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44. <수확자>

D-29
3부까지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시의적절한 세계관 설정에 낚여서 읽다가 점점 캐릭터와 플롯에 빠져드네요. 4부, 5부는 볼륨이 짧아서 내일쯤이면 완독할 거 같네요. 그나저나 책날개를 우연히 들치다가 선더헤드 종소리 광고에서 스포일 당한 기분도 듭니다.
몇년전부터 여기저기 삐걱거리면서 맨날 투덜대는소리가 “수명이 늘면 관절 바꿔끼우는 기술도 생기겠지? 노안 오면 눈알도 바꿔끼우고 치아 상하면 이도 싹 갈아주고 무릎 아프면 무릎관절 갈아끼우고. 근육도 새로 생성해주고 그럼 오래 살 만 할텐데”이런 이야기였거든요. 근데 수확자 읽으면서 든 생각은 ‘아픈 곳 없이 주기적으로 회춘도 시켜주는 세상이 정말 온다면 과연 좋기만 할까?’ 였어요. 철퍽이들이 생겨나는 이유도 알거같고. 반대로 사람도 안죽고 반려동물들도 안죽는다면 좋을거같기도 해요. 우리집 고양이들이랑 아플걱정 없이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러면 죽음없는 세상도 환영이요!
완독했습니다. 영어덜트 소설이 갖추어야 할것을 다 가진 소설이네요. 주인공이 성장하고, 좋은 본보기와 적당한 악과 시련들. 거기에 철학적인 고민은 덤으로. 모든 시험이 다 끝나서 빈둥거리고 있는 중3 아이에게 토스했어요. 어젯밤에 이어서 읽고 싶었는데 아...왜 2권을 진즉 사두지 않았을까요. 새벽서가님이 4권도 나왔다고 하셨는데...이건 아직 번역안된것 같은데, 3권까지 다 읽으면 기다리다 몸살나는거 아닌가 몰라요.
바나나님, 2권과 3권은 아직 안 읽으신 거죠? 2권, 3권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얼른 읽으세요!
2,3권이 배송되었습니다. 주말 달릴거에요~~
오! 빈말 안 하시는 청취자 '플라' 님께서 '오디오 클립'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후기 남기셨어요. 기분이 좋습니다. :)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수확자' 시리즈 3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올해 읽은 책 중 종합적인 면에서 최고인 것 같아요. 어렵지 않고 재미도 있지만 주제는 묵직하고 읽은 후 나눌 이야기도 풍성합니다. 3권에서 끝날 것 같지 않던데 계속 읽고 싶은 만큼 그만 알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ㅠㅠ. (이 느낌을 나만 알면 안 되니까.) 수확자 시리즈 강강강추합니다~!! YG님 짱!!"
완독했습니다. 2권 썬더헤드까지 집으려다가 밀린 책들이 많아서 이건 좀 포즈두었다가 읽어야겠네요. 초중반까지는 매우 좋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패러데이와 퀴리의 관계가 드러나는 부분부터 텐션이 떨어졌습니다. 이후부터는 6시 20분의 남자처럼 반전을 위한 반전 같은 내러티브가 연속되는 느낌도 받긴 했고요. 그럼에도 일단 세계관 자체가 매혹적이라 연말까지 3권을 완독할 거 같습니다.
6시 20분의 남자미 육군 특수부대 제75레인저연대의 유능한 장교였으나 동료의 의문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제대를 하게 된 트래비스 디바인. 투자회사 카울앤드컴리에 근무하며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아침 6시 20분 열차를 타고 출근하던 그에게 발신자 불명의 이메일 한 통이 날아든다.
@메롱이 님 1권 읽으셨군요. 그런데 1권 중간까지 지루해 하시다가 중간 이후부터 속도가 붙는다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역시 독서 취향은 제각각인가 봐요. 2, 3권으로 얼른 넘어오세요!
다른 책 진도가 안 나가서 한동안 붙잡고 있다가 뭔가 재밌는 것 읽고 싶어서 "유혹하는 @YG" 에 다시 한 번 합류합니다. 지난 번에 정말 기대 안 했던 <30일의 밤>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서 이 책도 완전 기대되네요. 모임 기간이 15일 정도 남았는데 재밌다고 남겨주신 위의 글들 보니까 충분히 완독 가능할 것 같아요.
30일의 밤《라스트 타운》 《웨이워드》 등 전 세계에서 약 10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SF 스릴러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신간으로, 다중우주를 소재로 한 SF 스릴러물로 물리학 교수 ‘제이슨’이 다른 세계의 또 다른 나 ‘제이슨’에게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책 원제가 <scythe> 네요. 당연히 gleaners 인 줄 알았거든요. 이삭줍는 사람들 설명해 주신 거 듣고. 그런데 '낫'이 원래 제목이었다니! 한국에서 소설 쓰고 제목 <낫>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편집자님이 정말 싫어할 것 같은데...
다들 재미있게 읽고 계시나요? 아마도, 읽으신 분들이라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야기일 겁니다. 이 모임도 나흘밖에 남지 않아서 제가 다른 곳(<기획회의>)에 썼던 '수확자' 시리즈 소개를 공유합니다.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작은 일입니다. 전 세계가 온갖 종류의 '클라우드(cloud, 구름)'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래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시작은 어디서 비롯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갑자기 클라우드로 연결된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자신의 '진화'를 선언하죠. 흔히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강력한 인공지능이 탄생합니다. 이 인공지능은 곧바로 지금까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하나씩 해결합니다. 자연재해, 빈부 격차와 그에 따른 자원 배분 불균형이 낳은 세계의 굶주림을 해결합니다. 지구가 데워져서(지구 가열) 발생하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과학기술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산업 공정의 효율화를 통해서 생산성은 높이고 노동 시간은 줄입니다. 굳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기본 소득을 줍니다. 노동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민에게는 일상생활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정도의 일자리를 배당합니다. 일하지 않으려는 시민에게는 그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재미있고 창조적인 놀거리를 던져 주죠. 그동안 인류가 서로 치고받느라 낭비하던 막대한 국방 예산은 복지 예산으로 돌려집니다. 전쟁을 대비하는 쪽으로 쓰였던 과학기술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난치병을 정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곧바로 성과가 나타나죠. 암, 치매를 비롯한 각종 불치병이 정복되고, 노화를 관리할 수 있게 되고, 급기야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나이의 신체로 영원히 살게 되죠. 인공지능의 오지랖은 놀라울 지경입니다. 도시의 녹지가 넓어지고, 아마존을 포함한 열대우림이 다시 넓어집니다. 이 인공지능이 인간이 아닌 지구 전체를 돌보는 존재라는 사실은 도도새가 증명합니다. 1681년 이후 (인간의 괴롭힘 때문에) 멸종되고 나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나 등장했던 도도새가 (원래 살던) 남태평양 모리셔스섬에서 복원되었으니까요.
이 인공지능의 등장에 불안해했던 사람도 하나둘씩 마음을 놓습니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말을 배우고, 사춘기의 고민과 진로를 상담하고, 첫사랑의 설렘까지 공유하는 식으로) 이 인공지능의 세심한 배려 속에서 자랍니다. '클라우드(구름)'에서 탄생한 이 새로운 존재를 놓고서 사람들은 '선더헤드(Thunderhead, 뇌우)'라는 별명도 붙여주죠. 새로운 신이냐고요? 아닙니다. 선더헤드는 자기가 신처럼 인간에게 받아들여지는 일을 거부합니다. 그러면서, 슬며시 인류에게 경고하고 제안합니다. 한정된 지구에서 인류가 종을 보존하려면 매년 일정 수의 죽음은 불가피하다고. 자기는 인류를 위해서 모든 일을 하겠지만,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만은 인류의 몫으로 남겨놓겠다고. 그래서, 인류는 고심 끝에 '수확(Gleaning)' 즉, 매년 무작위로 할당된 만큼 인간의 목숨을 (자기 방식대로) 빼앗는 자격을 부여받은 '수확자'라는 존재를 승인합니다. 중세 시대의 성직자처럼 자기 공동체만의 규율(수확령)의 제약을 받은 이 수확자의 행동에 선더헤드는 전혀 관여하지 않기로 약속하죠. 물론 선더헤드의 비전이 인류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진통이 있었습니다. 끝까지 새로운 질서를 거부한 이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저항했던 정치인이었죠. 소설에서는 수확자 '퀴리'가 백악관과 의회에 들어가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이들 정치인의 목숨을 수확함으로써 구시대를 끝장냈다고 기록합니다. 어떻습니까? 흥미롭죠? 바로 닐 셔스터먼의 '수확자' 시리즈 『수확자』, 『선더헤드』, 『종소리』의 세계관입니다.
영미권에서 '영 어덜트 소설(young adult fiction)'로 불리는 작품을 챙겨서 읽습니다. 국내 출판계로 따지면 '청소년 소설'과 겹치죠. 하지만, 국내 청소년 소설은 (예외가 있긴 합니다만) (너무 낮춰본) 10대 독자의 눈높이에만 신경 쓰면서 짧은 분량, 성긴 구성, 유치한 설정 등으로 독자층을 넓히지 못하는 일이 많죠. 반면에 영미권의 영 어덜트 소설 가운데는 촘촘한 세계관, 치밀한 구성,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텔링과 그에 맞춤한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시리즈(『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 『모킹 제이』)가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일본 영화 <배틀 로열>의 아류라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팬이 되었죠. 실제로 '헝거 게임' 시리즈는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을 위한 민주주의 토론 교재로 읽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독재와 저항, 직접 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의 긴장, 민주주의와 리더십 등의 주제부터 혁명 이후 새로운 권력의 등장과 함께 나온 '모든 혁명은 타락하는가?' 같은 질문까지 있거든요. (재기발랄한 정치학자가 『헝거 게임과 민주주의』를 써 주세요!) '수확자' 역시 '헝거 게임'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주제로 가득합니다. 우선 영화 <터미네이터>를 포함해서 수많은 곳에서 변주한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이라는 구태의연한 설정을 가져오지 않아서 반갑습니다. 그 대신 지금 인공지능과 미래 사회를 놓고서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진행 중인 다양한 논의를 저자의 시선으로 재정리해서 하나의 세계관으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책의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확자'의 존재도 흥미롭습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죽음이 사라진 시대에 죽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구 자원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부분적인 이유일 뿐입니다. 죽음이 사라진 시대에도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제든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서는 한국어로 '철퍽'으로 번역하는 유희를 즐기는 10대가 있습니다. 고층빌딩에서 떨어지거나 자율 주행차가 질주하는 도로로 뛰어들어 일시적으로 숨이 멎고, 신체가 곤죽이 되어도 선더헤드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가 살려줍니다. 하지만, 지난주에 '철퍽'에서 살아남은 10대도 갑자기 수확자가 찾아와서 오늘 영원히 생명을 잃을 수가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이렇게 죽음이 사라진 시대에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무소불위의 존재가 된 수확자의 처지는 어떨까요? 오직 공동체의 규율로만 움직이는 수확자는 자기 제어가 가능할까요? 이 시리즈의 두 10대 주인공처럼 갑작스럽게 '견습 수확자'로 선정되어서 평생 타인의 목숨을 앗아갈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면 어떤 내외적 갈등에 휘말리게 될까요? 『수확자』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 소설은 『선더헤드』와 『종소리』에서는 문명사적 차원으로 질문을 확대해 갑니다. 이 시리즈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렇습니다. '우리 인류는 문명을 지속할 자격이 있는가?' 10대나 대학생은 물론이고 여러 세대가 함께 읽고서 토론할 거리가 넘치는 소설입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등장하는 설정에 거부감을 가지는 순문학(?) 독자라면 편견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201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는 상을 받기 전에도 복제 인간을 등장시킨 『나를 보내지 마』(2005)를 펴낸 적이 있고, 상을 받고 나서는 인공지능 로봇을 등장시킨 『클라라와 태양』(2021)으로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이어갔습니다. 역시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국내에도 팬이 많은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은 어떻고요. 매큐언도 2019년에 인공지능 로봇 '아담'이 등장하는 『나 같은 기계들』을 펴냈습니다. 『나 같은 기계들』에서는 로봇과 주인공 두 남녀가 삼각관계가 되고, 심지어 섹스도 합니다. 세상이 변했고, 문학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저도 완독했습니다. 과학 기술로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시대. 누구도 자연적으로는 죽지 않아 불가피하게 인구 조절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고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폭력적으로 거둬갈 것이 아니라 출산을 먼저 조절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어서 소설의 첫 번째 가정 '수확령'에 공감하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왜 이미 태어난 사람들에게 저런 고통을 주어야 할까? 첨단 과학 기술로 피임도 용이할 것 같은데, 타노스적인 해결책보다는 일단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저 상황에서는 더 윤리적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는 삶에서 탄생과 특히 죽음이 가진 무게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었어요. 그래서, 인상적이었고요.
실제 영원히 사는 세상이 된다면 교육, 노동, 가족 관계 등 우리 삶의 모든 행태가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 소설 속에서는 (일단 1권에서는) 그런 점이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되지는 않아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기결정권과 삶의 의미 같은 철학적 명제들까지 생각케 하는 단단한 책인 것은 분명하네요.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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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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