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변화의 세기>

D-29
맞습니다! 저도 이 책 추천하려고 했어요. 이 책의 배경인 14세기에. :)
11세기 12세기 읽는데 <위어드>의 '결혼가족강령' 으로 인한 변화들이 떠올라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와의 사랑 얘기만 알고 있었는데요. 아벨라르가 <긍정과 부정> 같은 책을 썼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긍정과 부정>을 읽고 싶은데 번역된 게 없네요. 이런 개혁적인 내용을 12세기에 썼다니 아벨라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아벨라르는 『위어드』에서 강조하는 '위어드' 세계관의 탄생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같아요. 아벨라르의 또 다른 영향 가운데 하나가 죄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동기'를 따지는 것이잖아요. 『위어드』 읽으신 분들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금방 떠올리실 수 있을 듯합니다.
<긍정과 부정>은 아벨라르가 얼마나 대담무쌍했는지를, 그리고 그가 신학을 정설의 경계 너머 멀리까지 밀고 나갈 준비가 얼마나 잘 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아벨라르는 변증법을 활용하여 질문을 두 가지 상반된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찾아내고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최초의 질문에 더 정확하게 답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벨라르는 당시로서는 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생각들을 가정으로 삼았다. 예를 들어 '신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라는 명제를 내세울 때, 아벨라르는 하느님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할'가능성도 있다고 암시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77~78,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그럼에도 12세기는 육체적 구원을 찾는 사람들이 신보다 인간을 더 신뢰하기 시작한 때이며, 기도나 주문에 의존하는 대신 체계적인 의학 전략을 수립한 시기이다.종합해볼 때, 의학 분야에서 나타난 변화들은 이 책에서 고려하는 가장 심오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간주해야 마땅하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89,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말 4일(토), 5일(일)에는 13세기 부분을 읽습니다. 13세기는 상업(시장)의 발전이 인상적이죠. 이 부분도 앞서 읽었던 『위어드』와 연계된 부분이 많으니, 계속 따라오시는 분들은 아주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나저나, 13세기 편은 이 책의 한계가 또렷하게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유럽 특히 서유럽에 초점을 맞춘 역사 책이다 보니 13세기 세계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칭기스칸과 몽골 제국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어요. 칭기스칸과 몽골 제국이 유럽사와 그 이후의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놓고서 제한적이라고 보는 게 주류 중세사 연구자의 견해이고, 그걸 이언 모티머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주류의 견해에 대한 아주 도발적인 반론은 유명한 다음 책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인류학자 잭 웨더포드의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사계절). 이 책은 저자의 편향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으로 독해한다는 전제 하에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살펴보는 책. 문화인류학자의 15년 현지답사와 몽골 왕가의 비밀 서책 〈몽골 비사〉를 통해 서양에서는 파괴적인 압제자로, 동양에서는 아시아의 영웅으로, 각각 자신들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던 칭기스 칸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칭기스 칸이 어떻게 유럽을 오랜 잠에서 흔들어 깨웠고, 어떻게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근대 세계체제를 형성했는지 그 진실을 알아본다. 1부에서는 칭기스 칸이 초원지대에서 권력을 잡기까지 그의 삶과 인격을 형성한 힘들을 알아보고, 2
화제로 지정된 대화
웨더포드의 책이 조금 과하다 싶은 분들에게는 다음 두 책도 선택지입니다. 몽골 제국사의 권위자로 꼽히는 역사학자 모리스 로사비의 『몽골 제국』(교유서가)입니다. 이 책은 좀 더 균형 있게 몽골 제국의 역사와 몽골 제국이 세계사에 미치는 영향을 짚고 있어요. 분량도 짧고 (심지어 재미도 있으니) 쉬어가는 책으로 한번 읽으셔도 좋습니다. 몽골 제국의 역사를 세계사의 시야 속에서 평가한 다른 역사학자의 책으로는 『칭기스의 교환』(사계절 )이 있습니다. 이 책도 흥미진진합니다. 12세기, 13세기부터 그 이후의 세계사를 몽골 제국이라는 중요한 변수를 놓고서 재해석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저는 웨더포드의 책부터 시작해서 생각날 때마다 이 책들을 어쩌다 보니 계속해서 찾아서 읽게 되었는데 아주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었어요.) 조금 짧은 국내 학자의 책으로는 역사학자 김호동(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몽골 제국과 세계사의 탄생』(돌베개)이 있어요. 김호동은 국내 중앙유라시아사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분이죠.
몽골제국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0권. 몽골제국의 역사에 대해 가장 명료하면서도 포괄적으로 서술한 저작이다. 그동안 몽골제국사 연구를 선도해온 저자 모리스 로사비 교수는 중요하고 굵직한 테마를 통해 몽골제국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칭기스의 교환 - 몽골 제국과 세계화의 시작몽골 제국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티모시 메이의 책으로, 몽골의 정복이 세계의 변화를 위한 촉매였음을 교역, 전쟁, 행정, 종교, 전염병, 인구 변화, 문화 교류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한다. 그리고 이런 거대한 변화를 '칭기스의 교환'이라고 일컫는다.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1337년의 인두세 기록에 따르면 당시 (잉글랜드)인구는 250만명으로 증가했는데, 1315년에서 1332년까지 기근이 이어지고 1348년에서 1349년 사이에 흑사병이 창궐하기 전에는 인구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이 자료와 다른 자료들을 통해 우리는 1100년에 약 180만 명이었던 인구가 1200년에는 거의 34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1200년 잉글랜드 농경지의 생산력이 세기 초보다 거의 두 배로 늘어났음을 시사한다. ...... 정확한 수치가 어떻든 1050년에서 1250년까지 이루어진 대규모 개간이 인구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12세기 사회 변화의 진정한 중심지는 토지였으며, 변화의 주역은 이름을 알 수 없는 근면 성실한 농부들이었다. 이들을 위한 기념비는 오직 이들이 남기고 간 새로이 개척하고 경작한 들판뿐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68-70 ch.12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2세기 사회 변화의 진정한 중심지는 토지였으며, 변화의 주역은 이름을 알 수 없는 근면 성실한 농부들이었다. 이들을 위한 기념비는 오직 이들이 남기고 간 새로이 개척하고 경작한 들판뿐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70,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150년대에 피에르 롱바르는 기도가 적당히 약한 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그럭저럭 선한 자에게는 낙원을 향한 여정을 도움으로써 양쪽 다 도울 수 있다고 선언했다. 사람들은 영혼이 곧바로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지 않는다고 믿기 시작했다. 1200년경, 연옥에 관한 정교한 교리가 확립되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수도원과 예배당에 재산을 기부하면서 사후에 자신들을 위한 기도가 영원한 행복으로 이끌어주길 바랐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72-73,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와..이 책 재밌네요. <위어드>는 사실 좀 지루했는데...이 책은 흥미진진하네요 :) yg님 말씀대로 <위어드> 읽고 이 책을 이어서 읽으니, 왜 이 책을 선택하셨는지 이해가 됩니다. <위어드>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네요 ㅎㅎ 12세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아벨라르' 였습니다. 1000년전에 저런 파격적 주장을 했었던 사람이 있었다니! yg님께서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연애 이야기는 정말 유명"하다고 하셨지만, 전 사실 몰랐거든요 ㅡ,.ㅡa 추천해 주신 책 중 <내 사랑의 역사> 한번 읽고 싶네요.
수도회 연결망은 수도회가 속한 은둔 세계와 교구 사제들과 법원 서기들, 정치 주교들이 속한 세속 세계가 거미줄처럼 얽힌, 기독교 세계의 상호 연결망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포르투갈까지, 폴란드에서 예루살렘까지, 수도사와 신부 수사, 사제들은 왕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지식을 전파하고 광범위한 논의에 참여했다. 이들은 교황 그레고리오 7세가 앞선 세기에 교회의 정통 언어로 정한 라틴어를 공용어로 삼아 유용하게 활용했다. ...... 기독계 세계에 널린 퍼진 수도회 연결망은 단순히 지식을 퍼뜨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식을 만들어냈다. 수도원이 수행한 역할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에는 숙련된 석공과 조각가, 목수가 필요했으므로 수도회는 12세기에 설계와 건축, 구조 공학과 예술 부문의 주요 후원자였다. 수도원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수도사와 신부 수사가 필요했으므로, 수도회는 읽고 쓰는 능력을 전파했다. 몇몇 수도회는 선행의 하나로, 혹은 자금을 모으기 위해 회랑 바깥에 남자아이들(때로 여자아이들)을 교육하는 학교를 세웠다. 수도원 도서관에서는 이전 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보존하고 새로운 책을 제작하여 정보를 저장하고 보급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73-74,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927년 미국의 중세학자 찰스 호머 해스킨스는 12세기에 학술 분야에서 전례 없는 부흥이 있었음을 증명했다. ...... 첫째, 피에르 아벨라르의 선구적 사고방식이 등장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변증법이 탄생한 것이다. 둘째는 풍부한 아랍어 번역본이 들어오면서 고대 세계의 지식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점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75,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2세기 지적 르네상스의 경우, 아리스토텔레스의 새로운 논리는 사회에 서서히 스며들었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 이는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여태껏 점점 더 큰 백과사전을 편찬하려고만 한 사람들에게, 지식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사실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의 질 역시 양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82,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2세기가 의학에 기여한 점은 지식을 체계화하고, 더 과학적인 방법론을 도입하고, 의학 기술과 수술 기술을 가르치고, 무엇보다도 여태껏 의학에 만연해 있던 미신을 근절한 것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84,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 12세기는 육체적 구원을 찾는 사람들이 신보다 인간을 더 신뢰하기 시작한 때이며, 기도나 주문에 의존하는 대신 체계적인 의학 전략을 수립한 시기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89,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 당연히 제대로 된 법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 11세기 말, 이탈리아 북부에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도시국가 사이에서 장거리 무역을 하려면 탄탄하고 표준화된 형태의 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90,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아리스토텔레스를 12새기 학자들 사이에서 저명한 철학자로 만든 것은 아벨라르의 영향력이었다. 아벨라르는 신학과, 윤리학, 비판적인 사유 방법을 발전시켰고, 그라티아누스의 <교령집>에 영향을 줌으로써 기독교 세계 전체의 도덕률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97,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1187년 크레손 샘에서 구호 기사단장이 그들 앞에 진을 친 살라딘의 1만 4,000대군을 기사 600명으로 공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얘기했을 때, 성전 기사단장이 구호 기사단장에게 답한 불멸의 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대는 그대의 금발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잃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12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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