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커다란 우산이 시야를 가려 길이 끝나는 줄도 모르고 나는 걸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5p, 안보윤 외 지음
나는 집을 향해 걷는다. 마른 풀로 뒤덮인 들판을 가로질러, 좁고 긴 흙길을 걷는다. 몇 차례 잔불이 인 탓에 들판 군데군데가 검게 그을려 있다. 불은 모두가 잠든 새벽 치솟았다가 흙덩이에 막혀 시름시름 꺼졌다. 풀이 새까맣게 변했을 뿐 달라진 건 없다. 흐릿한 탄내를 맡으며 나는 걷는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30p, 안보윤 외 지음
몰라요.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리가 없다.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8p, 안보윤 외 지음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33p, 안보윤 외 지음
말하지 마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2p, 안보윤 외 지음
나는 그 모든 장면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러나 기억은 언제고 형태를 바꿔 나를 끌어들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3, 안보윤 외 지음
사람이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뭔 대수라고.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 29., 안보윤 외 지음
p.33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그를위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3, 안보윤 외 지음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3, 안보윤 외 지음
매일같이 있는 일인데도 승규가 내 뺨을 후려친 뒤엔 주변이 극도로 소란해졌다. 승규가 가버린 뒤에도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늘 소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정답이든 오답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뺨을 맞기 위해 발설되는 나의 대답이 죽을 만치 부끄러웠다. 내가 답을 하는 순간 게임이 성립됐다. 승규와 나의 수직적 위계가 거기 있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여자가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구운 파인애플을 도막도막 잘라놓고 먹지 않는다. 노른자를 터뜨려 끼얹은 고깃덩어리를 죄다 으깨놓고 먹지 않는다. 여자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비린 것을 물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여자는 흙길을 잘도 걸어간다. 넓은 보폭으로 흔들림없이 앞을 향해 걷는다. 여자는 승규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끝까지 모른 채 살것이다. 승규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마주했는지 모른 채 섬에서 시금치들을 돌볼 것이다. 고요히 평화롭게 늙어갈 것이다. 그를 위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28.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알 리가 없다. 이미 으깨어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 같은건. 33.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고요히 평화롭게 늙어갈 것이다. 그를 위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1-2. 21p 뺨을 맞는 일. 그게 특별히 부끄럽진 않았다. 뺨이 아니라도 나는 어디든 늘 맞았으니까. 내가 죽도록 부끄러웠던 건 나의 관성이었다. 29p 사람이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뭔 대수라고.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선택] 1-3. 안보윤 작가의 질문 독자님들의 마음을 두드린 문장을 위에서 적어주셨는데요, 그 두드림 이후 독자님들이 보내신 시간도 궁금합니다.
제가 선택한 문장들을 쓰면서 보니 대체로 감각적인 문장들이네요. 그 문장을 읽을 때 내가 어땠길래 따로 적어놓았던가 생각해 보니 일단 그 문장이 너무 잘 와닿아서 놀랐던 것 같아요. 그 서늘함이 온몸에 퍼지는 걸 느끼고 다시 재차, 삼차 읽으면서 인물의 감정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선택한 네 문장 중 세 문장이 승규 엄마를 관찰하거나 분석한 문장인데, 이 문장들은 실은 동주의 표정이었으며 동주의 마음으로 읽혀서 더 마음이 날카롭게 아팠던 것 같습니다. 동주가 피해를 당했을 때 마음, 현재 승규 엄마의 무너지는 마음, 그리고 피해자인 동주가 누군가에는 가해자로 느껴지는 지점이었기 때문에 답답하고 억울하기도 하면서, 그 지점이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풀려나갈지 긴장하면서 보게 되는 지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장을 읽고 보낸 시간이라는 질문은 정말 처음 받아보는 질문인데 이 질문 또한 감각적인 질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안보윤 작가님의 이런 부분들이 저에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순간순간 감각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이 느껴지는 지점이요. 쓰다 보니 1-4까지 이어서 쓴 느낌이네요. 지금 재독 중인데 후에 또 적겠습니다.
1-3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이 말이 마음을 두드렸죠. 대수로운 일. 중요한 일이죠. 둥주가 폭력을 상습적으로 당한 일은 대수로운 일이었어요.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면 누군가 대수롭게 알아봐줬어야 하는데 주변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던 것같아요. 동주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넘겨버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폭력은 대수로운 일이에요. 아이들이 폭력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길까봐 걱정되었답니다. 주변 아이들의 일에 대수롭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 '체제' '공통체' 같은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은 더 나은 세상이길 바라보지만, 마주하는 현실은 어둡기만 합니다. 아이가 폭력에 가해자가 되는 것도 싫고, 피해자가 되는 것도 슬프고, 그것을 한 공간에서 지켜보아야만 하는 방관자가 되는 것도 서글픕니다. 어느 것도 정상이 아니니까요. <애도의 방식을 통해> 다시 한번 사람의 사람됨 어른의 어른됨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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