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지기]#6 <사피엔스>

D-29
수많은 자연법칙 종교가 근대에 새로이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가 그런 예다. 이들은 종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이데올로기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용어상의 문제일 뿐이다. 만일 종교를 초자연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면, 공산주의는 이슬람교에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종교다. ... 우리는 세상의 신념들을 신 중심의 종교와 자연법칙을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하는 신 없는 이데올로기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24-325쪽. 3부-12. 종교의 법칙,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종교도 이데올로기도 신념이니,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라고 놀란 단락이었습니다. 형광등이 탁 켜진 느낌ㅎㅎㅎ 내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와 밀착되어 있던 신념들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할 때마다 늘 신기하고 좋아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인본주의 분파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다. 이 사상은 ‘인간성’은 개별 인간의 속성이며 개인의 자유는 더할 나위 없이 신성하다고 믿는다. ...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의 주된 계명들은 ...자유를 침입이나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계명들을 통칭하여 ‘인권’이라고 부른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27쪽. 3부-12. 종교의 법칙,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오랜만인 것 같은 사피엔스 기록입니다. 사피엔스 책은 병렬독서할 수 밖에 없는(ㅋㅋ) 책이어서 문학 책 하나와 같이 읽다가 다른 책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래도 우리 모임 덕분에 다시 사피엔스 책을 펴고 페이지를 넘기는 데 처음 한 두장은 더디고 무거웠지만 역시나 읽다보니 푹 빠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2장을 읽고, 웬만한 종교 입문서보다 제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종교와 신념의 흐름, 종류를 쉽게 이해하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나는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지하며 각 종교에 제 생각을 대어보고 생각보다 다양한 신념이 통합되어 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기도 했답니다.
저도 병렬독서를 못하는 편인데 사피엔스는 어쩔 수 없이 병렬독서를 하게 만드네요.. 이 한 책만 봤다면 계속 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믐이 없었다면 이 책을 지금 이 정도 까지 읽지도 못했을 겁니다. 독서 신념 화이팅!!
역사상 모든 지점은 교차로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37쪽. 3부-13. 성공의 비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특정 시대에 대해 피상적인 지식만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실현된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사후의 깨달음을 근거로, 어째서 그런 결과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를 증명도 반증도 불가능한 이론으로 설명한다. ... 사실 그 시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 다시 말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야말로 그 시대를 가장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후의 깨달음에 의해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정작 그 시대에는 전혀 명백하지 않은 일이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38-339쪽. 3부-13. 성공의 비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삶은, 역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지리적, 생물학적, 경제적 힘은 제약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제약 속에도 어떤 결정론적 법칙에도 매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놀라운 일이 전개될 여지는 매우 많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40쪽. 3부-13. 성공의 비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이 단락을 읽으며 오히려 현재에 감사하게 되고, 앞으로를 기대하게 되네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미래.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들 간의 상호작용은 너무 복잡하므로, 힘의 크기나 상호작용 방식이 극히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에는 막대한 차이가 생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역사는 이른바 ‘2단계’ 카오스계다. 카오스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1단계 카오스는 자신에 대한 예언에 반응을 하지 않는 카오스다. 가령 날씨는 1단계 카오스다. ...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그러므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40-341쪽. 3부-13. 성공의 비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오 카오스에도 단계가 있군요. 오늘도 이렇게 새로운 걸 알게 됩니다.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42쪽. 3부-13. 성공의 비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역사를 공부하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한다라는 역사 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올리며 다른 관점인 이 단락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졌어’ 라고 필연적으로 해석하는 역사책이나 제 생각의 흐름을 다시 바라볼 수도 있을듯해요. 역사책은 제가 식견이 짧다보니 주체적으로 해석하기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이래서 다양한 관점을 접해보라고 하나봐요.
역사의 선택은 인류를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역사가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그런 이익을 측정할 객관적 척도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에 따라 무엇이 선인지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는데, 어느 쪽이 옳은지를 판단할 객관적인 척도는 우리에게 없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43쪽. 3부-13. 성공의 비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점점 더 많은 학자들이 문화를 일종의 정신적 감염이나 기생충처럼 보고 있다. ... 우연히 출현해서 자신이 감염시킨 모든 사람을 이용하는 정신의 기생충에 더 가깝다. ... 문화적 진화는 ‘밈’이라고 불리는 문화적 정보 단위의 복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성공적인 문화란 그 숙주가 되는 인간의 희생이나 혜택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밈을 증식시키는 데 뛰어난 문화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43-344쪽. 3부-13. 성공의 비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당연하다고 믿었던 내 신념도 의심해보기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46쪽. 3부-13. 성공의 비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이 문장을 보고는, 그래도 저는 개인이기도 한 지라 ‘역사가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나라도 내 행복 잘 챙겨야지.’라고 생각했답니다. 사회의 거대한 흐름에 무심코 흘러가지 않고 깨어 있으며 순간순간의 행복을 느낄 거에요.
13장을 읽고. 3부의 마무리 장이어서 그런지 얇지만 묵직한 장이었습니다. 이번 장을 읽고 더욱 느끼는 건데 마치 드라마처럼 작가가 장의 끝 부분에서 흥미진진, 궁금해지게 만들고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에 계속~ 이러는 것 같아요. 계속 다음 챕터를 궁금하게 하는 능력까지 있다니. 3부는 돈, 정치, 종교 특히 ‘정치, 종교는 웬만하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꺼내지마’ 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을만큼 민감하고 개인에게 밀착되어 있는 신념이기도 한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도 궁금하네요 ㅎㅎ 모임도 반 이상 왔네요. 후반도 화이팅하시게요! 모두 좋은 밤 좋은 날 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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