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심적으로 굉장히 힘든 작품이었어요. 연수가 겪어야했던 일들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그만큼 비슷한 경험을 한 교사들이 많아서겠지요. '교권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라고 말하던 분들이 생각납니다. 정말 슬프게도 연수를 동등한 존재로 보는 이가 아무도 없더라구요. 교무실에 들어설때면 고개를 숙이기 바쁘던 한모네 어머니가 연수의 머리를 쥐어뜯을 수 있었던 건, 연수가 상대적으로 만만한 상대였기 때문이겠지요. 동료 교사들과 교장이 연수에게 침묵을 강요한 것도 한모가 '아직 중학생이어서'가 아니라, 연수는 그래도 되는 존재였기 때문일테고요. 이렇게 인권이 부재한 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만나게 될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연수가 구할 수 있었던 세계는 얼마나 컸을지. 가만히 서서 육포를 뜯어대던 아이의 뒷모습과, 너머의 세계에 머물기로 결정한 연수의 뒷모습만큼 씁쓸한 작품이었습니다.
2-1 소설을 읽고 있지만 현실을 보고 있는 듯하네요. 근래의 교권추락 관련 뉴스와 겹치면서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애도의 방식>이 학생이 당하는 학교폭력이라면, <너머의 세계>는 선생님이 피해자가 되는 학교 폭력인 듯합니다. 학교가 육체적, 정신적 폭력의 장소가 되어버린 것 같아 무섭네요.
추락한 교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현실과 다를게 없어서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내게는 이 소설이 학부모의 패악과 분명한 폭력을 장난이라고 말하는 학생의 면피용 관용 표현이 결합되었을 때 이것이 어떻게 한 인간의 인생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보였다.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김훈이 말한 '내새끼 지상주의'에 빠진 부모들의 행동은 인간 자체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들었다. 장난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서 교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언제나 행해져왔다. 특히 여교사와 남학생의 관계는, 사회적 인정과 교육적 권위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물리적인 힘에서 여교사의 열세로 귀결되고 만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학교에 아무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관리자, 선배, 동료교사들의 모습은 교사라는 직업에서 동료의식이라는 게 얼마나 얄팍하고 희미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안보윤 작가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터라, 작가가 수상작과 닮은 자선작을 고른 건지 아니면 워낙 폭력의 피해자로 몸과 마음이 다쳐버린/닫혀버린 사람들에 대해 주로 살펴온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두 작품을 읽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유리 너머로 매장과 진열품을 어지르고 망가뜨리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연수. '너머'의 세계라지만, 그 구분이란 게 반투과성 막에 불과해서 마치 삼투압처럼 한 곳으로만 흘러가는 주변의 시선과 말의 폭력. 어렸을 적부터 고정된 제 시각처럼 '학생=피해자', '교사=가해자'의 구도가 늘 그렇지 않으며, 외려 이리 굳은 시선에서 생기는 또 다른 은밀한 폭력, 그리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수많은 악다구니와 오해 들. 예민한 저울처럼 갑자기 다른 쪽이 내려앉을 수 있으니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남에 대해 제멋대로 단정하는 말을 내뱉지 말아야겠고요. '우리'라는 공동체들이 대체로 해체되고 남은 파편화된 사회에서 그저 '나' 자신의 이기적 확장판에 불과한 가족애의 불편한 모습에 또한 마음이 씁쓸합니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지점이라면, 차라리 연수가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는 장면이나 한모의 얼굴을 있는 힘껏 때리는 대목을 꼽고 싶네요. 끝없는 다침/닫힘을 깨는, 우발적으로 등장하는 '배려' 또는 '저항'이 그나마 이렇게 꾸역꾸역 밀어부치기만 하는 불행한 세계를 극복하는 실낱 같은 유일한 희망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수상작인 <애도의 방식>과 짝을 이루는 소설 같은 느낌입니다. 학교 내 폭력을 다루되, <애도의 방식>은 학생들 간의 폭력을, <너머의 세계>는 학생과 학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교사를 향한 폭력을 담고 있습니다. 학생인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임에도, 연수에게 행해지는 학생과 그 엄마의 폭력을 묘사한 장면들에서는 온 몸이 부르르 떨리듯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경험을 했습니다. 최근 뉴스 면을 뒤덮었던 교사들의 죽음과 법정 공방에 대한 무수한 기사들을 떠올리며 한없이 미안한 마음과 분노의 마음이 쌍곡선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이야기 속 연수의 모습에 무력함에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서로에게 괴물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약속의 선을 자꾸만 넘고 있는 것인지... 배려까지는 아니라도, 내버려두기만 해도 될텐데, 조언과 충고라는 방법으로 선을 넘어 도리어 생채기를 내는지 말입니다. 무인점포의 사장이, 1반 담임교사와 다른 교사들의 유무형의 조언과 충고들이 찌르는 칼이 되어버리는 것을 목도하는 힘겨운 독서였습니다.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교권추락,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모두의 숙제라고 생각드네요.
최근 화제가 되는 이슈와 관련 단편이라 고민을 많이 하면서 읽었습니다. 선생님이란 미성숙한 학생들을 교육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큰 사명감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수씨가 저는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혼자 있는 어린아이도 계도하거나 한마디 말도 얹지 못하는 성격이였다면 이 직업군을 선택 한 계기가 사뭇 다른톤이 였을까 싶기도 했고, 학부모가 말 한마디에 손부터 내어 머리채를 잡는 부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실상 현실은 더 가혹하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서 이마를 짚으며 보게 되더라구요. 요즘은 어디서 부터 뒤틀린것일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네요.
읽는 내내 한참을 답답하다가도 움츠러드는 마음은 뜌 이해가되었다가. 온탕과 냉탕을 반복하며 읽어내렸습니다. 주인공이 아이스크림 가게 안 아이를 그저 바라볼뿐인 장면에서 현실을 비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더 이상 아이를 혼내지않는 세상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혼내는 게 쉽지않을것이고, 결국엔 아이스트림 가게처럼 학교또한 주인이지않으니까요
2-1 기존 학교폭력을 다룬 소설들은 학생들간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이번 단편은 선생님-학생/학부모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을 리얼하게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국민학교 세대라 지금의 학교 안에서 선생님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놀라곤 하는데 교권침해가 상상을 초월하네요. 학생의 학습권과 선생님의 교권이 나란히 존중받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밖에서만 안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이..너무 안타깝습니다.
2-1. 수상작 '애도의 방식'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비교하며 읽었습니다. 이른바 약자의 위치를 이용해 자행되는 괴롭힘은 증거 없이는 '갑(갑도 아니지만)'이 질 수밖에 없는 게임 같습니다. 위에서도 고레에다 감독의 '괴물'을 언급했지만, 약자들의 증언을 주변인들은 너무 쉽게 믿어 버립니다. 저도 예전에 제 아이가 연루되지 않은 학폭에 끼어(정확히 말씀 드리면, A와B는 저희 아이 친구이고 A와 B의 다툼으로 학폭위가 열려, 친하게 지냈던 A와 B의 엄마가 저에게 연락을 해 하소연을 하고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이게 뭔가요? ㅎㅎ) 양쪽 의견을 듣는데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자신의 입장만 부르짖는 모습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결국 어느 쪽의 편도 들기 싫었기 때문에 두 가족과는 멀어졌고요. 아이고 어른이고, 사악에 먼저 물들어 버린 미숙한 존재들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안쪽과 바깥쪽, 앞문과 뒷문, 훈육과 학대. 연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손쉽게 구분되는 것 같지만 기준점이 조금만 바뀌어도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p39
안쪽과 바깥쪽, 앞문과 뒷문, 훈육과 학대. 연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손쉽게 구분되는 것 같지만 기준점이 조금만 바뀌어도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8-39,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자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것은 재물의 형태로 어떤 것은 말의 형태로 떠올랐다. 연수를 제외한 사람들이 임의로 산정한 금액과 연수만이 동의하지 못한 말들.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지불되는 사례금 50만 원과 학부모에게 머리채를 잡힌 교사에게 지불되는 위로금 50만 원.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44, 안보윤 외 지음
상담실에서 한모 어머니에게 말을 걸 때만 해도 연수는 망설이고 있었다. 어느 쪽이 나을까. 한모가 몸을 밀어붙여 올 때의 불쾌감을 참는 것과 교실에서 추방당하는 모멸감을 참는 것 중 어느 쪽이 그나마 견딜 만할까. 연수는 진지하게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62, 안보윤 외 지음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 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64,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자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것은 재물의 형태로 어떤 것은 말의 형태로 떠올랐다. 연수를 제외한 사람들이 임의로 산정한 금액과 연수만이 동의하지 못한 말들.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지불되는 사례금 50만 원과 학부모에게 머리채를 잡힌 교사에게 지불되는 위로금 50만 원.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44, 안보윤 외 지음
피곤했다. 연수는 모든 게 다 지겹고 피로해 견딜 수가 없었다. 연수는 소란한 복도를 뒤로한 채 걸었다. 걸을수록 복도는 더 길고 어두워졌다. 계단을 내려가 중앙 현관에 있는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연수는 계속 상상하며 걸었다. 그것은 적어도 복도 창 너머 크고 단단한 돌덩이를 상상하는 일보단 나았다.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64, 안보윤 외 지음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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