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경쟁, 아픈 교실] 미니소설 10편 함께 읽기

D-29
아니요.. 저는 절대 권하지 않겠습니다.. 왜냐면 긴장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약에 의존할 수도 있고, 나만잘되면 편법에 의존해도된다는 생각을 하며 살 거고, 언제까지나 온실 속 화초 보호하듯 부모가 도와줘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으므로 자녀의 문제해결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권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수능을 볼 때 우황청심환을 먹고 봤습니다.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시험이 끝나갈무렵 꾸벅꾸벅 졸았던 걸 생각하면 긴장완화에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 작품을 읽고 생각해보니 어쩌면 어제 있었던 수능에서도 ‘약물’을 복용하고 시험을 본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도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각성제 계열약물이 시판되고 있고 ADHD환자들의 치료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굉장히 사사로운 사람이라 약을 줄 것 같습니다. 다만 약이 수험생에게 안 맞을수도 있으니 모의고사때 한 두번 먹어보라고 권유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약이 소위말하는 ‘마약‘처럼 의존성이 생기지 않는 약이라는 전제하에서요. 그것이 공정하냐? 그러면 학원도 과외도 금지하고 EBS로만 공부해야 하냐? 라는 질문이 작가분이 독자들에게 밀어붙이고 있는 질문인 것 같네요. 공정하지 않습니다. 저같은 사사로운 필부들에게만 공정을 강요해야 하는가? 라고 항변하고 싶습니다. 수능한방, 시험한방으로 합격여부가 결정되고 계급이 달라지는 사회인데 어떻게 필부들에게 공정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건가요? 학원을 금지하고 시험장에서 도핑테스트를 하는 것 보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질높은 공교육을 받게하고, 사교육비가 덜 들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시험한방으로 계급이 결정되지 않는사회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교사로서 부모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제 선택의 기준 중 하나는 '지금 이 순간 아이가 행복한가'입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감수하는 사람으로 살게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가게 하고 싶어요. 대학 서열화와 입시 시스템이 이이들로 하여금 경쟁을 내면화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경쟁보다 더불어 사는 삶을 먼저 가르치기 싶은데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겠지요.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아무리 잘나도 혼자서 살 수 없을 거예요. 우리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함께 사는 법을 아이들과 함께 찾고 만들어 가야될 것 같아요. 지금 읽는 이 소설들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토의해보려합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말이 궁금하네요.
저도 다른분들처럼 그 약을 아이에게 권하는걸 주저합니다. 그런데 주저하는 이유.. 그 바닥에 깔린 진짜 이유는 뭘까요? 혹 부작용 때문에, 부작용을 겪어서 내 아이가 시험에 '불리해질' 가능성을 염려하는 이유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동일한 상황에서 내 아이가 '유리해질' 가능성을 고려해서 약을 먹이는 부모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를까요? 약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의 이유가 둘 다 '내 아이의 유불리함‘이라면 말이죠. 명쾌한 대안도 없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희별님의 말씀에서 선택의 이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약을 먹이는 건 두 가지 이유로 반대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번 약 복용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경우 약에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와 혹시나 모를 부작용때문입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순리에 맞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권하지 않겠습니다. 집중력강화제는 불법이니까요. 자기 이익과 필요를 위해 불법을 용인한다면 수능 뿐이겠습니까? 남들 다하는 거니까 나도 한다는 논리로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나무랄 수 없을 겁니다.
대체 아프지 않은데, 약이 왜 필요하지요? ㅠㅠ 그냥 그동안의 성실도를 학생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결과 측정이 제일 중요한 "수학능력시험", 어디가서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뭘까 시험의 정의대로 하면 되겠지요. 아침에 늦게 일어나 지각해서 못 보면, 그 또한 내 자녀의 책임이지요.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대신살아줄 수 없으니까요... 대학은 필수가 아니기도 하구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몹시도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문제로 당락이 결정되는 순간에 집중력 강화제를 먹으라고 누가 권한다면, 저는 무척 고민하면서 먹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자녀에게 권하는 입장이 되니 또 완전 다른 생각이 드네요. 집중력 강화제가 정말 안정성이 확보가 된 것인지, 1회 복용만으로도 중독성은 없는지, 집중을 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기에 충분히 공부를 했는지... 정말 공정한 선에 서서 시작하는 것인지, 여러가지를 고민하게 되네요. 공부나 특정 대학 입학 외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했던 청소년기에 저는 먹었습니다. 100퍼센트의 확률로요. 그런데 수험 공부가 정말 그 정도의 의미가 있을까라고 의문이 되는 요즘에 청소년의 입장이 되었다면 부모가 권했어도 먹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쨌든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운동하는 남자와 결혼을 해서인지 집중강화제를 듣자마자 스포츠 경기에서 약물복용을 금지하는 경우가 바로 떠올랐어요. 정당하게 겨루자는 스포츠맨쉽도 모두의 양심만 믿은 결과는 아니겠지요. 캠페인의 결과이자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애쓴 사람들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가능해진 거겠죠. 그러니 이런 사회가 온다면(말도 안되는 사회가 됐다는게 핵심이긴 하지만…일단 됐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근 저도 안 먹고 아이에게도 스포츠맨쉽을 가르치듯 올바른 경쟁에 대해 가르쳐야 하겠죠. 유혹을 이기는 게 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근데 특별할 것도 없죠. 스포츠도 정치도 비즈니스도 모두 같은 정신을 추구하잖아요. 그나저나 소설 대로라면 우리 시대 수능의 결과가 올림픽 금메달 같은 위상까지 올라왔다는 뜻일 테고, 이런 상상이 그럴듯해 보이는 걸 보니…평생의 영광을 안겨주긴 하나 봅니다. 안타깝네요.
간단한 질문인데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저라면 수능날 특별한 걸 먹지는 않을 겁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질까봐요. 자녀에게도 권하지 않을 겁니다. 평소의 컨디션대로 하는 게 최선일 것 같아서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강명 작가님이 <킬러문항 킬러 킬러> 독자들에게 보내는 두 번째 질문 2. 소년의 아버지가 하는 대사 중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오늘 고사장에 들어가는 수십만 명 중에는 너처럼 과외식 특강을 받으며 준비한 아이도 있고, 학원비가 없어서 학교 수업만 받아야 했던 아이도 있어.” 그러면서 아버지는 “공정한 경기라는 건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고 단언하지요. 이 생각에 동의하십니까? 이유는 무엇입니까?
애초에 공정한 경기라는 건 존재한 적 없다에 동의합니다. 더 많은 정보와 부모의 부(자본), 교육 인프라에 노출된 사람이 지금의 대입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러니까 저와 같은 평범한 부모들도 떠밀려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지요.
공정하지 않지요. 아이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네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네 부모와 살아서 누리는 것들을 당연히 여기지마라. 전부 운이다.
공정한 경기라는 건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고 해도 아이의 말처럼 “경기 규칙이 잘못됐다고 반칙을 저질러도 되는 건 아니”라는 것에 더 많이 동의합니다. 기억전달자에 나오는 사회처럼 모두가 비슷한 부모아래 비슷한 가정 환경 속에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러한 사회문화적 격차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 공교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법이 횡행하는 사회이므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정당하는 주장보다는 불법이 횡행하므로 더욱 더 법은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그런 사회적 신뢰가 굳건한 사회에서 다양한 상황의 모든 시민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경기는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 "... 저도 현재 경기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애초부터 만들어 보질 않은 걸까요? 무조건 공평한하다고 해서 공정하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공평하게 나눈 경험이 없어서 공정한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살아보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룰을 위해 또 잘못을 범하는 건 결국 다 지는 경쟁이 아닐까요. 스스로의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주어진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최선이고 그게 결국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공정함이 동일함은 아니니까 아버지가 말한 공정한 경기의 의미를 다시 짚어봐야 해요.
음, 우선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것만 바라면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2번에 대한 제 대답은 동의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출발선 자체가 다르죠.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가족 구성원이 다르고, 경제적 상황도 다 다를 겁니다. 때문에 공정하지 않은 세상인 걸 모두가 알고 있고, 그렇다면 그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가야 (되도록)모두에게 공정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칼럼에 담긴 아버지의 말처럼, 규정을 뭉개고 위선자가 돼야 하는 순간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결국은 사회지도층 인사가 되죠. 그리고 그 사회지도층 인사가 교육 방안을 만들어낼 테고요.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거야 가 아니라, 나부터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모이고, 다수가 되면 이 공고한 층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헛된)기대를 해봅니다.
공정하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공정하지 않은 경기라고 반칙 편법 다 써도 된다는 건, 상황에 굴복하는 비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지상주의 세상은 모두에게 비극입니다. 부메랑처럼 돌아가리라 생각합니다.
과정과 환경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그런 기준에서 보면 공정한건 아무것도 없겠죠.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결국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는가. 그것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가. 그것들에 집중하며 비교하지 않고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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