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책 증정(선착순)] 윤고은 《불타는 작품》 함께 읽고 이야기해요!

D-29
작품 내내 긴장감이 지속되는데 큰 맥락 뿐 아니라 각 장마다, 혹은 장면마다 새로운 긴장감이 느껴져서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초반에 흥미로운 설정은 이 작품의 큰 얼개가 드러나는 빌 모리가 찍은 사진이 사건에 휘말리는 부분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빌 모리가 로버트라는 개에게 책임을 넘겨버리는 부분과 일반컷과 와이드컷 설정, 발트만이 로버트 재단을 만드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그려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버트와의 대담 장면이 좋았습니다. 소설 전체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이 부분을 선택할 거 같고 전후의 과정은 이를 위한 빌드업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살짝 분위기를 깨는 작품일 수도 있지만 이삼희 작가의 옛날 만화 '미래에서 침략한 개 왈왈이'가 떠올랐습니다. 아직 네이버 시리즈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군요. https://series.naver.com/comic/detail.series?productNo=6155061
로버트라는 개의 설정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고 지금 읽은 부분까지는 매우 핵심적이라고 느꼈는데요. 어떤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인이 없는 개라는 점도 흥미롭고, 블랙박스와 통역가를 두고 인간과 ‘대화와 소통’을 한다는 점도 몹시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역시나...로버트 재단이란 곳. 사실 어디까지가 설정인지 궁금하더군요. 로버트가 정말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건지, 아님 역시나 로버트를 내세운 사람들의 공작인지. 뒤에 가면 설명이 되는지 넘 궁금합니다.
배달이든 창작이든 두 안전 교육이 모두 접속하자 내 노트북 위에 '안전하지 않음'이라는 표시를 띄운다는 게 좀 웃겼다. 안전한 배달 노동자가 되기 위해, 안전한 노동 환경을 위해 나를 안전하지 않은 사이트에 잠시 노출해야 했던 것처럼 이번엔 안전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 안전한 창작 환경을 위해 나를 안전하지 않은 사이트에 또 던져놓아야 했다. 그것도 세 시간이다 더.
불타는 작품 p.53, 윤고은
안전한 배달을 하기 위해 또 예술을 안전하게 행하기 위해 안전하지 않은 사이트에 던져져야 하는 상황. 이런 아이러니 한 상황이 쉴 새 없이 계속되는데요. 소설 초반 설정들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요. 책 절반이 다 되어가도록 신기한 사건들의 연쇄가 끊이지 않으니 아이러니가 이 소설 '자체'인가 싶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밤의 여행자들>을 읽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네요. 마지막까지 더 읽어보겠습니다.
<캐니언의 프러포즈>가 6월 16일 새벽 4시에 찍힌 사진이어서 그들은 한동안 그 사진 속 주인공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사실은 빌을 만나지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랜드캐니언에서 합류하겠다고 했던 삼백 번째 고객은 약속 시간이 임박했을 때 돌연 예약을 취소했다.
불타는 작품 p.7, 윤고은
저도 로버트가 개라는 사실과 그 개가 사진을 찍을 줄 안다는 설정이 넘나 놀라웠어요..!ㅋㅋㅋㅋㅋ
두 번째 읽으니 처음 읽었을 때 쏟아졌던 메타포가 더 잘 와닿습니다. 그 중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무제-완벽한 연인>의 작품을 발트만이 로버트와 변주하고 이를 인터뷰에서 '시계 하나는 멈췄고 다른 하나는 움직이고 있으므로 그들이 같지 않아 보이겠지만, 이 사진을 보라. 어느 순간을 포착한 이 사진 속 세계에는 그들이 함께 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것이 움직이며 어떤 것이 멈춘 것인지 구분할 필요 없이.'라고 말하는 부분까지 나아가는 꼼꼼한 설정이 <캐니언의 프로포즈>에 찍힌 순간은 정지되었으나 그로 인해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흘러가는데 이 둘은 결국 같은 세계라는 말로 해석되어 흥미롭고 의미심장했습니다.
4장까지 읽은 느낌은 로버트라는 개에 의해 인간이 농락당하는듯한 느낌입니다. 소재가 넘 신선하네요. 개는 개일뿐인데 말이죠
로코코라는 이름을 새로운 존재에게 부여하기로 했슈니다. 냉동고에 오래 있었던, 그 호수에서 주워온 물고기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것은 이제 내 것이라는 뜻입니다. 당신도 그 이름 붙이기에 기여했습니다. (중략) 확실한 것은 로코코가 다시 헤엄치지는 못해도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영구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겁니다. 불멸, 그것이지요. 우리가 에술을 사랑하는 이유 말입니다.
불타는 작품 120p, 윤고은
4장. 로버트 재단이 '아름다운' 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고 모든 사물에 고정된 자리가 있고 그 자리를 지켜야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과 배치된다는 생각이 자꾸드네요. 4장은 상상력을 많이 자극하기도 하고 복선도 깔려있는 것 같고..혼돈의 장입니다. 🫣
로버트의 통역에 대한 얘기도 다른 분들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네요.
통역이라는 게 타인을 통하는 것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나의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어 전달될 수도 있고 생략되거나 덧붙여서 전달될 수 있는 거지만 로버트와 안이지의 대화는 둘 사이에 블랙박스, 대니, 두 명의 통역사까지 무려 네 개의 게이트를 거쳐야 이루어진다는 게 좀 기괴하게 느껴졌어요. 저걸 정말 둘의 대화라고 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이번 주는 1-4장까지니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나는 예술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다른 골목이지만, 꿈으로 넘어가서 계속 얘기하자고 말해주는 마음. 그게 예술가가 우리에게 심어주는 빛이죠. 안이지 작가님, 당신의 전시가 끝난 후에도 나는 한동안 당신 작품 속에 살고 있을 겁니다.
불타는 작품 148p, 윤고은
말도 안 되는(?) 설정인데도 스토리나 전개가 흥미롭고 재미있고 어렵지 않아서 점점 빠져들고 있어요! 한 자리에서 4장까지 후루룩 읽어버렸네요. 😱
제 그믐 블로그에 불타는 작품에 나오는 예술가들의 작품 사진을 올려놨어요. 궁금하시면 보세요. 😊 https://www.gmeum.com/blog/3540
덕분에 잘 봤습니다. 감사해요!
와...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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