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여기서 소설은 애도의 두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승규 엄마가 그랬듯, 타자의 상실을 내 안에 삼킴으로써 그를 추억하며 남은 삶을 사는 방식. 혹은 타자를 자신의 서사 안에 가두기를 두려워하며 자기 몫의 윤리적 책임을 지속하는 방식. ‘나’는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이제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사람의 얼굴, “비리고 물컹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표정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윤리적 인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름의 ‘애도의 방식’으로 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에 도달한 소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79 | 작품론_이지은, 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 안보윤 외 지음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 질문이 어느 날 문득,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 라는 질문으로 조금씩 틀어졌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90 | 인터뷰_김유태, 잘 여문 이야기의 공을 굴리는 마음, 안보윤 외 지음
3-1.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람. 둘은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라는 질문이 좀 더 와닿게 느껴지네요. 글자가 단어, 문장을 넘어 세계가 시작된다는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편의 작품으로 만난 작가님의 세계는 온전히 감당하기엔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서 매혹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작품에서 만나게 될 ‘안보윤의 세계’가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작품들 정말 잘 읽었어요~!
<애도의 방식>을 읽으면서 '비리고 물컹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표정'이라는 표현이 인상깊었습니다. 작품론을 읽으면서 비리고 물컹한 것을 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동주라는 말에 '아, 그렇구나. 작가가 하는 표현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표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작가 인터뷰를 보니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가 실려있었습니다. 동주와 승규 엄마의 마음을 그리기 위해 작가가 특별히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한거더라고요. 작품론과 작가인터뷰를 본 뒤 다시 보는 소설은 더 깊게, 더 깊은만큼 더 아프고 저리게 다가왔습니다. 작가 인터뷰에서 계속 쓰는 게 맞는 걸까 싶어 다른 일을 알아보기도 하셨다고 했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써주셔서, 그렇게 써주신 덕분에 작가님의 소설에 저에게 와닿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안보윤 작가님의 수상소감과 인터뷰는 제 나름으로는 긴장을 낮추고 편하게 술술 읽었고, 소설을 쓰게 된 계기와 계속 쓰게 된 계기 모두 특이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또 소설에 바로 붙은 작품론을 읽으니까 더욱 기억에 남는 튼실한 독서가 되었는데요. 특히 제가 읽으면서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동주의 '서늘한 면'과 평론가가 깨우쳐준 '애도'라는 단어의 복잡다단한 의미(이해도는 떨어지지만 ㅜㅜ 프로이트와 데리다를 연상케 하는)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그럼에도 죽어 누워 있는 승규 옆에서 "앞? 뒤?"라고 되뇌는 '나'의 중얼거림은 서늘한 데가 있다. 이렇게 의심의 눈으로 다시 읽어보면 "웃는 얼굴"의 주어가 감추어져 있다는 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이지은. 작품론_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 p76, 안보윤 외 지음
정신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 이때 죽은 이와의 분리는 공유했던 기억을 내면화하고, 죽은 이를 향했던 사랑의 에너지를 거두어 새로운 대상에 쏟음으로써 가능해진다. <...> 소설은 애도의 두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승규 엄마가 그랬듯, 타자의 상실을 내 안에 삼킴으로써 그를 추억하며 남은 삶을 사는 방식. 혹은 타자를 자신의 서사 안에 가두기를 두려워하며 자기 몫의 윤리적 책임을 지속하는 방식. <...> 이 윤리적 인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름의 '애도의 방식'으로 복수(復讐)와 애도, 그리고 복수(複數)의 애도에 도달한 소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이지은. 작품론_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 p76, 79, 안보윤 외 지음
결국 '나'에게 승규의 책임을 물으려는 쪽도, 그 반다로 그 책임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쪽도, 모두 승규의 죽음이 아닌 '나'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이 사건의 과정은 필요없고 오로지 결과만을 지충하는 이 사회에 대해서 다시 묻고싶어지네요.
살아남은자들에 대해서 주목하시고 이야기한다는 부분에 공감해요. 가해자는 죽고 피해자는 살아남아 오히려 가해자처럼 취급되고 어떤 이유에서든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 그걸 삼키고 남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보윤 작가님의 글을 읽고 살아낸다의 느낌을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나도 여기 있어, 내가 그걸 너와 함께 보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지는데, 바로 그때가 제 안에서 문장이 불려 나오는 순간인 것 같아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3-1. 작품론을 통해 작품 전반에 대해, 인물에 대해 다시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사건이 있었던 날 승규의 행동은 저에게는 '반격'보다는 '변화'로 읽혔는데, 승규에서 반격과 변화는 비슷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반격'은 외부를 향한 것이라면 변화는 내부를 향한 것이고, 그러므로 반격은 승규를 향한 것일 수 있지만 변화는 동주 자신을 보호하는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작품이 複數의 애도이지만 復讐의 애도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안보윤 작가님 인터뷰에서는 '진심이 왜곡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너무 진심인데 그것이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되는 순간'을 생각하여 [어떤 진심]을 구상하셨다는 부분이 와 닿았고 작가님의 골방의 감각은 '누군가의 뒤통수를 계속 보고 있는 느낌'이라는 지점도 인물을 탐구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3-1 <애도의 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작가로서 소설이라는 공을 만들어 독자에게 굴리고, 독자가 어떤 형태의 것을 내게 굴려줄까 기대하면서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결국 글이란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특히 질문에 답해주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더욱더 그런 마음을 충분히 느끼게 되네요. 일방적인 글이 아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글이 이런 것 같아요.
수상소감을 읽으며 다음의 부사들에서 작가님이 작품들을 손에서 떠나보내기 까지의 마음과 자세를 느껴서 좋았습니닫. 끈질기게 여전히 조심스레
정신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76 <복수와 애도, 복수의 애도> 중, 안보윤 외 지음
76. 애도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을 일컫는다. 정신 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실감의 비애 속에 함몰되지 않고 남은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죽은이와의 분리는 공유했던 기억을 내면화하고 죽은 이를 향했던 사랑의 에너지를 거두어 새로운 대상에 쏟음으로써 가능해진다. … 승규 엄마에게 승규의 죽음이 이별의 시작이라면 나에게 그것은 나와 승규 사이의 또 다른 관계의 시작이다.
시의적절한 소재라는 건 좋은말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의적절하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버리거나, 퇴색해버린다는 의미도 되잖아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89, 안보윤 외 지음
현실의 아픈 단면이지만, 그걸 끝없이 환기해야하는게 결국 작가의 몫인 것 같습니다.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감각적 와신상담 같아요. 그래서 작가들이 감정적으로 더 힘들고 지쳐 있는 것 같습니다. 존경스럽네요.
책을 쓰다보면 새로운 이야기도 쓰고싶어진다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만큼 작가님의 세계에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그만큼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쓰고 있는 소설들은 질문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앞장서서 너무 많이 이야기하려고 하면 세계가 오히려 닫혀버리는 것 같아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84_대상작가 인터뷰 (김유대), 잘 여문 이야기의 공을 굴리는 마음,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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