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

D-29
아하하~~~ 이 작품 스타일이 제가 애트우드를 사랑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예요. 짧지만 너무 기발하고, 재치있고, 속시원한 이야기. 외계인이 들려주는 중세 유럽 저자 거리에서 돌았을 법한 이야기인데 결말은 외계인 마음대로~ 중간 중간에 번역기 오류나 불가능으로 생략 혹은 기괴한 단어로 바뀌는 부분들이 너무 재미있지요. 이 글도 한국어로 번역하기 상당히 까다로웠을 듯 한데, 번역가가 어떤 재치를 짜내셨을지 참 궁금해집니다. 저 같으면 Patient Griselda 와 Impatient Griselda를 '참는 그리젤다'와 '못참는 그리젤다'로 했으면 더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리젤다 이야기는 실제로 모델이 된 원본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작가가 그냥 하고 많은 못된 귀족 혼내주기 이야기들의 뼈대만 가져와서 만들어낸 걸까요?
역시 날카로우시네요. 이 단편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아래 댓글과도 관련)에 나오는 그리젤다 이야기를 다시 쓴거래요. (그리젤다 자체는 유럽 전래동화에 여러 버전이 있는듯) 데카메론을 읽긴 했지만 그리젤다 이야기가 기억은 안 나는데, 위키피디아로 찾아 줄거리를 읽어보니 뭔가 인내와 순종의 아이콘 같은 느낌입니다. (원작에 역설적으로 그걸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 역시 그리젤다 이야기의 원본이 있었군요. 어쩐지 애트우드는 이런 이야기도 그냥 막 만들어내기보다 옛날 있던 이야기를 비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바로 코비드 락다운 시작하자마자 <데카메론> 주문하고서는 처음만 손대다 말았는데, 그리젤다 이야기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동안 애트우드 장편에서 보았던 SF적인 분위기가 살짝 나오는 이야기네요. 애트우드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에요. 역병에 걸려 격리된 지구인들을 위해 범은하계 위기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하는 일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라니.. 권위적이고 난폭한 남성을 혼내주는 참을성 없는 여성 이야기가 지구인들을 위로해주었을라나 모르겠어요. 저라면 잠시 키득대며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역병이 창궐하는 지구가 보낸 SOS를 받고 외계인들이 와서 격리자들을 감시하는데 그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위해 외계인 이야기꾼이 파견되다니, 참 상상력이 기발하죠? 이 글은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던 시기에 완성되었을까요? 외계인은 사고 체계가 다르니 언어 체계가 다를 수 밖에 없고 그 한계로 자동번역마저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설정에서는 @ICE9 님께서 언급하셨던 테드 창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 '컨택트(영어 제목 Arrival)'가 또 생각이 났었어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저런 이야기를 골랐을까요? 여기서 애트우드의 페미니즘적 성향이 드러나는 듯 하지요?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데카메론 프로젝트>라는 책에서였어요. 뉴욕타임즈 기획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데카메론의 설정처럼(페스트를 피해서 피렌체 근교로 피신한 남녀들이 각자 이야기를 들려줌) 판데믹 기간에 29명의 쟁쟁한 작가들이 단편을 하나씩 써서 뉴욕타임즈 매거진에 싣고 그걸 단행본으로 묶어 낸 책이예요. 프로젝트 시작부터가 그러니 (한국판 부제가 '판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판데믹 상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가볍지만 대단해서 감탄이 나옵니다. 전 오디오북으로도 가끔 듣는데 이 부분은 오디오 들으면서 픽픽 웃음이 계속 나왔어요.
코비드 시기에 정말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네요.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나왔군요. 재밌을 것 같아요. 왜 하필 29명이었을까요? 그믐과 비슷한 생각을 한 기획자가 있었을까요? 재밌는 우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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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역겨운 이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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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개껍데기사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히파티아라는 사람을 잘 몰라서 위키피디아로 찾아봤어요. 소크라테스니 플라톤이라는 이름만 익숙했던 제 무지를 또 반성해봅니다. 그리고 애트우드가 말한 19세기 화가 Charles William Mitchell의 그림도 거기서 봤습니다. 책에 언급된 그녀의 끔찍한 죽음이 소설적 과장이 아니라는 게 놀라웠어요. 사실 놀랍지만 익숙하다고 할까요. 역사 속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을 익히 봐왔으니까요. 히파티아는 자신이 선택한 삶, 신념 때문에 죽임을 당했고, 애트우드는 그 삶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독자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히파티아는 주로 그림의 주인공으로 알게 되어서 어떤 인물이었는지 찾아보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 인물의 실체보다는 상징으로만 알려져있는 걸 다른 시각으로 보고자하는 시도로 애트우드가 그녀를 화자로 삼아 이 글을 썼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제목을 왜 '조개껍질사'로 정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히파티아의 죽음이 기원후 400년대 초이니 그녀가 죽음을 당할 때의 정황을 남긴 기록의 정확성은 알 수 없지만 많은 기록에서는 '오스트라콘'이라는 지붕 타일이나 도자기 접시조각으로 죽었다고도 나오거든요. 위키피디아에서 보면 오스트라콘이 조개껍질로도 번역이 된다고 나오는데 구체적인 설명은 더 찾기 힘드네요. 비너스의 탄생이랑 여성성과 더 연결짓기 쉬워서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을까라는 추측만 할 뿐이네요.. 마지막 문단에서 품위를 지키기 힘든 늙은 나이까지 견뎌내며 살아내야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차라리 젊은 나이에 피웅덩이 속에서 죽는 것과 석양이 지듯 노년까지 살아내는 걸 비교하는 질문은 어쩌면 애트우드가 자신에게 던져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Many in your world have the idea that there has been progress since my day, that people have to become more humane, that atrocities were rife back then but have diminished in your era, though I don’t know how anyone who has been playing attention can hold such a view.
숲속의 늙은 아이들 Death by Clamshell,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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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수라장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이 글은 마치 '시녀 이야기'의 한 부분 같아요. 아수라장의 설정은 '매드아담' 씨리즈에 나온 도시도 연상시키고요. 전반적인 글의 분위기는 제가 좋아하는 또다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Never let me go)'의 분위기도 납니다. 미래과학소설에서도 이미 현실에서 존재하는 기술을 이용해 미래를 상상한다는 애드우드답게 이미 코로나를 겪고 나니 이 글에서 말하는 세계가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오싹하게 다가오네요.
저도 시녀이야기, 증언들 생각났어요. 게임 설명에서는 헝거게임이나 오징어게임도 연상시키네요. 특정한 가정을 끝까지 밀고나가서 세계를 재창조하는 것이 작가들의 특권이자 능력인것 같아요. (디스토피아 소설 좋아합니다 ㅎㅎ) 진실은 극단적 상황에서 더 선명해 지니까요.
"One of the true luxuries of life was real coffee." 이 부분에서 조지 오웰의 <1984>에도 전체주의 정권 보급품인 저질의 "승리(victory) 커피"가 아니라 '진짜 커피'가 예전의 향수를 일깨우는 사치품으로 나오던게 생각나서 재미있었어요.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책을 보면 Ersatz coffee라고 각종 곡물, 도토리, 치커리 등을 갈아서 커피 비스무리하게 맛을 낸 가짜 커피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승리 커피"도 그걸 비튼 거고 그래서 여기서도 '진짜 커피'가 생활의 작은 것이지만 진짜와 가짜에서 큰 차이를 느끼게 하는 생활의 변화의 표상으로 쓰인 게 아닐까요?
작품 마지막에 감사의 말을 보면 이 작품의 초기 원고가 1986년, 즉 시녀 이야기가 출간된 지 1년 후에 토론토 스타에 발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시녀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시녀 이야기에 등장하는 애트우드가 고안한 성병인 R-strain syphilis가 여기도 나온다는 것이 한 예가 되겠지요. 시녀 이야기에서는 가부장적 디스토피아 사회라면 아수라장은 가모장이 주도하는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려낸 듯합니다.
시녀이야기를 읽은 지가 오래되어서 가부장적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한데 여러가지 예리한 포인트를 집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의 초기원고가 1986년이면 약 40년이 된 글도 다시 고쳐서 쓴다는 게 대단하네요. 자기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이랄까... 한 번 완성하고나면 다시 손대고 싶지 않기도 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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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윤회 또는 영혼의 여행 이 글을 읽은 후 떠오르는 질문이나 감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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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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