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아고라'조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 독서모임

D-29
*모임 참여자 제한을 풀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합니다. 모임 기간도 최대로 열어 놓았으니 언제든 보시고 의견 남겨주세요. 안녕하세요! 이 모임은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교과목 '아고라'조에서 <건전한 온라인 토론 문화 정착 방안-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저희는 11/21(화)부터 일주일간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를 읽으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주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통상적인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말하고 듣는' 방식의 뜨거운 논쟁이 아닌 '읽고 쓰는' 방식의 이성적인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해당 내용은 장강명 작가님의 저서 『책, 이게 뭐라고』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관해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대안적인 공간으로써 그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습니다. 혹시나 저희가 진행하는 모임을 보시고 관심 있으신 분은 설문조사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A-sfX4smt3JVaRdrdVTLKDq__NlrAdaLTpk-MB2Fov3jhaA/viewform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장 <'탈스펙'과 탈학벌, 노동 시장의 변화>에서 저자는 탈학벌의 두 번째 원인으로 정기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의 변화를 꼽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채용 시장이 아직 과도기에 있기에 여전히 학벌과 스펙을 따지면서도 전문성에 대한 정성적 평가가 혼합되어 있다고 말합니다.(114~118쪽) 제가 이 대목을 읽으며 떠올린 첫 번째 사회적 이슈는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부정 입학 의혹 사건인데요, 관련 사건을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상반된 입장의 기사들을 시기별로 스크랩 해봤습니다. - 박찬수, "어찌 이리도 모진 것이냐", <한겨레>, 2021.03.03.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5285.html - 조일훈, "무관용 사법만능시대 조민을 생각한다", <한국경제>, 2022.04.13.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2041341591 - 이진순, "내로남불, 그들만의 리그", <한겨레>,  2022.04.19.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39539.html - 김희진, "재판부가 본 조국 혐의 “입시 부정, 부부가 공모…딸 장학금, 대가성 없어 뇌물 아냐”", <경향신문>, 2023.02.03. https://m.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2032102005#c2b - 김민주, ""입학 취소 가혹" 조민 측에…"공익 더 중대하다" 판단한 法", <중앙일보>, 2023.04.0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3023 - 허동준, "조민 “입시비리 혐의 모두 인정” 입장 바꿔", <동아일보>, 2023.10.20.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1020/121756081/1 그런데 기사를 좀 더 찾다 보니 이게 유명 정치인이 저지른 사건이라 수면 위에 드러났을 뿐이고 비슷한 문제가 그간 반복되어 벌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이를테면 자기 논문에 자녀를 공동 저자로 올린 교수 중에는 서울대 교수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학벌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신하영, "'아빠 찬스'로 논문저자 된 자녀 9명 서울대 입학", <이데일리>, 2021.10.15.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804406629213248&mediaCodeNo=257 - 김은경, ""‘아빠 찬스’ 중고생 논문 1033건… 96건만 부정 판정", <조선일보>, 2022.04.26.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2/04/26/2OMG5GUZ4RA3JGXY2FULUKO7BQ/ 이것을 놓고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1) '왜 대학교수 자녀의 입시 부정이 반복되는가?' (2) '이런 일이 반복되었을 때 문제 되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해 한 번 대화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제가 생각하기에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개인의 윤리를 떠나 어딘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대학교수가 자녀 대입에 도움이 되는 연구 부정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인 게 가장 큰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유진, "미성년 자녀 이름 논문 넣어준 교수 69명 ‘걸리고도 잘 산다’", <한겨레>, 2022.04.25.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40298.html?_ga=2.165303103.1479413168.1700493502-307155222.1700493501 게다가 연구 윤리에 관한 규정은 황우석 사태 이후인 2007년에 처음 제정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과학기술의 이름으로 면죄부가 주어지는 부분이 있죠. 또한 교수 입장에서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기 바라는 데, 도움 주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관련하여 한때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여전한 학벌주의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겠는데요, 중앙일보의 2023년 대학평가 자료에 따르면 기업 인사 담당자와 학부모/교사 간의 인식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여전히 학벌주의가 뿌리 깊이 박혀있다는 걸 알 수 있죠. - "고려대, 대기업 인사팀 선호 1위…서울과기·한국공대 ‘특성화 우수’ [2023 대학평가]", <중앙일보>, 2023.11.2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8489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세습 자본주의'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는데요, 이는 다음 장에 관해 이야기할 때 더 깊이 다루어 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책 추천만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세습 중산층 사회 -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꿰뚫는 책이다. 취업시장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세습 자본주의 세대 - 88만원 세대는 어쩌다 영끌 세대가 되었는가?80년대생들이 경험한 한국 자본주의의 축복과 고통. 1980년대생들이 경험한 한국 자본주의의 축복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쯤에서 (2)에 대한 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조선 시대의 과거 제도부터 내려온 전통이자 문화적 유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런 교육 문화 덕분에 단기간에 과학기술 강국의 반열에 올랐죠. 또한 교육은 계층 간 이동을 가능케 한 사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교육이 거의 유일한 사다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더이상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위에서 추천 드렸던 『세습 중산층 사회』(조귀동, 2020)에 나오는 자료를 근거로 제 의견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된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가 서울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90년대생에서 그 상관관계가 더욱 강해졌습니다.(위의 책, 119쪽) 또한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타고났다고 할 수 있는 IQ와 같은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양육을 통해 형성되는 성실성, 성취동기, 감정제어 능력, 사회성 같은 비인지적 능력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이는 부모의 학력과 직업, 월평균 가구 소득으로 구성된 '가정 배경'에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같은 책, 143쪽)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집안 좋은 애들이 공부 잘하고 성격도 좋더라'하는 속설이 틀린 말은 아니죠. 또한 저자는 불공정, 불평등에 대한 인식 역시 계급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합니다. 20, 30대 청년들에게 '한국 사회는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인가'라는 공정성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그렇다'에 가까운 답변을 보였습니다.(같은 책, 228쪽) 이런 인식 차를 통해 저자는 같은 세대 안에서도 일종의 계급 의식이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죠. 따라서 부모의 경제,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 진학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지금과 같은 입시제도는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데서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 아닐까요. 제도적으로라도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 양극화를 줄이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1) 저 또한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의 3장을 읽으며 채용 시장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지원자의 스펙을 중시하는 정도를 이전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낮추고, 지원자의 전문성을 보다 더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으며 공감하였습니다. 한편, 현재의 채용 시장의 트렌드 변화는 '서민층'이라고도 불리는 일반적인 지원자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고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자녀에게는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원인은 사회 구조 전반에 걸쳐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지호 님이 지적해주신 바에 크게 동감하는 편인데,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부정 입학 의혹 사건만 봐도 입시 비리로 기소된 조민 씨는 "집필한 에세이 전자책이 너무 잘 팔린다"라고 하며 오히려 순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입시 비리를 저질러도 강력한 처벌이 아닌 오히려 잘 사는 선례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사회는 아직 기득권자가 살기 좋은 구조를 갖춘 나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소연, "아버지 죄송...너무 잘 팔려 사과, 조민 에세이 전자책도 출간", <한국경제>, 2023.11.18.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11870277
(1) 제가 생각하는 대학 교수의 자녀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자녀들에게 입시 부정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학이 주는 기회적인 측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도 말했듯이, 현재 우리나라는 정시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바뀌는 과도기적 형태에 있어 점점 전문성에 관한 요구가 커질 것입니다.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남들이 모르는 기술과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나 현실적으로 혼자서 공부하여 전문성을 가지는 것보다, 높은 대학일수록 전문성을 배우는 것이 더 간편하고 또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도 가질 기회가 많습니다. 이 점이 주는 장점을 알기 때문에 다들 입시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남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에는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a)부모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여 자신의 커리어를 키우는 행동 자체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대학생들도 부모님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 뒷바라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다들 a 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만약에 저의 의견과 같은 생각이시면, 과연 부모의 능력을 어디까지 제한해야하는 것일까에 대하여 묻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a)는 매우 흥미로운 의견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생각으로 조민 씨를 변호했던 고려대 동문도 있었습니다. - <세계일보>, "조국 딸 대학 과 선배 목격담…"눈에 띄는 외모와 성실함으로 유명"", 2019.08.23. https://m.segye.com/view/20190823509140
저도 부모님 도움 받아서 대학 다니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과연 그렇게 하는 게 공정한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 -> '자녀의 대학 진학' -> '전문직 또는 괜찮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세습 과정에서 개인이 무조건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죠. 이런 과정이 '정상적' 삶처럼 보이게 만들고, 이것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터 버거와 같은 사회학자가 말했듯 인간을 변질시키는 것은 그가 속해있는 집단이니까요.
(1) 정기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의 변화가 탈학벌의 역할을 할 순 있겠지만 ,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탈학벌주의를 이끄는 데에는 아직 미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채용의 측면이 아니어도, 우리 사회는 꼭 좋은 대학교를 나와야하고 그러한 사람들을 높게 평가하는 주의가 사회에 만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람의 가치 평가의 기준이 아직은 학벌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대학교수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 학벌의식이 큰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벌의 배경이 되는 곳에 몸 담고 있다 보니 ‘학교’라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게 두고 높은 학교의 장점과 그곳에서 파생되는 소위 말하는 ‘인맥’에 대한 욕심과 열망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연스레 자녀의 대입과 연결되겠죠. 또한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기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된 결과, 입시 부정이 반복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디까지를 부정으러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이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부정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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