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큰 동물에 대한 차별적인 큰 관심 또한 우리의 움벨트가 작용한 걸까요. 추천해주신 책이 되게 궁금하네요ㅎㅎ
일관되게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부재의 존재, 부재를 통한 증명이라니.. 자꾸 눈길이 갑니다. 아주 오래 전 학생 시절에 환경 관련 단행본에서 대형 포유류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비판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런 것부터 이 텍스트의 비유적 의미에 이르기까지 곱씹을 게 많은 대목이네요.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생명의 근본을 이루는 진정한 구조는 사실상 무성한 가지를 뻗어내는 거대한 진화의 나무임을 이해하게 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114, 캐럴 계숙 윤
다윈을 통해 진화론이 입지를 다지고 생명이라는 것이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가지뻗기로 된다는 것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저 또한 진화론이 나왔으니 이제 종을 분류하는 게 쉽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뒤에 읽어보니 진화론이 나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더군요. 가지를 나누기 위해 갑론을박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ㅋㅋㅋ 당연히 가지가 딱딱 자기 자리에 맞게 뻗어나가는 게 아닐까 했거든요.
이렇게 책수다 떠는 것도.. 우리가 읽은 책 내용들이 가지를 왕성하게 이리저리 엉켜가며 뻗어가는 것 같습니다. ㅎㅎ 진화론 역시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는 내용이 계속되는데.. 바벨탑 부분 계속 흥미진진합니다..
안녕하세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복합적인 감정에 사로잡혔었습니다 시작부터 전개,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조용하지만 힘있게 이어가는 흐름에 감탄하고, 우생학의 폭압에 대해 실천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충실히 증거하고 폭로한 소신에 감동받았습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님이 2022년의 책으로 뽑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소개하면서,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누군가 번역해 주시면 정말 좋겠다, 고 언급했었는데 책이 나와 정말 반갑습니다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
반갑습니다! 이 책의 번역을 기다리신 분들이 상당히 많더라구요ㅎㅎ 그만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읽혔다는 것이겠지요. 저 또한 이 책의 번역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습니다. 번역가는 같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분류학에 대한 자세한 사정들을 알게 되면서 진짜 몰입이 잘 되는 책이었어요ㅎㅎ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째선지 우리가 움벨트에서 생명 세계의 질서를 감지하는 어떤 방식 때문에, 이명법이 우리에게는 가장 잘 맞는 느낌을 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193, 캐럴 계숙 윤
민속 속이 흔히 표준적으로 통용되는 식별 기준으로 여겨진다는 점, 다시 말해 사람들이 생물을 묘사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용어라는 점을 들어 생각해볼 수 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01, 캐럴 계숙 윤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사용한다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확인 받았던 문장들이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이명법(과일만 보아도 이 방법을 아주 많이 쓰죠. 신고 배, 나주 배, 설향 딸기, 킴벨 포도 등등 대부분이 이명법으로 불립니다)과, 어떤 대상을 지칭할 때 속을 자주 쓴다는 것도 그러하구요. 그 분야에 아주 전문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종보다는 속으로 주로 말하더라구요.
항상 표준적 생명 형태의 메뉴판에서 봉화처럼 두드러지는 무리들을 알아보라. 항상 어느 정도의 동물들과 식물들을 분류하고 명명하라. 비슷한 생물들은 형제로 여겨라. 그 생물들을 나타내는 것처럼 들리는 단어를 사용해 생물의 이름을 지어라. 민속 속의 이름은 600개 미만으로 지어라. 윌리스의 우묵한 곡선 그래프를 따라라.
자연에 이름 붙이기 4장. 바벨탑에서 발견한 놀라움. p.209, 캐럴 계숙 윤
특별할 것 없는 범상한 인간들의 보편성을 발견하는 일은 간혹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합니다. 물론 어느 곳들은 이 시간에도 불구덩이의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지만요.. ㅠㅠ 다들 닮은 게 훨씬 더 많은 인간임을, 닮은 게 무엇보다도 더 많은 삶을 살고 있음을 어서 깨달았으면 하네요.
보잘 것 없을 수도 있지만 움벨트를 통해서 인간 보편의 땅뙈기를 조금이나마 마련했다 싶은데... 이제는 4장 인류학에서 5장 심리학, 기이한 심리학으로 넘어 가네요! 재미의 크기는 점점 더 넓어져만 갑니다!!!
뒤로 가서 움벨트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보여주는데, 와... 이게 또 없으면 이렇게 되나 하면서 몰입되더군요.
움벨트가 단순히 분류 수단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 212, 캐럴 계숙 윤
5장을 읽으면서 분류학자들이 계속해서 의식하던 인가의 움벨트가 없어지거나 제한할 수 있다면, 좀 더 정확하게 혹은 객관적으로 분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더 커다란 혼란이 찾아오더군요. 움벨트의 부재는 질서의 객관화가 아니라 무질서화가 되는 것이었어요ㄷㄷ
기대되는데요! 저는 읽기가 느려서 부지런히 따라가겠습니다~! ㅋ
이 책 자체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만큼의 속도가 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ㅎㅎ 오히려 천천히 읽어야 제맛인 책 인거 같아요. 정보량이 너무 많다고나 할까요ㅎ
우리 인간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특정 종류의 생물에 대해 어떤 특정 이름(특정 단어)이 더 잘 어울리는지에 관해 의견이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는 증거가 존재한다. (...) 소리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 반응을 연구하는 이 분야를 '소리 상징주의'라고 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193p, 캐럴 계숙 윤
우리 한글도 이런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글을 만들 때, 소리와 입모양이나 혀의 위치 등을 고려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움벨트와 관련해서 보면, 한글 창제 원리야 말로 인간의 움벨트를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조금 앞 부분에서도 인류의 인식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다는 언급도 신기했구요. "모든 사회가 민속 분류학을 갖고 있다는 점"(187)을 이야기한 부분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저자가 물고기를 되찾게되는 실마리가 되는 걸까 점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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