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D-29
나처럼 30년 이상 공기업에 다니며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좀 있고 책에 과도하고 심하게 관심과 애정이 많은 인간은 책에서 점점 멀어지는 큰일날 세상에서 한 1000명 중 한 명도 안 될 것이다. 나는 책에 지나치게 미친 인간 중 하나다. 나 같은 좀 모자란 인간이라도 책에 관심 갖고 그나마 세상이 좀 좋아지도록 책을 통해 노력하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 때문에 잃은 것도 많았지만 이런 걸 보면 그 잃은 것을 다 보상하고도 남는 뿌듯함이 분명 있다.
사람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좋아 다 찾아 읽고 그중 중요한 글귀는 메모도 하고 내 글에 인용도 하며 그랬는데 그가 칭찬하는 다른 작가의 책을 읽으면 별로이고 실망까지 하는 경우가 흔하다. 너무 나와 안 맞아 읽기를 중도에 포기한다. 읽다 보면 지루하고 내 취향이 아님을 금방 알게 된다. 그 작가의 책은 그래서 다른 것까지 안 읽는다. 전에 읽은 게 트라우마로 박힌 것이다. 새 책도 전의 책과 비슷할 거라 보는 것이다. 그럼 그는 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쓴 거고 그가 좋아하는 책은 왜 나와 안 맞는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글을 나는 왜 좋아하지 않는가. 이상하다. 이해가 안 간다. 그 글들이 비슷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두 작가의 문체가 달라 그런 것 같다. 보면, 같은 말을 해도 말투로 인해 듣기 좋거나 아니거나 하는 게 있다. 자기만 듣기 좋아하는 목소리가 따로 있다. 톰보이 같은 중성적인 낮은 목소리에 무뚝뚝한 말투, 지적인 전문직 이미지의 세미 정장 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배우 신현빈 같은 여자.
국민들이 그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니 개돼지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계속 물고들어져야 하는데, 다른 연예인 마약 기사로 하던 걸 한눈 팔고 그만둬 버린다. 이태원도 마찬가지다. 조작된 것과 눈속임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권력층은 국민들이 아주 모범적으로 말려들었다며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다. "역시, 개돼지들은 할 수 없다니까." 할 것이다. 누가 나에게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라며 강요해도 보지 말고 지금 하건 걸 계속 파야 한다. 그들의 주무름에 내가 꼭두각시로 놀아나선 안 된다. 그들에게 우습게 보이면 안 된다. 괴물과 악마에겐 더 악랄한 괴물과 악마가 되어 싸워야 한다. 고분고분은 나를 시스템에서 노예로 만드는 행위다. 그 돌아가는 시스템과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학폭은 연예인 마악과 별개로 계속 끈질게 물고늘어져야 한다. 그들의 수작에 내가 마구 놀아나면 기분이 어떤가.
나는 직장 생활하면서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곧장 책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그걸 대비해 책을, 늘 가방에 넣고 다니고 직장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아마 남들 눈엔 “업무에 소홀하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이란 대개 보이는 것으로 우선 판단하니까. 그러나 나는 오히려 안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게 해서 창의적으로 더 신나게 업무에 전보다 더 잘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업무 몰입도가 향상됐다고 본다.) 그래서 내 업무 자리는 독서 하는 책상도 겸한다. 책꽂이엔 내가 지금 읽는 책이 꽂아져 있고, 파티션 벽엔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달의 책’이 붙여져 있다. A4용지에, 한글의 표를 이용해 상하로 나눠 위쪽은 그 책 표지 그림을 넣고 아래는 본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넣는다. 그게 한 달 동안 거기에 게시되어 있다. 이번 11월엔 ‘이달의 책’으로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과 거기서 발췌한 “아마 내 안에 인격이 여럿 있고, 책을 읽고 쓰는 일과 관련해서도 자아가 서너 개쯤 있는 모양이다. 진지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소설가 장강명은 찜찜하거나 도발적인 주제, 소재에 끌린다. 거기에 정면으로 달려들어 부딪치고 싶어 한다.”를 소개하고 있다. 나는 사실 책을 너무 많이 읽고, 읽은 책을 어디에 둘 곳이 없어 바로 알라딘 같은 곳에 팔아버린다. 꽂거나 쌓아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전엔 “내가 책을 이 정도로 많이 읽는다” 하며 과시용으로 읽은 책을 전부 책꽂이에 꽂아두기도 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란 걸 지금은 깨달아서 그냥 바로 팔아버린다. 역시, 직원들은 그것을 보았겠지만 나에게 책 읽는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지 묻지도 않는다. 이게 요즘 세상의 책 풍경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나를 위로하고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책 읽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강한 희열을 느낀다. 이젠 이 짓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다산북스/책 증정]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을 저자&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8. 쇼는 없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첫 시즌 마지막 모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정리해요 🙌
[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책[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영화, 드라마
1월1일부터 고전 12권 읽기 챌린지! 텀블벅에서 펀딩중입니다.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1. 수상한 한의원 [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
🍷 애주가를 위한 큐레이션
[그믐밤] 30. 올해의 <술 맛 멋> 이야기해요. [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서강도서관 x 그믐] ④우리동네 초대석_김혼비 <아무튼, 술>
남들보다 한 발짝 먼저 읽기, 가제본 북클럽
[바람의아이들] "고독한 문장공유" 함께 고독하실 분을 찾습니다. 💀《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선착순 도서나눔] 중국 대표 작가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원청》! 출간 전 같이 읽어요
혼자 읽기 어려운 보르헤스, russist 님과 함께라면?
(9) [보르헤스 읽기]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1부 같이 읽어요(1) [보르헤스 읽기] 『불한당들의 세계사』 같이 읽어요(2) [보르헤스 읽기] 『픽션들』 같이 읽어요
일본 장르소설을 모았습니다
[박소해의 장르살롱] 21. 모든 예측은 무의미하다! <엘리펀트 헤드>[박소해의 장르살롱] 10. 7인 1역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일본미스터리/클로즈드서클] 같이 읽어요!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스토리 탐험단의 첫 번째 여정 [이야기의 탄생][작법서 읽기] 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함께 읽기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함께 읽으실래요?
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내셔널 갤러리 VS 메트로폴리탄
[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