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책 증정(선착순)] 윤고은 《불타는 작품》 함께 읽고 이야기해요!

D-29
이 문장을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곱씹게 되네요. ㅎㅎ
의사소통에 언어 그 자체보다 비언어적인 표현이 과반수를 차지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들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이종의 개와 소통한다는 게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5장부터 소설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안이지 작가의 마음에 몰입하며 읽다 보니 당연하게 소각해야겠지 라고 생각했던 작품에 미련이 생기고 사랑하는 걸 불태울 수밖에 없는 창작자의 마음이 와닿는 것 같아요.
6월 16일 새벽 4시에 그랜드캐니언의 절벽에서 프로포즈를 한다는 것은 급박한 상황인데 3백번째 손님이 돌연 예약을 취소했다? 이것은 흥미진진해 지는 설정이 아니면 그 뭐죠? 아아 점입가경입니다.
나는 전시회에 다녀오면 거기서 벗어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합니다. 출구가 몇 겹의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예술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막다른 골목이지만, 꿈으로 넘어가서 계속 얘기하자고 말하는 마음, 그게 예술가가 우리에게 심어주는 빛이죠. 안이지 작가님, 당신의 전시가 끝난 후에도 나는 한동안 당신 작품 속에 살고 있을 겁니다.
불타는 작품 147~148, 윤고은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소각되어도 상관없는 작품을 만든다는 게 말은 쉽지만 그런 목적으로 시작했다가도 작가의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것. 그걸 놓쳤던 것이다. 정말 그랬다. 한 작품을 소각용 제물로 삼음으로써 다른 작품들을 화염의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소각용 제물을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 로버트를 유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중에 그 작품을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고, 그러다 정이 들어버렸다
불타는 작품 259, 윤고은
어떤 사람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고치면서 매일을 살아나간다. 발트만이 그런 인물이었다. 이미 지나온 삶에 대해 뒤늦게 꿈꾸는 것이 무모한 일일까. 이미 흘러간 시간은 바꿀 수 없는 것이므로 영 가망없는 일일까
불타는 작품 292, 윤고은
6장을 읽었습니다. 6장을 읽으니 어쩐지 로버트가 그동안 로버트 재단에서 후원한 예술가들과 다르지 않은 처지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후원을 받는 예술가들은 그나마 계약 기간이있는데, 로버트의 계약 기간은 영구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신도 '슈퍼카'를 타고 떠나고 싶다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읽혔습니다. 예술과 노동, 현대인의 삶의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이지 작가의 아홉 개 작품 방어를 축하!
완독하고 후원받은 예술가들의 계약 기간과 로버트의 계약 기간에 관해 생각해보니 밉살맞게만 생각했던 로버트도 어쩐지 짠하고 애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김고은 작가님 이제까지 9작품을 쓰셨을까요? 🤔
윤고은 작가님이 몇 작품을 쓰셨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작품 수로 따지면 더 많을 듯 합니다. 장편 외에도 옴니버스나 앤솔러지 책에 작가님의 짧은 소설들이 실렸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나도 슈퍼카를 타고 여기를 벗어나고 싶습니다.
불타는 작품 p243, 윤고은
시계가 멈출 때 디지털시계의 숫자들이 한순간 증발해버린다면 이 바늘 달린 시계들은 그대로 남아 숨이 멎는 시간을 보여준다.
불타는 작품 30쪽, 윤고은
작품을 태운다는 조건을 수락할 수 없습니다. 애써 만든 작품을 왜 태워요?
“작가가 사랑하는 작품을 로버트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작가가 사랑하게 되는 구조겠죠.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불타는 작품 p.186, 윤고은
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빌의 경우에도 그랬다. 소각식을 의심한 적은 없었으나 유령 같은 작품으로 인해 그는 상하좌우, 프레임 밖의 세상을 더듬어보게 된 것이다. 빌의 말은 결국 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로버트가 소각한 작품들이 어디로 가는가? 소각식 이후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닌가.
불타는 작품 p.294-295, 윤고은
“진실이요? 잘 보관하지 못해 부패해버린다면 다 의미 없는 이야기죠. 때로는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재단의 액자 틀이 있으면 그 안에 있는 건 모두 믿고 싶은 얘기가 되지요. 그게 썩지 않는 진실입니다.”
불타는 작품 p.312, 윤고은
나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내가 찾는 건 아마도<R의 똥>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이미 진짜를 선택해 갖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남겨둔,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를 다른 하나를, 내가 선택하지 않은 하나를 신경 쓰고 있었다.
불타는 작품 p.337, 윤고은
완독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 완벽한 기회를 ‘작품 하나의 소각’과 맞바꿀 수 있다면 매우 저렴한 값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안이지’라는 인물에 이입해 글을 읽어가다 보니 내가 안이지가 된 것처럼 복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해고된 통역사가 이야기해 주겠다던 ‘원본’, 즉 ‘편집 전의 로버트의 말’이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이 부분 이야기는 풀리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고,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꽤나 열린 결말이라 조금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도 들었어요. 하지만 어쩌면 ‘전혀 다른 스토리를 살아내고 싶었다’(p.309)는 안이지의 마음처럼 앞으로 그가 써나갈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것도 독자의 즐거움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밍크선인장의 꽃말이 '불타는 마음’이라고 나왔는데, 안이지는 그 꽃말이 ‘사랑에 대한 말인가 했는데 이젠 상실에 대한 말로 들렸다’(p.264)고 했지만, 결국에 안이지의 ‘불타는 마음’은 상실보다는 사랑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대니의 예언처럼 작품과 사랑에 빠져 소각 대신 구출을 택한 그 ‘불타는 마음’. 예술가와 예술가의 마음, 예술작품과 예술작품의 가치, 진짜와 가짜 등 다양하게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ㅎㅎ
그러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원본을 찾고 싶다면 독자의 책상으로 건너가야 한다. 우리가 읽던 책의 모서리를 삼각형으로 살짝 접을 때,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나, 굳이 흔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책 속의 말이 그걸 바라보는 이를 흔들 때, 책은 비로소 원본이 된다. 하나뿐인 진짜가 된다.
불타는 작품 p.344, 윤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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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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