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보겠습니다》발췌, 요약 내용입니다.

D-29
꽃뱀 여검사, 도가니 검사가 된 이유 2007년 광주지검으로 발령이 나 공판부로 배치되 었습니다. 여성 검사는 대개 성폭력 전담 아니면 공 판이던 때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3주가 채 되지 않 아 제가 공판부로 발령이 난 황당한 이유를 알게 되 었습니다. 광주지검에서 전입 검사들의 부서 배치 안을 짜면서, '검사와 스폰서'의 B 부장에게 저에 대한 세평을 물었다고 합니다. "경주에서도 부장 잡아먹더니, 부산에서도 부장 잡아먹었다. 부장 에게 꼬리치다가 뒤통수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 는 답을 듣고 놀란 광주지검 수뇌부는 간부들과 정 보를 공유하고, 일단 법원에 보내기로 하고 공판부 에 배치했다고 하더군요. (중략) 아무리 봐도 꽃뱀 같은 외모와 성격이 아니니, 의문을 품게 된 검사 들의 귀띔으로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되어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2007년 그 시절에는 여성 검사들이 많지 않을 때 라, 전국 여성 검사 모임이 1박 2일로 더러 열렸 습니다. 선배들에게 제 피해 사실을 말하면 무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상 반기 어느 금요일 재판을 끝낸 후 여성 검사 연찬회 참석을 위해 상경했습니다. 밤을 지새우며 저와 제 동료가 인천지검에서 당한 일부터 경주, 부산에서 의 봉변 등 여러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2차 피해인 꽃뱀 이야기를 아울러 전하며 (중략) 울분을 토했 습니다.(중략) 그래서 무언가 도움을 받고 개선책 이 마련될 줄 알았는데, 어떠한 후속 조치도 없었 습니다. 그때 비로소 피해자가 직접 부딪치지 않으 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슬펐습니다. 만약 후배가 피해를 입는다면 나는 같이 싸워주겠 다고 그때 굳게 다짐했지요.
함께 꾸고픈 꿈: 검찰개혁 미약한 힘이지만 검찰개혁을 위해 힘껏 발버둥쳐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활동이 매달 검사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동료들에게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 을 불러 모아 검찰개혁의 구심점이 되어보자는 제 몸부림입니다. 1년 가까이 병가로 쉰 적도 있는데 지금까지 70개의 글을 올렸더군요. 성과를 그리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제가 조금은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포기할 수 없으므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정의로운 검찰에 대 한 꿈을 동료분들과 함께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 꿈의 대가 2012년 6월 〈직접조사제에 대한 단상〉을 게시판 에 올리고부터 간부들에게 집중적으로 불려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압력 강도가 점차 높아졌습니다. 덩달아 맷집도 세지긴 했지만, 고통스럽지 않았다 면 거짓말이겠지요. 제가 선택한 것이니 감수합니 다만, 너무 힘들었습니다. 상급자들에게서 승진 등 인사를 포기하지 말라는 회유와 징계하겠다는 협박 을 수시로 받고, 적지 않은 동료에게서 공개적인 댓 글과 쪽지, 채팅으로 모욕과 조롱을 받았지요. (중략)여자 선배들을 포함한 간부들이 덮기에 급급 했던 검찰 조직 내 성폭력 문제를 공개해 버린 서 검 사의 결단, 상부의 위법한 압력을 폭로한 안미현 검 사의 용기 등 일련의 일들을 바라보며, 견뎌낸 보람 을 이제 비로소 느끼고 있습니다.
네가 진정 원하는게 뭐야? 여성 검사, 수사관, 실무관 들에게 성폭력 피해 경 험을 전수 조사한 것처럼 부당한 지휘권 오남용 사 례에 대해서도 전수 조사를 실시해 주십시오. 하여, 오남용자에 대한 감찰과 문책으로 검찰 내부의 인 적 적폐를 해소해 주십시오. 더러운 손으로 대한민 국의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고위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수사권 조정 등 큰 틀에서의 제도 개혁과 아울러, 검찰 인사제도, 감찰 개혁, 직장협 의회 설치 등 검찰 내부 제도 개 혁에도 신속을 기해 주십시오. 검찰 스스로 만든 치 외법권을 우리 스스로 걷어냅시다. 대한민국에 치 외법권은 없습니다. 저는 꿈을 꿉니다. 바로 선 검 찰, 신뢰받는 검찰을 늘 꿈꿉니다. 이 꿈이 저만의 꿈은 아니겠지요? #MeToo #WithYou #WeTogether
검찰은 정의의 대변자이자 법 집행자인데, 정작 내 부에서의 정의 실현은 참으로 요원합니다. 서 검사 의 미투가 사회 흐름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되었지만, 사건 발생지인 검찰 내에서는 서울남부지검 김형렬 전 부장, 진동균 전 검사 등 몇몇 성폭력 사범의 처 벌을 뒤늦게 이끌어 내는 데 그쳤습니다. 의정부지 검 시절, 모 검사장이 저를 불러 '검찰이 얼마나 깨 끗해졌는데, 도대체 왜 이러느냐?' 꾸짖었습니다. 그 검사장처럼 적지 않은 간부들은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며 검찰이 깨끗해졌다고 뿌듯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현재의 검찰이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가를 평가하고 비판 하지요. 기준 잣대가 달라 평가가 다르고, 그로 인 해 말과 생각이 서로 부딪치게 됩니다. 현실이 이 러하여 서 검사의 미투가 검찰을 당장 바꾸지는 못 했지만 사회를 바꾸었고, 사회의 변화가 검찰의
변화를 결국 강제하게 되겠지요. 대의를 위해 서 검사의 미투에 저도 '위드유WITH YOU'를 하긴 했지만, 2010년 당시 최교일 검찰국장에게 불려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고 다니느냐?" 고 꾸중을 들은 후 '자기가 피해자가 아니라고 해 놓고, 왜 고자질하나' 싶어 원망했던 감정의 앙금 이 없지 않았고, 엉덩이 좀 만진 걸 가지고 유난 떤다고 욕하는 검사들에게서 들은 말들이 워낙 많 아, 저 역시 색안경을 끼고 한참 바라보았음을 고 백합니다. 그 후 사과를 따로 드렸지만, 이 책을 통해 서 검사에게 거듭 사과드립니다. 세상이 변 하고 있고, 결국 검찰은 변할 거예요. 덕분입니다.
나는 고발한다(2부 들어가는 글 중) 언론 기고가 기관장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완화된 후 전장을 바꾸어 좀 더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내 기로 결심한 뒤, 2018년 12월 <기고/발표 등 신 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우리 검찰이 스스로 고치 기를 바랐지만, 여의찮으니 검찰권을 검찰에 맡긴 주권자 시민에게 직접 호소하여 강제로라도 수술 받게 해야겠다 싶었으니까요. (중략) 혼자라도 갈 각오입니다만, 역사의 광야에서 앞서 걸어간 분들 의 발자취가 보이고, 함께 걷는 이들의 발소리도 들립니다. 하여 외로운 듯하나 외롭지 않게 검찰 에서 10년째 버텨오고 있습니다. (중략) 검사게 시판을 넘어 신문과 책을 통해 같은 꿈을 꾸는 사 람들을 더 많이 불러 모으고 검찰의 오늘과 내일 에 대한 반성과 성찰, 비전을 불러일으켜 검찰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이 캔 스피크 1(2019. 1. 14.) 5년에 걸친 소송으로 결국 징계가 취소되었지만, 제게 위법한 지시를 하거나 징계권을 남용한 간 부 그 누구도 저에게 사과하지도, 문책당하지도 았습니다. 또한 수뇌부 마음에 들지 않는 댓글을 썼다고 꾸짖던 분들이 총장 후보군 물망에 오르기 도 했지요. 2018년 9월 저는 《경향신문》과 인터 뷰를 했습니다. 그 과정은 늘 그랬듯 고단했지요. (중략) 검찰청 공무원 행동 강령상의 인터뷰 사전 승인제가 적법한지를 두고 수뇌부와 두 달에 걸친 치열한 논쟁 끝에 겨우 승인을 받았습니다. 끝내 사전 승인제가 신고제로 바뀌어 검사게시판 글 게시로 징계받던 제가 이제 언론 기고까지 자유롭 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부딪쳐 가다 보면, 철옹성 그 철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 고, 역사의 물꼬가 결국 트이는 걸 봅니다.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 구형이 최선인 양 주 장하고 무죄판결에 불복해 온 검찰이 무죄 구형을 하는 것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습니다. (중략)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영어를 배워 세상을 향해 진실 을 외치는 내용입니다. 할머니의 간절한 외침은 진실을 외면해 온 사람들의 고개를 돌려 놓았지 요. 이렇듯 시대 변화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시작 되고, 행동은 말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또한 부족 한 말을 용납할 수 있는 사회여야 자유로운 토론 이 가능하겠지요. (중략) 10년간 검찰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돌아 보면(중략) 답답한 감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검사게시판에서 칼럼으로, 책 으로 제 전선을 이렇게나 옮겼고, 징계나 적격 심 사로 쫓겨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여전히 검찰 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나는 고발한다(2019. 2. 18.)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한 방송사에 서 은폐되었던 성폭력 사건을 거론하자, 검찰은 마치 처음 듣는다는 듯 놀라며 대검 캐비닛에 숨 겨둔 성폭력 사건 기록을 마지못해 꺼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결국 부장검사에게 5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되었고, 귀족 검사는 지난 1월 징 역 10월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입니다. (중략) 수사권과 기소권은 검찰의 여의봉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김진태 검찰총장 등이 저지른 조직범죄를 문재인 정부의 문무일 검찰총장이 여전히 감싸주는 현실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착잡 하기 그지없습니다. 정권은 유한하나 검찰은 영 원하고, 끈끈한 선후배로 이어진 검찰은 밖으로 칼을 겨눌 뿐 내부의 곪은 부위를 도려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검찰 내 성폭력조차 침묵한 검사들이 상사의 위법 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요? 이렇게 뻔한 사건조차 그 책임을 묻지 않고서 야, 검사들의 학습된 무기력을 고칠 수 있겠으며, 은폐된 검찰 내 복잡한 진실들을 밝힐 수 있을까 요? 부득이 저는 지면을 빌어 검찰권을 감당할 자 격이 없는 검사들을 고발합니다. 저는 장영수 검 사장을 고발합니다. 그는 2015년 대검 감찰1과 장으로 서울남부지검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고도 관련자를 형사 입건하지 아니한 채 범죄를 덮었습니다. 저는 문찬석 검사장과 여환섭 검사장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당시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와 대검 대변인으로서 거짓 해명으로 국 민을 속이고, 조직적 은폐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습 니다. 저는 문무일 검찰총장을 고발합니다.
제가 장영수 등의 직무 유기에 대한 수사와 감찰 을 정식으로 요청했음에도, 처벌은커녕 징계조차 하지 아니하고 검사장 등 요직으로 발탁했습니다. 직무유기의 법리를 모른다면 그 무지로 인해 총장 자격이 없고, 알고도 그렇게 한 것이라면 직무유 기입니다. 검찰권을 검찰에 위임한 주권자 국민 여러분이 고발인의 고발 내용을 판단해 주십시오. (중략) 2018년 겨울 무렵 《경향신문》 기자에게 서 정동칼럼 필진을 제의받고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를 떠올렸습니다. 검찰이 어차피 면죄 부를 줄 텐데, 고발과 별개로 시민에게 공개 고발 장을 제출하여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질 타, 공수처 도입 촉구 등 여론을 환기할 수 있겠다 싶었으니까요. 전쟁터를 검사게시판에서 신문 지 면으로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럼에도 드레퓌 스 사건의 변곡점이 되었던 에밀 졸라의 위대한
격문을 흉내 내어 쓰려니, 주제넘다 싶어 미적거 리다가 두 번째 칼럼으로 출고했습니다. 에밀 졸 라의 글 부제목은 〈공화국 대통령 펠릭스 포르씨 에게 보내는 편지>인데, 제 글 부제목은 이에 빗 대어 <주권자 시민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예 상대로 제법 많은 분의 마음에 가닿았고, 당연히 검찰 수뇌부도 읽었습니다만 읽지 않은 체하더군 요.(중략) 검사는 임관할 때 '오로지 진실만을 따 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한 바 른 검사가 되겠다'고 선서합니다. 수사의무와 공 정의무는 법적 의무입니다. 현실적으로 스스로에 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까지 차마 기 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시민에게 요구 하는 잣대와 동일한 잣대로 검사들의 잘잘못을 가리지 않는다면, 누가 검찰의 결정에 승복하겠 으며, 사회질서가 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
검찰 구성원인 검사가 검찰을 믿지 못해 시민에 게 직접 호소하고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은 물론 검찰에게도 비극입니다. 검찰권을 검찰에 위임한 주권자에게 검찰을 다시 고발합니다. 검찰권을 검찰에 위임한 주권자 국민 여러분이 고발인의 고발 내용을 판단해 주십시오.
거짓말도 보여요(2019. 3. 18) 중국 진나라 무제가 고위 관료였던 산도를 탄핵 한 이희를 칭찬하면서도 산도를 감싼 것에 대해, 사마광은 <자치통감>에서 "정치의 근본은 형벌 과 포상에 있다. 이것이 불분명하고서야 어찌 정 치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 만일 이희가 말한 것 이 사실이라면 산도는 벌해야 하고, 사실과 다르 다면 이희가 칭찬받는 것이 문제다. 이러고도 어 찌 준법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습니 다. 2015년 은폐되었던 서울남부지검 성폭력 사건 실체가 외부에 알려진 사실관계와 같다면 당시 감찰 담당자들을 직무유기로 입건하지 않은 문무일 검찰총장 등은 검사 자격이 없는 것이고, 잘못 알려진 것이라면 해명해야 합니다.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서야 검찰총장이 준법을 말한들 어찌 무게가 있겠으며, 검찰개혁 논의에서 새어
나오는 대검의 불협화음이 조직이기주의 발로가 아니냐는 의심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요? 권력은 진실을 잠시 가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가릴 수는 없지요. 검찰은 법률가는, 또한 모든 공직자는 산 전수전 다 겪은 시민을 더 이상 속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거짓말도 이젠 다 보이니까요. (중략) 권한에는, 결정과 행위에는 책임이 따릅니 다. 책임 없는 권한은 없지요. (중략)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 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 는 말이 있습니다.(중략) 대한민국 주권자 국민의 함성이 무엇인들 움직이지 못하겠습니까? 검찰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의 날선 감시 와 비판만이 검찰을 바꿀 수 있겠지요. 함께 꾸는 꿈의 힘을, 결국 함께 나아가는 역사의 힘찬 발걸 음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들(2019. 4. 15.) 4·3평화기념관에는 운주사 와불처럼 누워 있는 무서백비가 있습니다. '4·3백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란 설명문 앞에 절로 숙연해지지 요. 이름을 두고 이념과 진영 간의 논쟁이 끝이 없 으니 아직 4·3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백비이나, 사과와 화해를 통한 완전한 평화를 기다려 온 원 혼들의 오랜 피눈물로 적셔진 혈비지요. 사과는 가해자의 의무이고,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입니다.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 앞에 검찰을 포함한 가해자 들과 악의 승리를 방관한 우리 사회의 진심 어린 반성문을 백비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백비에 얼 룩진 피눈물을 가해자들의 눈물로 닦아 바로 세우 는 날, 비로소 4·3이 끝날 테지요. 그 날까지 가해 자들은 피해자들과 역사로부터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중략) 지휘권과 인사권을 오남용 한 간부들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자 용서를 강권 하는 충고를 많이 들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후배 에게서 관련 간부들을 용서하라는 메일을 받고 '생매장을 당하는 듯한 공포와 싸웠다.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 위로 흙을 쏟는 사람들, 빠 져나오지 못하게 발로 다지는 사람들, 방관하는 사람들 많이 고통스러웠고 원망스러웠다. 우리가 사건 당사자에게는 정의와 책임을 묻지 않느냐.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이고, 책임을 묻는 것은 조 직의 의무'라고 답했습니다. (중략) 가해자에게 사과를 권하지 않으면서 피해자에게 화해를 강권 하는 풍토에서, 가해자들은 더욱 뻔뻔해지고, 피 해자들은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의 옹졸함을 자책 하게 되지요. 용서는 피해자의 의무가 아닌 권리 이고, 사과는 가해자의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국가와 사회,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만이 피 해자들의 피맺힌 통한을 풀 수 있겠지요. 화순 운 주사 와불이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전설 이 있습니다. 이념과 진영 논리로 비문을 정하지 못해 아직 백비로 누워 있는 4·3평화기념관의 비 석이 일어서는 그날. 사과와 화해를 받침돌 삼아 우리 사회에 진정한 평화가 세워지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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