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지적이십니다. 그래서, 저자도 가끔 무리한 시도라고 자학하면서도 꾸역꾸역 한 명씩 선택해보고는 하지요. 하지만, 저는 18세기, 19세기, 20세기는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었어요.
[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변화의 세기>
D-29
YG
소피아
“
권리 장전이 제정된 후 군주는 더는 법이나 의회 활동에 개입할 수 없었다. 이제 군주는 의회의 승인 없이 자신의 군대를 징집하거나 세금을 부과할 수 없었으며, 잔인하거나 이례적인 형벌을 사용하거나 승인 할 수 없었다 ”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294,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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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16세기 편에서 꼭 언급했어야 할 책(사실, 이런 식이면 추천 책 목록이 끝없이 이어지겠지만)을 빠뜨린 게 갑자기 생각나서 언급합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역사학자 카를로 긴츠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문학과지성사)입니다. 긴부르그는 이른바 '미시사'의 거장으로 알려진 유명한 역사학자입니다. 『치즈와 구더기』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촌부 '메노키아'에게 초점을 맞춰서 그가 당시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어떻게 새로운 세계관을 조심스럽게 형성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기존의 세계관과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추적합니다. 메노키아가 1599년에 이단으로 몰려서 화형당했으니 그 역시 비극적인 '16세기 인물'인 셈이네요.
그리고,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책 한 권도 추천합니다. 역사학자 장문석의 『토리노 멜랑콜리』(문학과지성사). 장문석 선생님은 이탈리아 현대사와 파시즘 연구로 유명한 분이시죠.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역사학자입니다.) 『토리노 멜랑콜리』는 이탈리아의 도시 토리노를 무대로 이탈리아 현대사의 장면과 인물을 모자이크처럼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는 올해 읽은 에세이 가운데서는 가장 울림이 큰 책이었어요.
이 『토리노 멜랑콜리』의 앞부분에 토리노의 유서 깊은 지식인 가문이자 반파시스트 운동의 선봉에 섰던 긴츠부르그 가문 얘기가 나옵니다. 네, 카를로 긴츠부르그가 바로 이 책에서 언급한 긴츠부르그 부부의 아들이랍니다. 연말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변화의 세기』의 20세기 편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20세기 역사학의 흐름을 바꿔놓은 미시사 및 미시사 방법론의 선구적 업적이자 교과서로 불리는 책. 저자 진즈부르그는 16세기 이탈리아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를 통해 당대의 이데올로기와 심성, 문화, 사회 변동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토리노 멜랑콜리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탈리아사 및 유럽 현대사를 연구해온 서울대 서양사학과 장문석 교수의 신작으로, 멜랑콜리의 도시, 혹은 “이탈리아의 디트로이트/이탈리아의 페트로그라드”라고 불렸던 토리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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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저는 <치즈와 구더기> 이야기를 주경철의 <일요일의 역사가>에서 읽었어요. 해당 챕터 들어가는 부분이 (serendipity의 유래) 너무 인상적이어서 정작 치즈와 구더기 본론은 가물가물 하네요.
<토리노 멜랑콜리>는 보관함에 넣어 두었는데 먼저 읽어보신 YG님께서 권하시니 조만간 장바구니로 옮겨 놓아야 겠습니다.
도원
<치즈와 구더기> 제 책장에 10년 넘게 안 읽은 채로 있네요....( '') 몇 번 시도해 본 적 있는데 잘 안읽혀서 덮어두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책이란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어서, 차마 처분하지는 못하고..ㅎㅎ)
YG
@도원 님! 『치즈와 구더기』 읽기 쉬운 책은 아니죠. :) 저도 책이 갑자기 읽히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이럴 때는 조금 가벼운 책이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17일)부터 토요일(18일), 일요일(19일) 주말까지는 18세기 편을 읽습니다. 18세기 편에서는 근대 운송과 통신의 탄생, 농업 생산성 증가, 계몽주의/자유주의 그리고 중요한 산업 혁명과 프랑스 혁명과 같은 정치 혁명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중요한 세기의 여러 내용을 요령 있게 정리하고 있어서 저로서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천천히 읽으면서 18세기를 정리해보면 좋겠습니다.
YG
일단 먼저 권하고 싶은 책부터. 프랑스 혁명을 중심에 놓고서 현대 민주주의의 탄생 과정을 지성사로 고찰한 좋은 책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연법, 대의제 등이 18세기에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책인데요. 최신의 지성사 연구 성과와 저자의 도발적인 견해까지 곁들여진 아주 좋은 책이라서 꼭 18세기 편을 정리하면서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연법, 인민주권, 자유국가, 대의제 등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는 여러 생각들의 역사적 경로를 추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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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프랑스 혁명사를 놓고서는 국내 학자의 야심찬 시도가 있습니다. 역사학자 주명철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여문책). 저도 아직 열 권 완독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만, 앞에서 언급한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창비)도 그랬듯이 우리 학자의 시선으로 근대의 탄생을 정리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Liberte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1~10 세트 - 전10권주명철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저서와 번역서가 나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처럼 혁명이 시작된 1789년부터 테르미도르 반동이 일어난 1794년까지를 무려 10권에 세밀히 다루려는 저작은 아직까지 출판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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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과학사에서는 18세기를 '화학 혁명'의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저자도 앙투안 라부아지에를 언급하고 있지요. 화학 혁명의 간단한 요약은 17세기 편에서 한번 소개했던 『현대 과학의 풍경』(전2권, 궁리)의 1권 3장이 좋습니다.
18세기의 과학계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책은 리처드 홈스의 『경이의 시대』(문학동네)입니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를 낭만주의와 과학 혁명이라는 시각으로 그린 책이죠. 이 책에도 등장하는 18세기 편에서 아주 짧게 등장한 메리 울스 턴크래프트의 딸 메리 셸리(『프랑켄슈타인』의 저자) 이야기는 19세기 편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
현대과학의 풍경 1 - ‘과학혁명’에서 ‘인간과학의 출현’까지 과학발달의 역사적 사건들이 책은 과학사를 다룬 책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과학혁명기 이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공자들에게도 자칫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는 근현대 과학사의 여러 주제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경이의 시대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 수상작. 리처드 홈스는 ‘과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 그리고 이들의 발견과 발명을 돌파구 삼아 영감을 얻었던 메리 셸리에서 콜리지, 키츠 등 낭만주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채롭고 흡입력 있는 내러티브로 낭만주의 시대를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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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러
@YG 부담되실까 걱정했는데 책 추천 감사합니다.
YG
이 모임에서 제가 하는 역할인데요. :) 도움 되시면 좋겠습니다.
YG
이제 이 모임도 열흘밖에 남지 않아서 슬슬 12월에 함께 읽을 책을 고민하게 되는데요. @소피아 님께서 시작할 때 즈음에 11-12세기에 중국에 존재했던 송의 문명과 당시 서유럽의 상황이 참으로 대비된다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그 말씀을 듣고 나니, 떠오르는 책이 하나 있더라고요. 일본의 재기발랄한 지식인 요나하 준의 『중국화 하는 일본: 동아시아 문명의 충돌 1,000년』(페이퍼로드)입니다.
이 책은 동아시아의 근대화가 일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1,000년 전인 송나라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서구는 물론이고 일본조차도 그 송나라에서 시작된 근대의 원형을 답습하고 있을 뿐이라는 도발적인 견해를 가진 책입니다.
요 나하 준은 1979년생으로 애초 역사학을 공부했지만, 지병(양극성 장애와 우울증)과 도발적인 견해로 대학 교수를 그만두고 지금은 주로 저술 활동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학문 세계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꽤 팬이 많아요. 최근에는 1989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현대사를 정리한 『헤이세이사: 1989-2019 어제의 세계, 모든 것』(마르코폴로)을 써서 또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변화의 세기』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1,000년을 조망해볼 수 있는 책이고, 연말에 읽기에 딱 좋을 만큼의 소박한(?) 분량(310쪽)이라서 고민해 봤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도 절판입니다.
중국화 하는 일본 - 동아시아 ‘문명의 충돌’ 1천년사‘중국화’와 ‘에도시대화’라는 두 개념을 뼈대 삼아 동아시아 1천 년의 역사를 대담하게 훑어나가는 책이다. 2011년 여름, 문예춘추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인문서로는 드물게 30만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헤이세이사 - 1989-2019 어제의 세계, 모든 것원래 「PLANETS」의 메일 매거진에 제13장까지 연재된 것을 바탕으로 14장부터는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새로 쓴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 치로에서 아무로 나미에까지 헤이세이 시대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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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저 안그래도 <헤이세이사> 나오자마자 교보에서 직접 좀 보고 사려고 갔다가 비닐에 꽁꽁 쌓여 있는 거 보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와나미 문고에서 나온 헤이사이사와 사토 마사루의 헤이세이사 책, 2권이나 있어서 살까말까 했거든요.
그런데 요나하 준 책은 헤이세이사 한 권 뿐인줄 알았어요. 생소한 작가여서 다른 책도 검색해 봤는데, 절판되어서 검색에도 잡히지 않았나보네요. <중국화하는 일본> 흥미로울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YG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사라 베이크웰의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책읽는수요일)도 연말에 읽기에 좋은 내용이고, 적당한 두께감도 있어서 고려했었는데 품절이고요. 헌 책은 비교적 저렴하게 유통되고 있네요. 여러분도 의견 주시면 좋겠습니다.
YG
참, 12월에는 [책걸상 함께 읽기] 본래 순서 가운데 하나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도 읽습니다. 이 책 찜해두었다가 혼자 읽을 엄두가 안 났었던 분들이라면 이참에 함께 읽어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990
소피아
현암사에서 78주년 기념 78페이지 올리기 이벤트 하는 것 같던데, 마침 <변화의 세기>가 현암사 책이라 궁금해서 78페이지 들춰보았습니다. 피에르 아벨라르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12세기 변화의 주역이자, 이번 독서에서 깊이 알게 된 인물이어서 의미가 있는 페이지입니다.
소피아
함께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성향과 취향과 기호가 모두 다른 사람들을 고루 만족시키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인가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YG 님이 픽하셨던 책들 모두 좋았습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혼자 읽었고, 위어드와 권력과 진보는 읽다 멈춘 상태지만 훌륭한 책들임을 인정합니다!). 안목을 믿습니다.
별도로, 제가 요즘 관심두고 이번 겨울 시즌에 읽으려고 쟁여놓은두툼한 책들이 몇 권 있긴 한데, 너무 취향타는 책들이어서 ‘함께읽기’용으로 적당하지 않을 거 같아 제안하기 힘듭니다 ㅜㅜ (아, 저 위에 나폴레옹 세계사 세트 도 제 리스트 중 하나네요)
goodboy
“ 18세기는 계몽주의와 정치 경제, 과학 실험의 세기였지 않은가? 18세기는 우아함과 조화, 질서의 시대였다. ... 사실 18세기에 담긴 모순에는 어느 정도 현대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질서와 규제가 낭만적 충동, 즉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결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섹스와 범죄부터 종교와 오페라까지, 삶의 대부분에 적용되었다. ”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305-306 ch. 18세기,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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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oy
“ 18세기 중엽에 갑자기 도로 건설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750년부터 1800년 사이에 550개가 넘는 새로운 유로 도로 신탁이 설립되었으며, 잉글랜드 나머지 지역이 수레바퀴 앞에 문을 활짝 열었다. ”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 p. 308, 이언 모티머 지음, 김부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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