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이즈 컬처』 혼자 읽기

D-29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마이클 섕크스_어떤 사람이 현장성을 느끼는 이유는 이런 식의 피상적 요소 때문이 아니라 내러티브의 충실성 때문입니다. 이러한 그래픽 작업이 던지는 내러티브는 잠깐의 산책 이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모델은 매우 그럴싸하고 자연스러운 데다 ‘현실’처럼 보이겠지만 대상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평면 배치나 마름돌의 형태 등이 당시의 삶을 짐작하는 데 쓸모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그저 착시이며, 대상의 외형에만 집중하여 관찰자에게 현실 같은 느낌을 일으킬 뿐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2장 인공물에 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섕크스_ 이러한 모델은 관찰자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참여란 단순한 유적 방문 같은 것이 아니라, 무질서한 데이터를 체계적인 정보로 탈바꿈시키고 이를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을 끌어들이는 과정을 말합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2장 인공물에 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섕크스_ 이렇게 정교하게 과거를 재현하는 모델을 보면 ‘데이터의 양이 증가하면서 결국 우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할 것이다’라는 식의 낙관론을 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디지털 고고학은 엄청난 데이터를 이용해서 과거를 다시 되살려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배후에 깔려 있습니다. 이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입니다. 과거는 끝났고 붕괴되었으며, 파괴되고 사라졌습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몇 개의 파편뿐입니다. 이것이 고고학의 매력이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2장 인공물에 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섕크스_제가 보기에는 이 문제들이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 같습니다. 제가 흔히 하는 말은 이겁니다. “인류의 새벽부터 우리는 사이보그였다. 인간은 항상 사물, 상품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초기에, 제가 초기라고 하는 것은 12만 년 전쯤을 말합니다만, 인간을 인간이도록 해준 것은 사물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사물이란 ‘기계스러운’ 조립품을 말합니다. 물론 정식으로 기계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들은 아니었지만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2장 인공물에 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섕크스_ 인류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사람이 그 자신이라는 사실은 오직 그의 내적인 특성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자아는 다른 사람 속에, 그리고 사물과 우리와의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2장 인공물에 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섕크스_지금 이 방에는 에어컨이 꺼져 있고 열 전달의 패턴은 냉방이 꺼져 있다는 사실을 따릅니다. 물리학자로서의 선생님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봅니다. 투자가로서의 선생님은 아마 이 건물을 재개발해서 주거용 건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는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이런저런 식으로 이를 표현해야 한다는 정답이 없다는 뜻이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2장 인공물에 관하여,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로런스 크라우스_많은 공상과학 작품에서 과학이 사악하고 무서운 모습으로 등장하죠. 스타트랙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스타트랙에서는 과학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주고 문명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과학이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니, 참 기이한 미래관이죠. 스타트랙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측면이 이런 미래관 아닌가 싶어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저는 과학이 사람들을 문명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했나요? 저에게는 이 점이 전혀 분명치 않습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이 스타트랙에 그토록 빠져드는 것은 이런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과학이 주인공이니까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나탈리 제레미젠코_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기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으며 또 바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과학적 변화가 곧 사회적 변화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이 구체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변화를 인식한다는 뜻이죠.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자동차가 몇 년도에 만들어졌는지, 주인공이 휴대전화 혹은 트랜스포터를 쓰는지 알 수 있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제레미젠코_ 그토록 사람들이 자주 보는 스타트랙의 매력이 무엇인가 찾아내려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스타트랙 속의 사회는 상당히 파시즘적인 데다가 군대 조직 같은 사회더군요. 그렇죠?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만들고 지배하려고 하잖아요. 주인공들은 엔터프라이즈호에 갇혀 있거나 황량한 곳에 착륙하여 공격받는 경우도 많으며, 현지인들과 문화나 지식을 교환하지도 않고, 같이 놀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이 절제되어 있고 인공적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제레미젠코_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스타트랙의 여러 작품이 사실상 사회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작품에서 사회적 변화는 기술적 변화를 일으키지도 추진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촉발하지도 않죠. 그냥 기술적 변화가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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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_ 그런데 설득이 효과가 있으려면 사실 유혹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설득을 할 때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도록 하되,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이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니까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MIT 방문교수로 갔더니 학생들이 자기들은 다 잘할 것이라고 믿고 있더군요. 자기 분야에서 뛰어나니까요. 그러나 이들의 성공 여부는 연구 성과를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사람들, 아니면 자기가 속한 기업 내부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죠.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죠. 물론 저는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연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알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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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스_ 과학자로서, 그리고 과학의 미덕을 별로 알아주지 않는 사회에서 과학의 미덕을 찬양하려는 사람으로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궁극적으로 좋은 쪽이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성공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가름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학에서는 실험이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사실은, 과학은 어떤 것이 진실임을 증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그저 어떤 것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입니다. 그것이 과학이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과학에만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 능력이죠. “그건 쓰레기야, 이제 더 이상 그 얘기를 하지 마.”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틀린 생각을 내던져버리는 능력으로 인해 과학은 독특하며, 이로 인해서 진보가 이루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틀린 일이 분명히 드러난다면 그 틀린 일에 매달려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죠. 그러니까 옳은 일은 분명하지 않을 수 있어도 틀린 일은 반드시 분명해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제레미젠코_ 과학적 지식의 생산과 과학적 방법론, 과학 자체, 이 모든 것들을 혼란스러운 세상, 그러니까 과학적 방법론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 밖에 세워두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비극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물론 실재하는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이러한 사회적 제약 안에서 만들어졌음을 이해하면 과학도 기술도 더 발전할 것이고, 우리가 어떤 것은 좋은 것 또는 진보적인 것이라고 말할 때 그게 무슨 뜻인가를 더 잘 설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저는 늘 일종의 정치적 동물로 살아왔고 사회 안에서의 과학에 대해 염려를 많이 했죠.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참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요?” 저는 보통 다음과 같이 말해줍니다. “여러분이 좋은 과학자라면 가장 좋은 참여는 과학을 연구하는 것이고, 과학적 성과를 만들어냄에 따라 말할 기회가 생기고 다른 여러 가지 이슈에 영향을 미칠 기회도 생기니까 그때 가서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말이죠.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크라우스_사람들을 과학에 참여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들을 과학자처럼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을 과학자처럼 생각하게 만들면 이 사람들은 다른 상황에서도 문제에 더 잘 대응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학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과학 연구의 발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보기에 현실적으로 연구는 전문가 차원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작업입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13장 누가 과학을 하는가,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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