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There are portals in space-time, opening and closing like little frog mouths. Things disappear into them, just vanish; but then they might appear again without warning. Things and people, here and then gone and then maybe here. You can't predict it.
숲속의 늙은 아이들 Wooden box,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Now here's the jam in the refrigerator, the last jar ever. The last half-jar. Should she eat it or not it it? Either one seems like a violation.
숲속의 늙은 아이들 Wooden box,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아마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고나면, 남아있는 물건들 그리고 거기에 담긴 추억들이 나를 힘들게도 하고 위로하기도 할것 같아요. ㅜㅠ 티그와 마지막으로 함께만든 잼이 냉장고에 반쯤 남아있는것을 보며 넬이 느끼는 감정이 와닿았어요.
이 글은 마지막 글, '숲속의 늙은 아이들'과 잘 연결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같이 엮어서 하나로 다시 구성할 수도 있는 글 같고요. 저는 이 두 글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한 사람과 평생을 같이 한다는 것이 어쩌면 축복이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사람과의 인연이 너무나도 내가 세상을 사는 방식에 너무 깊숙히 들어와버려서 일상 생활 하나하나가 그 사람을 떼내어서 생각할 수 없을만큼 밀착되어버리면 그 사람과의 인연이 끝났을 때 너무 아플 것 같다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 줬거든요. 만든 사람조차도 잊어버리고 별로 소중한 게 아니었던 것 같은 나무 상자에 너무나 많은 의미를 주고야 마는 넬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적당히 정리하고 버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5. 숲속의 늙은 아이들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책 배송도 늦고, 저자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 파일도 있고, 책 전체의 제목과도 일치해서 제일 마지막 글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늙은 아이들'을 저자는 'old babes'라는 단어를 선택했는데요, 이 '베이브'라는 단어는 흔히 연인들이 서로를 다정하게 부를 때 쓰는 말 또는 남자들이 성적으로 호감이 가는 여자를 낮춰부르는 말로 쓰인다네요. 이 글에서는 아마 노인이 된 두 자매 스스로를 약간 유머스럽게 부르고 싶어서 칭한 말이 아닐까 싶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많이 서글프죠? 가족들과 그 가족들의 가족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손수 지은 휴식처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변하지 않은 집과 변해버린 사람들의 난처함을 곳곳이 되짚어가게 하는 작가의 글솜씨가 일품이지요. 집도 사람도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을수록 의미가 있는 거지만 저는 이 글을 읽다보니 오래 함께 했던 대상과 어쩔 수 없는 끝을 마주했을 때의 아픔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네요. 티그가 남긴 메모를 버리지 못하는 넬이나 쥐가 둥지를 틀어놓은 신발봉지를 꼭 본인이 확인하고 건질 건 건져보겠다는 오빠를 보며 뭐든지 너무 늦지않을때 내 손에서 떠나보내는 유효기간을 스스로 정하는 결단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Babes in the wood"는 원래 영국 전래 동화인데, 숲속에 버려진 두 아이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내용입니다. 그 동화의 내용에 기반해서 babes in the wood라고 하면 위험한 상황 속에 내버려진 순진한 존재들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Old babes in the wood"라고 제목을 지음으로써 애트우드는 일차적으로는 유년 시절의 집으로 돌아간 넬과 여동생의 문자 그대로의 상황, 즉 숲속에 있는 두 늙은이들을 지칭하고, 상징적으로는 티그와 마찬가지로 결국 제각각의 죽음을 맞이할 필멸의 존재로서의 두 사람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의 제목과 목차의 형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바로 이런 글들을 대할 때, 혼자만의 안일한 독서에 빠져있지 않고 그믐과 같은 함께 읽는 모임을 찾길 참 잘했구나 하며 감사함에 고개 숙입니다. 사실, 혼자서 'old babes'라고 이름붙인 이유가 무얼까 생각을 많이 하며 찾아보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babes in the wood'를 찾아볼 생각은 못했지요. @Britor 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 실마리가 풀리며 아귀가 딱 들어맞는군요. 아마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랑 비슷한 류의 영국판 전래동화일까요? 어쩌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숲속에 버려진 어린이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세상이라는 큰 숲에서 아직도 길을 못 찾고 헤매는 미약한 존재라는 두려움 말이지요..
드디어 이 책의 단편들을 끝냈어요. 3부는 주로 티그가 죽은 뒤 혼자 남은 넬의 이야기네요. 그리움, 외로움, 늙음에 대한 한탄, 그럼에도 어떻게든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야하는 넬의 삶이 나이들어가는 저에게는 각별하게 다가왔어요. 숲속의 늙은 아이들의 의미를 알고 나니 넬과 여동생이 오두막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 아슬아슬하게 느껴집니다. 넬도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던데 이 성격은 가족내력인가봐요. 오빠인 로비도 그렇고. 잘 안쓰는 물건은 가차없이 버리는 저같은 사람은 쥐가 둥지를 튼 장화얘기에 기겁하고 말았네요.ㅎ 넬은 오두막 주변 곳곳에서 티그를 기억하고 별을 보면서도 이젠 어떤 경이나 기쁨을 느낄 수 없고, 오직 슬픔과 더 많은 슬픔을 느낄 뿐이라고 합니다. 애트우드는 좋은 작가이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작품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오! 빨리 끝내셨네요. 저는 잠시 책을 두고 와서 휴식 중입니다. 저는 제일 마지막 장을 제일 먼저 읽어버려서 Mago님께서 느끼신 아련한 감정같은게 덜 할 것 같아 아쉽네요. 또 저도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성격이라...😬 넬의 심정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국은 한국보다는 한 집에 오래살고 대부분 주택생활을 하니 공간이 많아서 물건을 잘 안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여러 세대 대대로 가족이 공유해 온 베케이션 홈은 더 그렇겠지요... 주말에 나머지 다 읽고 글 더 올리도록 할께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음엔 어떤 책을 시작하실지 궁금해지네요~
@CTL님 덕분에 이번 단편 같이 읽게 돼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애트우드라는 작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더 좋아하게 됐어요. 원서로 읽으시는 분들이 올려주신 좋은 문장과 정보들도 도움이 많이 됐구요. 오프라인 독서모임도 좋지만 그믐처럼 원하는 작가의 글을 같이 읽어나가며 차분히 감상을 나누는 이런 독서모임이 더 밀도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분들이 추천한 '글쓰기에 대하여 '도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저는 문학과 비문학을 번갈아 (읽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읽는 편인데 당분간은 쭉 애트우드입니다!
오! '글쓰기에 대하여'가 도서관에 있군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저는 오히려 이번 단편집을 읽고 애트우드에 대해서 별로 흥미를 안 가지게 되시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는데 더 좋아하게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저는 생각보다 죽은 남편에 대한 개인적인 상실감의 해소가 책 전반에 걸쳐 너무 짙에 묻어나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좀 지루해졌거든요. 어쩌면 제가 애트우드의 작품 몇 개를 연달아 읽고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도 이런 느낌과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드네요. 제가 싫증 잘 내고, 끈기가 없는 탓도 있고요~ 저는 이 책 다음에는 좀 젊은 작가의,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어요.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요~
"애트우드는 좋은 작가이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작품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라는 Mago님의 소감이 그 어떤 현란한 서평보다 더 가슴 찡하게 느껴지네요.
고맙습니다~~
상실을 보듬어주기도하고(말하지 않아도 알~~아)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동행자로서의 자매(+가끔 이야기속에서 등장하는 오빠)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집안의 구석구석을 정리할때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기억의 조각들...ㅎㅎ) 티그엔넬&넬엔티그 부분은 단편들을 유기적으로 관통하는 공통의 정서가 있어서 따라가며 읽기 편했어요.
앗! @싱아 님 올리신 4편에 대한 글 답변이었는데 잘못 올라갔어요.. ===================================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드문 용감한 엄마네요! 과연 저런 비슷한 대화를 피할 수 있는 모녀 관계가 가능할까요? 사이가 정말 나쁘면 저러지 않을 거 같은데요. 전개가 궁금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갈래요. 저도 오늘 받고 1, 2 편까지 끝냈는데 역시 글솜씨가 촘촘하셔서 좀 벅차네요~
안전하다는 환상을 유지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게 나을 것이다. 황금빛의 가을숲을 따라 걸으며,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 등산용 지팡이로 언 연못을 찔러보고, 이른 눈이 폴폴 흩날리고 날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차가운 손가락으로 완숙달걀을 까먹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숲속의 늙은 아이들 P.32, 응급처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단지 무엇에 불과한'이라는 것은 없다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이도 '단지 무엇에 불과한' 존재는 없다. 어쨌든 스머지는 그녀가 다른 모든 사람에게, 심지어 티그에게도 단단히 닫아놓은 가장 깊은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숲속의 늙은 아이들 P.72 모르트 드 스머지 ,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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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늙은 아이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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