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경쟁, 아픈 교실] 미니소설 10편 함께 읽기

D-29
그 '집중력 강화제'가 일상적으로 복용가능한 우황청심환과 커피같은 것이고 자녀가 늘 복용하던 것이라면 권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소설에 나온 것처럼 은밀한 거래를 통해 한번만 복용할 수 있다면 권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고, 그 부작용이 우리 아이에게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요한 날 그런 운을 시험할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소설 속 아이처럼 그런 특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굳이 그런 것을 권해서 부모로서의 권위를 잃고, 서로에 대한 존중을 깨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수능의 굴레에 갇혀 살아야 할까요. 약이 있다면 제가 말려도 아이가 먹으려고 할 거 같아요. 고3이면 이미 성인이나 다름없는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걸요. 제도의 중력을 벗어나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선택할 권리가 과연 있을지.
저는 작년 수능 치는 아이에게 우황청심원을 권했어요. 너무 긴장해서 힘들까봐서요. 아이는 작년에는 먹었는데, 올해는 먹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긴장이 너무 풀어 지는 것 같아서 집중하기 힘들더라고요. 저는 소설에서처럼 금지하는 약물을 먹이는 건 선택 안 할 거 같아요. 불법을 저지르라고 자녀에게 가르치는 건 자녀의 인생관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길게 보면 부모도 부모로서 신용을 잃어버리는 행동이고요. 신용을 회복하기 쉽지 않아요. 그리고 소설의 집중력 향상 특효약이 오히려 시험을 망치게 할 수도 있어요. 저희 아이들 경험처럼 우황청심원이 긴장을 너무 풀어지게 해서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듯이, 소설의 집중력 향상 연질 캡슐이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올려 초긴장 상태로 만들어서 시험을 망치게 할 수도 있어요. 하하하! 수백 만원의 저 명약이 과연 명약일까요? 누가 검증해줬나? 어짜피 카드라 통신으로 근거 없이 수백 만원에 거래되는 거 아닌가? 싶네요.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칼럼에서 말하는 주황색 알약은 한 알에 수백만 원에 거래되는, 정부가 복용하지 말라고 한 약이고, 우황청심환은 정부가 복용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는 약이니까요.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마약처럼,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용도가 다르고, 어떤 나라에서 취급하느냐에 따라 불법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저라면 이 약을 복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도의적인 면에서 공정하지 못하다 여겨지고(하지 말라는 걸 굳이?), 두 번째 이유는 제 몸이 약 자체를 잘 받아들이지 못 할 것 같아서 입니다. 그러니까 평소에 먹던 약이 아닌 약을 굳이, 수능처럼 중요한 날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나서 좋던 컨디션도 망쳐버릴 것 같거든요. 남들에게 좋다는 게 저한테도 좋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지극히 제 개인적인 특성일 뿐이지만요. 그렇다면 자녀에게는 권할 것인가? 라고 물어보신다면 그것 또한 반대입니다. 제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을 자녀에게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례로 어릴 때, 제 친구가 시험을 보던 중에 제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답안지를 건넨 적이 있습니다. 모르는 문제로 끙끙대는 제가 답답해 보였나봐요. 싫다고 했는데, 자기 딴에는 도와준다고 생각했던지 계속 보여주려고 하길래, 손을 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저도 같이 혼이 났지만 저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비뚤어진 길인 걸 알면서도 자녀에게 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저부터도 똑바로 살아야겠지만요. 아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그릇된 모습으로 자라길 바라지는 않아요.
저라면 권하지 않겠습니다. 가뜩이나 큰 일을 앞뒀다는 부담감에 긴장할텐데 평소에 하던 대로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가르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어 보지 않던 것을 섭취해 일어나는 부작용도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수학능력시험이 인생에 있어 큰 일은 맞지만 평소에 열심히 한 만큼 자신을 믿고 담담히 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고 앞으로 접할 다른 인생의 큰 일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아이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다만 이런 의문은 듭니다. 우황청심환은 복용은 아이의 긴장 완화를 위한 걸까요? 아님 부모의 위안을 위한 걸까요? 둘 모두의 간절함이 약물 선택이라는 상황을 낳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인생이 그 한 번의 시험에, 내가 선택한 문항의 답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너무 이른 나이에 알게 되는 현실이 지옥같을 따름입니다.
저도 겨울비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아이의 인생이니 아이가 하는 최선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권하지 않고 싶지만 부모된 입장에서 구할수만 있다면 구해서 주려고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솔직히 떨쳐내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안하고 싶어요. 먹고 싶다고, 구해달라는 아이에게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애초에 그런걸 먹고 싶다고 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네요. 시험을 본다면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이와 대화 해보고 싶습니다. 글에서 아버지가 아이에게 토론을 해보자고 권한일을 저는 그 약을 먹이지 않는 방향의 충분한 타당성을 스스로 얻기 위해서 대화 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환청심환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 긴장을 완화시켜준다고 하니깐요^^ '집중력 강화제'를 먹고 싶지도, 먹이고 싶지도 않아요. 모두가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니깐 나만, 내 아이만 먹인다면 불공정한 게임이 되는 거니깐요. 이미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지만, 굳이 동참하고 싶지는 않아요. 수능날 그런 약을 구해서 먹어야 할 정도로 대학이 아이들의 앞날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했는지가 뭐 그리 대수라고!' 하기에 우리나라 현실은 대학이 너~~무 중요하니깐요. 약을 먹지 않아도,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아니요.. 저는 절대 권하지 않겠습니다.. 왜냐면 긴장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약에 의존할 수도 있고, 나만잘되면 편법에 의존해도된다는 생각을 하며 살 거고, 언제까지나 온실 속 화초 보호하듯 부모가 도와줘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으므로 자녀의 문제해결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권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수능을 볼 때 우황청심환을 먹고 봤습니다.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시험이 끝나갈무렵 꾸벅꾸벅 졸았던 걸 생각하면 긴장완화에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 작품을 읽고 생각해보니 어쩌면 어제 있었던 수능에서도 ‘약물’을 복용하고 시험을 본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도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각성제 계열약물이 시판되고 있고 ADHD환자들의 치료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굉장히 사사로운 사람이라 약을 줄 것 같습니다. 다만 약이 수험생에게 안 맞을수도 있으니 모의고사때 한 두번 먹어보라고 권유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약이 소위말하는 ‘마약‘처럼 의존성이 생기지 않는 약이라는 전제하에서요. 그것이 공정하냐? 그러면 학원도 과외도 금지하고 EBS로만 공부해야 하냐? 라는 질문이 작가분이 독자들에게 밀어붙이고 있는 질문인 것 같네요. 공정하지 않습니다. 저같은 사사로운 필부들에게만 공정을 강요해야 하는가? 라고 항변하고 싶습니다. 수능한방, 시험한방으로 합격여부가 결정되고 계급이 달라지는 사회인데 어떻게 필부들에게 공정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건가요? 학원을 금지하고 시험장에서 도핑테스트를 하는 것 보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질높은 공교육을 받게하고, 사교육비가 덜 들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시험한방으로 계급이 결정되지 않는사회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교사로서 부모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제 선택의 기준 중 하나는 '지금 이 순간 아이가 행복한가'입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감수하는 사람으로 살게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가게 하고 싶어요. 대학 서열화와 입시 시스템이 이이들로 하여금 경쟁을 내면화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경쟁보다 더불어 사는 삶을 먼저 가르치기 싶은데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겠지요.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아무리 잘나도 혼자서 살 수 없을 거예요. 우리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함께 사는 법을 아이들과 함께 찾고 만들어 가야될 것 같아요. 지금 읽는 이 소설들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토의해보려합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말이 궁금하네요.
저도 다른분들처럼 그 약을 아이에게 권하는걸 주저합니다. 그런데 주저하는 이유.. 그 바닥에 깔린 진짜 이유는 뭘까요? 혹 부작용 때문에, 부작용을 겪어서 내 아이가 시험에 '불리해질' 가능성을 염려하는 이유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동일한 상황에서 내 아이가 '유리해질' 가능성을 고려해서 약을 먹이는 부모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를까요? 약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의 이유가 둘 다 '내 아이의 유불리함‘이라면 말이죠. 명쾌한 대안도 없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희별님의 말씀에서 선택의 이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약을 먹이는 건 두 가지 이유로 반대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번 약 복용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경우 약에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와 혹시나 모를 부작용때문입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순리에 맞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권하지 않겠습니다. 집중력강화제는 불법이니까요. 자기 이익과 필요를 위해 불법을 용인한다면 수능 뿐이겠습니까? 남들 다하는 거니까 나도 한다는 논리로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나무랄 수 없을 겁니다.
대체 아프지 않은데, 약이 왜 필요하지요? ㅠㅠ 그냥 그동안의 성실도를 학생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결과 측정이 제일 중요한 "수학능력시험", 어디가서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뭘까 시험의 정의대로 하면 되겠지요. 아침에 늦게 일어나 지각해서 못 보면, 그 또한 내 자녀의 책임이지요.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대신살아줄 수 없으니까요... 대학은 필수가 아니기도 하구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몹시도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문제로 당락이 결정되는 순간에 집중력 강화제를 먹으라고 누가 권한다면, 저는 무척 고민하면서 먹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자녀에게 권하는 입장이 되니 또 완전 다른 생각이 드네요. 집중력 강화제가 정말 안정성이 확보가 된 것인지, 1회 복용만으로도 중독성은 없는지, 집중을 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기에 충분히 공부를 했는지... 정말 공정한 선에 서서 시작하는 것인지, 여러가지를 고민하게 되네요. 공부나 특정 대학 입학 외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했던 청소년기에 저는 먹었습니다. 100퍼센트의 확률로요. 그런데 수험 공부가 정말 그 정도의 의미가 있을까라고 의문이 되는 요즘에 청소년의 입장이 되었다면 부모가 권했어도 먹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쨌든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운동하는 남자와 결혼을 해서인지 집중강화제를 듣자마자 스포츠 경기에서 약물복용을 금지하는 경우가 바로 떠올랐어요. 정당하게 겨루자는 스포츠맨쉽도 모두의 양심만 믿은 결과는 아니겠지요. 캠페인의 결과이자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애쓴 사람들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가능해진 거겠죠. 그러니 이런 사회가 온다면(말도 안되는 사회가 됐다는게 핵심이긴 하지만…일단 됐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근 저도 안 먹고 아이에게도 스포츠맨쉽을 가르치듯 올바른 경쟁에 대해 가르쳐야 하겠죠. 유혹을 이기는 게 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근데 특별할 것도 없죠. 스포츠도 정치도 비즈니스도 모두 같은 정신을 추구하잖아요. 그나저나 소설 대로라면 우리 시대 수능의 결과가 올림픽 금메달 같은 위상까지 올라왔다는 뜻일 테고, 이런 상상이 그럴듯해 보이는 걸 보니…평생의 영광을 안겨주긴 하나 봅니다. 안타깝네요.
간단한 질문인데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저라면 수능날 특별한 걸 먹지는 않을 겁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질까봐요. 자녀에게도 권하지 않을 겁니다. 평소의 컨디션대로 하는 게 최선일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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