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이즈 컬처』 혼자 읽기

D-29
스틱골드_ 그런 사람들이 꿈풀이를 써놓은 책을 삽니다. 그들은 세상이 애매모호하다는 사실이 두렵기 때문에 누군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기를 바라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글쎄요, 결국 과학은 일종의 어설픈 추론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우리 과학자들은 어떤 관계가 반드시 인과관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로서 훈련받을 때 처음부터 듣는 말이 이겁니다. “인과관계가 있다고 가정하지 말라.” 어떤 과학자들에게는 이런 자세가 제 몸을 치는 칼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다가 스스로의 창의력을 부정하는 지경까지 가니까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과학이 의미 있는 방향으로 진보하는 이유는 과학자들이 ‘이거다’ 싶은 연관성을 파헤치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훌륭한 과학자라면 이런 경우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에서 이것은 연관일 뿐이다, 인과관계는 없을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제 연구 결과를 설명할 때 이렇게 얘기합니다. “스토리 자체는 그럴싸합니다. 아귀가 딱 들어맞고요. 그런데 이게 진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네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이런 자세가 필요하죠. 내가 만든 모델에 대해 거의 종교적이라고 할 열정과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오케이, 멋지군, 그런데 데이터 좀 보여줘”라는 자세를 유지하는 겁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스틱골드_ 적응, 그러니까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꿈이 진화하고 선택되었다고 보는 방법이 있고 진화 생물학 용어로 스판드렐[spandrel]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유용성이라는 방향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뛰는 소리는 유용성 때문에 진화한 것이 아닙니다. 심장이 진화하다 보니 펌프처럼 혈액을 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근육이 수축하다 보니 소리가 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오늘날 매우 유용하죠. 의사는 청진기를 귀에 꽂고 반대편 끝을 사람의 가슴에 대고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서 많은 것을 알아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심장 소리는 매우 유용하고 생존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심장 소리가 그런 목적으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8장 꿈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조너선 레덤_ 소설 자체에서 한 가지 과소평가되는 측면, 그러니까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 중에서 통상 문학 비평가들이 가장 신경을 덜 쓰는 것이 사실로부터 가져온 소재입니다. 사람들은 소설가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보여주는 데 열광합니다. 추리물에서 독자들은 거의 항상 어떤 사실, 예를 들어 은행 업무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즐깁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9장 픽션의 진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덤_ 보통의 소설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거나 흥미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인물들의 감정이나 심리적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은행 창구 직원이 몇 시에 업무를 마감하고 현금을 금고로 가져가는지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죠. 그러나 독자로서 우리는 모두 세상에 관한 지식에 목말라합니다. 그리고 독자는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세상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던지는 부류의 소설로부터 정신적 영양분을 얻습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9장 픽션의 진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덤_ 제 입장에서 진실은 항상 현실과 비유가 뒤섞인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섞여 있는 차원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제가 만든 인물들도 거기 살고 저 자신도 거기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게 둘 중 하나를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합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9장 픽션의 진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덤_ 사람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순수한 현실주의자였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착각입니다. 그가 사용한 도구는 비유가 묻어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는데 이는 언어 자체가 거대한 비유의 덩어리로, 우리가 이 덩어리들을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고 이것으로 작업을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9장 픽션의 진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데이비드 번_ 누군가가 우리에게 “이 노래는 이런 노래이고, 이 그림은 이런 그림이다”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죠. 왜냐하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예술 자체는 거의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번_ 음악은 이른바 파충류의 뇌에 직접 호소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음악에 즉각 반응하죠. 그러나 동시에 음악은 뇌의 다른 부분에도 모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사가 있으면 음악 속에 언어가 들어 있다는 뜻이죠. 리듬적 요소가 강한 뇌의 운동 담당 부위와 근육에 영향을 줍니다. 여러 가지 것들이 관련되어 있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대니얼 레비틴_ 철학자 앨런 와츠가 한 말이 기억나네요. 와츠는 1970년대에 동양철학에 관한 책을 몇 권 썼습니다. 와츠는 과학의 문제에 대해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과학자는 강에 대해 연구하고 싶으면 양동이를 들고 나가 강물을 퍼서는 둑으로 올라와 앉아 양동이 속의 물을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물론 그 속의 물이 강 자체는 아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비틴_ 인간 행동에서 한 가지 큰 미스터리는 아기가 부모를 바라보면 부모가 아기에게 미소를 짓고 그러면 아기도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입니다. 아기는 어떻게 이것을 알까요? 어떻게 부모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보고 자신도 어떤 근육을 움직여야 같은 표정을 한다는 사실을 알까요? 어떻게 해서 같은 표정을 지으면 같은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까요? 이 문제 속에는 복잡한 일련의 신경과학적 퍼즐이 숨어 있습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번_ 사람은 공감합니다. 남이 느끼는 걸 나도 느낀다는 뜻이죠. 어떤 사람이 노래를 하거나 연주를 하면 그는 어떤 감정 상태를 겪으면서 이를 비언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감상자는 즉시 그와 공감하고, 연주자와 똑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하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비틴_ 네, 그리고 결국 미학자들과 철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도 비슷하죠. 예술의 목표는 예술가가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가졌던 느낌이나 마음의 상태로 감상자를 데리고 가는 거죠. 예술가의 감정을 거울에 비친 것처럼 겪는다는 뜻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비틴_ 스티비 원더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특정한 사건이나 느낌을 회고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그때의 감정적 상태를 만들어내서 작곡을 한다고요. 그리고 녹음할 때는 다시 한 번 같은 감정 상태로 들어가려 한답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번_ 네, 그래서 스티븐 핑커 같은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했죠. “음악은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진화의 부산물, 즉 어떤 다른 것을 따라온 것이다”라고요. 레비틴_ 네, 그게 핑커의 이론이고 아직도 이를 고수하고 있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비틴_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음악을 즐긴다 하더라도, 그리고 수명을 연장해주고 우리가 음악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하더라도 음악이 진화상의 적응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 핑커의 주장입니다. 적응의 산물은 언어고 음악은 말하자면 언어에 업혀간다는 얘기죠. 핑커는 비유를 듭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는 한 새는 날기 위해 깃털을 진화시킨 것이 아닙니다. 기후와 환경에 맞추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일단 깃털이 생겨나자 나중에 비행에도 적합하도록 적응한 거고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레비틴_ 깃털의 목적이 비행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여기서 ‘목적’이라는 단어는 비유적으로 쓰였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진화에는 목적이 없으니까요. 핑커의 주장은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음악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단 언어가 생기자 인간은 존재하는 언어를 이용한 것입니다. 마치 새가 깃털을 이용했듯이 말이죠. 궁극적으로 이런 논쟁이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저는 핑커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모든 파충류, 파충류뿐만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척추동물이 갖고 있는 매우 원시적 구조가 있는데, 이는 귀에서 소뇌와 변연계 쪽으로 돌출한 부분입니다. 이 돌출 부위는 언어와는 별도로 음악만을 거의 선택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러니까 음악이 진화 과정에서 언어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추정이 가능하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0장 음악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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