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지기]#6 <사피엔스>

D-29
@사락 님의 문장 수집에 덧붙인 글들을 재밌게 봤습니다. 문장 수집의 글을 보고 사락님의 들을 또 보며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도 짧게나마 정리해보네요. 남은 모임 화이팅이요!!
기원전 첫 밀레니엄 동안, 보편적 질서가 될 잠재력이 있는 후보 세 가지가 출현했다. 세 후보 중 하나를 믿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세계 전체와 인류 전체를 하나의 법 체계로 통치되는 하나의 단위로 상상할 수 있었다.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모두가 '우리' 였다.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진화적 구분을 처음으로 어찌어찌 초월했고 인류의 잠재적 통일을 내다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상인, 정복자, 예언자 들이었다. 상인들에게는 세계 전체가 단일시장이었으며 모든 인간은 잠재적 고객이었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경제질서를 세우고 싶어 했다. 정복자들에게는 세계 전체가 단일 제국이었고 모든 인간은 잠재적 신민이었다. 예언자들에게는 온 세계에 진리는 하나뿐이었으며 모든 인간은 잠재적 신자였다. 이들 역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질서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p. 246-247 <사피엔스> 제 3부 인류의 통합 9. 역사의 화살,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9장은 제 3부가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에 대한 글로 마무리 했습니다. 이미 여러분들의 글을 본 전 어느정도 예습을 한 상태로 들어가기는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니 다시 새하얀 종잇장이 되어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처음같은 마음으로 10장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런 원리 덕분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역과 산업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롭지 않아 보이는 이 원리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모든 것이 변환 가능할 때, 그리고 신뢰의 기반이 익명의 동전과 별보배고등일 때, 돈은 지역 전통, 친밀한 관계, 인간의 가치를 부식시키고 이를 수요와 공급의 냉정한 법칙으로 대체한다. 인간 공동체와 가족들은 늘 명예, 충성심, 도덕, 사랑처럼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삼았다. 이런 것들은 시장 영역의 바깥에 있었으며, 돈으로 사거나 팔려서는 안되는 것들이었다. 설령 시장이 값을 잘 쳐주겠다고 하더라도, 어떤 것은 그냥 해서는 안된다. 부모는 아이를 노예로 팔아서는 안 되고, 경건한 기독교인은 대죄를 범해선 안 되고, 충성스러운 기사는 영주를 배반해서는 안 되며,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부족의 땅을 낯선 사람에게 팔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P. 267 <사피엔스> 제 3부 인류의 통합 10장 돈의 향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다른 사람들이 별보배고둥이나 달러, 혹은 전자 데이터를 믿는다는 사실은 우리 또한 그것들을 믿게 만들기 충분하다. 설령 다른 사람들을 우리가 미워하고, 경멸하고, 조롱하더라도 말이다. 서로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돈에 대한 믿음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철학자와 사상가와 예언자는 수천 년에 걸쳐 돈을 흉보면서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매도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한편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이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종교나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앟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 돈 덕분ㅇ 서로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효울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P. 266 <사피엔스> 제 3부 인류의 통합 10장 돈의 향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요즘은 언제나 시장이 지배한다는 믿음, 왕과 사제와 공동체가 건설한 댐은 돈이라는 파도를 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ㅏ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사실 이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흉폭한 전사, 종교적 광신도, 걱정하는 시민들은 계산적인 상인을 거듭 물리치기도 했으며, 심지어 경제를 재편하기도 했다. 따라서 인류의 통합을 순수하게 경제적인 과정으로만 보아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수 천개의 고립된 문화가 세월이 가면서 점차 합쳐져서 오늘날의 지구촌을 형성했는지를 이해하려면, 물론 금과 은의 역할을 고려해야 하지만 강철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P. 268-269 <사피엔스> 제 3부 인류의 통합 10장 돈의 향기,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10장을 읽으면서 돈의 다양한 면을 봤습니다. @사락 님의 말처럼 별보배고둥이 계속 나와 '오오!'하면서 처음에는 몇번이나 나오나 세어 봤다가 나중에는 너무 많이 나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인도에서 사용했던 화폐였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 나왔습니다. 돈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믿게 만들고 연결할 수 있지만 앞으로 나올 신념보다는 덜하다고 결론지어졌습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나왔듯이 전사, 광신도, 시민들이 계산적인 상인들을 물리치기도 했다는 것과 강철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다음 11장에 나올 '제국의 비전'편에 대한 이야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돈 < 제국의 비전 < 종교 이 순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신념의 크기(?) 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날 종교는 흔히 차별과 의견충돌과 분열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 종교는 돈과 제국 다음으로 강력하게 인류를 통일 시키는 매개체다. 모든 사회 질서와 위계는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모두 취약하게 마련이다. 사회가 크면 클수록 더욱 그렇다. 종교가 역사에서 맡은 핵심적 역할은 늘 이처럼 취약한 구조에 초월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있었다. (중략) 따라서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p.298,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면 틀린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56쪽. 4부-14. 무지의 발견,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이 전제 덕분에 과학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군요. 좋은 태도인 것 같아요.
전제 자체가 마인드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현대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에 기존의 어떤 전통 지식보다 더 역동적이고 유연하며 탐구적이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59쪽. 4부-14. 무지의 발견,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과학과 산업과 군사기술은 자본주의 체제와 산업혁명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서로 얽히기 시작했고, 일단 그 관계가 정립되자 세상은 급속히 변했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74쪽. 4부-14. 무지의 발견,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인류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74쪽. 4부-14. 무지의 발견,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몰랐어요. 그러고보니 옛 지도자의 태평성대를 그리워했다던데, 그러네요. 자연환경이든 지도자든 변동에 따라 살기 편안함이 들쑥날쑥했을 것 같아요.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389쪽. 4부-14. 무지의 발견,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연구를 하기 위해서 기업이든 정부든 지원을 받지 못하면 시작조차도 못하네요. 그리고 그 연구 목표가 지원을 해주는 기관의 입맛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과학 발전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었을지 기업체 또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었을지 생각하게 되네요..
14장을 읽고, 인류의 역사에서 50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급격히 발전한 것에 놀란 장이었습니다. 인류가 다다르지 못한 지식과 세계가 아직 무궁무진하다고 느끼는데(이렇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우리의 발전 덕분이겠죠), 중세 때만 해도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신기하고 그렇게 지내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조금 단순하게 살 수 있으려나요. 무지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발전을 자아내는 것 같아요. 비단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적, 인문학적 관점에서도요. 너무나 비약적이고 급격한 발전이어서 조금 걱정도 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 봅니다ㅎㅎ
500년 사이 엄청난 발전으로 500년 전 사람이 현대로 온다면 모든것이 신기하고 적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매우 힘들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500년 후의 미래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큰 변화가 또 있겠지요? 공상과학적인 상상 이상을것 같기도 한데 약간 무섭기도 하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완전 다른 형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시험기간이라 도통 시간이 나질 않아요. (스스로 변명중) 그럼에도 책은 가지고 다닙니다. 짬짬이 읽어보려고 말이죠. 하여튼 읽어보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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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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