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아이들이 공룡에 관심을 갖는 시기를 이야기하는 대목도 흥미롭네요. 책에 나오는 모든 공룡의 이름과 생김새를 외우고 구분하던 조카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에게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활짝 열린 움벨트가 작동하고 있는 광경이다.”(235) 이 부분은 심지어 감동스러울 정도네요~!^^
저는 이 부분은 살짝 이해를 못했어요. 저도 남자고, 제 동생도 남자였지만 공룡에 관심만 있었을 뿐 그것들의 이름과 생김새를 외운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공룡에 관심이 많더라구요. 공룡의 이름이 쉽거나 짧은 게 아님에도 세세한 특징을 통해 이름을 딱딱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진짜 신기하기까지 했어요
5장의 뒤로 넘어갈수록 골상학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 부분도 상당히 흥미롭네요. 어느 유튜버를 통해 과거에 흑인은 노예를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있다는 것을 골상학을 통해 증명되었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요. 와... 말이 골상학이지, 실제로는 우생학의 하위 학문이나 다를 게 없더라구요. 백인 우월과 흑인 노예를 합리화 하기 위한 두개골의 구조 파악이 하나의 목적이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가 싶었습니다.
어제 하루는 쉬어갔네요ㅎㅎ 저는 2부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병행하는 책이 많아 조금 더딘 감이 있네요.
노엄 촘스키가 '플라톤의 딜레마'라고 부른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본 것이 아주 적은 데도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또는 버트런드 러셀의 표현으로는 "인간은 세상과 접촉이 짧고 사적이며 제한적인데도 어째서 그렇게 많은 걸 알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 241, 캐럴 계숙 윤
작가가 초반 프롤로그에서도 어급했던 내용이네요. 지금 저희는 이게 움벨트라는 것이 작용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과연 움벨트라는 것이 소수의 샘플만으로 보통명사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한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예로 든 개의 경우에도 다리가 없거나 귀가 잘리거나 혈통이 다른 종의 개를 보더라도 우리는 '개'라고 인식하지요. 어째서일까요. 움벨트는 소수의 예시를 통해 하나의 보통명사로 묶어서 위험을 회피하는 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요.
문득 플라톤이 얘기했던 '이데아'가 정말로 존재하면 우리는 그렇게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가 움벨트이거나 움벨트의 한 속성 같기도 해요.
저는 이 '플라톤의 딜레마'라는 단어 자체가 궁금해요.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관련된 한겨레 기사가 검색되길래 읽어봤더니... 노엄 촘스키, <언어에 대한 지식>에 따르면 "플라톤 테제는 버트런드 러셀이 말한 ‘세상과의 접촉이 짧고, 개인적이며,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지식을 알 수 있을까?'"로 집약된다면, 반대로 오웰 테제는 "이렇게 많은 자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인간은 이다지도 조금밖에 알 수 없는가?"로 요약된다고 하네요. 결국 "러셀은 ‘인간 이성의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에 인간의 이성을 고양시키는 계몽에 주력했고, 오웰은 전체주의 사회의 ‘인간 의식의 조작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라고 한다니.. 움벨트가 인간 이성(?) 또는 인지의 가능성이면서도... 우리 인식의 한계, 조작이나 왜곡의 가능성도 품고 있는 양면성을 말하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지.. 하여튼 어렵네요. ㅜㅜ 왜 딜레마라고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고요.
사실 이 대목도 그냥 지나쳤는데 다시 점검해보게 되네요. 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오웰 태제에 대해 이렇게 또 알게 되네요!
<이끼와 함께>라는 책을 펼쳐보다가 이런 문장이 니왔습니다. 요새 움벨트에 꽂혀서 이런 대목만 나오면 옆길로 샙니다. ㅋㅋㅋ 30-31p "이끼를 알려면 학명을 외워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붙인 라틴어 단어는 임의적일 뿐이다. 나는 새로운 이끼 종을 발견 했지만 정해진 이름이 떠오르지 않으면 ‘초록 융단’, ‘곱슬곱슬한 꼭대기’, ‘빨간 줄기’처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을 붙인다. 단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건 이끼를 인식하고 그 개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원주민에게 앎이란 인간 외에도 모든 개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고, 모든 존재는 이름을 지녔다. 어떠한 존재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존경의 표시고 이름을 무시하는 것은 무례함의 표시다. 단어와 이름은 우리 인간이 서로뿐 아니라 식물과도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 대목을 읽고서 인간에게 (혹은 모든 생물?) 세계를 인식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고, <자연에이름 붙이기>에서는 이 역량 혹은 매커니즘을 ’움벨트‘라고 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움벨트는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도록 해주는, 혹은 우리를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인간의 본능이라고요. 그리고 인간만 특별한게 아니므로 이건 모든 생물들에게 나름의 움벨트가 있을 것이란 추측도 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궁금해지는 것은 인간의 경우, 움벨트라는 것이 과연 인간이 세상과 유대를 맺게 해주는 생명 고유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왜냐면 <이끼와 함께>의 저자인 아메리카 원주민인 경우, 세계 인식 방법이 현대과학의 방법론으로 교육받은 사람들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인데요. 철학전공이 아니라 용어 선택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유물론적/환원론적(서양 과학) 시각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것과, 원주민의 물활론적(비서구/혹은 근대 이전) 인식의 차이를 본다면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움벨트도 그저 본능이라고만 할 수 있을지.... 아직 움벨트에 대한 이해가 명확하지 않아서 양립이 가능한데도 충돌하는 모습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끼와 함께 - 작지만 우아한 식물, 이끼가 전하는 지혜이끼의 생태를 국내에 소개하는 첫 교양서이자, 이끼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생명인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자연에세이이다.
저도 움벨트 비슷한 분류학이나 다른 과학 이야기가 나오면 어?! 하면서 관심이 가더라구요. 요즘 이 책 때문에 뭐만하면 이것도 움벨트인가... 이러고 있습니다ㅋㅋ
서구 문명인과 원주민의 세계 인식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에는 이런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그 집단 내에서 받아들여지는 일종의 규약, 코드 같은 것이 있고, 이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요. 캐럴 계숙 윤은 이 부분을 움벨트라고 여긴것은 아닐까도 검토해봅니다. 이건 문화-유전자 공진화 관점에서 제시하는 견해를 제 맘대로 적용한 것인데요, ㅋㅋ 여기서는 ‘자연 선택은 인간이 규범을 내면화하는 존재로 만든다.’는 입장이라고 정리합니다. 이걸 이 분야에서는 ‘자기길들이기’라는 표현을 쓰던데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언급된 ‘자기가축화’와 같은 개념 혹은 같은 용어의 번역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 공동체 마다 내부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있고, 그걸 아이때부터 본능적으로 이 규범을 순식간에 내면화한다는 거지요. 그럼 원주민 사회에서 바라본 세계와 서구 사회에서 바라본 세계가 다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어요. 속도는 안나니 딴 생각만 한가득입니다. ^^;;
움벨트는 우리 모두에게 강력하며 탁월한 쓸모를 지닌, 절대적으로 필요한 안내자이며, 그것이 없다면 낯설고 불확실해질 세계에서 우리가 현실에 발붙이게 해주는 닻이다. [...] 움벨트를 갖는다는 건 세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안다는 것이고, 주변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5장. 아기와 뇌손상 환자의 움벨트. p242, 캐럴 계숙 윤
네. 본능이 아니어서는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될테니 정말 그렇네요. 그런데 또 아이들 어릴 때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기어다닐 때 눈에 보이는 무생물체-자갈이나 새우깡이나 오징어볼이나 모래알이나 입에 가져가는 시기가 있는 것을 보면, 이 본능이 그 종의 환경과 생존조건 또는 문화에 따라 개별적으로 발달되어가는 것 또한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또 하나의 예로, 열대지방에서 흔히 음식으로 섭취해왔던 곤충에 대해 이를 처음 본 과거 유럽인들이 혐오의 시선을 던지고 거부했던 사실을 보면 이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도 학습의 영역은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곤충 섭취에 대한 다큐를 본적이 있는데요. 우리가 곤충을 먹기 꺼려하고 혐오하는 이유 중에는 어렷을 적 교육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군요. 곤충은 유해하고 먹으면 안된다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입하니까요. 곤충을 입에 넣으려고 하거나(무익한 곤충이라도) 곤충이 지나가기만 해도 '지지-'라고 하면서 거리를 두게 교육하지요. 그러한 것들이 성인들의 곤충 섭취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하더군요. 이슬람의 돼지고기 금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종교적 원인이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교육받으면 자라서도 먹으면 안된다는 인식에 잠식된다고 하네요. 앞으로는 계속되는 식량난에 부딪힐거고, 곤충이라는 아주 효율이 좋으면서 영양도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거라서, 영유아기 때부터 곤충 섭취에 노출시켜 그것에 대한 반감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메뚜기 같은 곤충을 시골에서도 많이 먹곤 했던데, 앞으로 환경문제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먹어야 한다면 처음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밀웜 같은 애벌레도 영양가가 높다고 하던데 정말 내키지는 않네요. ㅋ
꼬마들에 대한 비유가 적절합니다! 사회, 문화적 환경, 그리고 후천적 학습의 영향은 아마도 인간에게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크게 작용하는 거 같고요. 6장을 끝까지 읽어보니 오히려 동시대 인간들에게는 우리가 지닌 움벨트를 발전적으로(?) 지켜내야 하는 숙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움벨트가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 고유의 본능 또는 능력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발현되는 방식이 제각각 매우 다릅니다만... 저 또한 자꾸 더뎌져서 걱정입니다만.. 이제 막 들어가는 5장이 움벨트가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대한 내용이어서.. 어쩌면 대답이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인간 뿐 아니라 지능이 없을 것 같은 아주 미개한 생명체마저도 본능적으로(이것을 본능적으로 라는 말로 표현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 움벨트가 모든 생명체들이 지닌 하나의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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