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보다 오래된-문선희> 혼자 읽기 챌린지

D-29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낯설고 불가해한 존재들을 천천히 들여다볼 시간. 고라니에 대한 책입니다. 고라니에게 얽혀 있는 모순된 상황에 대한 설명과 고라니의 얼굴이 사진으로 기록된 책으로 혼자라도 꼭꼭 씹어 읽고 싶어서 모임을 열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싱글챌린지는 자신이 직접 정한 책으로 29일간 완독에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그믐의 안내자인 제가 앞으로 29일 동안 10개의 질문을 던질게요. 책을 성실히 읽고 모든 질문에 답하면 싱글챌린지 성공이에요. 29일간의 독서 마라톤, 저 도우리가 페이스메이커로 같이 뛰면서 함께 합니다. 그믐의 모든 회원들도 완독을 응원할거에요. 계속 미뤄 두기만 했던 책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싱글챌린지! 자신만의 싱글챌린지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로 접속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create/solo/template
싱글챌린지로 왜 이 책을 왜 선택했나요?
슬픔의 방문을 쓰신 장일호 기자님의 SNS를 통해 알게 된 책이고, 직접 훑어보니 책의 물성부터 고라니의 사진과 고라니라는 생물에 얽혀있는 사회적 모순 등등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잠깐 봤음에도 마음을 울린 책이라 다른 분들과 공유하며 읽고 싶었어요. 아직 사람들과 함께할 모임을 만들 자신과 여유가 없어서 싱글챌린지를 선택하게 됐지만, 혼자서라도 공개된 곳에서 이 책을 읽으며 그 내용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도 싱글챌린지를 통해서 이 책을 꼭꼭 씹어 읽어야겠다 다짐하고 있고요. 잘 읽어볼게요.
책을 받아든 첫인상은 어땠나요?
표지 가운데에 크게 있는 고라니의 사진을 통해 고라니의 얼굴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게 되었어요. 따뜻한 회색의 사진이 서정적이라 마음이 크게 일렁였습니다. 책의 질감도 표지 디자인도 그렇고 뒤표지도 그렇고 책등이나 폰트나 책의 전반적인 만듦새 모두 아름다워서 놀랐습니다.
책을 아직 많이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내용일 것이라고 상상하세요? 혹은 어떤 내용을 접하기를 기대하세요?
고라니라는 동물의 특징, 고라니에 대한 작업을 하게 된 작가의 계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작가는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고라니의 존재를 인식했고 그 이후에 무슨 계기가 작용이 되어서 고라니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됐을까요?
오늘은 어디에서 이 책을 읽었나요?
사진집이기도 한 책이라 크기가 큽니다. 들고 다니면서 읽지는 못했고 주로 방에서 엎드렸다가 누웠다가 하면서 읽었습니다.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책은 구매, 대여, 전자책 등 어떤 방식으로 접하게 되셨나요?
도서관에서 희망도서로 신청 후 빌려서 읽고 있습니다. 책 디자인과 내용, 사진까지 매우 아름다워서 이 책은 소장해야겠다. 소장해야 된다! 라는 생각 중입니다.
비록 제한적이고 일회적인 만남이라도 얼굴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오직 언어로만 명명된 존재는 실체가 없다. 실체가 없는 대상과 단 한 번이라도 얼굴을 마주한 대상은 같을 수가 없다. 설령 첫인상으로 어떤 오해와 편견이 생길지라도, 일단 한 번 얼굴을 보게 되면 이름에 눈, 코, 입이 얹어지고 온기가 돌게 된다. ​ 고라니라는 이름 석 자로 뭉뚱그려진 존재들을 한 올 한 올 풀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유일무이하고 고유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 주장하거나 설득하는 대신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존재마다 깃든 빛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들을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 경험해야 할 신비로 형상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렇게 고라니 초상 사진 작업이 시작되었다. ​ 초상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히 눈,코, 입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카메라를 들면 피상적인 사진밖에 찍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찍은 얼굴은 그저 보는 이의 마음을 반영하는 거울일 뿐일 수도 있었다. (많은 동물 사진이 그러하다.)
이름보다 오래된 -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p.83, 문선희 지음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미 중년이 된 지도 한참인데 종종 드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많은 문제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린 듯하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궁금증 많은 아이였던 시절을 뒤로 하고, 세상 물정을 나름 이해하고 받아들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기는 하다. 허나 이 과정에서 상실하거나 심지어는 능동적으로 버리는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금 되묻게 되는지 모른다. 무엇이 어른스러운 것인지. ​같은 질문을 하게 되는 가장 대표적인 맥락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떤 부조리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접할 때다. 좀 단순화하자면, 그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보는 자세보다는 세상의 이치로 수용하는 자세를 어른스런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그것을 몹시 부당하다고 느끼며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자세를 두곤 세상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미성숙한 시각, 즉 아이 같은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짝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이 하루빨리 어른으로 넘어오도록 하기 위한 수많은 작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유해야생동물. 어쩌면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이 해괴한 조합의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읽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순간 이미 그 비극적 부조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명이라는 테두리 안에 안온하게 머무르길 원하면서 그 경계는 끝없이 확장되길 갈망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야생이란 개념이 별로 반갑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오랫동안 야생의 자연을 함락, 정복 또는 제거의 대상으로 삼아온 역사를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전근대적 발상이다. 소위 개척자들이 '미지의 자연'을 탐험하며 '야생을 길들이는' 무용담들을 숭상하던 때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지금 상황은 오히려 반대다. 인류의 손에 의해 야생 포유류의 83퍼센트가 사라졌고, 모든 동물 개체군의 60퍼센트가 자취를 감추었다. 완전히 수세에 몰린 자연은 벼랑 끝에 겨우 매달려 있고 인류는 뒤늦게야 멸종위기종, 보호종 등을 지정하며 급한 불을 끄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나라의 역사보다 오래 이 땅에 살아온 고유한 생물을 우리 스스로가 유해한 존재라고 부른다면 말이다. 문제가 그저 이름뿐이라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유해하다는 누명을 씌운 순간 존재할 권리 자체를 무자비하게 박탈하기까지 한다.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지 않냐고? 그들이 누군가의 밭을 뒤지는 정도의 교란을 일으킬 때 우리는 산이나 숲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규모의 파괴를 매일 자행하고 있다. 그 불균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교 불가한 수준이다. 현재 지구의 육지 중 빙하와 사막처럼 생명이 살기 어려운 지역을 제외하면 총 면적의 절반이 농업에 할애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단 한 종이 식량 생산을 위해 육지의 반 이상을 독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동물을 모두 남은 절반의 땅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만큼 선하고, 무고하고, 순결한 행위는 없는 것처럼 농사를 떠받드는 경향이 있다. 실상은 너무나 다르다. 더 깊숙이 더 널리, 농경지는 자연을 향해 점점 더 뻗쳐나가고 있고 농업은 점점 더 기계화, 산업화되고 있다. 그러니 가는 곳마다 야생동물과의 갈등이 안 일어난다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하지만 농작물 피해가 핵심이 아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모든 음식은 공공재라는 점이 핵심이다. 소유라는 개념이 없는 자연과 맞닿은 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그곳에 사는 생물들이 눈앞에 널린 '음식의 융단'을 무시하길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총살과 박멸은 답이 될 수는 없다. 답은 공존이다. 어렵고 끝없는 교섭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공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어차피 자연에선 누군가를 위해 생산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단지 자연스레 생성될 뿐.
이름보다 오래된 -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추천글_김산하(생태학자/생명다양성재단사무국장), p.186-189, 문선희 지음
마음에 드는 문장을 수집해 주세요.
사진이 뭔지도, 자신이 찍히는지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눈망울 하나만은 공통된다. 그 외에는 조금씩 다르다. 느껴진다. 하나하나의 얼굴에서 고라니라는 종의 보편성과 각 개체의 특수성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 우리는 이들을 싸잡아 개체군이라 부른다. 많고 적음이라는 척도에 따라 그저 그 수를 조절해야 하는 무엇으로. 하지만 '군'이 되기 위해선 일단 '개체'여야 한다. 하나의 완성된, 고유한 개체. 그 개체가 나오기 위해 부모는 무던히 노력했을 것이다.
이름보다 오래된 -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추천글_김산하(생태학자/생명다양성재단사무국장) ​, p.189, 문선희 지음
생명의 편에서 ​ 유해야생돌물 구제사업 같은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할 때도 생명에 대한 감수성은 필요하다. 경제적 이유로만 모든 생명체를 취사·선택·수렴해간다면, 다른 종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생태계에서 생명체들은 서로 얽히고 의지함으로써 모두를 지탱한다. 어떤 종을 멸종위기로 내모는 일은 결국 자신의 생명을 떠받치고 있는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다. 모든 생명은 존재할 권리가 있으며, 이미 존재하는 이상 누구도 구태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 만약 우리가 방향성 없이 나아가기만 한다면 과연 우리는 나아가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질 것인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공존을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생명은 일회적이며 불가역적이다. 죽은 생명을 되살릴 방도는 없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일,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설령 어려울지라도 아직 시간이 있을 때 그렇게 해야 한다. ​ 세상은 복잡하고 빠르게 변한다. 사람들은 고라니를 생각할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에 우리의 세금은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야생동물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멸종위기에서 지키는 것도 사람이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 우리는 농민과 야생동물 중 어느 한쪽 편에 서기 위해 비정해질 필요가 없다. 지금 야생동물들을 죽이는 데 사용되고 있는 세금만으로도, 농민들의 피해 부담을 덜어주고,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 고라니와 공존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다. 고라니를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는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름보다 오래된 -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 p.192, 문선희 지음
저자에게 궁금한 점을 적어 주신다면요?
<이름보다 오래된> 이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독서모임에서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그때 다른 분이 고라니는 귀여운 외모로 책으로 쓰였지만, 멧돼지도 똑같은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하셨다고 하는데요. 그걸 보고 나니 <이름보다 오래된>을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고라니가 주인공인 이번 책 같이 서정적인 표지 말고, 멧돼지가 주인공은 책은 용맹하고 씩씩한 표지 사진이면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실질적으로 10년 동안 고라니를 알아가고 직접 사진을 찍으셨고, 멧돼지의 특징은 정확히 어떤지 몰라 약간 허무맹랑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기획은 어떤 지 여쭤보고 싶네요.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다른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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