보다 이 사람이 책상에 있기도 하고 걸어갈 때도 있고 일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계속 지켜보고만 있달까요. 이 사람이 보고 느끼는 것을 가까스로 훔쳐보면서요." (인터뷰 중) p96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너구리님 1등....짞짝
ㅎㅎㅎ 앱이 아니라 사이트에 들어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데... 노력 중 이예요. 이번에는 꼭 북클럽 기간 동안 완독해보려고요. ^^
3-1. 무의식적인 무관심이 수상소감에서 시사하는 거 같아요
2-1. 처음엔 단순히 청소를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왜 제 마음이 무거워졌는지 명확하게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ㅜ 다만 이 무거움은 저에게 어떤 불편과 불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해 깊고 오래도록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치 달궈진 뜨거운 돌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아마 이 돌이 식을 때까지 이 돌이 어디서 왔고 왜 이렇게 뜨거워졌으며 이 돌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생각해야만 할 것입니다. 또한 이것이 문학을 통해 우리가 얻고 숙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다른 분들에게도 저와 같은 돌이 생기셨다면, 제가 아직 아무것도 정의하지 못한 이 돌에 대해 고견을 얹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2. 45. 처음엔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연수는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모든 것을 비밀로 했다. 작은 현판이 붙은 교실을 떠올릴 때마다 구토와 어지럼증이 솟는다는 걸,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호흡이 가빠진다는 걸, 교탁 앞에 서면 시야가 급격히 졸아들면서 머릿속에 암흑이 찾아온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수가 아무리 애를 써도 들키는 것이 있었다. 59. 연수는 골똘한 표정으로 유리문 뒤에 서 있었다. 육포를 핥고 뜯고 씹는 아이를 가만히,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64. 피곤했다. 연수는 모든 게 다 지겹고 피로해 견딜 수가 없었다. 연수는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단순한 일상 속에 있고 싶었다. 그 당연한 일이 연수에게는 왜 그렇게 힘들었나. 64. 연수는 소란한 복도를 뒤로한 채 걸었다. 걸을수록 복도는 더 길고 어두워졌다. 계단을 내려가 중앙 현관에 있는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연수는 계속 상상하며 걸었다. 그것은 적어도 복도 창 너머 크고 단단한 돌덩이를 상상하는 일보단 나았다.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 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3-1. 수상 소감 초반에 있는 한글 놀이 자석 세트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손안에서 조몰락 대던 그 글자들이 언제는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것들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만들 수도, 무수한 타래를 박제시켜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또한 매력적이면서 끈질기게 이어 붙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붕괴되고 마는 이 세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부분에선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단번에 끝날 수 없다고 하시며 또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으시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쓰신 이야기로 하나의 세계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세계의 극히 일부를 보았고 또한 보여주셨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두 편밖에는 읽지 못했지만 작가님의 소설이 가지는 어떤 뜨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읽으며 그 뜨거움을 혹은 또 다른 면을 발견하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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