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님이 <킬러문항 킬러 킬러> 독자들에게 보내는 두 번째 질문
2. 소년의 아버지가 하는 대사 중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오늘 고사장에 들어가는 수십만 명 중에는 너처럼 과외식 특강을 받으며 준비한 아이도 있고, 학원비가 없어서 학교 수업만 받아야 했던 아이도 있어.” 그러면서 아버지는 “공정한 경기라는 건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고 단언하지요. 이 생각에 동의하십니까? 이유는 무엇입니까?
[슬픈 경쟁, 아픈 교실] 미니소설 10편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요즘부모연구소
굳고정한갈매나무
애초에 공정한 경기라는 건 존재한 적 없다에 동의합니다. 더 많은 정보와 부모의 부(자본), 교육 인프라에 노출된 사람이 지금의 대입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러니까 저와 같은 평범한 부모들도 떠밀려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지요.

스콜라
공정하지 않지요. 아이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네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네 부모와 살아서 누리는 것들을 당연히 여기지마라. 전부 운이다.

어디든
공정한 경기라는 건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고 해도 아이의 말처럼 “경기 규칙이 잘못됐다고 반칙을 저질러도 되는 건 아니”라는 것에 더 많이 동의합니다. 기억전달자에 나오는 사회처럼 모두가 비슷한 부모아래 비슷한 가정 환경 속에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러한 사회문화적 격차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 공교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법이 횡행하는 사회이므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정당하는 주장보다는 불법이 횡행하므로 더욱 더 법은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그런 사회적 신뢰가 굳건한 사회에서 다양한 상황의 모든 시민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지바른그곳
"공정한 경기는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 "... 저도 현재 경기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애초부터 만들어 보질 않은 걸까요?
무조건 공평한하다고 해서 공정하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공평하게 나눈 경험이 없어서 공정한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JY
살아보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룰을 위해 또 잘못을 범하는 건 결국 다 지는 경쟁이 아닐까요. 스스로의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주어진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최선이고 그게 결국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공정함이 동일함은 아니니까 아버지가 말한 공정한 경기의 의미를 다시 짚어봐야 해요.

연해
음, 우선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것만 바라면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2번에 대한 제 대답은 동의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출발선 자체가 다르죠.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가족 구성원이 다르고, 경제적 상황도 다 다를 겁니다. 때문에 공정하지 않은 세상인 걸 모두가 알고 있고, 그렇다면 그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가야 (되도록)모두에게 공정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칼럼에 담긴 아버지의 말처럼, 규정을 뭉개고 위선자가 돼야 하는 순간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결국은 사회지도층 인사가 되죠. 그리고 그 사회지도층 인사가 교육 방안을 만들어낼 테고요.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거야 가 아니라, 나부터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모이고, 다수가 되면 이 공고한 층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헛된)기대를 해봅니다.

글리
공정하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공정하지 않은 경기라고 반칙 편법 다 써도 된다는 건, 상황에 굴복하는 비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지상주의 세상은 모두에게 비극입니다. 부메랑처럼 돌아가리라 생각합니다.
크레센트
과정과 환경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그런 기준에서 보면 공정한건 아무것도 없겠죠.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결국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는가. 그것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가. 그것들에 집중하며 비교하지 않고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dollmang2
씁쓸하지만, 그런 것 같아요! 공정하지 않지요.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출발점이 다르니깐요. 공정하지 않으니 공정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은 공정하지 않으니 우리도 공정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어른이라니.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어른이야, 부모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어른으로 책임을 다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