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이즈 컬처』 혼자 읽기

D-29
나탈리 제레미젠코_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기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으며 또 바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과학적 변화가 곧 사회적 변화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이 구체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변화를 인식한다는 뜻이죠.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자동차가 몇 년도에 만들어졌는지, 주인공이 휴대전화 혹은 트랜스포터를 쓰는지 알 수 있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제레미젠코_ 그토록 사람들이 자주 보는 스타트랙의 매력이 무엇인가 찾아내려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스타트랙 속의 사회는 상당히 파시즘적인 데다가 군대 조직 같은 사회더군요. 그렇죠?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만들고 지배하려고 하잖아요. 주인공들은 엔터프라이즈호에 갇혀 있거나 황량한 곳에 착륙하여 공격받는 경우도 많으며, 현지인들과 문화나 지식을 교환하지도 않고, 같이 놀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이 절제되어 있고 인공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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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젠코_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스타트랙의 여러 작품이 사실상 사회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작품에서 사회적 변화는 기술적 변화를 일으키지도 추진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촉발하지도 않죠. 그냥 기술적 변화가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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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_ 그런데 설득이 효과가 있으려면 사실 유혹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설득을 할 때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도록 하되,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이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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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_MIT 방문교수로 갔더니 학생들이 자기들은 다 잘할 것이라고 믿고 있더군요. 자기 분야에서 뛰어나니까요. 그러나 이들의 성공 여부는 연구 성과를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사람들, 아니면 자기가 속한 기업 내부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죠.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죠. 물론 저는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연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알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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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_ 과학자로서, 그리고 과학의 미덕을 별로 알아주지 않는 사회에서 과학의 미덕을 찬양하려는 사람으로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궁극적으로 좋은 쪽이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성공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가름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학에서는 실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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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_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사실은, 과학은 어떤 것이 진실임을 증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그저 어떤 것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입니다. 그것이 과학이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과학에만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 능력이죠. “그건 쓰레기야, 이제 더 이상 그 얘기를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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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_틀린 생각을 내던져버리는 능력으로 인해 과학은 독특하며, 이로 인해서 진보가 이루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틀린 일이 분명히 드러난다면 그 틀린 일에 매달려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죠. 그러니까 옳은 일은 분명하지 않을 수 있어도 틀린 일은 반드시 분명해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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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젠코_ 과학적 지식의 생산과 과학적 방법론, 과학 자체, 이 모든 것들을 혼란스러운 세상, 그러니까 과학적 방법론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 밖에 세워두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비극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물론 실재하는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이러한 사회적 제약 안에서 만들어졌음을 이해하면 과학도 기술도 더 발전할 것이고, 우리가 어떤 것은 좋은 것 또는 진보적인 것이라고 말할 때 그게 무슨 뜻인가를 더 잘 설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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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_저는 늘 일종의 정치적 동물로 살아왔고 사회 안에서의 과학에 대해 염려를 많이 했죠.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참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요?” 저는 보통 다음과 같이 말해줍니다. “여러분이 좋은 과학자라면 가장 좋은 참여는 과학을 연구하는 것이고, 과학적 성과를 만들어냄에 따라 말할 기회가 생기고 다른 여러 가지 이슈에 영향을 미칠 기회도 생기니까 그때 가서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말이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사람들을 과학에 참여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들을 과학자처럼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을 과학자처럼 생각하게 만들면 이 사람들은 다른 상황에서도 문제에 더 잘 대응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학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과학 연구의 발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보기에 현실적으로 연구는 전문가 차원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작업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아인슈타인은 특허국 직원이었지만 동시에 고도의 과학교육을 받은 사람이었고, 당시의 과학 발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인슈타인의 사례로 인해 사람들이 누구나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과학자가 되는 일이 점점 더 현실성이 없어지고 있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과학적 경험을 통해 과학적 과정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 필수적이기도 하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제레미젠코_ 그렇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이나 글로브 프로젝트에 “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이들은 아마 교육 활동을 예로 들겠죠. 그러니까 어린이들을 내보내서 온도나 강수량을 측정하게 하는 것과 같은 활동들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저임금 노동이죠. 대학원생을 고용하는 것보다 싸니까요. 그리고 이런 활동은 어떤 측면에서 보든 창의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 동의합니다. 가장 중요한 경험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는데) 옳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 틀렸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것을 목격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런 경험이 가장 유익하며 가장 위대하고, 가장 중요한 진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 마음이 활짝 열리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제레미젠코_ 이렇게 되면 누가 어떻게 과학에 참여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돌아옵니다. 환경과학이나 경계층물리학 석사 또는 박사학위도 없고, 논문을 출판한 적도 없는 일반인들이 어떻게 물질적 증거를 손에 넣거나, 의문을 제기하거나, 기존의 과학적 사실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문화세계에서 과학이 물질적 증거에 대한 독점권을 갖는 것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펜서 웰스_ 세계화를 비롯한 단일문화 때문에 인류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몇 세대가 지나도 같은 유전자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모두 뒤섞여서 줄기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아주 좋은 일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인류의 역사라는 큰 틀에서 볼 때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변화의 패턴, 그러니까 유전적으로 인류를 정의하는 패턴을 지워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4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윌 셀프_글쎄요, 선생님의 작업과도 관계가 있는 얘긴데, 스스로의 경험을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사색의 힘에 정신을 쏟다 보면(저술가는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언어, 그리고 언어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가 됩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4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셀프_제임스 조이스가 좋은 예죠. 조이스는 고향을 떠나 분노한 이방인으로 살기도 했고 동시에 언어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여러 개의 언어를 구사할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최고의 작품은 하나의 방언, 하나의 장소, 하나의 시점, 하루라는 요소 등으로 넘칩니다. 이보다 더 철저히 지역적일 수는 없죠. 그리고 이 작품은 철저히 걷기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의 어떤 인물도 바퀴 달린 운송수단을 쓰지 않습니다. 수렵채취인의 모습이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4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파올라 안토넬리_ 나노물리학[nanophysics]과 나노기술[nano-technology], 그리고 이들이 미래의 과학과 설계 사이에 이루어질 협력 모델을 만드는 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도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정말로 흥미로운 일은 하버드대학의 피터 갤리슨이 이야기한 것입니다. ‘나노제조[nanofacture]’라는 생각인데요, 이 생각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모두 설계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노제조에서는 사물을 원자 단위로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5장 프랙털 건축,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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