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9.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함께 완독해요

D-29
우리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코시모와 함께 그의 가까운 친구들을 가능한 한 많이 추방한다고 해도, 그건 우리에게 그만큼 더 많은 적을 안겨줄 뿐이고, 결국 그는 얼마 후 반드시 되돌아올 걸세. 그러면 우리가 다시 마주하는 건, 우리가 쫓아낸 선량한 시민이 아니라 사악하게 변해 버린 괴물일 테지. 코시모의 본성은 그를 불러들인 자들에 의해 타락할 것이고, 그들에게 빚을 진 그는 그들의 뜻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제4권> 제27장 p374,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코시모를 살려두고 그 친구들을 그대로 피렌체에 놔둘 작정이었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오. 위대한 인물은 건드려서는 안 되지만, 일단 건드리기로 했으면 반드시 없애 버려야 하기 때문이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제4권> 제30장, p382,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교묘하고 대담한 방책은 처음 들었을 때는 좋아 보이지만, 실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끝은 대개 해로운 법이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제4권> 제30장, p384,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피렌체사>에서 마키아벨리가 집요하게 비난하고 있는 건 교황과 용병이지만, 그 근저에 깔린 불만은 아무래도 귀족과 평민, 하층민을 아우르는 '시민의식의 결여'라는 생각이 듭니다. 피렌체가 위기일 땐 결집하지만, 조금 강해지면 바로 내부적으로 분열하는 군중에 대한 비난이 이어집니다. 귀족의 몰락과 평민의 부상, 하층민의 반란 사이사이 위대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압도적으로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모든 걸 망가뜨리는 안타까운 장면이 이어집니다.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자유와 억압'이 아니라, '억압과 방종' 사이를 오가는 이유일 듯합니다.
4-1 3권의 여러 흥망성쇠와 내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공화국은 이제 2권에서 묘사되었던 것보다 더욱 위태롭고 결정적인 대결에 돌입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3권의 내분을 이겨낸 공화국은 다시 결합하기는 커녕 황제와 교황, 빈곤층과 시민들보다 더욱 혹독한 의심과 내분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공화국이란 세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 경계하고 절도 있는 제도와 사람들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체감케 합니다. 그래도 코시모 데 메디치의 장면은 위안(?)을 주네요. 그 뒤의 피렌체를 기대해봅니다.
인간은 잃을 두려움보다 얻을 탐욕에 더 쉽게 끌린다. 상실은 만일 그것이 가까이 있지 않으면 크게 신경쓰이지 않지만, 획득은 그것이비록 그것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조차 기대로 흥분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351p, 4권,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공화국으로 불리는 도시들, 특히 그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 도시들은 많은 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리베르타)와 억압(혹은 그 결과로서 예속)사이가 아니라, 억압과 방종(리첸차 licenza) 사이를 번갈아 오가며 자주 그 통치자와 정부 형태를 바꾼다. 방종의 대리인인 평민이나 억압의 대리인인 귀족이 모두 찬양하는 것은 오직 자유라는 이름뿐이지만, 그등 중 누구도 법이나 통치자한테 복종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즉 평민은 방종을, 귀족은 억압을 자유라 부르며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를 다스린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p.314,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4-2.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제5권 ■■■■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책이 총 제8권으로 이뤄져있잖아요. 제5권이라니! 이제 산 정상을 찍고 넘어가는 길목입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정말 고생하셨어요. 왠지 목요일이라는 요일도 한 주의 정점인 수요일을 지나서 비슷하게 느껴지는데요:) 바쁘시더라도 좀만 더 시간과 체력을 내어서 같이 읽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남은 분량도 함께 잘 읽어봐요. 제5권에서는 1434년부터 1440년까지의 기간이 나옵니다. 다른 부분에 비해 짧은 기간인데요, 그만큼 좀더 내용이 생생히 묘사된다고 해요. 크고 작은 전쟁 이야기도 많이 나오구요. 우리 그 시기의 이야기로 같이 가볼까요?
피렌체군의 병사들은 달아난 니콜로를 추격하는 대신, 사로잡은 포로들로부터 말과 무구 등의 값비싼 전리품을 챙기는 일에 몰두했다. 전리품의 양은 실로 엄청났다. (중략)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피렌체사-제5권 제33장 중, 482페이지,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그저 모든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 군대에도 미덕이란 것이 있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반면, 적은 또 얼마나 변변치 못했으면 그처럼 무질서한 군대를 상대로도 패배했으니 말이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피렌체사-제5권 제34장 중, 484페이지,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5-1. 여러분은 제5권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피렌체의 역사이고 코시모 메디치가 등장하지만, 실질적 강자는 니콜로 피치니노 였던 것 같습니다. 단, 니콜로는 덕이나 지혜가 부족하였고, 메디치 집안은 힘을 키워가고 있었지만 군사력은 부족하여 외교를 활용하여 위기를 극복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드라마를 보던 기억을 살리면서 책을 읽어나가는데 전쟁사 위주라 읽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 읽은 후에도 여러번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5권 마지막은 피렌체의 승리로 끝나지만, 이 길고 잦은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일까, 과연 실질적인 승자가 있긴 한 걸까 라는 생각이 5권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이렇게 멀리서 다 지난 일을 보면 어이없고 비효율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 상황 속에 있으면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거겠죠? 5권에서는 프란체스코 백작이 인상깊었습니다. 얼마나 실력이 있으면 저렇게 다들 찾을까 싶기도 하고, 공작 딸과 결혼하고 싶으면서도 공작 반대편에서 싸우길 주저하지 않는 사고방식도 신기하네요.
니콜로 피치니노의 작전과 전쟁 수행이 돋보이는 5권이었어요. 하룻밤 사이에도 승기를 잡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게 한쪽으로 운이 기우는 것과 같이 보여서 전쟁에서 승패가 어떤 의미인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는 약간 삼국지 뒷부분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수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비범한 인물들이 우르르 나오지만 호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인물들에도 딱히 몰입을 못하겠는 기분이랄까요. 심지어 피렌체사인데도 피렌체를 응원하고 싶은 기분도 별로 안 들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프로빈체가 겪는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면 거의 항상 질서에서 무질서로 갔다가, 다시 무질서에서 질서로 돌아간다’는 5권 1장의 첫 문장이 삼국지연의 첫 문장과 닯았다는 생각도 합니다. ‘무릇 천하의 대세란 오랫동안 나뉘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다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는 문장이요. 그리고 역시 1장에서 ‘로마의 폐허 위에서 그 옛 위대함에 필적하는, 다시 마래 어떤 영웅적인 통치자 아래에서 찬란한 영광을 꽃피우는 그런 제국은 세워지지 못했다’는 문장이나, ‘경멸할만한 방식으로 수행된 전쟁의 미약함’, ‘이 타락한 시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마키아벨리 역시 이 시기를 스케일 작은 시대로 봤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권에서 필리프 공작이 가장 큰 힘을 가진 자로 여겼는데 정작 주인공은 니콜로 피치니노였던 것 같아요. 피렌체사를 배경으로 읽고 있으니 니콜로가 적이지만 그의 전략, 통솔력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당시 전쟁을 통해 전쟁에 나가 싸우는 용병이 눈길이 가네요. 특히 프렌체스코 백작이 베네치아로부터 돈을 받고 싸움을 나가는 것을 보며 개인적 욕망보다는 전쟁이 하나의 생계의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필요에 따라 불러들이는 용병의 태도는 전쟁이 나라를 위하는 명예보다는 직업적인 측면으로 여기고 행동했던 것을 알 수 있었네요.
5-1 제네바에서 벌어진 반란으로 밀라노의 필리포 공작의 영향이 약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이탈리아에 퍼질 즈음,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리날도는 피렌체와 전쟁을 벌이도록 유인하기 위해 밀라노의 필리포 공작을 찾아가 일장연설을 늘어놓습니다. 증오와 야심이 큰 필리포 공작은 피렌체가 제노바와 맺은 협정에 격노해 리날도의 설득에 넘어갔으나 과거부터 최근까지 벌인 전쟁에 대한 막대한 비용과 손실 때문에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공작은 피렌체와를 공격하기 전에 리날도 일당의 조언을 받아들여 제노바뿐 아니라 루카까지 목표로 삼고 또다시 출병합니다. 이 지점에서 밀리노의 필리포 공작과 전쟁의 과정은 차치하고, 리날도를 보면서 착잡했습니다. 물론 권력 회복과 복수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으나 그렇다고해서 조국에 개인의 복수를 위해 적국을 꼬여 전쟁을 부채질하는 모습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읽다보면 이 아수라장같은 상황에 너나할 것 없이 도긴개긴이기는 마찬가지지만요. 마키아벨리는 적의 공격을 앞둔 루카의 하층민을 '변덕스러운 영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계층에 속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과 생계일 것입니다. 더구나 하루가 멀다하고 전투가 벌어지고, 삶과 죽음이 혼재하며, 도시의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시국에 마키아벨리가 어떤 의도로 이러한 표현을 썼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루카의 한 노인의 연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앙기아리 전투는 격정적으로 보였는데, 실상 죽은 자는 단 한명, 자기 말에서 떨어져 다른 말들에게 밟혀 죽은 자라니, 놀라웠습니다. 이탈리아 북부는 어떤 명분에서인지 국가들이 서로 연합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하는 관계에서 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실상은 용병들의 희생 외에 시민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기에 오래 갔던 것인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무기를 들지 않고, 사병이 존재하지 않는 현대 국가에서의 정쟁과 다를 바 없는 권력에서 발생한 혼돈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데, 언제쯤 안정과 평화가 찾아올지 인내하며 읽은 5권이었습니다.
다 읽고 보니 밑줄을 긋거나 줄을 친 부분이 1-5권 중 가장 적더라구요. 피렌체사 내내 싸움이 있고, 저마다 맥락이 있는데, 유독 진절머리 나는 싸움이다 ㅠ ㅠ 생각이 많이 들었던 5권이었습니다. 특히 필리포 공작이 왜 그렇게도 많은 것을 장악하려할까, 궁금했는데 당사자의 상황보다 백작, 니콜로가 맡은 일을 중심으로 쓰여있어서 아쉬웠습니다. 중간에 다빈치 앙기아리 전투(루벤스 모작) 멋져서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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