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변화의 세기>

D-29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이후에 같은 문제의식을 좀 더 밀어붙인 『지금 다시 계몽』(사이언스북스)을 펴냈습니다. 지식인 사이에서의 핑커의 인기와 독서 유행 덕분에 이 두 책 다 좋아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실제로 핑커가 두 책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한 해당 분야 전문 학자의 반응은 아주 냉담한 편입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열여덟 가지 오류를 반박한 단행본이 한 권 냈을 정도니까요.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책과함께). 핑커 등의 신계몽주의와 낙관주의를 놓고서는 바츨라프 스밀 같은 권위 있는 학자가 통렬하게 비판에 나서기도 했고요. 『대전환』(처음북스). 핑커의 주장을 놓고서는 비판적인 해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금 다시 계몽 -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세계는 정말 망해 가고 있을까? 진보의 이상은 폐물이 되었을까? 세 번째 밀레니엄에 인간 조건을 기품 있게 다룬 이 책에서 인지 과학자이자 대중적 지식인인 스티븐 핑커는 이제 그만 소름 끼치는 헤드라인과 암울한 예언에서 멀어지라고 촉구한다.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 스티븐 핑커의 역사 이론 및 폭력 이론에 대한 18가지 반박전 세계의 권위 있는 역사학자들이 ‘폭력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에 바탕을 둔 핑커의 저술을 전면적으로 논박한 최초의 책이다. 책에는 지성의 역사, 감정의 역사, 문화사, 사회사, 의학사,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유럽사, 지역사, 형법사. 환경사, 생물학·고고학의 역사 등의 학제간 방법론이 동원되었다.
대전환 - 세계를 바꾼 다섯 가지의 위대한 서사원시 사회부터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 역사 속에서 거대한 축들이 맞물리며 일어난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에너지 환경 과학의 세계적인 거장 바츨라프 스밀이 그 비밀을 밝힌다.
다른 의견을 비교하며 읽는 걸 좋아하지만, 그럴 기회가 별로 없는데요. 이렇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의 불평등을 말했더니 (핑커의 생각처럼)옛날과 비교하면 좋아진 거라고 말해서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했던 대화가 기억이 납니다. <대전환> 꼭 읽어보고 싶네요!
종교 개혁과 자본주의와의 관계에 주목한 가장 중요한 고전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길, 2010)이죠. 이 책은 독일에서 연구 중인 김덕영 선생님의 완역으로 2010년에 완전판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사실,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 책의 여러 의미를 정리하기는 쉽지 않죠. 얼치기 사회학도로서 가이드 삼을 만한 좋은 책을 추천하자면, 독일에서 문화 사회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아주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연구하고 계시는 (니은서점 북텐더로도 활동하는) 노명우 선생님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사계절)가 좋습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보론: 프로테스탄티즘의 분파들과 자본주의 정신너무나 잘 알려진 고전 중의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자의 정확한 주해를 바탕으로 한 고전 번역서가 존재하지 않는 책들이 한국에는 너무나 많다. 이번에 도서출판 길에서 펴낸 이 책은 한국 사회과학 고전 번역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는 막스 베버의 핵심 저작에 대한 방대한 주해와 해제, 그리고 보론 형식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현대 사회를 규정짓는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통찰이며, 모든 현대사 상식의 기초로 알려진 막스 베버의 고전을 균형있게 풀었다. 원전 자체의 해석 뿐만 아니라, 특히 노동 윤리라는 관점에서 지금 우리의 삶과 저 고전을 연결시키는 작업이 뛰어나다. 청소년들을 위한 뛰어난 입문서.
여담으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완역하신 김덕영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지식인이세요. 말만 많은 분이 아니라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하시면서 꾸준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으시고 계시거든요. 김덕영 선생님께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는 짬짬이 소품처럼 쓰시는 책들 두 권을 추천합니다.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인물과사상사, 2008), 『정신의 공화국 하이델베르크』(신인문사, 2010). 정말 좋은 책인데, 지금은 도서관에서만 구할 수 있어요. (읽으시고 나시면, 저한테 감사 인사하실 거라고 확신해요.)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 - 학문과 지식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짐멜 선집의 주 번역자이자, <입시 공화국의 종말>,<프로메테우스 인간의 영혼을 훔치다>등의 지은이기도 김덕영이 자신이 전공한 막스 베버의 삶을 재조명한 책. 당대 사회에서 그가 지식인으로서, 대학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살아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사유했고 행위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정신의 공화국 하이델베르크800년 역사를 지닌, 그러나 인구 14만의 작은 도시 하이델베르크 이야기. 유럽과 독일의 맨몸을 보여주는 도시 중의 하나인 하이델베르크에서 한국을 돌아본 책이자 한국인의 눈에 비친 하이델베르크 이야기다. 이 외에도 시 곳곳을 누비며 독일의 영혼이자 유럽의 정신을 담은 정신의 공화국 하이델베르크를 보여주고 있다.
김덕영 선생님의 짐멜에 대한 책을 읽은 후 김덕영 선생님의 책을 챙겨 읽게 되었습니다. <돈의 철학>은 사놓고 너무 두꺼워서 읽지 못하고 있지만요. 추천해주신 두권 읽고 싶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오! 역시 좋은 학자는 여기저기서 알아보시네요. (저는 아예 책꽂이에 김덕영 칸이 있어요; 저도 여러 선생님한테 베버와 짐멜을 배우고, 이런저런 책도 읽었지만, 그래도 제가 아는 베버와 짐멜은 김덕영 해석입니다.) 하지만, 김덕영 선생님의 책은 전체적으로 아~주 부담스럽죠. 전공자가 아니라면 선뜻 읽기가 어려운데요. 앞에서 소개한 두 책은 그렇지 않아서 꼭 사회학이나 사회철학에 관심이 없는 분도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어요.
16세기의 인물로는 셰익스피어(1564~1616)를 빼놓을 수 없죠. 여러분, 스티븐 그린블랫의 셰익스피어 평전 『세계를 향한 의지』(민음사, 2016)는 꼭 읽으셔야 합니다. 이 책은 세익스피어와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도울뿐더러 16세기 후반의 서유럽의 이해도 넓게 해줍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 금세 절판이에요.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이자 셰익스피어와 르네상스 영문학 연구로 정평이 나 있는 스티븐 그린블랫의 대표작. 지난 2005년에 출간된 이 책은 베일에 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일생을 새롭게 조명하며 학계로부터 큰 찬사를 이끌어 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16세기의 인물로는 『에세』의 저자 미셸 드 몽테뉴입니다. 1533년에 태어나서 1592년에 죽었으니 정말 16세기를 온 몸으로 살아낸 사람이죠. 제가 보기에는 '근대적 인간(지식인)'의 원형과도 같은 인물인데요. 사라 베이크웰이 『어떻게 살 것인가』(책 읽는 수요일)에서 이 몽테뉴의 삶을 정말 근사하게 재구성해놓았습니다. 16세기 편의 부교재로 손색이 없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 더프 쿠퍼상 수상작, 아마존닷컴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세계 14개국 번역 출간 화제작. 어떻게 살 것인가? 오직 이 한 가지 물음에 대하여 20가지로 답한다. 몽테뉴의 삶과 그의 대표작인 <에세>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제목이 가리키듯이 어떻게 살아야 참되게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하는 책이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사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서점 유통만 된다면 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었는데, 서점에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책이 왜 이렇게 독자로부터 외면 받고서 금세 사라지는지 안타깝습니다.
16세기의 지배적인 변화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나는 두 가지 강력한 후보를 찾아냈다. 하나는 읽고 쓸 줄 아는 사회로의 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의 확장이다. 둘 중 무엇이 1600년의 서구와 1500년의 서구를 구분짓는 더 중요한 요소였는지 판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딜레마는 16세가 얼마나 놀라운 세기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16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발전은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깨달음 그 자체였을 것이다. (...) 16세기가 끝날 무렵, 사람들은 과거를 돌이켜 보며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으며 다시는 전과 같아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16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지금은 당연한 일상(모두 동일한 달력과 시간체계를 사용하는)인데, 그렇지 않았던 시대를 떠올리면 지금과는 생활상이 다를 수 밖에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세끼 먹는 것도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생겨난 변화라는 거, 책 인쇄와 문해력이 여성에게 끼친 영향 등이 기억에 남네요.
루터의 맹공격은 엄청나게 효과적이었는데, 그가 전 유럽 사람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중세의 이단자들과 달리, 루터의 견해는 인쇄기의 힘을 빌려 널리 유포되었다. 카톨릭교회를 내부적으로 개혁하려는 시도로 시작되었던 것이 순식간에 전체 교회 구조와 기독교 세계의 통합을 깨뜨렸다. (p233) 이제 고위 성직자들은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종이었다. 따라서 종교개혁은 왕권을 제약하던 중요한 걸림돌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종교개혁이 세속적 힘과 신성한 권위를 결합하게 함으로써 ~ 왕과 여왕들에게 국가 교회의 수장자리를 주었다는 것이다. ~ 이것은 결코 루터가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루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왕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부여해버렸다. 왕의 절대권력을 부정하는 사람은 반역자나 이단자로 몰렸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238~239,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총기가 출현하면서 왕들은 전쟁터에서 물러나 경험이 풍부한 전문 군인에게 지휘권을 맡기게 되었다. (p242)~ 직접 군대를 이끌고 출정한 중세 왕은 원정이 잘못되었을 때 달리 비난할 사람이 없었다. 전쟁의 결과는 하느님이 왕에게 내린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이 신임하는 장군이 패배했다면 왕이 하느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왕은 그냥 장군이 무능하다고 비난하면 그만이었다. 사람들은 점차 군사적 패배가 하느님의 판결을 나타낸다는 사상을 거부했다. 전투는 훨씬 더 세속적인 문제가 되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243,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YG 님이 추천하신 책 중에 사라 베이크웰의 몽테뉴 책이좋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는데, 절판이군요. 사실, 사라 베이크웰의 또다른 책도 - At the existentialist cafe (우리나라에서는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로 출간) - 추천 많이 받았는데, 지금 보니 이것도 절판이네요? 중고책 가격도 엄청나네요 (너무들 하신데요?)
저는 사라 베이크웰 팬이에요.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은 저의 최애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자책은 아직 유통 중일 듯하니, 중고책보다는 전자책을 권해드립니다. 아니면 도서관!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 사르트르와 하이데거, 그리고 그들 옆 실존주의자들의 이야기실존주의자들과 현상학자들은 떠나갔고, 아이리스 머독이 1945년 사르트르를 발견하고 흥분해서 소리쳤던 이후로 몇 세대가 바뀌며 새로운 젊은이들이 성장했다. 현대의 우리에게 그 최초의 흥분과 설렘이 다시 재현되기는 어렵게 되었다.
아, 역시! 책 좀 읽으신다는 분들한테 사라 베이크웰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추천 엄청 받았어요. 방금 YG님 댓글 보자마자 리디에 가봤더니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이북으로 있네요. <어떻게 살 것인가>는 리디에서, <살구 칵테일>은 킨들책으로 사러 가야 겠어요.- 제가 너무 게을러서 도서관에서 책을 못 빌린답니다 ㅜㅜ
16세기를 읽으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몇 가지 정리하자면, 먼저, 16세기의 지식인들은 한 세기 내내 쏟아지는 전례없는 발견과 발명 그리고 뛰어난 예술 작품들로 인해, 스스로의 업적에 벅찬 환희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한마디로, 눈부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또, @Kimjin 님이 위에 인용하신 것처럼 루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의 종교 개혁이 결국 17, 18세기 절대 왕정으로 넘어가는 수순이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역사의 흐름이란 대체 무엇인가’ 하게 되더군요. 얼마 전, 미야베 미유키의 <가모 저택 사건>을 읽는 중에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라는 글귀를 읽으면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는데, 루터의 종교개혁 부분을 읽으면서 저 글귀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사적 폭력의 감소”부분은 저도 스티브 핑커의 주장에는 지난친 순진무구함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언 모티머의 주장에 전적으로 설득되지도 않더군요. 별개로, ‘공적 폭력이 만연하는 국가나 사회에서 사적 폭력의 감소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중요한 것은 16세기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상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변화에 대한 인식은 중세인과 근대인의 사고방식을 구분짓는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59,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아, 그리고 깨알같은 발견을 하나 했는데, 16세기 북유럽인들은 간헐적 단식을 했더라구요! 요즘 유행하는 16:8의 간헐적 단식은 중세식이었던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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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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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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