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9.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함께 완독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5-1. 여러분은 제5권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피렌체의 역사이고 코시모 메디치가 등장하지만, 실질적 강자는 니콜로 피치니노 였던 것 같습니다. 단, 니콜로는 덕이나 지혜가 부족하였고, 메디치 집안은 힘을 키워가고 있었지만 군사력은 부족하여 외교를 활용하여 위기를 극복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드라마를 보던 기억을 살리면서 책을 읽어나가는데 전쟁사 위주라 읽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 읽은 후에도 여러번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5권 마지막은 피렌체의 승리로 끝나지만, 이 길고 잦은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일까, 과연 실질적인 승자가 있긴 한 걸까 라는 생각이 5권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이렇게 멀리서 다 지난 일을 보면 어이없고 비효율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 상황 속에 있으면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거겠죠? 5권에서는 프란체스코 백작이 인상깊었습니다. 얼마나 실력이 있으면 저렇게 다들 찾을까 싶기도 하고, 공작 딸과 결혼하고 싶으면서도 공작 반대편에서 싸우길 주저하지 않는 사고방식도 신기하네요.
니콜로 피치니노의 작전과 전쟁 수행이 돋보이는 5권이었어요. 하룻밤 사이에도 승기를 잡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게 한쪽으로 운이 기우는 것과 같이 보여서 전쟁에서 승패가 어떤 의미인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는 약간 삼국지 뒷부분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수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비범한 인물들이 우르르 나오지만 호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인물들에도 딱히 몰입을 못하겠는 기분이랄까요. 심지어 피렌체사인데도 피렌체를 응원하고 싶은 기분도 별로 안 들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프로빈체가 겪는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면 거의 항상 질서에서 무질서로 갔다가, 다시 무질서에서 질서로 돌아간다’는 5권 1장의 첫 문장이 삼국지연의 첫 문장과 닯았다는 생각도 합니다. ‘무릇 천하의 대세란 오랫동안 나뉘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다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는 문장이요. 그리고 역시 1장에서 ‘로마의 폐허 위에서 그 옛 위대함에 필적하는, 다시 마래 어떤 영웅적인 통치자 아래에서 찬란한 영광을 꽃피우는 그런 제국은 세워지지 못했다’는 문장이나, ‘경멸할만한 방식으로 수행된 전쟁의 미약함’, ‘이 타락한 시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마키아벨리 역시 이 시기를 스케일 작은 시대로 봤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권에서 필리프 공작이 가장 큰 힘을 가진 자로 여겼는데 정작 주인공은 니콜로 피치니노였던 것 같아요. 피렌체사를 배경으로 읽고 있으니 니콜로가 적이지만 그의 전략, 통솔력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당시 전쟁을 통해 전쟁에 나가 싸우는 용병이 눈길이 가네요. 특히 프렌체스코 백작이 베네치아로부터 돈을 받고 싸움을 나가는 것을 보며 개인적 욕망보다는 전쟁이 하나의 생계의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필요에 따라 불러들이는 용병의 태도는 전쟁이 나라를 위하는 명예보다는 직업적인 측면으로 여기고 행동했던 것을 알 수 있었네요.
5-1 제네바에서 벌어진 반란으로 밀라노의 필리포 공작의 영향이 약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이탈리아에 퍼질 즈음,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리날도는 피렌체와 전쟁을 벌이도록 유인하기 위해 밀라노의 필리포 공작을 찾아가 일장연설을 늘어놓습니다. 증오와 야심이 큰 필리포 공작은 피렌체가 제노바와 맺은 협정에 격노해 리날도의 설득에 넘어갔으나 과거부터 최근까지 벌인 전쟁에 대한 막대한 비용과 손실 때문에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공작은 피렌체와를 공격하기 전에 리날도 일당의 조언을 받아들여 제노바뿐 아니라 루카까지 목표로 삼고 또다시 출병합니다. 이 지점에서 밀리노의 필리포 공작과 전쟁의 과정은 차치하고, 리날도를 보면서 착잡했습니다. 물론 권력 회복과 복수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으나 그렇다고해서 조국에 개인의 복수를 위해 적국을 꼬여 전쟁을 부채질하는 모습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읽다보면 이 아수라장같은 상황에 너나할 것 없이 도긴개긴이기는 마찬가지지만요. 마키아벨리는 적의 공격을 앞둔 루카의 하층민을 '변덕스러운 영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계층에 속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과 생계일 것입니다. 더구나 하루가 멀다하고 전투가 벌어지고, 삶과 죽음이 혼재하며, 도시의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시국에 마키아벨리가 어떤 의도로 이러한 표현을 썼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루카의 한 노인의 연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앙기아리 전투는 격정적으로 보였는데, 실상 죽은 자는 단 한명, 자기 말에서 떨어져 다른 말들에게 밟혀 죽은 자라니, 놀라웠습니다. 이탈리아 북부는 어떤 명분에서인지 국가들이 서로 연합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하는 관계에서 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실상은 용병들의 희생 외에 시민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기에 오래 갔던 것인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무기를 들지 않고, 사병이 존재하지 않는 현대 국가에서의 정쟁과 다를 바 없는 권력에서 발생한 혼돈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데, 언제쯤 안정과 평화가 찾아올지 인내하며 읽은 5권이었습니다.
다 읽고 보니 밑줄을 긋거나 줄을 친 부분이 1-5권 중 가장 적더라구요. 피렌체사 내내 싸움이 있고, 저마다 맥락이 있는데, 유독 진절머리 나는 싸움이다 ㅠ ㅠ 생각이 많이 들었던 5권이었습니다. 특히 필리포 공작이 왜 그렇게도 많은 것을 장악하려할까, 궁금했는데 당사자의 상황보다 백작, 니콜로가 맡은 일을 중심으로 쓰여있어서 아쉬웠습니다. 중간에 다빈치 앙기아리 전투(루벤스 모작) 멋져서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5-1. (코시모 데 메디치)가 복귀한 1434년부터 추방당한 (리날도 델리 알비치)의 당이 궤멸하는 1440년까지 크고 작은 전쟁을 재미나게 읽었어요
5-1 부지런히 읽고는 있지만 전쟁사 과정이나 많은 인물들 등장에 한없이 약해지는 제 자신을 새로이 알게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5장에서는 우선 이탈리아의 용병의 폐해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이탈리아는 자신의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고 용병을 고용해 전쟁을 벌이던 통치자의 잘못으로 인해, 군주 간의 합의로 평화가 찾아와도 곧이어 그들이 고용했던 용병들에 의해 평화가 파괴되는 그런 시대로 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시에는 영광을 얻지 못했고, 평시에는 안녕을 얻지 못했다(p399)' 문장이 새로웠습니다. 왜 각국의 나라들의 자국의 군비와 군인양성에 힘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네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것으로 전해지는 앙기아리 전투의 중앙부분에서 이렇게 맥없이 싸움을 한다니 참 놀랍습니다. '적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여한 이들에게 이 전투보다 위험하지 않았던 전투는 그때껏 없었다. 그토록 큰 패배를 당하고도, 또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계속된 꽤 긴 전투를 치르고도 겨우 한사람만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나 다른 어떤 결정적인 타격을 당해 죽은 것이 아니라 자기 말에서 떨어진 후 다른 말들에게 밟혀 죽었다. (p483)'
5-1. 발췌한 내용을 읽으며.. 영화 <명량> 속 명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군법은 지엄한 것이다." 대체.. 이게 전쟁인지 전쟁 놀이인지..;;;; 속으로.. "정말 저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하긴 뭐.. 현실도 그다지..." 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5권 인트로에 있는 아래 내용은 주식을 비롯한 주요 경제 원리에 적용해도 용이한 관점이네요. "혼란이 일어나 가늠할 수 없는 나락까지 떨어지면 더는 내려갈 수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다시 올라가게 된다. "
보다보니, 피렌체의 안전을 위해 추방한 사람들이 외부에서 적을 도와 피렌체를 공격하게 되어서 계속 된 추방이 악재를 불러오는듯하다. 게다가 용병을 고용한 것들이 비용도 많이 소비되는데다가 용병들이 목숨처럼 일하지 않게 되니 대장들 구미에는 안맞고 적을 끝까지 쫒아가지 않아서 완전한 승리를 못하게 되는 모습을 보니 현대에도 사장님과 알바생의 마인드가 다르긴 마찬가지 란 생각이 들어서 속으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5-1. 5권은 니콜로 피치니노가 주인공인 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너무 많이 나왔다 전쟁에서 이기고 패하는 내용이라 나중에는 누가 이겼고, 누가 졌는지 잘 모르는 혼돈의 카오스였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도 우리나라 삼국시대처럼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등등 도시별로 여러 나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5권이 돼서야 아~이 나라도 이렇게 작게 나뉘어 싸우고 있었구나!라고 이제서야 깨닫고요. ㅎㅎ 특이했던 건 용병들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다는 것과,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로 움직였던 점이었습니다.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 제 믿음이 바뀌는 5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니콜로 피치니노라는 인물을 통해 나름의 인간미를 느꼈습니다. 갈등이 많은 시대일수록 영웅이 나오기 쉽다는데 다수의 전투속에서도 빛나는 인물이 탄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앙기아리 전투는 그림과는 다른 분위기인 것 같아 역시 예술은 역동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5-2. 제5권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그러므로 현명한 이들은 뛰어난 문학의 시대가 큰 전란이 끝난 뒤에 오며, 모든 국가와 도시에서는 위대한 전사가 훌륭한 철학자 앞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강한 군대는 승리를 그리고 승리는 평화를 가져오는데, 이런 무인의 활기찬 기운은 문학만큼 교묘한 도락이 아니고서는 타락시킬 수 없으며, 그 어떤 탐닉도 문학보다 더 음흉하고 더 위험한 가면을 쓴 채 잘 규율된 사회로 침입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5권,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당시 군인들은 그렇게 안전하게 싸웠다. 그들은 모두 말을 타고 갑옷을 입었으며, 항복하면 언제나 죽음을 면할 수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싸우는 동안에는 갑옷의 보호를 받았고, 더 이상 싸울 수 없을 때는 항복해 목숨을 구했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p.483, 5권 제33장,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이런 사건들을 아는 것은 어쩌면 고대 역사를 아는 것만큼이나 유용할 수 있다. 고대 역사가 관대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자극해 그것을 본받게 한다면, 이런 사건들은 관대하고 자유로운 영혼에게 어떤 것을 피하고, 또 어떤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5권,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하인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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