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변화의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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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12월에 읽을 책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책읽는수요일)로 마음을 굳혀 가고 있습니다. 연말에는 좀 더 내면에 집중하는 책을 함께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그리고, 저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부터 『변화의 세기』까지 여러분과 함께 이렇게 책을 읽어오는 일이 상당히 즐거웠거든요.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즐거울까요?) 그래서 내년(2024년)에도 한번 벽돌(혹은 그것에 가까운 두께의) 책 함께 읽기륵 해볼까,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오늘(24일) 출근길에 가만히 생각해본 함께 읽을 책의 후보랍니다. 아주 중요하고, 좋은 책들인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책들만 일단 꼽아 보았는데요. 여기에 여러분이 함께 읽고 싶어하는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이나 그 다음에 낸 『노이즈』(김영사) 같은 책도 넣어도 좋을 것도 같고요. 또, 여러분도 의견 주시면 함께 고민해 봐요.
탄소 민주주의 - 화석연료 시대의 정치권력에너지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관한 근원적 성찰이 담긴 책. 저자 티머시 미첼은 탄소 연료와 특정한 종류의 민주적 또는 비민주적 정치 사이에 만들어진 일련의 연결점을 면밀히 추적하여 석유와 민주 정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는 의학, 법률 제도, 자녀 양육, 명상, 심지어 공항 보안 분야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감정과 마음과 뇌에 관한 새로운 과학이 밝혀낸 연구 성과와 함께 감정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민족 - 정치적 종족성과 민족주의, 그 오랜 역사와 깊은 뿌리<문명과 전쟁> <전쟁과 평화>로 주목받는 아자 가트의 문제작. 민족주의는 어떻게 기원했으며, 어째서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가 근대에 상상된 혹은 발명된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나쁜 교육 - 덜 너그러운 세대와 편협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와 교육단체 수장 그레그 루키아노프는 ‘대단한 비진실’들이 어떻게 미국의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는지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오늘날 대학 공론장 악화의 배경에는 세 가지의 잘못된 믿음, 즉 대단한 비진실이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미완의 시대 - 에릭 홉스봄 자서전세계적인 석학 에릭 홉스봄의 자서전. 그가 직접 온몸으로 체험한 "가장 별스러운 시대" 혹은 "흥미로운 20세기"에 대하여 자서전이라는 형태를 빌려 기존의 저서에서 꺼내지 못한 생각과 특별한 경험들을 들려준다. 균형 있게 시대의 흐름을 잡아내는 역사가 홉스봄의 감각이 돋보이는 책.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 인간의 의식에서 우주까지, 과학지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양자물리학과 우주론, 지각과 인식, 신경과학 등 첨단과학의 경계를 탐험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저자는 현재 알려진 과학적 지식의 한계점까지 나아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과 그로부터 파생된 온갖 다양한 모순을 파헤친다.
판타 레이 - 혁명과 낭만의 유체 과학사보텍스라고 하는 과학사에서 단 한 번도 밝혀진 적 없는 놀라운 미싱 링크를 추적하며 유체 역학의 역사와 과학의 역사, 그리고 그 과학을 낳은 사회와 사람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2002년 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자, 세계에서 7번째로 영향력이 막강한 경제학자(〈이코노미스트〉 선정, 2015)인 대니얼 카너먼의 기념비적인 저작. 최신판에는 번역과 편집을 보강해 세계적인 석학의 이론과 연구 결과를 더욱더 흥미롭고 충실하게 선보인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세계적 석학 3인방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 · ‘전략적 의사결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올리비에 시보니 · ‘세계적인 정책 전문가이자 탁월한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머리를 맞대 생각의 잡음을 규명한 최초의 연구. 개인과 조직을 더 좋은 선택으로 이끄는 잡음 퇴치 보고서.
12월달 책은 찬성이구요 내년도 책들도 좋은 책들이 많아 기대가 됩니다. 주제도 관심있거나 읽어보고 싶은 주제고 혼자는 선뜻 손이 안가는 책들이어서 좋습니다.
20세기는 기대했던거 보다 익숙한 세기여서 그런게 빠르게 넘어갔습니다. 인상 깊은 말들은 다른 분들이 적어주셔서 넘어 가고 운송쳬제의 발달이 도시 중심에 관심을 집중시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했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YG 님 말대로 결론과 맺음말이야 말로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거 같습니다. 그동안 변화는 당연히 20세기라고 생각했었고 역사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었다 결과 위주로 많이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변화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행동할지도 생각해볼수 있었습니다.
운송체제는 도시의 배후지를 확장함으로써 도시중심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20세기에는 가장 매력적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430,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무엇이 커다란 사회발전을 일으킬까? 좋은 생각이 뿌리내리려면 사회적 전후 상황이 맞아야 한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474,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중요한 것은 바로 질문을 숙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아낸 것이다. 변화라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을 더 작은 측면으로 나눔으로써, 우리는 장기적인 인간 발전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변화가 기술적 변화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결론,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헤겔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 19세기의 자유주의자들 같은 과거의 정치사상가들은 인류와 지구 사이의 교환에서 공급 측면의 중요성을 완전히 간과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결론,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YG 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우리가 역사적 사실을 새로 배우고 외우기(전 새로 알게된 사실도 무척 많지만;;;) 위해서 이 책을 읽은것은 아닐거예요. 마지막 결론과 맺음말은 그 측면에서 훌륭한 엔딩이 되어주었어요. 전 개인적으로 역사에 대한 파편화된 지식을 한 가지 기준(얼마나 많은 변화를 초래했느냐)으로 꿰어보는 좋은 연습을 한 것 같아요. 조금 더 제 머릿속에서 체계가 서는 느낌이었고 저만의 다른 기준으로 역사를 재구성해 보는 멘탈 작업도 해볼 수 있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어요.
완독했습니다. 고백하자면, 480-503페이지까지 읽으면서 ‘모티머 씨 왜 이런 구멍 숭숭 뚫린 전개를 하는 거지?’ ‘천 년의 세월을 공들여 달려온게 이런 순위 놀음하려고 했던 건가?’‘이 양반 이걸 어떻게 수습하시려나..’ 등등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만 그런 건가요?) 끝까지 읽으니 무슨 말 하려고 했는지 알겠고, 물론 결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제서야 이 책의 발간 연도를 찾아 봤는데 2014년도 이더군요. 아마도 이언 모티머는 이 마지막 부분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월가 점령 시위 그리고 직접 인용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출판 등의 분위기 속에서 썼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강하게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의미있는 말로 결말을 맺는 것과는 별개로, 천 년을 아우르는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면서 저자 자신이 21세기 극초반에 미리 생각해 놓은 주장을 하고, 교훈과 경고를 던지고, 예측하고, 멋진 말로 마침표를 찍는 등의 닫힌 결말을 남기는 데 대한 아쉬움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은 인류 문명의 여러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보는 관점에 따라, 관심사에 따라 혹은 전문 분야에 따라 상당히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세기까지 읽는 동안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며 따라 왔는데, 결론에 와서 문이 탁 닫히면서 미리 정해진 주장을 맞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저자의 전개법ㅡ특히 순위놀음과 가정에 가정을 거듭하며 전개되는 회의주의ㅡ에서 '어? 모티머씨 어디까지 가시는겁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전 학자로서 최대한 정량적 분석을 해보려는 시도, 독자들에게 최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사명감 넘치는 시도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갔어요. ;) 말씀해주신 시기적 배경을 감안하니 이해가 더 되네요.
우리가 수많은 경계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서쪽으로 가게나, 젊은이”라는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쪽으로 가라는 말은 결국 그곳에서 경계를 찾고, 그 경계를 넘고, 발견하고, 획득하고, 부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512,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이 책을 읽으면서, 글리제 667Cc를 알게 됬는데, 역사를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냉소주의를 버리고 “글리제 667Cc로 가게나, 젊은이”와 같은 비유를 들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천 년의 시간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좋은 독서였습니다. 막판에 내적으로 이언 모티머 씨를 까는(?) 일도 나름 즐거웠구요. 532페이지 -“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감염병이 범유행하지 않는 한,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아저씨도 몰랐겠지, 곧 팬데믹이 닥친 다는 것을.. 그러니 이렇게 호기롭게 주장하는 거겠지….’ 하고 까고, 535페이지- “ 전 세계적 위기를 두려워해야 할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안일함이다.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인류가 갑작스럽게 재앙을 맞이하는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세대나 자녀 세대에서 '정상적인'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념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와 꼰대 역사학자 양반일세..“하고 까고, 기타 등등 여러 부분에서 까다가 책을 덮으니, 나름 즐거운 독서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특히, 중세 부분은 너무 좋아서, ’괜히 전공 분야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느꼈습니다. 이 책 전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문장을 남겨 봅니다.
커다란 사회적 변화가 한 사람의 머리 덕분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절대 없다. 과거의 위대한 발전 대부분은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기회를 맞은 수많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59,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소피아 @모시모시 님께서 좋은 후기를 남겨주셨네요. 저는 모티머가 결말 부분에서 주장한 대로, 앞으로 인류의 중요한 과제가 '자기 억제'가 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계속 여운이 남더라고요. (제 관심사가 그쪽이라서 더욱더 그랬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저는 이렇게 1,000년의 역사를 조망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일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상대화하는 감각을 가지는 데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저마다 즐겁고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었기를 바랍니다.
이언 모티머가 결론 부분에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전기화'를 언급하고 있지요. 그 20세기 전기화를 미국 중심으로 인류학자(?)가 정리한 흥미로운 책이 있습니다. 『그리드』(동아시아). 이 책도 벽돌(?) 책이라고 할것까지는 아니지만, 여러분이 쉽게 손에 들 만한 책은 아니니 내년(2024년)에 함께 읽기를 계속하면 같이 읽어도 좋을 듯해요.
그리드 - 기후 위기 시대, 제2의 전기 인프라 혁명이 온다재생에너지 발전량 및 전력 수요의 증가, 분산형 전원의 확대, 전력 산업의 탈중앙화를 둘러싸고 오늘날의 그리드가 지닌 문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며, 21세기 전기 인프라 혁명과 그에 따른 기술 및 산업의 지각변동이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예측한다.
도널드 서순, 기억 나시나요? 홉스봄의 한 세대 후배 역사학자로서 『유럽 문화사』(뿌리와이파리) 같은 대작을 써낸 역사학자라고 소개했었죠? 그 서순이 21세기 초반의 세계사를 동시대를 살아가는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정리한 책이 있어요.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뿌리와이파리). 서유럽 현대 정치에 대한 시사 교양이 장벽이긴 합니다만, 지금 우리 시대에 무슨 일이 진행 중인지를 스케치하기에는 아주 좋은 책이랍니다. 서순은 벨 에포크 시대의 전문가예요. 서순은 벨 에포크-전쟁-혁명-전쟁으로 이어진 20세기 초반의 암울한 역사와 지금을 겹쳐보는 것 같아요; 권하고 싶은 또 다른 좋은 책은 유럽 중부와 동부 역사 특히 홀로코스트 연구자로 유명한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의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부키)입니다. 역시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21세기 초반 동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좋은 책이랍니다.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 위기에 빠진 21세기 세계의 해부21세기에 다시 증폭된 외국인 혐오와 불평등, 정치적 불확실성, 극우 포퓰리즘을 추적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의 지적이고도 도발적인 오늘날의 세계사. 오늘날 죽어가는 낡은 것은 2차대전 이후 생겨나 ‘영광의 30년’을 거치며 모습을 갖추고 냉전 종식 이후 세계를 지배하게 된 현대 자본주의다.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 도둑 정치, 거짓 위기, 권위주의는 어떻게 권력을 잡는가전체주의 사상의 귀환, 러시아 민주 정치의 붕괴, 러시아의 유럽 연합 맹공격, 우크라이나 혁명과 뒤이은 러시아의 침공, 러시아, 유럽, 미국에서 정치적 허구의 확산,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을 치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동구에서 서구로 확산되고 있는 권위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12월에는 예고한 대로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책읽는수요일, 2012)를 함께 읽습니다. 같이 하실 분은 아래 링크 모임으로 오세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1017 8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사이언스북스), 9월 『권력과 진보』(생각의힘), 10월 『위어드』(21세기북스), 11월 『변화의 세기』(현암사). 지난 8월부터 매월 한 권씩 벽돌 책을 정해서 함께 읽는 모임이 2023년 12월에도 진행됩니다. 12월에는 사라 베이크웰의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책읽는수요일, 2012)입니다. '에세이'의 어원이 되는 『에세』의 저자 몽테뉴(1533~1592)의 삶을 통해서 책 제목대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반추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몽테뉴는 근대의 여명이 희미하게 빛나던 16세기 한복판을 살아간 인물이죠. 앞서 11월에 1001년부터 2000년까지 1,000년의 역사를 『변화의 세기』로 정리하면서 16세기를 대표하는 인간,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최초의 근대인'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할 만한 한 상징적 개인으로서 몽테뉴를 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몽테뉴는 16세기 세계 곳곳에서 전해져 오는 새로운 발견과 지식의 축적에 민감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놓고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곱씹어 보는 인물이었죠. 또 그가 살았던 16세기는 종교 전쟁과 그것이 초래한 집단 학살의 광기가 여전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 중심에서 그가 체득한 삶의 감각과 지혜가 지금 여전히 증오와 광기가 만연한 우리 시대에 주는 메시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연말에 조금 내면에 천착할 수 있는 책을 함께 읽고서 대화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12월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를 천천히 함께 읽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현재 절판 상태입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아직 쉽게 구할 수 있고, 헌책 구매도 어렵지 않아요. 숨은 걸작이니, 이참에 소장 권해드립니다. 다들, 몽테뉴와 함께 2023년을 보내봐요.
참, 앞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좋은 책 한 권이 생각나서 덧붙입니다. 『그해 역사가 바뀌다』(21세기북스). 역사학자 주경철 서울대학교 교수가 1492년, 1820년, 1914년, 1945년 이 네 해를 기준으로 인류사가 바뀌었다는 주장을 자신의 시각에서 서술한 책입니다. 『세기의 역사』에서 살펴본 1,000년을 또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서 권합니다. 여러분도 주경철 교수가 1492년, 1820년, 1914년, 1945년을 왜 역사의 분기점으로 삼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역사학자 주경철 교수의 정복과 반전의 세계사. 1492년 콜럼버스의 항해에서 근대 유럽 문명의 동인을, 1820년 '대분기'에서 동양과 서양의 전복적 운명을, 1914년 생물의 멸종에서 인류세의 시작을, 1945년 섬멸의 전쟁에서 문명과 야만의 의미를 탐사해본다.
20세기까지는 저자와 저의 심리적 거리가 넓은 강당에서 연단과 중간 좌석까지 공적 거리였다면, 결론 부분에서 작가와의 심리적 거리는 카페에서 마주보고 커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로 확 가까워짐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그래서인지 504쪽 ‘역사의 종말?’부터 끝까지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20세기까지는 한 세기씩 착착 정리하는 듯 차분한 분위기였는데요. 결론에서 급발진하듯 결이 달라져 사람으로 치면 “갑자기? 이 사람이 왜 이러지?”란 느낌에 당황하긴 했지만, 필사까지 하고 싶을 정도로 강하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결론 부분은 극사실주의/판타지적 느낌까지 들어 내용이나 분위기가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드는 결론이었습니다. 작가가 “극도로 우울한 이야기”라고 할 정도로 어둡지만 그래도 다행히 저자는 “두 가지 이유에서 우리가 재앙을 피하고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536p) 확신한다며 희망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수요와 공급”이란 경제원리로 설명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설득력이 강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써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인류와 지구 사이의 교환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한다.~과거의 정치사상가들은 인류와 지구 사이의 교환에서 공급 측면의 중요성을 완전히 간과했다.”(508p) 기술발전이나 다른 행성의 발견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에 비판적인 점, “이제 도전은 확장이 아니라 자기억제다.”(512p)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 전에 환경 생태 책을 한창 빠져들어 읽다가 ->불평등->정치로 관심사가 옮겨 가면서 점점 안 읽게 되었는데요. 이런 책들을 열정적으로 읽던 때도 기억이 나고, 너무 동의하는 내용이라 흥분할 정도로 흡족해하며 읽었습니다. 이언 모티머님의 신념과 휙휙 잘 읽히게 쓰는 작가로서의 필력도 존경합니다. 책 읽으며 심장이 뛰는 책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좋은 책을 추천해주신 YG님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구돋이 ~이 사진은 지구의 한정된 크기와 인류의 부족한 예산은 물론이고 자유나 보편적 안녕, 기회의 평등 같은 인류의 꿈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잘 보여주었다.”(532p) “한정된 크기의 행성에서 제조 산업과 식량 생산 산업이 한없이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은 마땅히 누구에게나 당연한 이야기여야 한다.”(5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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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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