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돌려 말 안 해 좋다. 어느 작가들 보면 결국 이런 말에 불과한데 뭔가 있어 보이게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그렇게 말하는 것도 참 어렵겠는데, 왜 그렇게 어렵게 말하지? 하면서 놀란다) 하여간 배배 꽈서 말한다. 전엔 안 그러던 작가가 그러면 그 다음부턴 그가 내 놓는 책은 안 읽게 된다. 쉽게 뭔가 독특한 개념을 지닌 책을 읽어야 나한테도 남는 게 많고, 그런 책은 손에서 절대 놓지 않는다.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괜히 그냥 어렵게 쓴 것 같은 책은 이제 안 읽는다. 시간 낭비이고 솔직히 그렇게 시간을 들였어도 남는 게 없다. 다른 얻을 게 많은 책도 많은데 서로 씨름하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붙잡고 있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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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것 같습니다. 내 글을 남이 읽어주길 바라는 것보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을 그대로 적고 그냥 만족으로 끝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유명인도 아니고 글을 절대 뛰어난 것도 아닌 것을 아는 분수를 아는 사람이라 그냥 글에다 나에게 하고 싶고 세상을 향해 내뱉고 싶은 것을 독자를 먼저 의식하기 전에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만족하면 서 큰 기대를 애초에 하지 않아 실망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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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를 그래도 독자 중에는 손가락에 들 정도로 빨리 구입해 읽은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저는 단편집보단 장편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상대적으로 내용이 쉽기 때문입니다. 압축을 안 한 거지요. 단편은 뭔가 내용보단 의미나 주제에 더 닿은 것 같고 시는 거기서 더 압축을 해 그 속 뜻을 알려면 더 힘듭니다. 그래서 두꺼울수록 더 내용이 쉽다는 것을 알고 구입해 단번에 읽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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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습니다. 자동차가 자기 역할을 망각해 마치 컴퓨터처럼 수동이 아니라 너무 자동화되니까 급발진이 일어나는 거고 핸드폰에 여러가지 기능을 너무 많이 집어넣으니까 고장이 잦아 본래 기능인 통화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습니다. 휴대폰을 분실하는 경우엔 거기에 너무 많은 게 들어 있어 그때부터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겁니다. 신문 칼럼에도 저는 사회학자나 문학평론가, 소설가 이렇게 하나로 나와야 읽지 수필가 겸 시인, 소설가 이렇게 나오면 안 읽습니다. 뭐야 이거 "그럼 제대로 하는 게 뭐야?" 하고 의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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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만나고 싶어서 입장권을 사려고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나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내 강연이 과연 그렇게까지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와 나는 본래 소설가로서 글로서 열렬한 독자와 대화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자괴감, 그렇게 어렵게 살고 또 내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그냥 진지한 작가와 독자로서 진솔하게 만나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안 되는 것에 대한 부조리 같은 복합적이고 괴로운 생각이 교차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런 독자를 이렇게 대하면 안 되는데 대한 작가의 부끄러움이 작용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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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강연가서 지자체의 들러리나 생색내기의 모양새 맞추기로 이용될 수도 있는 것 같다. 하여간 책이나 글쓰기 작가의 강연은 어디서나 가장 깨끗하고 누구나 권장할 만한 지자체장 이미지 세탁으로 가장 안성맞춤이기도 하니까. 세상에 아직은 책보다 더 깨끗하고 모범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 지하철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면 내 근처에 사람들이 앉지를 않는다. 바로 책 읽는 나에게 방해가 될까 조심하는 것 같은데 하여간 책을 읽는 행위 자체 는 어디서나 환영받는 것 같다. 특히 20대 젊은 여자의 책읽는 모습은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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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업계가 돈에 관심이 없고 일부러 멀리해 전산화가 늦고 작가에게 빨리 제때 돈 주는 관행이 없어 그런 것 같은데 그것을 악용해 그들도 사람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들의 그런 기질을 이용하면 나쁜 사람인 것이다. 원래 인간은 착한 사람한테는 더 야박하게 구는데 그 중에서 된 사람이라면 작가같은 착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잘 대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비싸기만 하고 고료나 인세를 안 주는 출판사와는 손절할 것 같다. 개중에 싸고 정직한 출판사와만 거래할 것 같다. 그런 출판사는 일부러 방문해 수고하신다고 음료수라도 들고 멀지만 찾아가서 고맙다고 할 것 같다. 그리고 실제 그러겠다. 나쁜 인간에겐 더 나쁘게, 착한 사람에겐 더 착하게. 그게 제대로 된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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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얻는다. 많은 영감을 얻는다. 주는 사람이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을 줘도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으면 쓰잘데기 없는 것이다. 이 책은 감히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내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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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독자로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사를 써줘서 사는 책도 있는데, 대부분은 읽고 실망한다. 그러면서 안 팔릴 것 같으니까 유명 작가 추천사를 이용한 거고 나는 그 수법에 말려든 거고. 그렇게 되면 그 실망한 책과 더불어 이 책이 좋다고 추천사에서 칭찬한 그 유명 작가의 이미지도 내 속에서 추락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추천사 쓴 작가와 이 책 내용이 서로 안 맞는 것 같은데 왜 이런 책을 추천했지?" 하는 생각. 그래서 이젠 차라리 추천사가 없는 책 내용의 일부만 날개에 실은 책만 읽는다. 추천사 책은 이젠 "아, 이 책 뭔가 부족한 게 있구나"라고 먼저 느끼면서 서점에서 제외시킨다. 고르려고 했다가 추천사가 우르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내려놓은 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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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책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아마 기질이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다음으로 읽고 싶은 책이 항상 옆에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뭔가 불안하다.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이제 읽을 게 없어 멍하니 그냥 시간을 보내면 어떡 하지?" 하는 불안이다. 그러니까 계속 좋아하는 책을, 내용이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지금 읽고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약간 독서에 대한 중독 같기도 하고 활자 맹신자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매일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절을 세번한다. 술을 먹은 날 까먹었을 때는 그 다음날 곱배기로 여섯번을 책에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절을 올린다, 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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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말보단 글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그 특성을 그대로 살려
그냥 그것만 하게 해야 한다.
(딴짓 안 해도 되게)
현실은 글로는 밥벌이가 안 되니까 방송이나
강연으로 밥벌이를 대신한다.
말을 하는 사람들도 글은 별로 잘 쓰지 못하지만
글을 써서 더 권위를 집어넣어
말을 더 빛나게 하려는 것도 있다.
정치인이 정치만 잘하면 됐지, 되지도 않는
회고록을 내는 것하고 비슷하다.
우선, 글만이라도 전념하게 나라 전체에서 육성해
그것만 하게 해야 한다.
꼭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것만 잘해야 하는데
온갖 잡무나 학생 지도 같은 것에 시달려
잘 가르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하고 비슷하다.
글쟁이들은 그저 방송이나 강연, 칼럼 없이도
글로만 승부를 걸게 만들어야 경쟁력이 생겨
나라의 진짜 위상을 높이는 노벨문학상도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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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서 제일 어려운 게 띄어쓰기인 것 같다.
심지어는 분명히 띄어 쓰던 말이
어느 순간부터 붙여쓰기 시작한다.
그 용어가 잘 안 쓰이다가 자주 쓰이기 시작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하도 많이 말하다 보니 입에 착 붙기 시작해서 그런가.
‘기후 위기’도 잘 안 쓰던 말인데
자주 쓰이게 되면 아마 어느 순간부터
‘기후위기’가 맞는 띄어쓰기로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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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니까 처음엔 아주 날카롭게 작가가 글을 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건 그냥 평범한 사람, 일반인이 쓰는 것하고 별로 차이가 안 나는 글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작가도 자기 글이 날카롭지 않은 걸 아는지 표절 뉴스가 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건 영화 배우도 같은 것 같고, 모든 예술인은 날카롭게 자기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 마약에 의존하고. 그러니 그냥 꾸준히 자식 식대로 자기를 갈고닦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음을 비우며 쓰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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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으로서 그러나 약간 책에 맛이 간 독자로서 적자면, 일 단은 너무 어릴 때 사람들의 주목올 받아 신동이다 천재다 하면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와 함부로 다음 작품을 못 쓰는 것 같다. 잘못하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공포 때문에. 그 작품이 천재에 부응해야 해서 부담이 엄청 드는 것이다. 그래 차라리 대기만성이라고, 그냥 평범함에서 서서히 그 분야에서 성장하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자식 식대로 쓰는 것이다. 계속 자기 세계를 구축하면서 남이 알아주기도 하고 거들떠도 안 볼 때도 있는, 하여간 나는 그냥 내 작품을 쓸 뿐 외부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이다. 그런 식으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지금 자기가 쓰고 싶은 것과 관심 있는 것만 쓰는 것이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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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막히면 글이 잘 안 써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너무 배부르면 안 써지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시작할 때는 약간만 먹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쓴 다음엔 정식으로 밥을 먹습니다. 글을 쓸 때 지금의 생각을 마구 토합니다. 타자가 느린 게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는 그 생각 덩어리를 다 토한 다음에 맞춤법이나 글의 흐름 같은 걸 고칩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번뜩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빨리 토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생각 덩어리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염려 안 해도 되는 게 그때 생각해 글로 옮기지 못한 것은 다른 글을 쓸 때 다시 재생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생각하고 계속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더 발달하고 글이 또 생각을 받쳐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글과 생각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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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명 작가의 이런 게 부럽다. 그는 편집자와 상의하며 이런 트렌드가 있으니 이렇게 다듬으면 좋겠다, 표지는 이런 게 유행이니 그렇게 디자인하면 아마도 더 많이 독자들이 서점에서 집을 것이다. 이름 없는 난 이런 게 없다. 어차피 관심도 없고 팔리지도 않을 거 나도 그렇고 출판사의 편집자도 별로 기대도 안 하고 신경도 안 쓴다. 그러나 유명 작가는 조언을 해주고 상의를 해주는 게 부럽다. 하긴 나 같은 경우는 팔리는 것은 신경도 안 쓰고 그냥 내 생각을 책에 집어넣은 것뿐이니까. 아, 유명작가들 부럽다. 옆에서 조언해주는 부인이 있고 책에 관심이 많은 주로 독자층의 대표랄 수 있는 30대 여성이 코치해주고 전문 편집자가 글을 다듬어주니. 일단은 이유가 어떻든 책은 많이 팔려 독자가 많이 읽어줘야 작가도 힘이 나고 탄력을 받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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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문학상에 당선 되는가? 교과서에 실릴만한 모범적인 글인가? 아니면 한국어를 아름답게 다듬은 작품인가? 심사자들이 대개는 이런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앉아 있으므로 자기가 걸어온 길과 비슷한 작가의 작품을 고를 것 같다. 누구나 자기와 다른 인간을 좋아할 리 없으니까. 이것도 카르텔이다. 수상하는 작품의 틀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팁만 익히면 능히 당선될 수 있을 것이다. 좀 이상한 작품이 수상하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심사자 풀도 다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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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외부에선 그게 자기들끼리만 해먹는 카르텔인지 너무 잘 아는데, 그 속에 속한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는 거다. 겉으로 봐서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외부에서 위화감이 잔뜩 들면 그 집단은 카르텔이고 발전을 못하고 나중엔 고인 물이 썩어 겉으로까지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 조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조직은 겉에서 무너뜨리는 것이 더 힘들다. 안에서 자기들끼리의 알력으로 붕괴된다. 박정희가 심복인 김재규에게 총살을 당해 드디어 무너진 것 같은 것이다. 외부에서 그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데모를 그렇게 해도 안 무너진 정권이 하루아침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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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글쟁이가 제일 잘 쓰는 것 같다.
손흥민보다 지금 작가 지망생이 더 흥미진진하게
축구에 대해 쓸 수 있다.
이걸 보면 글쟁이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어야
가장 잘하고 있는 거라 본다.
글쟁이가 체험을 한답시고 축구를 실제 해보거나
전쟁터에 참전하거나 교통사고의 그 순간을 느껴보겠다며
도로로 갑자기 뛰어든다면, 그냥 집에서
글이나 쓰는 사람보다 결국 글을 더 못 쓰게 될 것이다.
정신이 산란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그렇다.
글 쓰는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허비한 것이다.
글에선, 지금 글을 쓰는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이고,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축구 선수는 축구를 열심히 해야 잘하는 것이고,
택시 운전사는 세상 돌아가는 말을 손님에게 지껄이는 게
아니라 가장 안전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손님을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게 가장 잘하는 일이다.
손님은 그런 말 들으려고 택시를 탄 게 아니다.
그냥 집에 빨리 가고 싶은 것이다.
택시 운전사가 정치에 관해 입을 신나게 푼 다음,
엉뚱한 곳에 손님을 뚝 떨어뜨려 놓으면 그게 뭔가.
운전보다 말에 더 심혈을 기울여 그렇다.
입을 꾹 다물고 운전에 몰두하는 기사가 훨씬 더 멋있다.
영화 <드라이브>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과묵하게
운전하는 모습,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멋진가.
글쟁이가 딴짓을 하면 그건 글을 배신하는 거다.
식당에 갔는데 웬 꽃집처럼 화분이 사방에 늘어서 있고
벽마다 그림이 걸려 있다면 그 식당은 맛으로
승부를 거는 것에서 도망친 것이다.
죽도 밥도 아니다.
자신의 본업을 망각한 것이다.
꽃 기르기나 그림 전시는 집에서 해도 충분하다.
괜히 식당 손님만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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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라는,
우리나라에만 특화된 글쓰기를 멈추면 안 될 것 같다.
다른 나라는 이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래 잘 쓰지도 못한다.
우크라이나나 하마스에 대한 것은 그것을 직접
겪는 작가들이 잘 쓰고, 다른 사람들은
그걸 통해 간접적으로 그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분단된 지 거의 80년인데,
이것에 대해 펜을 놓으면 안 된다고 본다.
직무유기이고 책임 회피다.
바로 우리 곁에 언제나 있고,
우리와 상관 안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면해도 외면이 안 되니까 그런 것이다.
신경 안 쓰려고 해도 계속 신경 쓰이는 일이다.
그러니 정면으로 맞서는 게 맞다고 본다.
계속 외면만 하면 문학적 성과 면에서도 승산이 없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것에 대해 붙잡고 다루겠나.
그리고 북한의 독재와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계속 글로 언급해야 한다.
(젊은 놈은 담배를 피우며 배를 쑥 내밀고
웃으며 서 있고, 늙은 부하들은 그것을 수첩에 열심히
적는 척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이런 그림만 봐도 얼른 드는 생각이
한 놈만 자유롭고 나머진 자유가 없는 독재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민주주의 파괴와 인권 사각지대의
전형으로 세계에 보도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한민족이라는 게 너무나 창피하다.)
보기에 따라선 지금까지 분단문학을 너무 많이
다뤄 진부하고 식상하다며 자기는 이전 문학과
거리를 두고 다른 것을 실험한다며 전위적(前衛的)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앞에
엄연히 존재하고 지금도 종전이 아닌 휴전 중인,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곳, 이곳에 대해 다루지 않으면
누가 다루겠나?
그리고 사실 현실적으로도,
북한 관련 뉴스가 안 나오는 날이 어디 하루라도 있었나.
동시에 이런 것도 분명 있다.
박정희 시대에 학생과 순진한 주민을 상대로 북한에 대해
안 좋은 표현을 너무 많이 했다.
그곳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사회인데
마치 괴물이나 살 것 같은 괴뢰 집단으로 묘사했다.
그때 받은 어두운 기억이 아직도 내 뇌리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것도 부인 못 한다,
그래 우리가 과거에 너무 했다는 반성에 기반한
반발 작용으로 북한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더 너그러운 건지도 모른다.
이젠 긍정도 부정도 아닌 냉정한 분단을 직시하면서
외면하기 어려운 우리에게 주어진 쓸거리를 놓지만 않는다면
세계적인 문학상도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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