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45.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D-29
개인적으로, 올해(2023년) 한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문학동네)의 출간을 꼽겠습니다. 지금, 여기의 먹고사는 문제에 주목하는 열한 명의 작가가 모여서 결성한 '월급 사실주의' 동인의 첫 번째 앤솔러지입니다. '월급 사실주의' 동인은 가능한 한 매년 이렇게 앤솔러지를 펴낸다고 합니다. 김의경, 장강명, 정진영 작가가 처음 의기투합하고 다른 작가 여덟 명에게 제안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했습니다. 열한 작가가 자신이 주목한 먹고사는 문제를 직접 발품을 팔아서 취재하고, 그것을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서 소설로 형상화합니다. 그 작품을 갈무리해서 뜻이 맞는 출판사에서 펴낸 것이죠. 이렇게 탄생한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에는 우리 시대 다채로운 먹고사는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 삼각김밥 공장 아르바이트, 군대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맡아 하는 군무원, 빌라를 짓는 건축사 같은 직업부터 서울에 직장을 잡고 상경해서 집 찾기, 점심 밥값을 둘러싼 직장 안의 미묘한 갈등, 바이러스가 강제한 여행사 구조 조정 모습까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에 실린 열한 편의 작품을 함께 읽고 지금, 여기 먹고사는 문제와 소설 이야기를 가볍게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YG와 JYP의 책걸상'에서는 앤솔러지에 참여한 서유미 작가와 함께 유쾌한 수다도 떨었습니다. 서유미 작가는 가정 방문 학습지 교사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습니다. 서유미 작가와 함께한 수다는 11월 6일(월), 11월 8일(수) 공개합니다.
서유미 작가님...마치 오래 알아온 사이신것 처럼 방송 넘 잘하시는데요! 체질이신가...
서유미 작가님, '책걸상' 여건만 되면 고정 게스트로 모시고 싶을 정도로 방송도 잘하시고, 합도 잘 맞았어요.
하루에 한편씩만 읽어야지...생각하면서 순간접착제를 읽었는데, 첫편부터 좋은걸요. 제목 누가 지으셨을까 주인공들의 형편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해주는 소품이자 단어라 좋았습니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반 정도 읽었다가 책걸상 듣고 나머지 반을 다 읽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서유미 작가님 작품도 너무 좋았는데 방송을 듣고 나니 다른 작품도 찾아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으세요!
저도 어두울 것 같아 넘기려다, 작가님 입담에 넘어갔어요. 수확자 완독하고 넘어올께요!
차례대로 읽고 있는데 혁명의 온도에서 잠시 멈칫했네요. 군대 계급도 문화도 모르니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어요. 이제 서유미 작가님이 상큼하다고 언급하신 이서수 작가님 단편으로 갑니다. 설정이 귀엽네요.
군대를 다녀왔어도 군무원의 세계를 알기는 어려워요. '혁명의 온도'는 군무원을 등장시킨 대한민국의 첫 소설로 문학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싶어요. :)
다들 스포일러 부담 없이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 공유하시면 어떨까요?
군무원의 일은 잘은 모르지만 이 소설에 나타난 처우개선을 위해 혁명?!을 꾀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으는 절차와 분위기는 비슷한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퇴근길에 수입맥주와 닭강정을 사고, 넷플릭스와 로켓와우클럽 회비를 내는것에 부감이 없으니 족하다." 는 문장이 무슨 말이지 와닿는것을 보면 동시대에 살고 있구나 느껴져 좋았습니다. 그렇게 심플한 만족으로 지낼수 있는 시절이 길지 않으니 누려도 좋지 않을까. 싶었고요. 주무관님 건승하시길...빌어드리고 싶어요.
밥벌이의 지난함과 소중함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네요. @YG 님 덕분에 오랫만에 좋은 책을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 중 "월요일 아침은 불법추심 업자처럼 염치없이 찾아온다"로 시작하는 혁명의 온도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 군무원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몇 년간의 장교생활을 했기에 많은 부분을 절절히 공감하면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허한 말장난 보다는 힘있는 문학의 필요성을 주장하셨던 장강명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 굳건히 두 발을 딛고 쓴 문학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에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월급사실주의가 2023에 그치지 않고 트랜드 코리아 처럼 매년 발간되는 도서로서 정착되길 바랍니다. @장강명 작가님을 비롯하여 이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치열하게 글로 풀어내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
저는 제가 철들고부터는 아버지가 자영업을 하셔서 월급봉투를 구경한 적이 없긴 합니다. 책 표지 색깔이 예전에 종종 보던 주황색봉투 색깔처럼 느껴지신 분들 안 계신가요? 일부러 의도하신 거려나요?
예전엔 봉투가 주황색이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봉투는 그 서류색깔 똥색봉투요.
제가 기억하는 봉투는 이거인데 꽤 얇고, 약간 불그스레 해서 주황색이라고 생각했어요. 검색해보니 '황봉투'라고 나오네요.
아아...이 봉투도 알죠. 저는 이것보단 좀 두툼한 서류봉투 재질 생각했어요.
’간장에 독‘은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는 (먹는) 간장에 들어있는 독인 줄 알았습니다. ‘간장독’이 아니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들 직장 다니시면서 ‘간장에 독’이 쌓이는 기분 느껴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ㅎㅎ
ㅎㅎ 저도 처음엔 읭?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했어요. 직장인들 대부분은 독이 어느정도 쌓여있지 않을까 싶어요..ㅋ 고씨투어 직원 중 "p.189 맨날 사측 인사들이랑 어울려 다니더니 물들었나봐. 회사가 돈을 벌든 말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저는 이런 스타일의 사람들을 보면 좀 화가 나고 한심스럽더라구요. 저같은 경우는 회사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런 이해 안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독이 쌓이는 쪽이었습니다; ㅋㅋ
저도 방송 들으며 서유미 작가님 책걸상이랑 너무 잘 어울리신다 생각했어요.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구요. :) <밤의 벤치>를 읽고나서는 (작품의 분위기는 너무 다른것 같지만) <19호실로 가다>가 연상되기도 했어요. 비밀스러운 휴식처라는 공통점 때문일까요.. 그리고 코로나 시기에 버티다 버티다 끝내 폐업하는 소규모 카페 사장님들 사정을 많이 알고있어서인지 <순간접착제>를 보면서는 아르바이트생 친구들보다 마카롱카페 사장님 입장에서 책을 읽고있더라구요.. (그렇게 그만둬버리는 친구들 너무 많이 봤어요 T_T)
방송에서도 서유미 작가님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 이야기를 조금 길게 정리해 봤어요. <기획회의> 596호(2023년 11월 20일)에 실린 글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길어서 나눠서 올릴게요.)
『음향과 분노』(1929), 『압살롬, 압살롬!』(1936) 등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1897~1962)가 있습니다. 1949년 노벨 문학상을 받기 전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인기도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미국 문학 작가로 꼽힙니다. 이 윌리엄 포크너가 1956년 봄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죠. "작가에게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관찰력, 상상력, 경험." 물론,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갖춘 작가가 누가 있겠습니까? 포크너도 그건 무리다 싶었는지 슬쩍 위안을 줍니다. "그중에서 어느 한 가지만 갖고 있어도 다른 두 가지의 결핍을 벌충할 수 있다." 최근에 소설 한 편을 읽다가 이 포크너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혹시, 미국의 미스터리 작가 가운데 피터 스완슨을 들어본 적 있을까요? 2014년 『아낌없이 뺏는 사랑』(푸른숲, 2017)으로 데뷔한 스완슨은 2015년 두 번째 작품 『죽여 마땅한 사람들』(푸른숲, 2016)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인 ‘릴리’를 등장시켰죠. (네, 릴리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처단하는 악인입니다.) 스완슨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마지막에서 릴리를 위기로 몰아넣으며 소설을 끝내서, 그녀에게 감정 이입했던 독자를 궁금하게 했었죠. 그 릴리가 7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스완슨이 최근에 『살려 마땅한 사람들』(푸른숲, 2023)을 발표하면서 릴리를 다시 등장시켰거든요. 릴리의 ‘소심한’ 팬이었던지라,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죠. 전작(『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심심한 전개에 실망하면서 독서를 마무리할 무렵에 저자가 소설 속에서 인용해 놓은 포크너의 말을 오랜만에 접했습니다. 스완슨은 작품 속 세계에서 유명한 작가로 나오는 릴리의 아버지의 말을 빌려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포크너의 말 가운데) "뒷부분은 사실이야. 하지만 경험은 과대평가했구나. 우리는 살아만 있으면 경험을 얻을 수 있으니까.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빌어먹을 아프리카 사파리에 갈 필요는 없어. ("가장 저평가된 20세기 작가" 소리를 들었던 영국 소설가) 바버라 핌은 평생 어디에도 가지 않았지. (핌을 재평가한 영국 시인, 소설가) 필립 라킨 역시 평생 어디에도 가지 않았고." 어쩌면, 스완슨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바야르의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 2012)을 읽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서 가벼운 에세이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바야르는 이 책에서 예술에서 경험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아주 통렬하고 근사하게 비판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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