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화분류학자들의 악착스러운 싸움 속에 움벨트의 진짜 중요성이, 생명의 분류와 명명이 지닌 더 커다란 의미가 들어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 분류학의 투쟁은 과거에도 지금도 생명의 세계를 정의하는 일에 관한 싸움이었다. 그것은무엇이 무엇이며 무엇이 아닌지,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지, 그리고 무엇이라 불리는지 말하는 일에 관한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64p, 6장, 캐럴 계숙 윤
6장에서는 린네의 체계로 대표되는 분류학과 다윈의 진화론의 상반된 특징과 그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진화론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분류학의 의미를 학술적인 관점보다는 개인적인 의의를 찾아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결국 우리는 움벨트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구요.
6장 앞부분은... 우리 조상님들보다는.... "심슨은 저 낮은 단계에 있는 아메바의 분류학적 능력까지도 묘사"(p.248)했다는 놀랄 만한 대목부터, 소리 신호로 분류 정보를 공유하는 원숭이들과 "이 원숭이들의 분류학적 대화를 엿듣는"(p.250) 코뿔새, 비슷하게도 미국박새의 치카디 소리로 포식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동고비, 게다가 "그리 똑똑한 편이라 할 수 없는" 우리 도심의 비둘기 친구들의 분류 능력까지... 여러 동물들 이야기가 등장해서 다큐멘터리처럼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 이 부분 읽으면서 어렸을 적 '동물의 왕국'보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또렷한 남성의 나레이션이 막 들리는 듯한...ㅋㅋ
ㅎㅎㅎㅎㅎ 아... 그 분 음성이 떠올라요. ㅎㅎㅎㅎ 어릴 적 실컷 뛰놀다가 땅거미 질 무렵 집에 들어가면.. 저녁 밥 지으시던 냄새와 TV 속 나레이션, 생명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무럭무럭 키워 준!!!
한편 뒷부분에서는... "학문적 노력과 지적인 추구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한 기호로서, 인간 존재에 미리 장착되어 있는 영원한 전통으로서"(p.261) 분류학을 지켰던 진화분류학자들이 그저 고루한 사람들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그들로서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움벨트의 가치에 환한 빛을 비춰준, 고귀한 최후의 저항"일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러다 막바지에는 결국 분류학자들이 "분류학 작업에 수고스러운 엄정함을 도입할 방법"(p.266)을 찾아낸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초반에 언급한 "진화적 유연성(有緣性)을 판단하는 방법을"(p.25) 지지하는 분기학자들(cladists)이 등장하는 것이겠죠? 3부로 들어갑니다.
너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직 기간이 넉넉히 남아있으니 함께 읽으면서 좋은 얘기 많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어제 3부에 들어갔습니다! 2부 내내 언급되었던 진화분류학자들에 슬슬 지겨워지려던 찰나에 2부가 딱 끝이 났어요. 움벨트에 사로잡힌 채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진화분류학자들을 뒤로하고, 처음부터 약한 움벨트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것에 의존하여 분류할 수 밖에 없었던 '소칼'이라는 인물의 등장이 다시 한 번 재미와 집중에 불을 지펴주었습니다. '수리분류학'이라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언급한 분기학에 가까운 학문이 처음으로 등장했네요.
저 또한 안온님처럼 움벨트와 진화분류학자들이 지겨워지던 참이었는데... 3부로 넘어와서 수리분류학을 지나 드디어(?) 분자생물학과 DNA 염기서열이 등장하는 310쪽을 지나고 있습니다. 막상 D-Day가 조바심을 내게 하는 탓에.. ㅠㅠ 일단 진도부터 죽 빼놓고 나중에 다시 복습할까 싶네요. ㅎ
소칼은 분류학의 유서 깊은 전통에서 벗어나 수학과 통계학을 도구로 휘두르며 생명이 분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만들었고 이는 이후 수리분류학이라고 알려진 근본적 새로운 학파를 형성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69, 캐럴 계숙 윤
움벨트가 뾰족한 경향성을 제공하지 않으니 세균학자들은 다음 번 최악을 감행했다. 그냥 자기들에게 보이는 특징 중 아무거나 마음대로 골라 여기저기서 닥치는 대로 박테리아를 분류한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76, 캐럴 계숙 윤
앞서 2부에서 움벨트가 지각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세계가, 조금씩 현미경 등을 통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차이점이 거시 세계의 생명체들과는 달리 눈에 확연히 띄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특징이 아닌 변화하는 기관 중 하나였을 때도 있구요. 진화분류학자들이 이러한 것들을 좀 더 심도깊게 관찰하여 분류하지 않고 그저 편한대로 막무가내로 분류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을 줄은 몰랐네요. 움벨트로 인해 분류학이 조금씩 침몰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만행이 침몰을 더 재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교 시절 화학과 생물을 워낙 싫어했던 터라.. 지금 지나는 대목이 쏙쏙 들어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쉽게 얘기로 풀어놓으니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결국 수리분류학과 분자생물학이 등장하는 건 모두 객관성과 보편성을 확보하려는 방향 때문일 테고 이게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자못 궁금합니다. 물고기가 대체 언제 사라지는지도 궁금하고요(전 그 책을 읽지 못해서요 ㅜㅜ). 다들 수학과 통계학, 화학의 이야기에 빠져보시지요!! ㅎ
수리분류학과 분자생물학자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흥미가 뿜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움벨트가 옆으로 치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완전히 쫓겨나게 될 판이 된 것에 슬픈 마음도 살짝 드네요ㅋㅋ 린네에서 다윈, 다윈에서 마이어, 마이어에서 소칼, 이제는 DNA로만 보는 순간이 오기 시작하니 정말로 분류학은 우리 주변을 벗어나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남아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만 본다면 개인이 끼어들 틈이 너무 좁아진 것 같아요.
이 분류학적 구성에서 모든 형질은 똑같은 크기의 영향력을 지닌다. 각 형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혹은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되든 상관없이, 가장 많은 수의 유사성을 공유한 종들은 함께 모여 동일한 속에 들어갈 터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82, 캐럴 계숙 윤
200년 동안 직관의 안내를 따라왔던 분류학이 이제 정량적 과학이 된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84, 캐럴 계숙 윤
수리분류학이 내세우는 원칙은 단순명료했다. 객관성, 반복 가능성, 수량화, 그리고 명시적이고 설명 가능한 방법. 가중치 조정은 금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86, 캐럴 계숙 윤
수리분류학이 들어오면서 분류학자드은 움벨트를 밀어내고 '통계'를 이용하여 객관성을 확보했다고 믿었습니다만, 저는 읽는 내내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정말로 이들이 수치화 하기 위해 뽑은 형질들이 전부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에서 딱 그 부분을 짚어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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