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변화의 세기>

D-29
19세기 편에서 교통, 특히 철도의 등장을 비중 있게 언급하잖아요. 철도가 19세기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요령 있게 정리한 책은 『철도 여행의 역사』(궁리, 1999)입니다. 지난 세기에 나온 책이긴 하지만 여전히 이만한 분량에 이 정도로 정리를 잘한 책은 없는 것 같은데 역시 품절이네요; 철도의 역사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한 시기를 다루는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원서가 2009년에 나온 『철도의 세계사』(다시봄, 2019)가 있습니다.
철도 여행의 역사 -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19세기에 일어난 가장 혁명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는 철도의 탄생이다. 철도는 산업혁명을 탄생시키고 진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체험 공간도 변화시켰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문학, 기술, 경제, 의학 등 다방면에 걸친 철도의 영향을 깊이 있게 검토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기술이 일상에 어떤 영향들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철도의 세계사 - 철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철도는 어떻게 인류의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모든 변혁을 재촉했는가? 철도의 기원에서 현대까지 망라한 역사를 통해 세계의 주요 철도가 우리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얼마나 바꿔놓았고, 다른 광범위한 변화에 어떤 식으로 촉매가 됐는지를 살펴본다.
세기의 주체(인물) 얘기가 잠깐 나왔으니, 19세기를 상징하는 '과학 지식인' 한 명도 소개할까요? 바로, '다윈의 불독'으로 불렸던 토머스 헉슬리(1825~1895)입니다. 토머스 헉슬리는 '불가지론'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지식인이기도 하죠. 토머스 헉슬리는 과학사학계에서도 19세기 세계관을 상징하는 인물로도 거론된답니다. 참! 토머스 헉슬리는 그 유명한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의 할아버지입니다. :)
토머스 헉슬리 - 과학 지식인의 탄생19세기 과학계의 발전사와 '과학 지식인' 토머스 헉슬리의 삶을 다뤘다. 헉슬리가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한 글과 부인 및 동료들과 나눈 서한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학 및 과학자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토머스 헉슬리를 재조명한다. 좁게 정의되는 과학이 아닌, 다른 문화 영역들과 연결되는 실천방식으로서의 과학을 추구한 그의 삶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22일)과 내일(23일)은 드디어 20세기 편으로 넘어갑니다. 금요일(24일)부터 주말(11월 25일, 26일)까지 나머지를 다 읽고서 완독하는 일정으로 정하려고요. 하루이틀 시간이 남으면 서로 감상 나누면서 12월에 읽을 책을 정하면서 이 모임은 마무리합니다. 20세기는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시기이니 모티머의 시각으로 정리해본 20세기 편을 읽고서 여러 얘기 나눠봐요.
이런 이야기가 있다. 1960년대 초에 서머싯에서 은퇴한농부들이 모여 그들이 사는 동안 발명된 물건 가운데 무엇이 농장 일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토론했다. 트랙터, 가축 트럭, 콤바인, 비료, 살충제, 전동식 양수기, 전기 철조망, 곡물 저장기 등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동의한 가장 큰 영향을 준 발명품은 바로 (무릎까지 올라오는 방수 고무 장화) 웰링턴 부츠였다. 이렇듯 우리 삶을 바꾼 변화가 모두 가장 극적인 변화는 아니며, 가장 극적인 변화가 가장 위대한 업적임을 뜻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20세기에 진정으로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여기는 것들은 안락함과 효율성, 속도와 사치스러움 측면에서 차이를 만든 것들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419-420쪽,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이 책은 '서구'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20세기에 '서구'는 엎질러진 잉크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422쪽,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20세기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역사 책. 다양한 추천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1914-1991』(까치)은 필독서 같아요. 원서는 1994년에 나왔고 국내에서는 1997년 외환 위기 즈음에 이 책이 번역되었는데요. 그때 처음 읽고서 수상한 세상에 대한 비관적인 감각과 더불어서 여러 가지 감상에 젖었던 기억이 납니다. 에릭 홉스봄의 이 책은 1994년에 나왔죠. 세기말의 혼란에 대한 노역사학자 홉스봄의 감상은 1999년에 나온 인터뷰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이끌리오, 2000)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21세기가 5분의 1 정도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또 여러 생각을 자극하는 책이랍니다.
극단의 시대 : 20세기 역사 -상20세기 인류의 역사 중 1,2차 세계대전까지의 시대는 파국의 시대로, 이후 냉전시대를 황금시대로 나누어 파국과 번영이 함께 했던 20세기 역사를 기술한 영국 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책.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20세기의 자서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단의 시대 : 20세기 역사 -하20세기 인류의 역사 중 1,2차 세계대전까지의 시대는 파국의 시대로, 이후 냉전시대를 황금시대로 나누어 파국과 번영이 함께 했던 20세기 역사를 기술한 영국 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책.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20세기의 자서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 - 생각하는 글들 8<혁명의 시대> <극단의 시대> 등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에릭 홉스봄이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안토니오 폴리토와 대담한 내용을 담은 책. 그는 이 대담을 통해 21세기에 가장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전쟁, 민족국가의 미래, 경제분야에서의 세계화, 좌파의 운명, 인구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한다.
"1800년에는 잉글랜드 사람들 가운데 80%가 시골에 살았지만, 1900년에는 70%가 도시에 살았다."(368p) "1883년부터 사람들은 오리엔트 특급을 타고 파리에서 콘스탄티노폴리스까지 유럽을 동서로 횡단할 수 있었다. 철도가 세계의 점들을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확장의 결과는 단순한 편의성 이상이었다. 철도는 사회에 어느 정도의 동질성을 가져왔다. 이전까지는 한 나라 안의 모든 시계가 같은 시간에 맞춰질 필요가 없었다. ~기차가 두 도시를 연결하고 단일한 시간표에 맞춰 운행되기 시작하자 전국의 시계들은 서로 합의를 봐야만 했다." (373p) "19세기는 우리에게 압도적 변화의 물결을 선사한다. 한 세기라는 시간적 한계 안에서만 봐도 일련의 믿기 힘든 변화가 일어났다. 시골에서 도시로, 문맹에서 문해로, 농업에서 산업으로의 커다란 전환이 일어났다. 마차를 타고 여행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시속 100마일로 철도를 질주하는 기차를 타고 여행했다."(411p)
오늘날 우리는 철도의 등장은 매우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놀라운 업적으로 여기지만, 철도가 불러온 ‘근대적 삶’이 당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준 경험이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자란 농촌에서 멀리 떠나온 수많은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들이 아는 문화는 주로 시골의 복합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인간관계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수천 명이 말 그대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1845년에 잉글랜드의 모든 주는 정신병원을 열라는 요구를 받았다. 가족 차원에서 대처할 수 없는 친척들을 보낼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병원의 입원등록서를 읽다 보면 수백 건의 슬픈 사례를 만나게 된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19세기, 374~375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마르크스의 사상은 노동 정치 단체의 등장, 직장 내 폭동, 산업 내 갈등으로 이어졌으며, 이 셋이 결합하면서 사회복지 법률 제정을 촉발했다. 각국 정부가 사회복지 법률로 혁명의 물결을 잠재우고자 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19세기, 415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우리 삶을 바꾼 변화가 모두 가장 극적인 변화는 아니며, 가장 극적인 변화가 가장 위대한 업적임을 뜻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20세기에 진정으로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여기는 것들은 안락함과 효율성, 속도와 사치스러움 측면에서 차이를 만든 것들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20세기 서양에서는 삶의 환경 측면에서 세 가지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세계화가 일어나고, 대량 살상의 위험성이 등장하고, 우리가 지속 불가능한 생활수준에 도달한 것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다른 모임에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고 있는데요. <변화의 세기> 20세기를 읽으면서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씁쓸하고 아이러니하지만요. 원자폭탄의 책임이 영화만 봤을 때는 과학자에게 있는 줄로 생각했다가, 저 책을 읽고 정치권력의 책임인줄 생각했다가, <변화의 세기>를 읽고는 전쟁의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개발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들이 많다는 '아이러니함'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쟁이 점점 더 치명적으로 변해가는 것이야말로 인류문명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는 과학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이 잠재적인 아마겟돈(지구 종말)을 의도적으로 고안했다는 사실이다."(436p)
절대 군주적 권력과 사회계급, 종교교리가 결합하면서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전쟁과 잔학행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 가운데 무엇도 20세기의 민주주의와 과학의 연합처럼 인류를 완전히 말살시킬 위협이 된 적은 없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 437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중세인의 마음속에서는 현재만이 끝없이 이어졌을 뿐, 미래도 과거도 없었다. 그러나 16세기부터 사람들은 점차 과거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18세기에는 튀르고와 콩도르세가 서구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관념을 ‘진보’라는 개념으로 나타냈는데, 진보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 실제로 미래에 관한 비전은 대부분 행복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말았다. 진보를 믿던 수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고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났다. 대체 어떻게 이토록 많은 계몽국가와 제국들이 서로에게 그토록 끔찍한 파괴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우월해야 마땅한 현대 시대가. 지난 500년 동안 있었던 미신과 계급제로 가득한 그 어떤 극악무도한 체제들보다 인간 세상에 더 큰 파멸을 불러오지 않았는가?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456~458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20세기에 관한 장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전쟁과 관련된 궁극적 아이러니와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누구보다 많은 생명을 구한 사람이 동시에 수백만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버의 발명품을 응용하여 파괴적 용도로 쓴 책임이 본질적으로 하버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버는 단지 그의 정치적 주인을 기쁘게 하고자 봉사한 과학자에 불과했다. 잘못의 주체는 대량 학살과 전쟁의 문을 연 정치인들이었다. 결과적으로 20세기 변화의 주체는 아돌프 히틀러가 되어야 한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은 히틀러 때문이었다.~원자폭탄을 만들겠다는 히틀러의 위협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미국 정부를 밀어붙여 맨해튼 계획을 실행했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은 우주 탐험부터 페니실린 사용에 이르기까지, 20세기 후반기에 커다란 이로움을 준 엄청난 과학 기술 발전과 의학 발전을 낳았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0세기, 466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20세기를 읽는 일은 상당히 안타깝고도 쓸쓸한 독서였습니다. 20세기는 전쟁의 그림자가 너무 파괴적이어서,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전 세기가 산산조각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도 생각나고 말이죠.
전쟁이 점점 더 치명적으로 변해가는 것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436,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대체 어떻게 이토록 많은 계몽 국가와 제국들이 서로에게 그토록 끔찍한 파괴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458,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그리고 헤겔도, 마르크스도, 후쿠야마도 모두 틀렸다는 지점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
헤겔은 자유주의적 가치가 계속해서 우위를 점할 것이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가장 유익한 형태의 정부를 채택함에 따라 '역사의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카를 마르크스에게 가장 유익한 형태의 정부란 물론 사회주의였다. 사회주의 국가야말로 인류가 바라 마지않는 진보의 최종 산물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마르크스 혼자가 아니었다. 20세기 말에는 역사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서구가 그린 궤적을 살펴보며 나머지 세계의 국가들이 점차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456,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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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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