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스머지의 죽음] 이 글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는 '스머지- 우리 말로는 (무언가가 번진) 얼룩 정도 되겠지요?-'라는 이름의 고양이의 죽음, 테니슨이라는 시인이 중세 유럽 전설에 전해내려오는 영웅 아더왕의 일대기를 재해석해서 쓴 '아더왕의 죽음'이라는 시, 그리고 넬의 남편, 티그의 죽음이 되겠지요. 시는 번역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데, 이 짧은 글에 프랑스어로 유명한 중세영웅의 일대기를 영국 빅토리안 시대에 영어시로 다시 쓰고, 그걸 다시 주인공을 고양이로 바꾼 것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번역을 해야하니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을까요. 넬에게는 스머지라는 고양이의 죽음이 영웅의 죽음만큼이나 안타깝고 애통해서 영웅시에 대입시킬 마음이 든 모양인데 써갈수록 도통 영웅의 생애와는 거리가 멀었던 고양이 스머지의 일생이 끼어든 이 시는 결국 애통함을 표현하기보다는 풍자나 농담에 가까와져버려서 결국 쓰레기통 행이 되고만 거 같아요. 아마 이 과정이 테니슨의 원작시 '아더왕의 죽음(Morte d'Arthur)를 알고 있는 영어권 독자들에게는 더욱 우스꽝스럽고 아이러니하게 다가왔겠지요? 한국문학으로 따지면 이순신 장군이 쓴 시 "한산섬 달 밝은 밤에..."를 고양이의 시각으로 바꾼 거 쯤 되려나요? 그렇게 눈물이 나면서도 웃음이 피식나는 전개가 이어지다가 티그의 죽음으로 연결되면서 1부 티그와 넬 부분이 끝을 맺습니다. 이 단편소설집은 애트우드가 평생의 동반자였던 남편을 먼저 보낸 후 그에게 바치는 책이라 들었는데 그런 감성이 처음과 끝을 차지하는 듯 하네요. 중간 부분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읽은 글 중에 저는 이 '스머지의 죽음'이 참 여러모로 다시 읽어볼 만한 구석이 많다고 느껴요. 애트우드는 단편소설도 하나의 줄거리, 하나의 구조로만 가지 않고, 여러 에피소드를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 걸쳐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솜씨가 참 빼어난 것 같습니다. 일주일 후에 1부에 대해 함께 나눌 대화가 궁금해지는 군요.
모르트 드 스머지가 고양이 스머지의 죽음이라는 해설을 읽자마자 또 작가들의 유난한 고양이 사랑 얘기인가보다 했어요. 저도 늙어가는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서 이미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려는 찰나에 이야기가 코믹으로 변하더니 티그의 죽음을 언급하면서 마무리돼서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졌어요. 애도의 방식으로 시를 쓴다는 생각이 참 좋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자신이 시인이기도 한 작가의 자연스러운 전개같아요. 헤밍웨이가 자신의 고양이 크리스천이 죽었을 때 쓴 'To crazy Christian'이란 시도 떠올랐어요.
맞아요~! 이 작가는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기억을 간직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황이 좀 엉뚱하기도하고 웃긱도 하지만 동시에 슬픈 상황을 이렇게 쓰다니하면서요~
애도의 방식으로 시를 쓸 수 있는 거 참 부럽지요? 이상하게도 한국어에서는 시가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언어권에서는 문학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시 몇 편은 외우곤 한다는데 한국에서는 3줄짜리 짧은 옛시조 한 수 외우기도 쉽지 않죠. 현대에 접어들어서는 엄격한 운율이 있는 시가 존재한 전통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국어시험에서 밑줄 쳐가며 분석을 외워야하는 걸로 시를 배워서 그런가 읽기도 힘들고 쓰기는 더 힘들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중고등학교 다닐 때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더 그런것 같아요. 우리 작가든 외국작품이든 시와 소설을 제대로 감상하고 에세이도 써보는 수업을 해봐야 하는데 수능위주 시스템에선 교사가 그런 능력이 있어도 할 수가 없지요.
글 제일 처음에 넬이 아서왕에 대한 시에 스머지의 죽음을 대입해서 다시 썼다고하는 부분이랑, 다 쓰고나서 그걸 버리는 부분, 마지막에 티그의 죽음에 대한 예감이었나하면서 남편의 죽음을 언급하는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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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의 사악한 어머니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드디어 책이 왔습니다! (저도 원서 도전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시녀이야기만 일부 본 게 전부인데 그 때 인상이 강렬해서 책도 읽어보고 싶다 생각하던 차에 모임 발견하고 책 주문했네요.^^ 랜덤하게 펼쳤는데 4번 작품 시작 페이지였고, 첫 문단부터 흥미로워 이것부터 읽기 시작합니다. "You're so evil," I said to my mother. I was fifteen, the talk back age. "I take that as a compliment," she said. "Yes, I'm evil, as others might define that term. But I use my evil powers only for good."
4편에 대한 글 답변이었는데 잘못 올려서 이렇게 썼었어요. ===================================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드문 용감한 엄마네요! 과연 저런 비슷한 대화를 피할 수 있는 모녀 관계가 가능할까요? 사이가 정말 나쁘면 저러지 않을 거 같은데요. ================== 다 읽고 나니 역시 절절한 사랑이 묻어나는 엄마 이야기였네요. 이 글의 엄마는 아마 애트우드의 엄마가 살던 시대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여자는 직업을 가지기 힘들었던 시대에 남편없이 혼자 딸을 키워내는 엄마의 모습이 마치 이해할 수 없는 비밀스런 능력을 가진 마녀의 모습처럼 비친 게 아닐까요? 엄마도 딸을 지키기 위해서 무서운 힘을 가진 마녀 흉내라도 내다가 그렇게 만들어 낸 이야기에 본인 스스로도 넘어가버린 것 같아요. 다른 건 다 이해해도 스케이스라는 체육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정신질환에 가까운 강박, 망상에 가까운 듯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거든요. 저에게 애트우드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거미줄 짜듯 풀어내는 마녀 할머니의 이미지가 강한데 이렇게 마녀 엄마 이야기를 쓰셨다는게 참 잘 어울려요.
어제서야 4편을 다 읽었습니다. CTL님 말처럼 "엄마", 특히 혼자서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 깊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누군가 지켜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는 엄마의 말이 마음에 자꾸 남네요. 그와 동시에.. 그런 엄마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대한 묘사에도 마음이 머무르고요. 불평불만을 하고 싸우면서도 엄마와 딸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는 것, 그것만으로 주인공 엄마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단편소설이고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읽는 속도가 나진 않네요.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줘서 그런것 같아요. 나의 사악한 어머니라니, 제목부터 시선을 끌어당겼어요. 이렇게 상상력 풍부하고 이야기도 잘 만들어내고(좀 심하게!)유머러스한 엄마는 10대 딸에게 좀 부담스러웠겠지요. 저는 독특해서 멋진 엄마라고 생각하지만요.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평범하고 상식적이라고 말하는 엄마들이 아무렇지않게 주는 상처에 고통받는 딸들도 많은 걸 보면 가족은 참 복잡한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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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망자 인터뷰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애트우드가 조지 오웰을 택한 이유가 뭐였을까요? 존경하기도 하지만 여자들에 대한 태도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따지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우리나라 무당처럼 서양에서도 점보는 사람의 몸을 빌려서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곤 했지요. 저는 오웰의 1984를 너무 어릴 때 읽어서 기억이 안 나서 그런지 이 '망자 인터뷰' 글은 그다지 재밌게 읽지 못했어요. 대화식의 전개가 자유로울 수도 있을텐데 왠지 글의 전개가 어색하고 약간 억지스럽다 느껴졌거든요. 어쩌면 그런 어색함 자체가 애트우드가 조지 오웰에 대해 느끼는 입장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제가 조지 오웰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군요. 혹시 오웰에 대해 잘 아시는 분 계실까요?
저도 애트우드 가 조지 오웰을 여기 저기서 언급하는 것을 보니, 그가 조지 오웰에 대해 우선 한 때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을 것 같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급하신대로 양가 감정이지요. 조지 오웰이 버마에서 제국의 경찰 역할을 하면서도 식민주의에 비판했던 점, 항만과 광산 노동자들의 삶 속에 들어가서 함께 지내며 르포르타주를 썼던 점은 훌륭한 점이긴 하지만, 남성으로서의 오웰이 여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점을 애트우드가 눈여겨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저도 읽기가 느리다보니 부지런히 따라가야 겠습니다.^^ 그래도 처음 만나는 이야기꾼 애트우드 여사의 면모가 새롭고 흥미롭습니다.
오, 애트우드가 조지 오웰에 대해 여러 번 언급을 했군요. 정말 뭔가 애증의 대상인가봐요. 속도는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북클럽을 하게되면 자꾸 조바심이 나고 진도를 뒤쳐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자꾸 고개를 들어서 오히려 책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걸 느껴요. 그래서 이 모임에는 몇 일까지 몇 페이지 읽기 식의 진도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매주 수요일 밤에 이야기하기로 정한 부분들은 그냥 날짜가 가는 편의상 정한 것일 뿐이니 부담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편만 읽으셨어도 시간되시면 대화 참여하면 되는 거지요.
저는 애증이나 양가감정보다는 완전한 숭배로 느꼈는데, 같은 글을 읽고도 반응이 다양한 걸 보니 매우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애트우드가 오웰을 흠모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고 (2013년에 가디언지에 애트우드가 기고한 글의 제목이 My hero: George Orwell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시녀 이야기의 구조를 오웰의 1984에서 따왔다는 것을 제가 이미 알고 있어서 숭배의 감정일 것이라고 상정하고 읽어넘긴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공감합니다. 저 역시 ‘양가 감정’인가라고 말씀드린 부분은 표면적인/형식상 저자가 의도적으로 취한 방식이라고 느껴서 써둔 것인데요, 이건 결국 애트우드 여사가 오웰에 대해 갖는 숭배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여겼습니다. 제 표현이 50:50처럼 너무 단정적이었나 봅니다^^ 오웰은 애트우드만이 아니라 제게도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고요. 작가의 전작읽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오웰이 제게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최초의 작가였던 만큼, 저 역시 오웰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애트우드의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결국 애트우드가 오웰을 숭배하는 방식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아, 제가 느낀 약간 어색하고 오그라드는 분위기가 마치 자신의 최애 아이돌을 마주대한 팬심일 수도 있겠군요.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거기에 팬심이 오롯이 드러나 있겠지요? 소개 감사합니다. 애트우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오웰의 대표작이라도 잘 알아야겠군요.
오웰의 책은 <동물농장>과 <1984>말곤 읽은 게 없고 생애도 잘 몰랐는데 애트우드가 오웰의 팬이었군요. 애트우드가 이 책에서 언급한 오웰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리베카 솔닛의 < 오웰의 장미>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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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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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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