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변화의 세기>

D-29
16세기를 읽으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몇 가지 정리하자면, 먼저, 16세기의 지식인들은 한 세기 내내 쏟아지는 전례없는 발견과 발명 그리고 뛰어난 예술 작품들로 인해, 스스로의 업적에 벅찬 환희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한마디로, 눈부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또, @Kimjin 님이 위에 인용하신 것처럼 루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의 종교 개혁이 결국 17, 18세기 절대 왕정으로 넘어가는 수순이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역사의 흐름이란 대체 무엇인가’ 하게 되더군요. 얼마 전, 미야베 미유키의 <가모 저택 사건>을 읽는 중에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라는 글귀를 읽으면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는데, 루터의 종교개혁 부분을 읽으면서 저 글귀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사적 폭력의 감소”부분은 저도 스티브 핑커의 주장에는 지난친 순진무구함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언 모티머의 주장에 전적으로 설득되지도 않더군요. 별개로, ‘공적 폭력이 만연하는 국가나 사회에서 사적 폭력의 감소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중요한 것은 16세기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상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변화에 대한 인식은 중세인과 근대인의 사고방식을 구분짓는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59,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아, 그리고 깨알같은 발견을 하나 했는데, 16세기 북유럽인들은 간헐적 단식을 했더라구요! 요즘 유행하는 16:8의 간헐적 단식은 중세식이었던 것입니다 ^^
식사 시간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1501년 북유럽에서는 아침을 먹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세식 하루 두 끼의 식사 주기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전 11시경에 정찬 dinner을먹었고, 오후 5시경에 만찬 supper을 먹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18,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 지배적인 대중 매체였던 설교단과 시장에 도전하고 궁극적으로 유럽을 문맹 사회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인쇄기와 지역어 사용, 성경의 영적 중요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21-222 ch. 16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인쇄술은 과학 사상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전파할 수 있게 해줬고, 그 결과 유럽 과학계는 같은 시기에 서로의 혁신과 비판을 고려하는 단일 집단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이전 시기 과학자들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24,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인쇄된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문해력을 갖춘 사람이 늘어나자 글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다. 이는 결국 왕과 신민들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이제 정부는 국경 안에 사는 모든 사람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애썼다.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세례, 결혼, 장례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26,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루터가 촉발한 것은 유럽에서 100년 넘게 지속된 전쟁, 향후 300년간 이어진 정부 주도의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박해, 어떤 곳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진 종교적 편협함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36,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총포의 발전은 유럽 대륙을 넘어서까지 영향을 미쳤다. 유럽국가들이 세계의 바다를 제패하고 16세기 후반에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총포 덕분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244,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6세기 관련해서 이 책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오스만제국입니다. 15세기에 비잔티움제국을 멸망시키고(1453년) 패자가 된 오스만제국의 전성기가 16세기거든요. 오스만제국은 1922년 11월 1일 튀르키에공화국이 건국될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이 오스만제국에 주목하는 연구 성과가 쏟아지고 있는 모양이에요. 저도 깊이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다가, 몇 년 전부터 책들을 찾아보는 정도예요. 앨런 미카엘의 『술탄 셀림』(책과함께)은 원서가 2020년에 나온 책입니다. 술탄 셀림은 1512~1520년(16세기 초)의 오스만제국의 권력자인데요. '16세기의 칭기스칸'에 비유할 정도로 오스만제국의 전성기를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카엘은 예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중동사, 특히 오스만제국의 역사로 명성을 얻은 이 분야 연구를 이끄는 학자입니다.
술탄 셀림 - 근대 세계를 열어젖힌 오스만제국 최강 군주셀림의 탄생부터 죽음 이후까지 전 생애를 탁월한 필력으로 그려내면서, 이 강대한 이슬람 제국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 근대가 형성되기 시작되었다는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주장을 펼친다. 지도 20여 장과 원색의 컬러 삽화는 1500년경의 도시, 사회, 문화지역 등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15일)과 내일(16일)은 17세기 편을 읽습니다. 17세기는 저자의 말대로 "전쟁과 문화적 성취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오슨 웰스의 논점"이 실제로 적용된 100년이었습니다. 특히 저자는 17세기의 기후 변화, 소빙하기(작은 빙하기)에 주목하는데요. 이 책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최근 들어서 역사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역사와 기후의 관계를 아주 균형 있게 언급하는 것이죠. 물론 우리가 흔히 17세기 하면 떠오르는 과학 혁명, 의학 혁명, 신대륙(?)으로 이주, 사회 계약 등도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하지만, 근대의 문턱을 넘어선 세기라고 단순화하기에는 아주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어두운 면도 있었다는 걸 저자는 마지막에서 강조하고 있어요. 직접 한 번 확인해 보세요!
17세기 과학 혁명은 아주 많은 연구와 그에 따른 수많은 책이 있어요. 만약, 여러분이 17세기부터 현대까지 과학사를 책 한 권으로 훑고 싶다면! 요즘 가장 많이 보는 책은 『현대 과학의 풍경』(전2권, 궁리)입니다. 이 책 1권의 2장이 '과학 혁명' 부분이니 한번에 훑기에 좋습니다. 로런스 프리시프의 『과학 혁명』(교유서가)은 제가 좋아하는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의 'A Very Short Introduction' 가운데 한 권데요. 16~17세기 과학 혁명의 전개 과정과 그 의미를 한눈에 파악하기 좋은 책입니다. 스티븐 섀핀의 『과학 혁명』(영림카디널, 2002)은 '과학 혁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메타적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고전인데요. (절판인데다 번역도 엉망이어서 원서를 참고하시는 게 낫습니다;) 섀핀의 책보다 좀 더 나은 선택지는 피터 디어의 『과학 혁명』(뿌리와이파리)이 있습니다. 이 책은 16,17세기 과학 혁명기의 주요 주제와 쟁점을 (최신의 연구 성과까지 반영해서) 두루 소개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이랍니다.) 조금 독특한 관점의 과학사 책은 클리퍼드 코너의 『과학의 민중사』(사이언스북스)입니다. 이 책은 과학사 전반에 걸쳐서 과학의 발전이 소수의 천재가 아니라 이름을 남기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헌신, 노력, 성취 덕분이었다는 시각으로 과학사를 다시 쓰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입니다.)
현대과학의 풍경 1 - ‘과학혁명’에서 ‘인간과학의 출현’까지 과학발달의 역사적 사건들이 책은 과학사를 다룬 책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과학혁명기 이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공자들에게도 자칫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는 근현대 과학사의 여러 주제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현대과학의 풍경 2 - ‘대중과학’에서 ‘과학과 젠더’까지 과학사의 다양한 주제들이 책은 과학사를 다룬 책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과학혁명기 이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공자들에게도 자칫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는 근현대 과학사의 여러 주제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과학혁명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4권. ‘연속성’과 ‘변화’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우리에게 제시하며, 근대 초기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의 길을 열어 보인다. 과학혁명 이전과 이후의 시기에 중요한 연속성이 존재함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점검한다.
과학혁명'과학혁명'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서 논한 책. 16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걸쳐 이루어진 '과학혁명'에 중점을 둬 소개했다. 책은 지은이의 강의 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서론과 3개의 장,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과학혁명 - 유럽의 지식과 야망, 1500~1700과학사의 권위자인 피터 디어 교수가 쓴 신작으로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이 이루어진 16, 17세기인 '과학혁명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학혁명의 주요 주제와 쟁점들을 개관하면서 학문적 성과들을 두루 소개한다. 특히, 이 책은 한 차례 개정을 통해, 최근의 연구성과를 포함해 더욱 다채로운 주제들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과학의 민중사 - 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끈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미국의 역사가인 클리퍼드 코너가 쓴 <과학의 민중사>는 과학이 교육받은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는 기존의 과학 영웅 설화에 반기를 들고 과학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복원해 내려 한다.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17세기는 16세기 말 임진왜란(1592~1598)의 상처를 극복하고 조선 사회가 다시 활력을 회복하던 때였죠. 대동법 같은 사회 경제적 개혁의 성과도 있었던 시기이고요. 하지만, 화제의 드라마 <연인>의 배경이었던 병자호란(1636~1637) 같은 전쟁, 또 사회 경제적 양극화가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또 다른 중요한 변수가 있어요. 이언 모티머가 중요하게 언급한 17세기 소빙하기는 당연히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7세기 한반도에 대기근이 덮쳤었거든요. 이 17세기 한반도 대기근을 추적한 책이 생각나서 이참에 살펴보시라고 남겨둡니다. 김덕진의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우리가 몰랐던 17세기의 또 다른 역사』(푸른역사).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 우리가 몰랐던 17세기의 또 다른 역사2008년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 당선작. 조선 후기 경제사 연구에 매진해 온 김덕진 교수가 쓴 책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던 중 조선 사회를 뿌리째 뒤흔들 만큼 심각했던 대기근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1670년(경술년, 현종 11)과 1671년(신해년, 현종 12) 두 해에 걸친 경신대기근에 주목하여 그 아비규환의 풍경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커다란 변화는 새로운 지식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지식을 판단하는 권위를 지닌 주체가 변한 것 역시 크나큰 변화였다. 중세에는 교회 지도자들과 지역사회의 민간전승자들이 이러한 권위를 누렸지만, 16세기 중반부터는 자연철학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17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세계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법이 17세기의 가장 큰 업적으로 느껴진다면, 우리는 이 시기에 수만 명이 유럽 전역의 마녀의 집과 화형대, 교수대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17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본문에는 살짝 언급이 한 번 나오긴하는데, 그래도 서양이 인간의 자연권을 논하던 이 시기에 '유럽 전역'만이 아닌 열강의 식민지에서 셀수 없이 많은 원주민이 착취당하고 살해당했다는것도 결론에 같이 언급해줬었으면....
"앞서 언급한 연구들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자연철학자들 사이에 연구 결과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학자들이 다른 학자들의 지식 위에 새로운 지식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274p) "고작 몇 십 년 만에 과학적 문제에 대한 교황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신학자가 아니라 학술 논문의 저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과학혁명이었다."(277p)
1600년에는 죽어가는 사람의 90%이상이 사제를 찾았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치유자이신 하느님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몸의 회복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영혼을 구원하는 것, 이른바 ‘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17세기가 흘러가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점점 더 사제‘와’ 의사를 둘 다 찾게 되었다. (283p)~ 의학 혁명은, 극도로 종교적이고 집단적 사고를 했던 중세 유럽인들이 양심적이고 개인적인 근대 유럽인으로 변화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였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85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7세기가 고대와 근대 세계를 나누는 문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솔깃한 일이다.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희망이 신에게서 다른 인간에게로 옮겨간 시기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300p),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추천해주신 <어떻게 살것인가>는 검색하였는데 중고는 구하기 쉬워 담아두었습니다. 17세기까지 읽었는데 과학혁명은 조금 알려진 내용인데 의학혁명과 중산층의 발흥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제 현대와 조금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결론에서 17세기가 고대와 근대세계의 문턱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되었습니다. 책뒷부분을 읽고 있는데 나폴레옹에 관한 내용은 아예 없어서 아쉽습니다. 크게 봤을때 영향이 별로 없어서 일까요? 혹 나폴레옹 영화 개봉예정으로 관심이 더 생기는데 추천할만한 책이 있으면 번역된 책으로 추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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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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