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9
동주의 안부를 묻고 싶다는 말씀이 너무 마음에 와닿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계속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더 나아가 안부를 묻게 된다면 누군가의 삶은 분명히 더 나아질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안보윤
독서의흔적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동주가 승규의 죽음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조가 뒤집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폭위가 열릴 뻔 했는데 동주 네가 거부했다는 것도 사실이냐?", "승규가 너를 무차별 폭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는데 그것도 사실이니?" 처럼 동주가 그동안 피해를 입어왔으니, 마땅히 벌어질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여론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말을 잃어야만 했던 동주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네요. 동주의 피해도 없던 일로 치부하던 어머니의 반응에 덩달아 상처를 입고 말았어요. 그 시간 속엔 진실과 애도 모두 부재했던 것 같아요. 동주 어머니가 다른 방식의 발화를 선택했다면 동주의 현재도 달라졌을까요? 책에는 없는 길을 상상하게 됩니다.
안보윤
@독서의흔적
이 소설은 사실 <완전한 사과>라는 소설과 연결되어 있는데요. 거기에서는 동주의 엄마가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항변하는 부분이 잠시 나옵니다. 하지만 동주 엄마의 결정은 일시적인 회피에 불과해서 <애도의 방식>에 이르러 가장 나쁜 방식의 결말을 불러오고 말지요. 소설 속 인물이 하지 않은 선택에 대해 계속 고민해보는 일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분명 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겠지요.
ㄴ길ㄱ
미도파 찻집에서 일하는 현재의 이야기 -> 승규 어머니 등장 -> 그것을 기점으로 과거에 있었던 일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좋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는 소설의 내용과 '애도의 방식' 이라는 제목이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 나 한참 생각을 했네요. ^^;
마지막에 앞?뒤? 라는 승규의 물음에 '호랑이'라고 답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소극적 반항이라고 해야하나요? 나는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 폭력은 계속될 지언정, 더이상 승규 너의 의도에 맞장구 쳐주지는 않겠다. 뭐 이런 주인공의 의지가 엿보인 부분같아서 좋았습니다.
88 서울 올림픽 기념주화도 이참에 찾아봤습니다. 호돌이랑 무궁화 그림 그려진 기념 주화가 진짜 있었네요.
bookulove
사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기하게 생겼네요 ㅎㅎ
안보윤
@ㄴ길ㄱ
이걸 찾아보는 독자분이 계실 줄이야:) 저희 집에는 예전에 이 올림픽 기념주화가 서랍 속에 들어 있었는데요. 꼭 저렇게 생긴 것이었는데 기억에만 남아 있을 뿐 현실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요. 오랫만에 사진을 보니 그립습니다.
별 다방좋아
프롤로그처럼 서술된 도입부에서 동주의 시점에서 서술된 '소란한 것'과 '소란해지는 것'의 차이에 대한 언급이 인상 깊었다. 이미 소란한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지만, 소란해지기 시작하는 곳은 그 이유가 대부분 자신 때문이라는 것.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소란해진 상태는 더욱 좋다고 표현하는 인물을 보며 그러한 인물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예감했다. 인물이 겪었을 과거의 이야기가 자신 때문에 소란해진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현재의 시점에서도 자신으로 인해 소란해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때때로 누군가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내가 생각할 때도 있다. 동주가 겪었던 그리고 겪을 이야기들은 적요의 반대편에 있는 소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인간들의 들끓는 입과 동주의 침묵이 대조되어 읽는 내내 동주의 침묵과 '끝끝내' 발화되지 않을 내면의 말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지니
1-1. 어떤 장면을 보이는 그대로 설명하는 게 그 장면을 '그대로', 온전히 전달하는 게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이 단편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동주의 기억과 심정이 드러나는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었니다.
매일그대와
동주의 이야기를 제목과 함께 생각해보았습니다.
동주의 선택과 행동과 이유들이 애도에 닿아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프고 무겁겠구나 싶고, 주변의 소란이나 시선이 엄청난 폭력이라 제 마음이 다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승규 어머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늪 같은 상황이 굉장히 인상적이예요.
poco
이 책을 보면서 더 글로리 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학교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길, 가해자의 죽음, 동주의 애도 방식은 상상과 진실 끝끝내 아무말도 하지 않은것이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저마다 애도의 방식은은 다양하고 다르다.
Henry
“나는 늘 소란의 중심에 있었다. 나를 놀리고 조롱하고 멸시하느라 소란해진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건 지겨운 일이었다.”
<p.20>
스스로가 만든 소란은 지겹고, 타인에 의해 한껏 소란해진 상태를 좋아하는 주인공 동주.
과거에 머물러있는 승규와 과거와 현재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여자가 있습니다. 동주의 시선으로 오가는 현재와 과거는 어느 순간 쓰라린 동영상 클립처럼 재생되고 멈추기를 반복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궁금해하지만, 이젠 진실보다는 그 순간 모든 경우가 진심이었다는 것만 동주에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말할 수 없고 그래서 소란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립니다.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p.33>
악몽같던 현실을 우연히 헤쳐나와도 여전히 또다른 악몽이 도사리고 있는 삶은 어떤 것일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동주의 모습은 이해가 되지만 마음은 가늠조차 되질 않았습니다. 정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사람들은 또 상황들은 그렇게들 대수롭게들 한마디씩을 보탭니다. 위로가 되었건, 비난이 되었건 말입니다. 안보윤 작가는 그래서 한두 발자국 뒤에 서서 동주를 바라보고, 그를 둘러싼 소란을 바라보며 그저 그렇게 두는 방식으로 꾹꾹 슬픔을 눌러담으며 애도합니다. 그러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타인의 슬픔을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라 애둘러 설득합니다.
거북별85
1-1 <애도의 방식>은 동주의 승규에 대한 애도의 방식이다 성동터미널에 있는 유일한 찻집, 미도파.
그곳에 찾아온 승규엄마.
제발, 제발 딱 한번만 동주야
진실을 알려줘라
몸 전체가 앙상한 스피커가 된 그 여자가 찾아왔다
피해자이지만 가해자로 오해받을까봐 자신의 상처를 부정당하는 동주가 너무 가엽다 그럼에도 그 상처를 긁어대는 곳을 오롯이 홀로 지키는 모습이 애처롭다. 독자로 바라만보아도 이렇게 아린데 우린 그냥 그에게 소란스럽기만 한 존재는 아니었나 싶다
이짜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사고로 인한 죽음은 피해자, 희생자의 먼지를 감추고 숭고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편을 읽고 나서 한번 더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를 지켜주는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최근에 읽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라는 책도 생각이 나서 지금 한국 사회는 학교폭력이 가장 핫한 주제인가 싶기도 했다.
스마일씨
동주가 승규와의 마지막을 수없이 복기하는 장면은 타임루프에 걸려든 시간여행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힌 승규지만,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둔 느낌입니다. 결국, 매번 소란으로 자신을 던지면서 위로받는 그가 승규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도 마지막의 소란한 장면에 자신을 가두는군요. 저는 동주가 너무 안타깝고 안스럽고 마음이 아픕니다. ㅠ
siouxsie
1-1. 얼마전에 고레에다 감독님의 <괴물>을 보고 한참을 울었던지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머리가 멍하고 너무 우울해졌습니다. 동주는 왜 학폭위가 열리는 것을 굳이 거부했을까요? 애써 이것은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걸까요? 게다가 동주가 떠나지 않고 머물며 멈춰 있는 삶을 사는데, 승규 어머니가 떠나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요....가슴이 먹먹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1-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스마일씨
소란한 곳에 소란스럽지 않은 인간으로 멈춰 있을 때 나는 가장 안전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9p,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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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 빰을 맞는 일. 그게 특별히 부끄럽진 않았다. 뺨이 아니라도 나는 어디든 늘 맞았으니까. 내가 죽도록 부끄러웠던 건 나의 관성이었다. 앞? 뒤? 이죽거리며 송규가 물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나의 대답이었다. 정답이든 오답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뺨을 맞기 위해 발설되는 나의 대답이 죽을 만치 부끄러웠다. 내가 답을 하는 순간 게임이 성립됐다. 승규와 나의 수직적 위계가 거기 있었다.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1p,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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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사람이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뭔 대수라고.
그건 대수로운 일이다. 사람에 대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 대수롭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9p,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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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33p,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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