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5. 디어 라이프 with 서울독립영화제

D-29
<되살아나는 목소리> 작년 서독제에서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알게 된 이후로, 올해도 그 연장선에서 해당 작품을 골라서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폭력이 정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국가폭력은 국가가 시민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혹은 시민에서 어떤 범주의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방식 등으로 이루어지죠. 재일조선인은 후자에 해당하고 한국과 일본의 경계선에 위치하며 취약한 지대에서 차별받습니다. 우리는 식민지가 남긴 유산인 피해자성에는 적극적으로 안주하면서 정작 식민시대가 큰 피해를 입힌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당장 저도 그랬고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일조선인의 삶을 알게 된 이상 계속 들여다보게 되어 <되살아나는 목소리> 큰 고민 없이 선택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작품 링크는 아래 참조해주시면 됩니다 :) https://siff.kr/films/%eb%90%98%ec%82%b4%ec%95%84%eb%82%98%eb%8a%94-%eb%aa%a9%ec%86%8c%eb%a6%ac/
12월 1일 금요일에는 단편섹션을 봤습니다. 이 시간이 가능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이전에 부천 영화제 온라인 상영 때 본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를 다시 보고 싶었어요. https://siff.kr/films/잠복근무의-맛/ https://siff.kr/films/가슴이-터질-것만-같아/ https://siff.kr/films/모두에게-연두가/ https://siff.kr/films/양해의-닭다리/ https://siff.kr/films/민희/ 12월 5일 화요일에는 딸에 대하여와 단편 섹션 스위밍, 라디오텔레스코프, 아웃, 자매의 맛을 봤습니다. 단편들은 시간 맞춰 봤고 딸에 대하여는 10년 전 춘정을 잘 봐서 이미랑 감독님 신작을 보고 싶었습니다.
Q1. 저는 <창작자의 작업실2. 디자이너 최지웅 '그 영화의 OOTD:착상과 착장'>과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15 '땅에 쓰는 시'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실은 서독제는 처음 가는 거고 단편 영화를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단편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제 시간이 가능한 12월 7일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땅에 쓰는 시'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와 관계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시'라는 단어가 보이면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것 같아요. 들어가보니 조경에 관한 다큐였는데 제가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고, 관심도 없지만, 오래전 조경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던지라 그 생각이 나서 이번 기회에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s://siff.kr/films/%eb%95%85%ec%97%90-%ec%93%b0%eb%8a%94-%ec%8b%9c/ <창작자의 작업실2. 디자이너 최지웅 '그 영화의 OOTD:착상과 착장'>는 땅에 쓰는 시 바로 전에 일정이 잡혀 있는 행사였고 창작자가 어떻게 작업하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골랐습니다.
1. 저는 5일 화요일, 단편경쟁2 (산신령을 믿으시나요/항해의 끝/유령극/50cm)를 보고 왔습니다. 어떤 영화를 볼까 소개글을 보는데, 단편경쟁2는 다큐멘터리도 있고, 극영화도 있고, 애니메이션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신령을 믿으시나요'라는 다큐멘터리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와서 망설임없이 택했습니다! [산신령을 믿으시나요] https://siff.kr/films/%EC%82%B0%EC%8B%A0%EB%A0%B9%EC%9D%84-%EB%AF%BF%EC%9C%BC%EC%8B%9C%EB%82%98%EC%9A%94/ [항해의 끝] https://siff.kr/films/%ED%95%AD%ED%95%B4%EC%9D%98-%EB%81%9D/ [유령극] https://siff.kr/films/%EC%9C%A0%EB%A0%B9%EA%B7%B9/ [50cm] https://siff.kr/films/50cm/
저는 <딸에 대하여>와 우천사를 관람했어요! https://siff.kr/films/%EC%9A%B0%EB%A6%AC%EB%8A%94-%EC%B2%9C%EA%B5%AD%EC%97%90-%EA%B0%88-%EC%88%9C-%EC%97%86%EC%A7%80%EB%A7%8C-%EC%82%AC%EB%9E%91%EC%9D%80-%ED%95%A0-%EC%88%98-%EC%9E%88%EA%B2%A0%EC%A7%80-%EC%9A%B0-%EC%B2%9C/ https://siff.kr/films/%EB%94%B8%EC%97%90-%EB%8C%80%ED%95%98%EC%97%AC/ 두 작품 다 제목에 끌려서 고르기도 했고, 우천사는 특히나 제목이 정말 안보면 후회하겠다! 싶어서 고르게 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딸에 대하여는 영화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작품 소개가 흥미로워서 선택했습니다☺️
https://siff.kr/films/%ec%b2%ad%ec%b6%98%eb%b4%84 왕빙 영화에 전부터 관심 있었고 정성일 평론가 강연이 있어서요. 3시간 넘는 긴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일반 극장에서는 러닝 타임이 길면 잘 상영이 되지 않아 기회 될 때 가급적 챙겨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https://siff.kr/screening/timetable/ 이상철감독의 영화<그녀에게> 어렵게 낳은 쌍둥이, 그 중 동생으로 나 온 둘째가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는다. 뭐든 자신만만했던 주인공 상연은 이 일로 위축이 되고 가정의 평화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해요. 장애인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이 영화 <그녀에게>를 보면 우리집 이야기이구나 할거 같아요. 이 작품은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이라는 책의 마지막 챔터인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그녀에게'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Q2. 관람하신 작품은 어떠셨는지 감상을 알려주세요.
영화평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소재상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영화는 <러브 데스 도그>였습니다. 일제 강점기동안 일본의 사주를 받은 조선총독부에서 일본인 인류학자와 사진사를 고용하여 한국인과 풍습에 대한 사진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했더군요. 이 작업의 배경은 최근에 출간된 <사진 국가: 19세기 후반, 일본 사진(들)의 시작>이라는 책의 맥락과 닿아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일본이 근대화의 과정에서 '사진의 쓸모'를 어떤 방식으로 알아보고 활용했는지에 대한 탐구작업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당시 여러 식민지 지식인들이 일본에 유학하여 미술과 사진을 배워온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이런 방향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을 가볍게 볼 수는 없겠지요. 이런 배경에서 일본은 홋카이도나 오키나와에 대한 조사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사진사를 고용하여 아카이빙 작업을 했던 것이구요. 일본은 이런 맥락에서 조선인과 조선의 풍습 등에 대한 자료도 사진을 통해 남기려 했습니다. 영화는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겠구요. 저는 이 책 <사진 국가>도 인상적이었는데, <러브 데스 도그>를 볼 때 개인적인 취향때문인지 더욱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조선인과 풍습에 대한 여러 유리 건판 사진들 가운데, 동물들과 찍은 사진들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특히 진돗개를요. 인간과 함께 공진화해온 가축들, 반려 동물들에 주목한 감독의 시선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신선한 작업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다리 밑 도영>이란 단편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갑작스러운 가족과의 이별이란 모티브에다 희극적인 요소와 비극적인 요소, 다소 괴이한 요소 등등이 다양하게 시도된 작품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굉장히 낯선 느낌의 애니메이션 <당신의 사과나무>도 있네요. 다만 제가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이미지를 시도하셨던 걸까요. 어려웠습니다. 다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음향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네요. <기억의 집>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는 딸이 집에서 겪는 기억과 공포에 대한 전달이 대단했어요. 오늘 밤에 무서워서 잠을 못 잘 것 같습니다. ㅜㅜ 옆에 앉은 분은 몸을 뒤틀면서 보셨던 듯해요. 한동안 무서운 장면들이 잊히지 않을 듯 합니다. ^^;; 가족 한 명과 같이 볼까 했었는데, 특히나 공포스러운 장면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저 혼자 본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ㅋㅋ 아무튼 기억의 집요함과 공포의 전달이란 점에서는 성공적인 것 아닐까 싶어요. 평소에 공포스러운 장면을 싫어하시거나 숙면취하지 못하는 분들은 권하지 않겠습니다.^^;; <아미라>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를 고향을 둔 아미라가 호주로 일하러 떠나게 되면서 만날 수 있는 일상의 단면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군대를 보내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마음 같은 것과 비슷할까요. 이와 함께 고향이라는 것, 그리고 기억과 장소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과거의 건물이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면 한 세대의 기억도 사라져버리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자세히 문자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는 한 말이죠. 물론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들 시간을 공유하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억과 장소의 의미는 큰 상실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도와 경도로 특징 짓고 위치를 특정지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시간과 기억이 쌓인 '장소'는 결코 같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사진 국가 - 19세기 후반 일본 사진(들)의 시작세기의 언어로 ‘문명국’, 지금의 언어로 제국이 아니면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사진 국가’ 일본. 『사진 국가』는 19세기 중후반부터 사진과 국가 간의 연대 혹은 공모가 개시되었던 시점에 주목해 19세기 기록 사진의 정치적 의미를 살핀다.
제목만 보고 예상해보고 상상해보았던 내용과 전혀 달랐고, 잔잔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듯한 내용이었어요. 샤인이라는게 영화속에 나오는 인물중 빛에 관한 이름들이 몇몇 나오는데, 그것과 관련되서 주변 인물들의 영향력이랄까요? 와닿는 느낌이 누군가 곁에 있어 따뜻하게 해주다가도, 그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오면 쓸쓸한 느낌을 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여기서 주인공은 별이라는 아이에게 외로움을 해소하였고, 별을 대리고 도망가려 하다가도 별에 대한 애정과 그 주인공에게 평소에 애정을 주엇던 수녀를 위해 놓아주는것도 너무 맘이 아팠어요. 그리고 수녀와 주인공인 아이가 처음 만났던 곳에서 수녀가 주인공이 과거에 그랫듯 아픔을 혼자 삭이는 모습과..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전에 주인공이 나직히 처음으로 남을 위해 기도를 올려보는 장면이 너무 아른거리네요
이 다음으로 본 "위험사회"하는 영화를 보았는데, 진짜 도박이라는것은 무서운것이구나.. 하고 생각드는 영화였어요. 중간중간마다 돈을 잃은 주인공을 돕는 사람들이 몇번씩이나 나오는데에도 따뜻한 정을 받는 주인공의 태도로 이제는 벗어나겠지..? 하는데도 다시 카지노로 뛰어드는걸 보면서 너무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애초에 그런 경험을 하지 않는게 더 좋은 방법인걸까 싶고 그러네요.. 아,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Gv 이벤트를 참여했는데 너무 떨리지만 엄청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궁금해했던 장면에 대해 질문을 해보았는데, 감독님이 그건 생각안해봤는데요~ 하시면서 말씀하셔서 너무 예상외이기도 해서 너무 웃기고 새로웠답니다. 왠지 설정했던 장면 일거라고 생각해서 던진 질문이었거든요!
본선장편 경쟁작 '레슨'을 보았습니다. 굉장히 평범하고 지루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교차 편집을 통해 관객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시놉시스에도 나와 있어서 스포일러는 아닐 거 같아 말씀드리는데, 같이 가서 본 친구와 남주가 바람을 피웠네 안 피웠네 했는데, 결론은 결정적 증거 장면 얘기를 해서 제가 이겼습니다. ㅎㅎ 그게 영화 내용상 중요한 것도 아니었지만요. 개인적으로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의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역버전?이라고 생각하며 봤는데, 감독님이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독립영화가 어려울 것이란 편견이 있는 분들께 어렵지 않고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하는 영화라 적극 추천하고, 꼭 개봉해서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합니다.
'독립영화답다'는 말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잔잔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는 사실 평상시에 관심이 없었고 잘 모르는 나라였는데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경도 너무 예쁘고 영화 내용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삼촌과 영태가 웃음을 주었습니다.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꿈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꿈을 위해 둘 다 노력하고 해내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나만의 꿈을 이루는 데에 공간적 제약은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는 현재 꿈이 무엇인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년 개봉하면 다시 보면서 그때까지 나의 꿈을 위해 내가 무엇을 노력했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구도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였어요. 처음엔 화면이 뒤집어지길래 영화파일 문제인가 아니면 영사사고인가 깜짝 놀랐는데 보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주인공이 유물이 묻힌 땅속 무덤의 위치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데, 거꾸로 맺힌 상은 어두운 무덤과 카메라 옵스큐라를 연상하게 했어요. 삶과 죽음, 현실과 이미지, 사랑과 우정이 교차하는 영화였어요
금요일 단편 섹션은 골고루 다 좋았어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는 다시 보니 더 좋고, GV도 있어 감독님 만나고 인사 나누던 것도 반가웠어요. 다른 작품들도 각자 색이 달라서 좋았어요. 잠복근무의 맛은 무성 영화 느낌과 개그가 잘 살아있고 모두에게 연두가는 연두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고요. 양해의 닭다리는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민희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공감했습니다. 딸에대하여도 좋았어요 책도 읽었는데 각색도 잘 되고 연기도 좋았고요. 저도 이제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시기라 와 닿았습니다. 단편들은 특색있었는데. 아웃은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관동대학살 생존자, 징용피해생존자,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생존자, 제암리 학살 사건 생존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백방으로 뛰어다닌 박수남 감독과, 그가 찍은 테이프를 디지털화한 작품입니다. 박수남 감독은 생존한 이들의 증언, 그리고 증언 사이 차마 말 못하는 침묵까지 담아내기 위해 영상녹화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딸인 박마의 감독이 어머니에게 묻습니다. 증언 듣는 것 힘들지 않아? 박수남 감독이 답합니다. (녹화하는 당시보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 증언을 듣는 것이 더 힘들다. 여러 이야기들, 지나간 시간들이 교향곡처럼 합쳐지기 때문이다. 김분순 원폭 피해자가 증언하기로 약속해놓고 제대로 다 말하지 못 해서 미안하다고 또 울었습니다. 박수남 감독은 함께 부둥켜 안으며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말을 담기 위해 영상으로 찍는다고 김분순 할머니를 열심히 달랬습니다. 바로 그 말이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피해사실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 그것은 단순 기록 그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그 안에 치유도 함께 담겨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재일교포 2세 3세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사를 모두 물려받았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화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박마의 감독의 고민도 느껴졌습니다. 작품 내에서 박마의 감독은 관객을 대신해 어머니에게 계속 중요한 질문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박수남 감독의 굳은 신념이 베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행위를 생존한 내 몸이 증명하고, 내 입이 당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내 몸과 입 말들이 영상으로 기록되고 끝내는 디지털화되어 계속 이어지고...... 세상은 가해자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피해자의 존재, 목소리, 말 못하고 떨리는 작은 몸짓 하나까지 모두 낙인이기 때문에.
Q2. <창작자의 작업실2. 디자이너 최지웅 '그 영화의 OOTD:착상과 착장'>는 미리 관람권 판매가 종료된 행사였는데 현장 판매가 가능하다고 해서 운좋게 들어갔는데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이신 최지웅 작가님의 작품과 제작 방법, 제작할 때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작품도 많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신만의 영화관을 차리고 그 영화관에서만 받을 수 있는 포스터를 제작해서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주고싶다고 하셨어요. 미국 어느 시골 마을에 그런 영화관이 있는데 그 포스터를 받으려고 각지에서 그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온다고 하더라고요. 진행하시는 분께서 최지웅 디자이너의 작품도 너무 좋지만 그런 낭만적인 태도가 매력적이라서 계속 작업을 같이 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공감이 되었습니다. <땅에 쓰는 시>는 정영선 조경가의 일상과 조경 작업을 따라가며 조경이 나무를 심고 꽃을 심어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의 땅과 경관을 복원하여 인간의 삶을 위로하는 조경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그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제가 조경을 공부하긴 했지만 실무 경험은 없었는데 실제 현장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2. [산신령을 믿으시나요] 귀여운 다큐멘터리였어요. 등산하는 분들께 정말 다짜고짜 '산신령을 믿으시나요?' '산신령을 보셨나요?'라고 묻는 그 질문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글과 그림으로만 전해지던, 어쩌면 전설처럼 내려오던 존재의 실체를 찾아가는 그 흐름이 재밌었어요. 특히 이번 영화가 처음이 아니고, 이미 산신제를 마을의 축제문화로서 이어가는 모습을 담은 <천장산 산신제>라는 다큐멘터리도 찍으신 적이 있다니! 후에 더 많은 산신령을 다루는 3번째 영화 촬영이 예정되어있다고 해서 더 기대가 되어요. 산신령 3부작을 꼭 다 보고 싶어졌습니다. [항해의 끝] 조금은 어려웠어요. 배를 타고 나가는 것이 소원이었던 노인이 어느 순간 자신이 왜 나와 있는지 조차 까먹은 모습이었는데요. 갑자기 고래가 죽고, 바다가 시커멓게 물들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모습이 나와요. 노인은 물고기를 먹고, 결국 자신도 두드러기가 나고 이가 빠지게 되죠. 저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는 환경 이슈가 떠올랐어요 (+과거의 기름 유출 사건도) 인간의 욕심과 오만으로 바다가 죽게 되고, 그 죽음은 결국 인간에게 다시 죽음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상상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었어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유령극] 제가 .. 잠에 들어버려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ㅠㅠ (죄송합니다.. 감독님과 배우님..) 원주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손자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보는 영화를 다루는 '영화 속 영화' 이야기였습니다. 필름을 잘라 이어붙이던 장면이 기억에 나요. 그럼으로써 이야기가 재구성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어떻게 보면 영화라는 문화의 독특한 특성을 볼 수 있던 영화였어요. [50cm]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는 시각장애인의 마라톤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건 사랑 이야기였어요. 시각장애인 친구의 마라톤을 돕는 주인공을 세상에선 '착한 사람', '좋은 일 하는 사람'으로 바라봐요. 시각장애인 친구는 '딱한 사람'이면서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고요. 그래서 영화 초중반까지만 해도, 왜 저렇게까지 마라톤을 나가려고 하지? 왜 자신의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시각장애인의 마라톤을 돕지? 어떤 봉사정신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데 후반에 그 이유가 등장해요. 알고보니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였던 것! 그래서 정말 많은 의문을 해소하는 단 하나는 사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많은 불편함, 그 많은 시선, 어려움, 두 사람 사이의 갈등 등이 있음에도 마라톤을 도전하게 하는 그 단 하나의 이유는 사랑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은 참 강하다는 것을 느낀 영화였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함께 달리기 시작하며 배경으로 나온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노래가 참 기억에 오래 남아요.
저는 우천사랑 딸에 대하여 두 작품을 관람했어요! 먼저 우천사는 폭력이 만연하는 사회 당대의 모습과는 비교되는 주인공들의 사랑과 우정이 너무너무 빛나서 아름다웠고 주영의 예지를 향한 마음이 연민이 아니라 사랑이 틀림없다고 계속 말해주는 것도 좋았어요🥰 사랑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가 있고 그건 어떤 형태이건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아요. 태권도부 부원들과 승희의 연대를 볼 때에는 벅차는 감정이 많이 느껴졌어요. 사실 부원들의 세상 속에선 코치가 크고 무서운 존재였을텐데 그럼에도 결국 정의로운 쪽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게 인상 깊었어요. 2000년,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지만 잠시 멈췄던 주영의 세계가 예지를 만나고 다시 흘러가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중간에 애인발견이라는 노래랑 둘의 분위기가 너무 잘 맞아서 흐뭇하고 따뜻했던...🥹 두번째로 본 작품 <딸에 대하여> 는 정말 정말 대작이었어요😭👍🏻엄마의 정의로움을 닮은 딸 그린이와 그 여자친구 레인의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그린이가 철없게만 느껴졌지만 후로 갈수록 부당함에 부당하다고 소리내고 연대할 줄 아는 그린이의 모습이 너무너무 좋아서 저도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어요. 그린과 엄마와 레인이 서로를 지구에서 지구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꼭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서 영화 내내 뭉클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봤어요☺️
관람했던 다른 작품들에 관해서도 리뷰를 써 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늦게나마 mmz에 썼던 <청춘(봄)> 리뷰 ( https://mmz.mobi/my-post/detail/?id=7fbb272c-0945-4447-8270-6804d41d2e13 )를 복붙해 봅니다. ^^;; 쯔리의 노동자들이 서로 정답게 지내는 건 그들이 모두 사교성을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라 성별, 연령 상관없이 죄다 한 층에 욱여넣어진 채로 매일 얼굴을 마주 대해야 한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래 적응한 면모였을 것이다. 샤오웨이에게 실타래를 던진, 전부터 그를 못마땅하게 보던 노동자는 그가 항의하자 바로 달려들어 그를 구타하고, 누님들에게 살갑게 대하며 이쪽이 현실이라며 촬영팀에게 단가 협상 테이블을 찍으라고 안내하던 톈왕도 결국 경영자가 되자 태세를 전환해 뻔한 갑의 레퍼토리를 읊는다. 그의 이마 중앙에서 시선을 강탈하는 여드름은 앞선 "누나, PC방 야간 알바 같은 거 하지 마요. 호르몬 균형도 무너지고 여드름 생기기도 한다구요"의 상황에 뒤서는 왕빙의 유머로 다가온다. 오밤중에야 미팅하러 나서며 없어진 신발을 찾아 공동 쓰레기통을 뒤지는 그들 청춘의 풍경처럼,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기숙사 반대편 번화가는 딴 세상처럼 깨끗하다. 노동자들에게 그 별천지가 허락된 시간은 10시 이후의 밤 뿐, 16세 무렵부터 하루 15시간씩 주 7일 일하는 그들에게 자유의 시간은 해가 사라진 어둠 그 자체다. 술, 담배, 문신을 하지 말라고 신경 써 주는 학교가 아닌, 공장에서 격무에 지친 그들이 위안을 얻을 곳은 많지 않다. 없는 돈을 꿔 연애는 밤중에 지하 로커 앞에서 하고 생일이라며 휴가를 낼 거라고 떠들던 이들도 말로만 그친 상상은 접어 두고 근무가 끝난 한밤중에야 만취해 케이크를 던지며 조촐한 파티를 할 뿐이다. 낮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 같은 건 이들에게 사치의 영역을 넘어 상상해 본 적도 없는 판타지일 것이다. 영화 도입부의 두 주인공, 성난과 쯔궈 사이의 태아는 당장 이틀 내로 납품을 마쳐야 하는 엄마의 업무량과 부모 중 어느 쪽 성을 따라 거주 자격을 유지할 것인가 사이에서 중절, 출생 양쪽이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다. 거주 자격이 없어 시골 고향과 쯔리를 왔다갔다 하는 철새 노동자로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거의 빨리 감기한 것 같은 속도로 매일 미싱 지옥을 견디는 샤오웨이의 모습은 21세기의 모던 타임즈라고 할 만하다. 그들은 어떤 법의 보호도 없이 임금을 자기가 알아서 받아내야 한다. 잔뜩 껴 입은 채 족욕만 간신히 하는 겨울에서 웃통을 벗고 일하고픈 여름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쳇바퀴 돌리듯 미싱을 돌린다. 마지막 숏, 고향에 돌아온 샤오웨이가 잠깐 서서 숨을 돌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암전을 맞지만, 그 휴식이 그리 길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 봄이 지나면 언젠가 그는 여자 친구의 임신 중절을 고민하던 숱한 노동자들의 대열에 끼게 될지도 모른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증정] 《레스 길을 잃다》를 함께 읽어요! 그믐 북클럽 & 서평단 모집[책 증정] 소설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남해의봄날/책선물] 김탁환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 알쓸신잡 재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 여러분의 처방책이 필요합니다.
수험생이 시집이 읽고 싶대요. 스무살 청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을 추천해주세요.
'밀란 쿤데라' 챌린지 by 신아
밀란 쿤데라 <농담>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연극 보고 책 읽는 [연뮤클럽]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성북구 비문학 최종후보도서 4권을 소개합니다.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①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② 『공감의 반경』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③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④ 『탄소로운 식탁』
버지니아 울프를 읽어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믿고 읽는 그믐북클럽 🌘
[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3. <좋은 불평등> 읽고 답해요[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2. <더 나은 세상> 읽고 답해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었습니다
강릉교육문화관 <생존독서>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다정한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나서<도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서평 쓰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논픽션의 유혹!
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글쓰기 책 함께 읽기 네 번째, 《네 번째 원고-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책방연희>의 다정한 책방지기와 함께~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끝나지 않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읽기 행렬!
[라비북클럽]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같이 읽어요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진주문고 서점친구들]비문학 독서모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