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D-29
저는 이 책 사전서평단으로 먼저 읽어보았는데, 여운이 꽤 깊게 남더라고요. 이 책 읽고 나서 정보라 작가님 단편 『호』도 읽었었는데, 그 소설은 발랄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ㅎㅎ 읽기 전에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은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는 문구가 엄청나게 끌렸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문구의 무게가 꽤나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살아가면서 고통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고통을 느끼는 정도와 대응하는 방식, 그리고 고통을 넘어 회복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완벽히 동일하게 나의 고통의 감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완전히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사랑이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또 그 고통을 대신 겪어줄 수는 없어도, 우리는 현처럼 곁에 머무르는 방식으로도 고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어요. 결국 홀로 서는 경험을 하며 고통을 극복해 보았기에 경은 사랑하는 현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경이라는 이름의 한자(嬛, 홀로 경)는 ‘홀로, 고독한, 단단한, 치밀한’이라는 뜻과 함께 ‘날렵한, 산뜻할, 우아한’이라는 뜻의 ‘현’이라는 음으로 불리기도 하더라고요. 이를 보고 경은 홀로 있을 때도 현과 함께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에게 가해서 생기든 외부로부터 생기든 간에 고통 이후에는 흉터라는 흔적이 남는데, 흉터는 고통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고통에서 회복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잖아요. 경이 마지막으로 태를 찾아가 결별을 고하는 장면은 어쩌면 자신의 흉터를 완전히 봉합하고 회복하는 마지막 단계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누구나 고통을 겪지만,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며, 크고 작은 흉터를 품고 있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나의 고통이 이해받거나 대신 겪어줄 수 없는 것일지라도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들의 곁에 머무르며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주토끼』 추천해주셔서 전자책으로 읽어보려고 담아두었어요. 『저주토끼』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ㅎㅎ
<고통에 관하여>에 관한 다양한 의견 감사합니다.:-) <저주토끼>는 정말 독특한 단편이에요. 즐독 되시길.
p.136_욱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다른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이. 삶의 의미..
고통의 의미를 찾다가 고통에 중독되어 버린 건 아닌지...
고통해 관하여를 아직 완독조차 하지도 않았는데 단편집이 나와서 구매했네요. 소소하게 반성이 되지만 인쇄 사인본이랍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이어 한국인 최초로 2023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퍼플레인에서 펴낸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욕망과 두려움의 세계를 다룬 초기작 열 편을 공들여 선별했다.
도서 구매는 반성이 필요 없는(?) 범죄입니다. ^^
다 읽고 리뷰도 올리고나니 고통에서 해방된 느낌입니다..
짝짝짝! 후련하시죠?^^
다른 책 읽는 동안 비슷한 주제나 문제의식이 보일 때마다 이 책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었습니다. 덕분에 제목에 아주 충실한 독자가 되었어요 ㅎㅎㅎ
제목에 충실한 독자 좋죠! :-)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완전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통에 관하여 p. 128, 정보라
저도 이 문장 완전 공감이요~
저는 위버님이 수집한 이 문장을 읽으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BDSM에 빠지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고통을 주고받는 것을 중심으로 맺어진 합의된 관계 안에서 소통과 연대를 느끼는 거죠.
저도요~ 완전공감했습니다~ 완전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알고 있는 만큼의 고통을 선택하는 건 얼핏 미련해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안전하고 유혹적인 길이잖아요. 내가 아는 만큼만 참으면 그 이상의 고통은 없는 길이니까...그 길 대신 불확실하지만 단 1밀리라도 앞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는 현의 곁에 있기를 선택한 경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경을 보고 있으면 이 소설이 한편으로는 성장소설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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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여러분 오늘밤 8시 정보라 작가님의 <고통에 관하여> 라이브 채팅 잊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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