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조지수 장편소설 <마지막 외출> 함께 읽어요!

D-29
다양한 형태의 관계와 사랑, 그 속에서의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 라는 평이 인상적입니다. 다름에서 느껴지는 불편함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즐거운 시간이셨길 바랍니다! 3주차 들어가면 편하게 이야기 들려주셔요~ :)
2주 차 감상입니다. 주인공이 선배와 D와의 이별을 한 후 결혼과 출산 그리고 다시 선배를 만나기 까지 의 내용이 펼쳐지는데요. 주인공의 선배에 대한 사랑은 숭배에 가깝다고 보여지네요. 이 소설이 사랑에 관한 내용이라면 아름답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지만, 한 여성의 삶에 대한 서사라면 공감 할 수 도 있습니다. 자신이 동경하는 모습을 갖춘 이성, 지적 수준이 높고 지식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에 대한 무한한 존경으로 사랑은 시작되었고, 그 사랑이 현실에서 성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 선배와의 사랑이 선배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는 안정이라는 덫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그녀의 물질적인 것과 더불어 현실에 발 닿지 않는 지식에 대한 허영 또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육체적인 욕구의 해소를 위해 비윤리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것도 채워지지 않은 삶의 갈망을 대신할 수 있는 것에 육체적 욕구 또는 이성에 대한 만남일 수 있겠죠. 그녀의 마음과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인 선배에 대한 생각으로 저도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책 틈틈이 등장하는 날카로운 시선 또한 좋습니다.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택 후에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 직업이 생계의 문제와 더불어 자기 완성의 의미가 있다는 것 등이 제게는 마음에 와 닿네요! 남은 분량은 좀 더 여유 있을 때 천천히 읽어보고 싶네요.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고민해볼만 하다고 말씀해주신 부분에 공감해요. 욕망, 허영과 같이 삶에서 경계해야할 것들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듭니다. 천천히 읽으시면서 즐거운 독서로 마무리하시길 바라요~ :)
2주차 (p.76 ~p.341) p.341_ 부디 남편에게 '네게 있어 나는 무엇이냐?'고 묻지 않기를 바라. 왜냐하면, '내가 네게 무엇인가보다는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무엇인가'가 일차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야. 사랑은 서로 간의 진정한 독립에 기초해. 독립이 없으면 유대도 없어. 항상 스스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 느끼는 바가 많았던 구절입니다. 읽으면서 소유와 독점을 사랑이라고 생각한, 내가 '나'이기 보다 상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철없던 20대 때의 연애가 많이 떠오릅니다. ^^;; 철학적인 내용으로 인해서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배운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사람에게 맞출 수 있는 능력, 적절한 가면 착용은 연애 말고도 전반적으로 원만한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부분인 거 같아요. 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자신을 또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잃을 수도 있죠.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이 소설은 어쩌면 모든 독자의 것은 아닌 듯합니다. 우선 철학적 측면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대학에서 만난 두 명의 주인공, 즉 철학과 재학생과 철학/예술사 교수 사이의 사랑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개 과정에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인 철학에 대한 얘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이 철학적 주제에 관해 저자는 현대의 분석철학과 실존주의에까지 밀고 나갑니다. 가장 세련되고 난해한 철학적 주제들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쉽게 이해할 수 없었고 많은 부분 다시 읽어야 했습니다. 두번째는 도덕적 문제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해 윤리적 문제의식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저자를 옹호하고 싶습니다. 예술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시대착오이고 논점을 이탈한 것 아닐까요?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소아성애라는 일종의 질병이라 할 만한 부도덕성을 깔고 전개됩니다. 그러나 어떤 문학 평론가도 이를 소설의 주요 요소로 간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번째는 정치성향의 문제입니다. 저자가 상당한 정도 좌파 운동권 인사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박을 하고 싶다면 저자의 논리에 대한 것이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정치적 견해 차이가 무조건적 비판의 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문학은 단지 언어의 문제이고 표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언어구사는 매우 독특하고 또 탁월합니다. 이것은 그의 전작 나스타샤에서도 또 그의 수필집에서도 그렇습니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고 명석하고 날카롭고 우아합니다. 또 많은 부분에서 시적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결혼 편 피날레에서 탄원하는 부분이나 출산 편 피날레의 독백 부분은 이런 소설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는 저자의 이런 문학적 성취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문학의 가치는 저자도 소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언어의 구사, 즉 표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말이 이렇게 아름답게 쓰일 수 있구나 감탄하곤 했습니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건조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표현으로 풍요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설 감상에서 스토리를 주된 관심으로 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주인공의 운명의 전개보다는 그 운명의 전개 ‘양식’에 관심을 갖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양식이 곧 언어 그 자체일 것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여러 번 읽어야했습니다. 어려운 소설이지요. 그러나 매 순간 저를 매혹하고 눈길을 머물게 하는 것은 바로 그의 우아한 표현들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전작 <나스타샤>를 알고 계신 독자님이시군요.:) 어쩌면 모든 독자의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전작에 비해 어렵다고 느껴질만한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부분은 독자의 몫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남겨주신 감상평을 읽어보니 이번 소설은 '현대소설'이라는 점을 알고 계신 거 같아요. 단순히 시대적 동일성에 의해 현대소설은 아니죠. 즉, 지금 시대의 모든 문학이 현대의 세계관과 양식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언어와 표현'에 대해 언급도 해주셨는데, '소설은 이야기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언어의 문제'라고 말한 스테판 말라르메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지워질 것을 전제로 창조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로 느끼고 이해하신 것이라면 작가님의 의도에 맞을 거 같아요. 특별할 것이 전혀 없는 '사랑'이라는 흔하디 흔한 주제와 진부하고 뻔한 서사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 세밀하게 넘쳐나는 이야기의 향연, 묵직하게 전달되는 공감 속에서 번개가 치듯 번쩍이는 언어적 유희와 같은 것들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해체되고 있습니다. 이미 읽으셨을 것 같지만, 존 파울즈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추천드립니다.
조지수 장편소설 <마지막 외출> 함께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3주차(12/4~12): 513쪽~에필로그 어느덧 마지막 주차입니다. 12월의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2주차에 지정 범위를 넘겨 끝까지 읽어버리는 바람에 2주차의 감상평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어서 나름의 정리 시간이 필요합니다. 3주차 마무리하면서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천천히 남겨주셔요. :)
초반보다 뒤로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몇몇 분들이 적어주셨듯이 장벽이 확실한 글이지만, 잘 견뎌내면 방대한 취향과 흥미로운 통찰력이 재미있어요. 이미 사라진 것도 아직 오지 않은 것도 부재를 뜻하기에, 사랑의 실재는 오직 현존으로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공간이 분명히 있잖아요. 부재의 현전이 무가 아니듯, 이것이나 저것이라 표현할 수 없지만 사랑이 현존으로 현전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영속이나 소유처럼 잡히지 않는 것은 놓아두고, 순간순간에 열성을 다하면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예. 이 책에서의 사랑은 확실히 실존주의 이념에 기초하네요. 갈수록 재밌네요.
매순간 갱신하는 삶을 사는 것, 혹독하기에 힘들다면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 정말 어려운 일 같습니다.
실재의 부재로 남은 건 현존이라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 순간에 영원이 있다는 말과 통하는 지점 같아요. 잡을 수 없는 것은 놓아주고 순간에 충실한 삶과 사랑을 하자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삶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함께읽기로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
앞부분에 비해서는 술술 잘 읽히는 편입니다. 그렇게 쉽게 책장이 넘어갔던 이유는 앞서 반복되어 나오는 철학 이론들도 익숙(?)해지고 주인공들의 서사도 시간과 함께 쭉쭉 진행되서 그런거겠지만, 앞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설득되지 않았던 주인공들의 관계가 언젠가부터 익숙해져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던것도 같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했다기보다는, 이 이야기로 작가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모두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플라토닉한 사랑, 소유하는 사랑, 속박되는 사랑, 부모의 사랑,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의 사랑, 시간과 상관없는 신뢰로 뭉쳐진 우정같은 사랑, (현 시대에서는 일반적으로)불륜이라고 불리는 사랑 등등을 말이죠. 그러면서 아무래도 작가가 한국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같은 글을 쓰고 싶었던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설내내 계속해서 설명되는 철학이론들이 주인공들간 관계에 대한 서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된다기 보다는, 그 철학을 설명하는 남주의 행동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차리는 방식 정도로만 사용되는 것 같았고, 일반적인 소설의 스토리전개방식에 익숙해져있는 저같은 ‘일반인’이 봤을때에는 가끔 뜬금없다고 느껴지는 글들도 있었으니까요(예를들면 F교수와 이별할 때, 현실이라면 누가 이별편지를 저런식으로 쓸까 싶은). 결국 이 소설을 통해 현재, 동시대의 통상적인 도덕이나 윤리와 상관없는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을 매개로 작가가 그동안 연구해온 철학이론의 방향과 입장을 대중에게 설명하고자 하셨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내용중에 ‘필명으로 자전적인 내용의 소설을 쓴다“는 남주의 이야기에 저는 살짝 작가님을 대입해보기도 했습니다.)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소설 자체의 이야기에 몰입되기 보다는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게 이게 맞나?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를 더 생각하면서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생각을 많이하게 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걸 어디선가 봤는데, 덕분에 스스로 많이 들여다보면서 읽고 생각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책들은 다 그 읽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책도 20대에 읽었던 느낌과 30대, 40대에 읽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살아온 나이가 다양해지다보니 경험해보고서야 완전히 알겠더군요. 이 책도 옆에두고 꾸준히 다시 읽어보면 다른 감상이 생기게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모두 좋은 시간 되시기를..
시기에 따라 같은 책도 다르게 읽힌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아마 많이들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 20대 초반에 읽으면서 내팽겨쳤던 책을 10년 뒤에 다시 읽을 때 인생 책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무척 좋았던 책도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보니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 차이가 단순히 나이들어감, 성장함 때문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변화'인 거 같아요.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독서의 방향을 작가의 의도쪽에 두고 읽는다는 것은 차원이 높은 독서 방식인듯 합니다. 감상에서의 '거리두기'는 지대한 관심 속에서의 무관심 같은 거니까요. 영화에서도 감독의 의도를 하나의 감상 기준으로 놓고 보면 기술적인 부분과 디테일한 표현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왜 이렇게? 굳이? 어떤 의도로?'라는 질문을 하게 되죠. 물론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남는 것들이 저마다의 답일테죠. 큰 흐름 속에 담긴 의도와 방식을 Yee님의 견해로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요. 시간이 좀 더 흘러 또 수많은 변화를 거친 후 책을 펼쳤을 때 그땐 또 어떤 감상을 하시게 될런지 궁금하네요. 함께읽기로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
소설은 언어와 표현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서사와 등장인물의 캐릭터에서 공감 되지 않는 부분들과 주요 내용인 화자와 선배의 사랑이 제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허들만 지나고 나면 몰입도가 높아지며 세상과 사회와 인간에 대한 저자의 다른 시선들이 느껴집니다. 물론 한 남자에 대한 한 여자의 사랑도 조금씩 이해되는 부분이 있구요. 서양철학과 예술에 대한 조예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좀 더 좋은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읽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사회와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3주차에 걸쳐 이뤄진 함께읽기 동안 들려주신 말씀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사와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이 어려움에도 책에 담긴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짚어주며 설명과 감상을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사랑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민해본 좋은 시간이셨길 바랍니다. 허들을 넘으시면서 결승점으로 함께 들어와주신 점도 감사해요! :)
*교보문고에 리뷰 작성 완료했습니다~
1부에서는 선배에 대한 여주인공의 사랑, 작가님이 이야기 하고 싶은 철학 이야기가 반복되어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모임장님의 따뜻하고 열린 태도에 감동해 마음을 다잡고 2부를 시작했습니다. 2부에서는 D와의 폭력적 이별과정, 남편, 시어머니,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져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특히 카르텔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경멸하는 남편의 사교 모임과 속물적 인간의 속성에 대해 그릴 때는 제 얘기하는 줄 알고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선배의 삶의 면모는 제 짧은 소견으로는 니체+비트겐슈타인의 방식과 많이 닮아 있는데, 서양 예술사? 전체를 선배가 천재적으로 아우르는 부분은 작가분의 로망이 이런 거구나 하며 읽었고요. 단, 책은 각자 읽는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읽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 느끼는 영역은 각자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부정적 의견도 있을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은 서로 이해하는 마음으로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모임장님 리스펙트!) ^^ 마지막 3주차 분량이 남아 있는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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