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드디어 이 책의 단편들을 끝냈어요. 3부는 주로 티그가 죽은 뒤 혼자 남은 넬의 이야기네요. 그리움, 외로움, 늙음에 대한 한탄, 그럼에도 어떻게든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야하는 넬의 삶이 나이들어가는 저에게는 각별하게 다가왔어요. 숲속의 늙은 아이들의 의미를 알고 나니 넬과 여동생이 오두막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 아슬아슬하게 느껴집니다. 넬도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던데 이 성격은 가족내력인가봐요. 오빠인 로비도 그렇고. 잘 안쓰는 물건은 가차없이 버리는 저같은 사람은 쥐가 둥지를 튼 장화얘기에 기겁하고 말았네요.ㅎ 넬은 오두막 주변 곳곳에서 티그를 기억하고 별을 보면서도 이젠 어떤 경이나 기쁨을 느낄 수 없고, 오직 슬픔과 더 많은 슬픔을 느낄 뿐이라고 합니다. 애트우드는 좋은 작가이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작품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오! 빨리 끝내셨네요. 저는 잠시 책을 두고 와서 휴식 중입니다. 저는 제일 마지막 장을 제일 먼저 읽어버려서 Mago님께서 느끼신 아련한 감정같은게 덜 할 것 같아 아쉽네요. 또 저도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성격이라...😬 넬의 심정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국은 한국보다는 한 집에 오래살고 대부분 주택생활을 하니 공간이 많아서 물건을 잘 안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여러 세대 대대로 가족이 공유해 온 베케이션 홈은 더 그렇겠지요... 주말에 나머지 다 읽고 글 더 올리도록 할께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음엔 어떤 책을 시작하실지 궁금해지네요~
@CTL님 덕분에 이번 단편 같이 읽게 돼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애트우드라는 작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더 좋아하게 됐어요. 원서로 읽으시는 분들이 올려주신 좋은 문장과 정보들도 도움이 많이 됐구요. 오프라인 독서모임도 좋지만 그믐처럼 원하는 작가의 글을 같이 읽어나가며 차분히 감상을 나누는 이런 독서모임이 더 밀도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분들이 추천한 '글쓰기에 대하여 '도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저는 문학과 비문학을 번갈아 (읽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읽는 편인데 당분간은 쭉 애트우드입니다!
오! '글쓰기에 대하여'가 도서관에 있군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저는 오히려 이번 단편집을 읽고 애트우드에 대해서 별로 흥미를 안 가지게 되시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는데 더 좋아하게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저는 생각보다 죽은 남편에 대한 개인적인 상실감의 해소가 책 전반에 걸쳐 너무 짙에 묻어나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좀 지루해졌거든요. 어쩌면 제가 애트우드의 작품 몇 개를 연달아 읽고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도 이런 느낌과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드네요. 제가 싫증 잘 내고, 끈기가 없는 탓도 있고요~ 저는 이 책 다음에는 좀 젊은 작가의,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어요.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요~
"애트우드는 좋은 작가이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작품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라는 Mago님의 소감이 그 어떤 현란한 서평보다 더 가슴 찡하게 느껴지네요.
고맙습니다~~
상실을 보듬어주기도하고(말하지 않아도 알~~아)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동행자로서의 자매(+가끔 이야기속에서 등장하는 오빠)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집안의 구석구석을 정리할때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기억의 조각들...ㅎㅎ) 티그엔넬&넬엔티그 부분은 단편들을 유기적으로 관통하는 공통의 정서가 있어서 따라가며 읽기 편했어요.
앗! @싱아 님 올리신 4편에 대한 글 답변이었는데 잘못 올라갔어요.. ===================================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드문 용감한 엄마네요! 과연 저런 비슷한 대화를 피할 수 있는 모녀 관계가 가능할까요? 사이가 정말 나쁘면 저러지 않을 거 같은데요. 전개가 궁금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갈래요. 저도 오늘 받고 1, 2 편까지 끝냈는데 역시 글솜씨가 촘촘하셔서 좀 벅차네요~
안전하다는 환상을 유지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게 나을 것이다. 황금빛의 가을숲을 따라 걸으며,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 등산용 지팡이로 언 연못을 찔러보고, 이른 눈이 폴폴 흩날리고 날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차가운 손가락으로 완숙달걀을 까먹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숲속의 늙은 아이들 P.32, 응급처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단지 무엇에 불과한'이라는 것은 없다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이도 '단지 무엇에 불과한' 존재는 없다. 어쨌든 스머지는 그녀가 다른 모든 사람에게, 심지어 티그에게도 단단히 닫아놓은 가장 깊은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숲속의 늙은 아이들 P.72 모르트 드 스머지 ,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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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늙은 아이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책 읽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네요. 오늘 밤 10시 반에 시간되시는 분들은 그동안 읽으신 부분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함께 접속해서 잠시 이야기 나눠요~
1부를 끝낸 저의 감상은 3편 모두에서 작가의 실제 인생의 모습을 많이 드러낸 듯해서 노년의 감성이 많이 묻어나니 분위기가 아무래도 좀 무거운 책이구나 싶어요. 특히 남편과 사별하고 난 후의 상실감이 이 글들을 관통하는 주제같아요. 1편에서 '위기'에 대한 대처를 다루면서 지난 일들을 회고하며 어떤 다른 대처를 할 수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하고 회의적인 생각을 해보는데 결국은 그 어떠한 '응급처치'로도 상실감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보았습니다.
2편은 '응급처치'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충격적인 상황, 트라우마를 겪은 두 남자의 인생이야기를 넬이 대신 전하는 형식이지요. 전쟁을 겪으며 비록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영혼은 이미 전쟁의 화마에 그을려버려서 전쟁이 끝나고도 그을린 상처가 아물지 않은채로 고통을 안고 살아나갔던 것 같아요. 그 둘은 외모도, 성격도 판이하지만 같은 전쟁을 겪은 아픔을 이해하기에 친구로 남은 거고, 그들과 전쟁의 상처를 공유하지 않는 티그와 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죠. 마지막의 빙글빙글 돌며 서로를 쫓는 동물들의 쇼가 나오는 농장에서의 점심식사를 존과 프랑소와는 박장대소를 하며 환호를 하지만 티그와 넬은 도대체 이런 점심식사가 뭐가 특별한 건 지 아주 황당해 하죠. 사실 저도 농장에서의 점심식사와 동물들이 나와서 서로를 쫓으며 빙빙 돌다가 마지막에 라마가 승리한 것처럼 의기양양해한다는 부분은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갔어요. 혹시 이 부분 설명해 주실 수 있는 분 있으시면 좋겠어요~
3편에서는 테니슨의 시를 이용해서 고양이의 죽음과 남편의 죽음을 엮는 짜임새가 참 돋보였어요. 그렇게 놓고 보니, 첫문장인 "Grieving takes strange forms."가 글 속에서와는 다른 의미로 맞는 말이기도 하고, 마지막에 티그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나서 고양이를 하나 다시 입양을 할까 했다가 결국은 안 할 거라고 끝내는게, 스머지의 죽음에 티그의 죽음을 대입하고 나니 고양이를 다시 하나 입양하는건 티그를 대체할 존재를 다시 만드는 건데 아마 그건 안 할 거라는 거겠지요. 3편 모두에서 애트우드의 글쓰기 기술 중 제게 아주 인상깊었던 건 시간을 차이가 나게 많이 거슬러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걸 단편소설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내는 거 였어요. 단순히 과거 - 현재의 한 시점만 바꾸는게 아니라 한 번 물러나고, 거기서 또 물러나기도 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현재와 연결짓기도 하면서 이야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게 참 힘들 것 같은데 혼란스럽지 않으면서 잘 중첩이 되거든요. 이상이 저의 1부 감상입니다. 남은 세 번의 수요일 밤에도 10시 반쯤 실시간 포스팅이 가능하면 좋구요, 아니더라도 일주일 간 읽으신 분량 중 여러 편을 관통하는 감상을 느끼신 부분이 있으면 시간에 상관없이 답글로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감상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그믐이 포스팅 날짜시간이 표시가 안되더라구요. 허허. "오늘"은 11.8. 수요일이었으려나요? 아쉽게도 참석을 못했지만 남은 주들에는 기회가되면 참석하고싶네요. :)
네, 제가 북클럽 운영은 처음이라 공지가 서툴렀네요. 다음 주 수요일 밤에 말씀나눠요~
답글로 달아야하는데 잘못 올렸네요..
11월 15일 수요일 밤 10시 반에 시간되시는 분들은 이 곳에서 간략하게나마 지금까지 읽으신 감상 함께 이야기 나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주차 <숲속의 늙은 아이들> 잘 읽고 계신가요? 2부 본문 첫 4편 위주로 나누고픈 감상 있으면 답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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