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올해 민음북클럽을 하면서 김병운 작가님의 단편 「한밤에 두고 온 것」을 읽고 작가님의 다른 글이 궁금해 민음 북샵에서 작가님 사인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을 구매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거든요 ㅠㅠ 그런데 이렇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다시 작가님의 글을 만나게 되어 올해가 가기 전에 소설집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ㅎㅎ
「한밤에 두고 온 것」을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이 단편도 눈앞에서 생생히 재생되는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이해’라는 말에 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는데요. 예전에는 ‘이해’라는 말을 굉장히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나는 나일뿐, 타인이 될 수 없기에 그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해보다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의 일이 언제든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도 이해가 꼭 필요할까요. 그냥 존중하고 인정하면 안 되는 걸까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의 사랑을 함부로 폄하하고 비난하는 게 맞는 걸까요.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없을 텐데요. 불륜 같은 게 아니라면 사랑이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희가 ‘이해할 생각이 없고 이해를 거부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어쩐지 통쾌하면서도 서글프더라고요.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했던 노력의 끝에 내뱉은 말인 것 같아서요.
이영서 씨가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고,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어쩌면 병으로 인해 몸의 고통보다도 마음의 고통과 상처가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를 죽게 할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살게 할 수 있었던 게 사람이었다는 영서 씨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가고 계속 사랑해야 한다는 저의 믿음과도 연결되는 문장 같아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김병운의 첫 소설집. 3년 만에 출간하는 첫 소설집에는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을 포함해 2020년 이후 발표한 7편의 작품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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