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우리가 감지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우리의 주의가 쏠리는 곳(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무들, 그리고 아, 너무나도 확연한 물고기들)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감지하는 자연의 질서는 단순히 외부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것들을 알아보도록 진화한 것이다."(248p) / "동물들은 매우 뛰어난 식별 및 분류 행동을 활용하여 생명의 질서를 파악하는 대단히 유능한 분류학자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249p) / "어쩌면 움벨트의 비전이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정확한 이유는, 무언가가 이해되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노력하지 않고도 이해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259p) / 인간과 다른 동물이 본능적으로 지니게 된 움벨트에 대해서 상당히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인상을 주네요.
인간의 움벨트는 먼 옛날의 수렵채집인들을 돕도록 진화했지만, 현대인의 두개골 안에도 말 그대로 박혀 있어 우리가 매일같이 품고 살아가는 유산이다. 우리는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우리 과거의 산물이며, 따라서 우리의 움벨트를 아주 오래전의 힘겨운 분투가 남긴 유산으로 이해하면 생명의 세계에 대한 이 비전이 지닌 이상하거나 불가해한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54, 캐럴 계숙 윤
인간 문명 사회의 발전이 진화가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발전하면서 과거의 움벨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처럼 의사소통 하는 걸 아주 좋아하고 사회적인 종에게는 움벨트(공통의 움벨트)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고 이야기하는 것이 대단히 유리한 일이었을 것이다. 생명에 대한 비전이 더 널리 공유될수록 그것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더 쉽게 논의하고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으며, 그 비전을 지닌 사람은 지금 우리가 적자생존이라고 부르는 그 투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고 후손을 남기는 과업을 더 잘 해낼 가능성이 컸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54, 캐럴 계숙 윤
적어놓으신 그 근방에서 비슷한 대목을 봤습니다. "우리의 움벨트를 포함해 모든 움벨트는 각자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채워가는 고된 삶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이다."(p.253) 색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우리네 삶의 무게에 숙연해질 따름입니다.
생명의 세계는 그 세계를 지각할 수 있는 모두에게 속한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65p, 6장, 캐럴 계숙 윤
현대의 다른 과학들(생물학의 다른 분야라든가 화학, 물리학)과 달리 분류학은 학문적 노력과 지적인 추구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한 기호로서, 인간 존재에 미리 장착되어 있는 영원한 전통으로서 탄생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61p, 6장, 캐럴 계숙 윤
다윈의 기여도 재해석할 필요가 있었다. 다윈이 진화를 밝혀냄으로써 해낸 일은 그와 다른 이들이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대로 마침내 분류학의 배를 바로잡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분류학자들과 전 인류가 생명을 분류하는 데 처음부터 항상 사용해왔던 것(움벨트의 고정된 시각)을 앗아가 그것을 틀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윈은 진화적인 생명의 분류를, 모든 인간의 뇌가 열렬히 거부하는 그 일을 하도록 고집스레 주장했고, 그럼으로써 분류학의 배를 거의 폭파하고 말았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63p, 6장, 캐럴 계숙 윤
결국 다윈이 한 일은 기존에 움벨트를 이용한 분류체계를 무너뜨리고, 진화론을 통해 새로운 혼란을 야기했지만 수습은 없었다... 라는 결론에 계속 다다르게 되더군요. 다윈을 넘어선 새로운 분류체계가 언제 등장할 지 빨리 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화분류학자들의 악착스러운 싸움 속에 움벨트의 진짜 중요성이, 생명의 분류와 명명이 지닌 더 커다란 의미가 들어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 분류학의 투쟁은 과거에도 지금도 생명의 세계를 정의하는 일에 관한 싸움이었다. 그것은무엇이 무엇이며 무엇이 아닌지,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지, 그리고 무엇이라 불리는지 말하는 일에 관한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64p, 6장, 캐럴 계숙 윤
6장에서는 린네의 체계로 대표되는 분류학과 다윈의 진화론의 상반된 특징과 그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진화론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분류학의 의미를 학술적인 관점보다는 개인적인 의의를 찾아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결국 우리는 움벨트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구요.
6장 앞부분은... 우리 조상님들보다는.... "심슨은 저 낮은 단계에 있는 아메바의 분류학적 능력까지도 묘사"(p.248)했다는 놀랄 만한 대목부터, 소리 신호로 분류 정보를 공유하는 원숭이들과 "이 원숭이들의 분류학적 대화를 엿듣는"(p.250) 코뿔새, 비슷하게도 미국박새의 치카디 소리로 포식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동고비, 게다가 "그리 똑똑한 편이라 할 수 없는" 우리 도심의 비둘기 친구들의 분류 능력까지... 여러 동물들 이야기가 등장해서 다큐멘터리처럼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 이 부분 읽으면서 어렸을 적 '동물의 왕국'보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또렷한 남성의 나레이션이 막 들리는 듯한...ㅋㅋ
ㅎㅎㅎㅎㅎ 아... 그 분 음성이 떠올라요. ㅎㅎㅎㅎ 어릴 적 실컷 뛰놀다가 땅거미 질 무렵 집에 들어가면.. 저녁 밥 지으시던 냄새와 TV 속 나레이션, 생명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무럭무럭 키워 준!!!
한편 뒷부분에서는... "학문적 노력과 지적인 추구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한 기호로서, 인간 존재에 미리 장착되어 있는 영원한 전통으로서"(p.261) 분류학을 지켰던 진화분류학자들이 그저 고루한 사람들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그들로서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움벨트의 가치에 환한 빛을 비춰준, 고귀한 최후의 저항"일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러다 막바지에는 결국 분류학자들이 "분류학 작업에 수고스러운 엄정함을 도입할 방법"(p.266)을 찾아낸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초반에 언급한 "진화적 유연성(有緣性)을 판단하는 방법을"(p.25) 지지하는 분기학자들(cladists)이 등장하는 것이겠죠? 3부로 들어갑니다.
너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직 기간이 넉넉히 남아있으니 함께 읽으면서 좋은 얘기 많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어제 3부에 들어갔습니다! 2부 내내 언급되었던 진화분류학자들에 슬슬 지겨워지려던 찰나에 2부가 딱 끝이 났어요. 움벨트에 사로잡힌 채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진화분류학자들을 뒤로하고, 처음부터 약한 움벨트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것에 의존하여 분류할 수 밖에 없었던 '소칼'이라는 인물의 등장이 다시 한 번 재미와 집중에 불을 지펴주었습니다. '수리분류학'이라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언급한 분기학에 가까운 학문이 처음으로 등장했네요.
저 또한 안온님처럼 움벨트와 진화분류학자들이 지겨워지던 참이었는데... 3부로 넘어와서 수리분류학을 지나 드디어(?) 분자생물학과 DNA 염기서열이 등장하는 310쪽을 지나고 있습니다. 막상 D-Day가 조바심을 내게 하는 탓에.. ㅠㅠ 일단 진도부터 죽 빼놓고 나중에 다시 복습할까 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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